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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24 – 2차 관문의 중대사항>

     

    독이 든 사탕을 먹어온 오크노디.

    그녀는 멀쩡해보였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나도 하나 줘봐.”

     

    이사벨이 시험삼아 사탕 하나를 잘게 쪼개어 침에 녹여먹더니, 퉤 하고 사탕을 뱉었다.

    손에 든 사탕덩어리까지 버리고는 심각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향정신성 성분이 있는 사탕이야.”

     

    지젤도 시험 삼아 몇 개 맛을 보다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호흡곤란과 마비증상을 일으키는 독도 있군요. 사탕의 색깔마다 전부 독의 성분이 다릅니다.”

    “어이, 이거 정말 괜찮은 거냐? 이 사탕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손오천은 아직도 혀끝의 따끔거리는 감각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다.

    아이의 약한 몸으로 이런 사탕을 먹어왔다면 느꼈을 부담과 고통은 자신 이상이지 않겠나.

     

    “내 사탕!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멋대로 가져가서 전부 버리는 거예요!”

     

    사탕주머니를 묶는 끈을 조이고는 눈이 세모꼴이 되어서 빽 소리치는 오크노디.

     

    “쥐방울아. 너 이거 누구한테 받았냐?”

    “메이드가 줬어요. 아껴먹으라고.”

     

    그걸 너희가 먹지도 않고 부숴댔고.

    그런 힐난어린 시선에는 아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사람은 그들이 아닌, 이 사탕을 건네줬다는 메이드여야 하니까.

     

    “죽일까?”

    “그만두십시오. 손오천씨.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주 양반. 댁도 이 아이를 구하려고 그간 여러모로 신경 써오지 않았나?”

    “메이드는 말단 실행책에 불과합니다. 지시를 내리는 자는 따로 있겠죠. 오크노디 양을 교육해온 가문과 직접 담판을 짓지 않으면 끝이 없을 겁니다.”

    “화가 나는군. 진심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손오천의 눈동자가 분노로 샛노랗게 일렁거렸다.

     

    “저 사탕주머니라도 뺏는 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거야.”

     

    이사벨은 모험가의 지식을 내세웠다.

     

    “이 아이는 독에 대한 내성이 있어. 이런 사탕을 지금껏 계속 먹어오며 멀쩡하다고 했던 말이나, 실제로 반응이 희박한 것만 봐도 확실해.”

    “독 내성은 만능이 아니잖습니까.”

    “독성분을 인체의 부담 없이 해독할 수 있는 해독성분을 따로 복용한다면 괜찮아. 실제로 독 전문 모험가들이 그러기도 하고.”

     

    지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꽤 위험해.”

    “안심을 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사탕의 색깔, 몇 개나 됐어?”

     

    지젤이 주머니를 바라보자 오크노디가 주머니를 품 속에 감추며 이를 드러냈다.

     

    ‘……물어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야생동물 같은 반응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사벨이 손오천을 돌아봤다.

    직접 주머니 안을 봤던 손오천은 얼굴을 찡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꽤 많았지. 열 종류는 넘었다.”

    “보통 독 내성 훈련은 약한 독부터 강한 독으로 넘어가. 그러니 저 사탕보다 약한 독들은 전부 훈련이 끝난 뒤라고 봐야 해.”

    “…방금 그것들은 어느 정도 독이냐?”

    “약한 독만 40종류는 넘게 헤아릴 수 있어. 하루에 하나씩 내성을 가져도 40일이 걸리고, 보통은 일주일씩 40주로 10달은 훈련과정을 거쳤겠지.”

    “그렇게나 오래 말이냐?”

     

    적어도 1년간은 매주 독에 중독되고, 몸이 독을 이겨내기 위해 항체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는 뜻이 아닌가.

     

    “참고로 이 40종류라는 건 향정신계열에 한해서야. 다른 계열은 진도에 따라 못해도 20에서 30종씩 독을 복용해왔겠지.”

     

    뱀독. 벌독. 해파리독, 거미독 등등.

    독을 지닌 생물도 한둘이 아닌데 식물과 광물, 마나, 시체독까지 넘어가면 독의 종류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그럼 오크노디양은… 몇 종이나 되는 독을 복용해왔던 겁니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300종 이상.”

