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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이, 이, 이거 설마 《시련》이야?”

         

       나는 턱이 빠지라 입을 벌리는 므냥이를 보며 다가가 조용히 닫아주었다.

         

       이러다 진짜 빠질라, 겸사겸사 탱글탱글한 볼따구도 한번 만져주고.

         

       “므, 므아아. 만지지 마. 아, 아무튼 이거 정말 시련이야?”

         

       “맞아. 그리고 사실상 첫 발견이지.”

         

       “세, 세상에!!!”

         

       흠, 그 정돈가? 싶지만 그건 내가 지도관이라서 그런 거겠지.

         

       《시련》.

         

       게이트 안, 던전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세계의 흐름.

         

       흔히 던전 안의 던전이라 불리는 일종의 인스턴트 던전이다.

         

       ‘일단 상태 좀 볼까.’

         

       차원문에 손을 대자, 푸른빛이 감돌던 색이 붉게 변하였다.

         

       [토주원의 정원을 처음으로 발견합니다.]

       [시련의 한 종류입니다.]

       [발견자: 유세하, 마하나님에게 시련 공략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므냥이의 손목에 황금색의 티켓이 링처럼 생겨났다.

         

       특이하게도 거북이의 대가리가 그려져 있는데…이는 아마 ‘토주원’ 녀석 때문인 거겠지.

         

       “모, 못 믿겠어…저, 정말로…미발견 시련이라고? 거, 거기에 우선권까지!?”

         

       《우선권》.

         

       [던전]이나, 지금 눈앞의 [시련]처럼 아예 발견자가 없을 때 한정으로 나오는 특수 시스템의 개념이다.

         

       우선권을 가지게 되면 가장 먼저 입장하여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동시에 우선권이 없는 다른 이가 입장 할 수 없게 차단된다.

         

       물론, 계속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다시 공략 가능 상태가 된다.

         

       ‘…뭐 그렇기에 운 좋게 발견되어도 수준이 너무 높아서 우선권을 판매하는 일도 많다만…’

         

       듣기로 그것만 하여도 최소 5천만 원.

         

       자원이나 물자가 풍부한 곳은 수십억도 호가한다고 하니 사실상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토주원의 정원이 차단됩니다. 두 분의 허락 없이는 다른 이가 시련에 입장 할 수 없습니다.]

       [공략에 성공 시, 두 분에게 시련이 ‘귀속’됩니다.]

         

       그리고 우선권의 핵심은 바로 ‘귀속’.

         

       처음으로 공략에 성공 시 귀속이라는 개념으로 속박된다.

         

       귀속되는 순간 사실상 그곳은 자기 전용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나 또한 경악하였다.

         

       [입장 조건은 ‘순정’ 상태의 스트라이커 2명입니다. 조건을 만족합니다.]

       [클리어 이후 시련의 보스와 보상이 변동됩니다. 주의해주십시오.]

       [최초 발견 보상으로 파티원의 신성이 1씩 상승합니다.]

         

       잠깐만, 뭐라고?

         

       지금 [신성]이라고 하지 않았나?

         

       ‘와 처음 발견자는 [신성]이 추가되는구나. 이제야 알았네.’

         

       [신성]은 성능과 효율은 둘째치고 다른 나머지 능력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희귀도를 가지고 있었다.

         

       보상으로도 잘 나오지도 않고, 던전을 수백 번 돌아도 1이 오를까 말까 한 귀한 녀석이다.

         

       이유는 《신》이라고 불리는 여러 성향이 있는 절대자 포지션의 NPC와 만날 기회가 생기기 때문.

         

       ‘그리고 신성 계통의 스킬을 배울 수도 있지.’

         

       사실 제일 좋은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평판.

         

       ‘고스라’는 교단이라고 불리는 교회 집단의 힘이 강력한 세상이다.

         

       이 교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신성이 1 이상 높아야 했고, 1 이상이기만 하면 ‘형제니, 자매니.’ 하면서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이러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는데.’

         

       갑작스러운 행운에 어안이 벙벙해서 그런가.

         

       뇌 정지가 와서 계획이 잘 성립되지 않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천천히 고민해보기로 하고 나는 이걸로 다시 한번 확신했다.

         

       이 세상은 내가 아는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인 건 맞지만, 알려진 정보는 거의 초창기 게임 수준으로 적었다.

         

       ‘애초에 당연한가. 지도관이 나 밖에 없을 텐데.’

         

       이곳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가장 오기 쉬운 시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조건도 순정 2명이면 되고, 고비라고 해봤자 방금 지나온 미몽의 숲 정도니까.

         

       실제로도 업데이트 된 지 한 시간 만에 최초 발견자가 나와 GM에게서 전용 보상(신성+1)을 챙겼고, 그 사람이 올린 공략 글을 따라 다들 밥 먹듯이 방문한 곳이다.

         

       따라서 처음 길드에 접수하러 간 날.

         

       나는 당연히 이곳이 공략되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지.’

         

       ‘어째서?’라는 생각은 곧 이해가 되었다.

