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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니노미야 아이카는 검도의 천재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검도 대회의 개인전을 전부 휩쓸기 시작.

        ‘인터하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가장 큰 고교 체육 대회의 검도 부문 개인전을 최종 우승하기까지.

        

        검도 인생에 패배라는 2글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니, 천재라 불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일까.

        아이카는 각성자들 중 최초로 EX급 고유 재능을 각성했다.

        

        

        『검성 (EX Rank) – 검리劍理에 통달한다.』

        

        ‘내가 각성자… 아니, EX랭크?’

        “마마, 파파. 제 고유 재능 등급이….”

        “얘는? 각성자가 된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하니까, 굳이 거짓말 할 필요는 없단다.”

        “맞아요, 아이카. 거짓말 하면 못 써요.”

        “…….”

        

        

        처음엔 부모조차 믿지 않았다.

        

        약 30년간, 제가 진짜 S급임을 증명한 자들은 한 손에 꼽을 지경.

        SSS급이니 뭐니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막상 까보면 C급만도 못한 각성자가 수두룩하지 않았는가.

        그걸 갓 각성한 20살 소녀가 말하니, 믿을 리가 없었던 것.

        

        아무리 그녀가 검도 천재라도, 30년간 쌓인 편견을 깨는 건 쉽지 않았다.

        

        

        “저기, 여기 체크 란에 제 등급이 없는데요?”

        “예? D급부터 S급까지 전부 나와있는데요?”

        “그게, 제 고유 재능 등급이 EX라서요.”

        “…하아, 니노미야 양? 각성자가 되어 신난 건 알겠지만, 장난치지 말고 성실히 작성해 주세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거기에 일본의 꽉 막힌 행정체제가 더해져, 각성자 신고조차 쉽지 않았을 지경.

        

        때문에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행을 택했다.

        S급 3위, 설하연이 있는 그곳이라면 자신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웅성웅성.

        

        “졸업생들 깨라 만든 건데… 이걸 막 각성한 신입생이 다 통과했다고?”

        ‘이 정도인가. 실망이네.’

        

        

        담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재능은 각성자 최강국인 한국조차 감당 불가능.

        각성자가 되어서도 그녀는 천재였다.

        

        

        “졸업 축하하네. 니노미야 생도… 아니. S급 1위, 니노미야 아이카.”

        “별 말씀을. S급 4위, 설하연.”

        “……성격 참.”

        

        

        덕분에 펜타곤 아카데미는 조기졸업.

        때마침 한국에 발생한 S급 게이트를 그녀 홀로 닫은 업적 덕이었다.

        

        이후로는 영 즐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일본의 자랑, S급 1위! EX급 고유 재능의 주인! 니노미야 아이카 님의 귀국을 축하합니다!]

        

        ‘…믿지도 않았으면서.’

        

        

        귀국하자마자 걸어 다니는 일본의 문화유산 취급을 받고.

        

        

        “마마. 나, 전일본검도대회 출전….”

        “아이카, 못 들었니? 이제부터 각성자는 대회 출전 금지래.”

        “…….”

        “대신 부디 심사위원으로 나와달라 부탁하던데. 어쩔래?”

        “……흥미 없어.”

        

        

        너무 강해진 결과,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검도계에선 퇴출.

        

        

        “앞으로 각성자 활동은 하카마(袴, 일본의 전통 의상)를 입고 하라고?”

        “예. 일본을 대표하는 각성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법안이….”

        “…….”

        ‘이놈의 나라, 마마랑 파파만 아니었으면 진즉 버렸다. 진짜.’

        

        

        복장조차 그녀 기준에선 촌스러운 전통 복장으로 고정되었으며.

        

        

        [신규 각성자 중 카타나 사용자들의 생존율 급감… 니노미야 아이카의 책임은 없는가?]

        

        “……하?”

        

        

        그녀에 대한 어이없는 기사나 음해가 전 세계에서 날아드는 나날.

        

        딱히 달갑지 않은 최강이라는 칭호 덕에, 그녀의 성격은 하루하루 까칠해졌다.

        

        

        “저기, 아이카? 너도 이제 그, 아라사(アラサー, 30대 전후)잖니? 너도 슬슬 남자를….”

        “마마,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눈에 차는 상대가 없는 걸 어떻게 해!!’

        

        

        ……서른이 넘고 나서 유독 더 까칠해졌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니노미야 양이 한국에서 세웠던 기록, 한국인 신입생이 경신했다고 난리에요. 지금.”

        “흐음?”

        

        

        문득, 아이카의 귀에 특이한 소식이 들어왔다.

        

        그녀만이 이뤄낸 전무후무한 업적.

        펜타곤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 10단계 돌파.