     

    1년 내내 하루에 한 번 꼴로 독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주일 주기로 독을 맞아도 족히 6년.

    갓 10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가 4살 남짓부터 독을 맞아온 셈이 된다.

    정신이 아연해지는 계산결과.

    모두의 충격을 알기나 하는지, 오크노디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재촉했다.

     

    “다른 응시생들 다 지나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을 거야?”

     

    그 천진한 목소리에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겪고도 그런 해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 *

     

     

    갑자기 심술이 났다.

     

    “오천아저씨. 업어줘.”

    “뭐? 니 발은 놔두고 어디다 쓰냐.”

    “병약해서 힘을 못 쓰겠어.”

    “…병약? 뭐? 병야아아악?”

     

    전국의 환자 다 뒤졌냐는 얼굴로 빤히 쳐다보는 손오천.

    흥.

    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없거든?

    쉽게 풀릴 심술이 아니라고.

    누구는 기껏 너희 생각해서 남아줬는데-주로 요리사를 생각한 거긴 하지만-.

     

    사탕도 부숴.

    행렬에서도 뒤쳐져.

     

    얼마나 화가 나는지 얘들은 상상도 못할 거다.

    먹을 거에 진심인 내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손오천이 쳇 하고 혀를 차며 등을 내어주었다.

     

    “올라와라, 쥐방울아. 조그만 것은 볼 수 없는 어른의 높이를 보여주마.”

     

    또 금방 으스대기는. 나도 이 몸이 되기 전까지는 너랑 같은 눈높이로 게임해왔거든?

    툴툴거리면서도 등에 올라타니 시야가 확 넓어졌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시야를 되찾았다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로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어푸푸푸”

    “크컄컄”

     

    얼굴높이에 있는 나뭇가지랑 나뭇잎들이 내 면상을 존나 때리기 전까지만.

     

    “내려줘, 내려줘!”

    “네가 선택한 목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2차 관문 시험장에 도착할 때까지 메챠쿠챠 안면박치기 당했다.

     

     

    * *

     

     

    명호스님은 2차 관문까지 생도들을 인솔해주고는 직원용 식당으로 들어갔다.

     

    “자, 주목!”

     

    명호스님을 대신해 나타난 두 번째 시험관.

    그녀는 케이프에 망토, 몸매라인이 전부 부각되는 가죽갑옷을 입은 레인저였다.

     

    “목소리 뭐야.”

    “완전 허스키해.”

    “코까지 가린 레인저마스크도 멋져.”

     

    응시생의 평가는 호평일색!

    고인물인 내 평가는 최악!

     

    ‘윽. 진짜 싫은 사람 걸렸네.’

     

    입학시험에서 만나기 싫은 시험관 TOP3에 드는 천적이 걸려버렸다.

     

    “2차 관문 <사냥꾼의 숲>을 맡은 시험관 미네르바다.”

    “미네르바님 너무 멋져요!”

    “안됐군. 지금부터는 날 싫어하게 될 테니까.”

    “?!”

    “이번 시험테마는 <서치 앤 포인트>와 <완주마라톤>의 복합형. 본 시험관과 함께 숲의 끝까지 이동하면서 출구에 도착하는 시험이다. 중간 중간 보조과제를 수행해서 고득점을 달성한 수석에게는 즉시입학 특권을 부여하지.”

     

    듣기만 해도 어려운 시험.

    그런데 이것도 끝이 아니다.

     

    “1차 시험관인 명호스님은 응시생에게 무른 경향이 있지. 본 시험관은 다르다. 50점. 이번 관문에서 50점 이하는 완주를 해도 탈락이다.”

    “또한, 응시생들이 보조과제를 진행하는 중에도 본 시험관은 출구를 향한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응시생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니까 출구까지 이동하면서 짬짬이 보조과제도 수행하고, 멀어진 대열을 쫓아 시험관님의 행렬에 합류하기도 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다. 정리를 잘하는군. 이름을 대라.”

    “은패급 모험가 록웰입니다.”

    “실버플레이트라. 가산점 1점이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점수는 다른 응시생의 티켓시계를 찢어서 해당 응시생의 점수를 빼앗을 수도 있다.”

     

    가산점을 받은 응시생이 울상을 지었다.

    독이 든 벌주를 받은 걸 깨달았나보다.