         

       순정이라는 조건은 말 그대로 초보자라는 말.

         

       게임이라면 모를까.

         

       현실인 이상 자기 목숨을 담보로 ‘미탐사’ 구역을 돌아다니는 초보자는 없을 거다.

         

       그것도 숲의 길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기에 발견되지 않았던 거겠지.

         

       “므냥아. 슬슬 입장하자. 이러다가 해 지겠…?”

         

       끝까지 말을 이으지 못했다.

         

       므냥이가 상태창을 킨 채 돌처럼 굳어져 있었으니까.

         

       의아함에 어깨를 치자 ‘툭…’하고 쓰러져버렸다.

         

       이런 미친?

         

       “므, 므냥아!”

       

       “…정신에, 마력에, 시련에, 우선권에, 신성까지…진짜로? 진짜로…? 나 같은 낙오자가…이런 기연을? 이거 꿈인가? 꿈이겠지. 꿈일 거야.”

       

       “므냥아 정신 차려! 겨우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돼! 내가 버스 더 태워줄 거라고!”

       

       “…응, 아빠 미안해. 나 아마 죽은 모양이야. 여긴 천국인가 봐. 응. 곧 갈게.”

       

       “므냥아! 안 일어나면 볼이랑 꼬리. 마구마구 만져버린다!”

       

       “……”

         

       쓰읍, 생각보다 좀 심각하네.

         

       하는 수 없지.

         

       ‘조금 쉬었다 들어갈까.’

         

       그동안 우리 므냥이 볼이나 만지고 있어야겠다.

         

       *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이리 귀한 걸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볼 줄이야…”

         

       정신을 차린 므냥이는 차원문 이곳저곳을 만져보며 감격에 찬 목소리를 흘렸다.

         

       이정도나 되니 좀 궁금했다.

         

       “그리 귀해?”

       “당연하지!”

         

       나의 물음에 펄쩍 뛰며 하악질을 하는 므냥이.

         

       냥이 특유의 행동에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여기 말고도 더 있을 거 아니야? 애초에 미발견 던전도 ‘필드’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신문이나 뉴스에 자주 본 것 같은데.”

         

       “아니야. 세하야! 《시련》은 던전보다 훨씬 귀해! 등장하는 괴수의 희귀성도, 보상도 급이 다르니까! 그래서 그런가. 전 세계에 알려진 시련의 개수는 얼마 되지 않아.”

         

       “몇 개인데?”

       

        “내가 알기로 국내에 공개된 건 모두 30개밖에 안 돼. 물론 대형 [클랜]이 다 알려주지 않았기에 저리 적은 거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50개도 넘지 않을 거야.”

         

       ‘적긴 하네.’

         

       합쳐도 고작 그 개수밖에 안 된다니.

         

       나는 ‘고스라’의 고인물 겸, 전문 방송인.

       조회수를 위해 온갖 루트를 탐색한 이답게 최신 업데이트 기준.

       거의 대다수 정보는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충 기억나는 시련만 해도 70개 정도 되나.’

         

       여기에 <히든피스>랑 숨겨진 기타 등등을 합치면 힘들긴 해도 가능할 것 같았다.

         

       유료재화의 도움 없이 메인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끝마치는 것을 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따로 있다.

         

       나는 방방 뛰는 므냥이를 머리를 쓰다듬었다.

         

       “…므아아. 부, 부끄러운데.”

       “…흐흐.”

       “므아아!”

         

       내가 지키고 싶은 캐릭터들을 도와주고 그들이 원하는 엔딩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지도관인 내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역할이다.

         

       *

         

       우리는 차원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주원의 정원(B)에 처음으로 입장합니다.]

       [오랫동안 과실을 지켜온 터줏대감이 더러운 침입자의 발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스산한 기운을 퍼트립니다. 시련이 지속하는 동안 모든 파티원의 능력치가 1씩 감소합니다.]

       [신성 수치는 제외됩니다.]

         

       “으으, 힘 빠져.”

         

       입장하자 감소하는 능력치에 므냥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음, 확실히…고작 1 감소할 뿐인데도 기운이 허한 게.

         

       실버백의 [땅 고르기]도 그렇고 ‘디버프’ 종류의 위력이 예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나는 우선 [미증유의 감]의 강도를 올렸다.

         

       지이잉―!

         

       처음 특성을 사용했을 때처럼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갑작스러운 정보와 압박에 이마에 식은땀이 흘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녀석이 어디 있는지 파악해야 해.’

         

       그럴 확률은 낮지만, 재수 없게 이상한 곳에 있을 수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호수 안 깊숙한 곳에서 이곳을 주시하는 붉은 눈동자를 감지하였다.

         

       동시에 집채만 크기에서 녀석임을 확신하였다.

         

       “와, 세하야 저것 봐.”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던 므냥이가 감탄을 내뱉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숲.

         

       그리고 정중앙에 있는 에메랄드빛의 호수였다.

         

       그림 같은 풍경에 므냥이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역시 던전은 위대해.”