        그걸 다시금 해낸 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딱히 흥미롭진 않았다.

        그 간단한 것도 못 해내서 빌빌대는 쪽이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편이였으니.

        아, 그래? 겨우 쓸만한 게 나왔네-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던 것.

        

        흥미를 가진 건, 그의 성별을 들은 후였다.

        

        

        “그것도 남자 각성자라던데.”

        “흐응? 어디.”

        ‘그 꼬맹이 같은 놈 말고, 좀 멀쩡한 놈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녀의 나이. 어느덧 서른 둘.

        이제 슬슬 여러모로 다급해질 나이 아닌가.

        본인은 부정하지만, 속으로 알게 모르게 초조해하던 그녀였다.

        

        한데, 마침 S급이 유력시되는 사내가 새로 나타났으니.

        그녀가 본능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나,

        

        

        “어디… 음? 이 자의 도법은?”

        

        

        카타나가 그리는 궤적. 자연스러운 보법.

        그 모든 것들을 본 그녀는 드물게도 동요했다.

        

        도법이 대단해선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유진이 그리 소중히 여기는 ‘자하검법’이…

        반쪽짜리임을 한 눈에 깨달아서였다.

        

        

        ‘뭐 저딴 불완전한 도법이 다 있단 말인가. 검도 5단만 되어도 농락 가능하겠군.’

        

        

        화려해 보이는 동작?

        검리에 통달한 그녀 눈엔 허점 투성이였다.

        

        신묘한 보법?

        상대가 어찌 움직일질 알고 움직이는 것일 뿐, 제대로 된 회피 동작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종합하면,

        

        

        ‘아무리 카타나가 패도적인 무기라 해도. 그 흔한 흘리기조차 않는 건 조금.’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 일변도의 도법.

        덕분에 공격력 하나만큼은 뛰어나지만, 그저 그뿐인 무술.

        

        …아이카로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공격에 담긴 묘리만큼은 자신도 인정할 정도로 세련되었건만, 방어는 아예 안 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무공이 있을 수 있나.

        말도 안 돼.

        

        꼭…

        

        

        ‘합격술 같은… 음?’

        

        -멈칫.

        

        

        순간 뇌리를 스친 ‘합격술’이라는 단어.

        혼자서도 최강인 그녀는 떠올리지도 못했던 발상.

        

        홀린 듯 영상을 되감았다.

        그의 전투를 다시 눈에 새기기 위해.

        

        

        “……과연.”

        

        

        빈틈 투성이던 전투가 다시 보였다.

        

        화려할 뿐 헛점 투성이로 보이던 움직임.

        등을 맞댄 동료를 믿고 휘두르는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지나치게 가까운 적과의 거리.

        동료가 발을 묶은 사이 공세에 나서는 것뿐이었다.

        

        수비 하나조차 않는 공격 일변도의 도법.

        제 목숨은 동료가 지켜줄 거라는 신뢰의 표현이었다.

        

        실로 반쪽짜리 도법이었다.

        나머지 반쪽이 합쳐진다면, 온전한 하나가 되는.

        

        

        ‘과연. 저기서 이리 행동하면….’

        

        

        그의 옆, 누군가의 환영이 그녀의 눈에 비쳤다.

        

        그와 함께 합격을 펼치는 자.

        엄청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그가 돋보일 수 있게 수비를 맡아주는 동료.

        

        서로의 사소한 습관이나 전투 방식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야말로 영혼의 단짝.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허. 어디서 저런 도법을 익혔는지. 꼭, 헌신적인 누군가가 그를 위해 만들어준… 잠깐, 음?’

        

        -빤히.

        

        “……하?”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가 의문을 터트렸다.

        

        그의 옆에 있어야만 할 반쪽.

        흐릿하게 보이던 그 환영이…

        

        어느덧, 그녀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저건, 나?’

        

        

        그의 옆, 그녀가 함께 서있었다.

        

        그가 위험할 때면 다급하게 막고.

        그가 돋보일 수 있게 상대를 적절히 견제하며.

        그만을 위해 움직이는, 니노미야 아이카가.

        

        반쪽짜리 도법의 나머지 반쪽에 그녀를 대입하자,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다.

        

        저건 그녀와 함께 전투하는 걸 상정하고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그저 우연… 우연일 리가 없잖아!!’

        “한국행 비행기표 끊어줘. 최대한 빨리.”

        

        

        때문에 그녀는 즉시 한국행을 택했다.

        

        

        “예!? 적법한 이유가 없으면 출국 못 할 것 같은….”

        “보찌꽁 녀석도 간다니까, 적당히 거기 껴서 갈 거야. 관료들한텐 비밀로 해줘.”

        “…정말이지, 들키면 저도 몰라요.”