    이것이 미네르바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혐네르바, 도S르바 따위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플레이어가 아닌 NPC들이 부르는 명칭도 만만찮게 무시무시하다.

    악질 시험관.

    도S 레인저.

    대량탈락코스.

    헬난이도관문.

    시험관 미네르바는 응시생이 입학시험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시험관 TOP3에 손꼽히는 악몽이다.

     

    ‘즉시입학 박아버릴걸…….’

     

    후회해도 늦었다.

    이미 시험은 시작했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출발한다.”

    “아앗, 시험관님! 식사는요?!”

    “시험관의 건강을 배려해주다니, 착한 응시생이군. 이름을 대라.”

    “미셸입니다!”

    “가산점 1점을 주지.”

     

    가산점을 받을수록 주변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시험.

    알고도 점수를 뿌린다는 점에서 저 인간은 진짜 제대로 된 악질이다.

     

    “본 시험관은 응시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사이에 이미 식사를 마쳤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헤헤. 저희는요?”

    “그걸 시험관이 왜 신경 써야 하지?”

    “네?”

    “우리는 숲으로 간다.”

    “네.”

    “숲에는 먹을 것이 많다.”

    “네?”

    “이동 중에 알아서 해결하도록.”

     

    카리스마 넘치는 동방검객 싱이나 엄청난 화력을 보였던 북부대공녀 아이린마저도 표정이 굳었다.

     

    “시, 시험은 언제부터 시작인가요?”

    “지금.”

    “네에에?!”

    “티켓시계를 잃은 실종자의 생사는 책임지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 응시생은 막대한 페널티가 부여된다. 전달사항은 이상. 2차 관문시험을 개시한다.”

    “헉, 빨라!!”

     

    발치에는 제멋대로 자라난 나무뿌리와 넝쿨이, 몸높이로 자라난 무성한 수풀과 나뭇가지, 머리 위로는 햇볕마저 가로막는 어두침침한 숲.

    최악의 필드, 최악의 관문, 최악의 시험관이 겹친 2차 관문이 시작됐다.

     

    “쥐방울아. 계속 업어줄까?”

    “싫거든요!”

     

    누굴 투구 대용으로 쓰려고 수작을 부려!

    성큼성큼 숲 속으로 발을 들이는 시험관을 따라 빠르게 발을 놀리는 응시생들.

    우리들도 그런 응시생들 사이에 섞여 이동했다.

     

    “이번 시험관님은 레인저답게 발이 빠르네.”

     

    분명 앞에서는 걷는 걸음으로 이동하는데 뒤에서는 가볍게 뛰어야 따라잡는다.

     

    “그런데 이 속도면 보조과제 하나만 하러 가도 놓치지 않나?”

    “처음부터 그런 상황을 상정한 시험일 겁니다.”

     

    두뇌 하나로 티켓시험을 합격했던 인재답게 지젤은 이번시험의 함정을 간파했다.

     

    “과제를 하러 행렬에서 이탈하면 본대를 놓치고 추적을 해야 합니다.”

    “성가신 시험이네.”

    “그뿐만이 아니죠. 그렇게 점수를 벌어온 사람들은 점수를 노리던 이들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겁니다.”

     

    이사벨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점수 뺏기 말이지?”

    “달리기만 해서는 점수를 얼마나 얻을지 알 수 없는데 점수를 얻으려고 이탈하면 본대와 멀어지고, 위험을 감수하면 적들이 덤벼들죠.”

     

    이탈하면 무조건 손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늘어나는 시험.

    그렇다고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면 점수부족으로 탈락할지도 모르는 점수압박이 따른다.

     

    “우리도 결정을 해야 할 겁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점수파밍조가 될지.

    파밍조를 노리는 사냥조가 될지.

    과제점수사냥꾼과 응시생사냥꾼이 공존하는 위험한 시험이 시작됐다.

     

    “이런. 가엾어라. 오크노디양도 걱정이 되십니까?”

     

    헛짚었어요, 지젤 씨.

    걱정하는 건 그런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사벨씨.”

    “응? 이번엔 내가 업어줘? 뭐 싫은 건 아닌데.”

    “혹시 벌레퇴치스프레이 있어요?”

     

    업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모기퇴치가 중대사항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hdh188님 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0보간 인카운터에서 해방되는 벌레회피스프레이 못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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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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