         

       “헌터. 포기하지 않길 잘했지?”

         

       나의 물음에 약간 놀란 듯이 바라보던 므냥이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세하야. 여기 괴수는 어디 있어? 아무리 봐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녀 또한 [고양이의 직감]을 최대로 사용하며 주변의 경계에 힘을 썼다.

         

       아무래도 전혀 감지되지 않는 기척에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이해는 한다.

         

       괴수는커녕 그 흔한 들짐승조차 보이지 않으니까.

         

       “숲에는 아무것도 없어.”

         

       “……응? 에? 그러면?”

         

       빙그레 웃은 나는 숲이 아닌 호수를 가리켰다.

         

       정확하게는 그 안을.

         

       약 2초 정도 멀뚱멀뚱 바라보던 므냥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벌어진 입 사이로 ‘므아아아~’하는 귀여운 비명이 흘러나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나를 붙잡았다.

         

       “세, 세하야. 이건 무리야! 우리 둘 다 [수중호흡] 특성도 없잖아! 잡몹이라도 물속에서는-”

         

       “-잡몹이 아니야. 메시지에서 나왔잖아? 터줏대감이라고.”

         

       “……설마 여기 [보스 러쉬룸]이야?!”

         

       [보스 러쉬].

         

       온갖 함정과 잡몹들이 우글거리는 던전과는 달리 깔끔하게 보스만 나오는 단일 구조형 던전.

         

       보스 하나에 몰빵한만큼 보스 자체의 스펙이 난이도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으으…이, 이건 안돼. 물이라니…심지어 보스라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므냥이.

         

       뭐, 당연한 반응이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초인이지만, 그렇다고 환경의 영향을 안 받는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수중전은 정말 지옥 같은 장소지.

         

       하지만 그건 물 안에서 싸웠을 때의 이야기이다.

         

       “굳이 녀석의 홈그라운드에서 싸워줄 필요는 없거든.”

         

       “……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허리춤에 달린 병을 보여주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냥했던 고블린의 혀와 독액이 담겨 있는 병.

         

       여기에 임혜자에게서 샀던 노멀(Normal)등급의 산성액을 같이 넣고 바텐더처럼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잠시 뒤, 미묘하게 독액이 변질되었다.

         

       그것을 들고 호수 안에 들이부었다.

         

       퍼져나가는 독한 냄새에 뒤에서 구경하던 므냥이가 하악질을 하며 물러섰다.

         

       “므, 므아아…세하야. 혹시 연금술 배웠어?”

         

       그럴 리가 있겠는가.

         

       간이 물약 제작은 <연금술사> 클래스의 영역이다.

         

       지금 내가 쓴 건 다른 고인물 지도관들이 이것저것 실험하다 발견한 ‘어그로 상승용’ 아이템이다.

         

       시스템적으로 제대로 된 명칭이 없는 물품이지만.

       방금처럼 고약한 냄새가 났고, 특히 수질에서 더더욱 효과가 뛰어났다.

         

       이것은, 이 안에 있는 터줏대감의 냉철한 판단력을 깨부수고 불같은 분노를 부여해줄 거다.

         

       쿠구구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5초도 지나지 않아 녀석이 반응한다.

         

       방금까지 조용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호수가 격노에 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며 터져나가는 거품 안으로 농밀한 마력의 향이 우리를 스친다.

         

       오싹―!

         

       “세, 세하야……”

         

       므냥이는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이랑 격이 다른 마력의 잔향에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

         

       “걱정하지 마. 므냥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고른 너야. 스스로를 믿어.”

         

       너라면 할 수 있어.

         

       “…응.”

         

       “므냥아. 이제 브리핑을 해줄 거야. 잘 들어.”

         

       나는 조금씩 올라오는 거품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었다.

         

       묵묵히 듣는 므냥이.

         

       약간 놀란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내 나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린 지령은 간단한 거였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하였다.

         

       이곳 [토주원의 정원]의 클리어 핵심은 그녀의 손에 달렸다.

         

       *

         

       잠시 뒤.

         

       거친 파문과 함께 한줄기의 물 폭포가 솟아올랐다.

         

       눈앞에 족히 10m는 될법한 거대한 자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특이하게도 목에 혹부리 같은 주머니가 있었고, 그 안에 딱 봐도 빛나는 구슬 같은 게 달랑달랑 달려있었다.

         

       [시련의 수호자가 수질을 더럽힌 침입자들에게 막대한 분노를 표출합니다.]

       [정원의 보스. 토주원(B+)이 등장합니다.]

         

       분노에 찬 채 쥐잡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토주원.

         

       녀석의 눈에 쥐방울만 한 소녀가 대형 방패를 바닥에 쿵-! 하고 내리는 게 보였다.

         

       “…더, 더 덤벼라!”

       “크르르륵!”

         

       마하나.

         

       각오를 품에 담은 소녀가 보스와 대치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알람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아직 누르시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

    중요 공지가 있습니다. 안 읽어주신분은 한번만 읽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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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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