        

        

        출국 금지 제한 따위 가볍게 무시.

        

        

        “보찌꽁. 난 정체를 숨기고 녀석을 관찰할 테니, 내 정체는 발설하지 마.”

        “니노미야 양? 서른 넘어서 다급한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12살 차이는 조금 범죄.”

        

        -퍼억!

        

        “……꺼흑!!?”

        “꼬맹이, 여자의 나이를 논하는 건 실례라고 안 배웠나? 그리고 그런 이유 아니니까 닥쳐.”

        “끄으… 말로 하면 될 것을, 이 고릴라.”

        “한 번만 더 기어오르면 여자로 만들어주지.”

        “……죄송합니다.”

        

        

        애꿎은 꽁을 협박해 동행하기까지.

        

        결과, 그녀는 극히 비밀리에 유진과 만나는 데 성공했다.

        

        

        -두근, 두근.

        

        ‘분명 첫 만남일 텐데, 어쩜 이리 익숙하게 느껴지는지. 게다가, 가슴도 뛰고….’

        

        

        직접 본 유진은, 여러모로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잘생긴 거야 영상을 봤으니 진즉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가슴이 절로 뛰었다.

        마치 첫 눈에 반한 것처럼.

        

        게다가 몇십 년은 함께 알고 지낸 듯한 익숙함.

        한참을 못 만난 연인을 보는 듯한 그리움.

        

        

        -빠득.

        

        ‘옆에 있는 년들을 보니 짜증나기까지.’

        

        

        시아와 앨리스를 보고 느낀 의문의 질투까지.

        때문에, 아이카는 이리 결론 내렸다.

        

        

        ‘———사술을 썼군. 최면술사라더니, 과연 음습하기 그지없어.’

        

        

        그가 자신에게 뭔가 했다고.

        

        …유진이 알면 억울할 일이었다.

        회귀 전, 전성기 때도 맨 정신의 스승에겐 최면 못 걸었건만.

        애초에 게임에서도 ‘최면이 불가능한 히든 히로인’으로 나오는 그녀건만.

        걸 수도 없고, 걸지도 않은 최면을 썼다 오해받은 셈이니까.

        

        하지만 아이카는 그리 믿었다.

        검밖에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작질인진 모르겠지만, 내겐 통하지 않아.’

        

        -퍼억!!

        

        

        정체를 드러내자마자 유진을 걷어찬 건 그래서였다.

        그녀의 머릿속, 그는 자신에게 뭔가 하려 한 색마.

        대하는 태도가 온건할 리가 없었다.

        

        

        “끄흑!!?”

        “…….”

        

        -움찔, 움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아니, 이 애달픈 감정조차 거짓. 휘둘리지 마. 아이카.’

        

        

        정작 발길질에 힘 따위 담지 않았고.

        그러고도 유진이 당황하자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안으며 미안하다, 많이 아팠느냐 달래주고 싶었지만.

        아무튼 꾹 참았다.

        

        그리고,

        

        

        “네놈의 도법. 대체 어느 작자에게 가르침 받은 겐가.”

        ‘왜 하늘이 내린, 내 반려자에게 걸맞은 도를 휘두르는 건지.’

        “거짓을 입에 담을 시, 베겠다.”

        ‘뭐, 솔직하게 말하면? 넘어가 줄 수도 있고?’

        

        

        추궁.

        최대한 험상궂은 표정을 연기하지만, 속내는 생각보다 말랑말랑한 추궁이 이어졌다.

        

        그 추궁에, 유진은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

        

        

        “그게, 저기. 실은…… 커흑!!!!?”

        

        -투둑.

        

        

        ———피를 토했다.

        

        아이카의 시야가, 순간 훅 좁아졌다.

        

        

        “………하?”

        ‘어라? 왜 피를 토하는….’

        

        -스륵….

        

        ‘왜 쓰러지는. 어?’

        

        

        보이는 건, 동공에 힘이 풀리며 무너지기 시작한 그의 신형.

        허공에 흩뿌려진, 그가 기침처럼 토해낸 피 몇 방울.

        

        마지막으로…

        자기도 모르게. 옷이 흐트러지든 말든. 체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황급히 뻗은 자신의 손.

       

       ​

       

        “잠…….”

        

        -풀썩.

        

        “……깐.”

        

        

        하지만, 잠깐 기다려달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

        유진은 완전히 힘을 잃고 쓰러졌다.

        

        

        “———아, 아아.”

        “…….”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비탄 어린 절규가, 뒤늦게 적막을 깨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비공개 희망 독자님 5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우땨땨 뜌땨야를 뜌땨땨땨

    + 심각?한? 분위기와
    점점 풀리는 붕대… 쯧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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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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