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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루크! 루크!

    귓가에서 팔랑팔랑대는 느낌과, 자신을 부르는 정령의 소리에 루크는 살짝 이르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기로 했다.

    “하암……. 아, 그래. 파이, 그대도 잘 잤는가.”

    -루크!……루크!

    정령이 마치 루크가 일어난것이 기쁘다는 듯이 주변을 뱅글뱅글 돌아대는것이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같이 느껴져, 루크는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파이, 무슨 일로 그러는겐가?”

    -예르나!

    아마, 일어났더니 예르나가 보이지 않아서 불안했던 모양.

    “아, 예르나는 먼저 나갔다네. 그녀는 숲지기니까, 내가 일어나기 전부터 숲순찰을 나서지. 아침엔 마력이 가장 충만할 때니까, 그전에 몬스터를 미리 정리해둔다는 게다.”

    -……!

    “그래, 그래. 예르나도 참으로 성실한 아이지.”

    본래는 당직을 서는 사람만이 하는 작업이지만, 숲에 남아야하는 루크 덕분에 덩달아 숙소에서 생활중인 예르나는 요 몇주간 계속 그 작업을 돕고 있었다.

    당직이 아니니 자신이 일부러 할 필요는 없는 작업인데도.

    조금 이르지만, 루크 역시 아침에는 할 일이 있었다.

    새벽의 꽃에 맺히는 이슬. 

    그것은 다른 시간대에 채취한 것들보다 특별히 마력을 머금기 쉬워 포션에 쓰이는 에센스는 모두 새벽에 채취한다.

    하루의, 나아가 모든것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역시 마법적으로는 큰 의미.

    아침에 처음으로 우는 닭의 소리는, 마를 잠재우고 악령형 몬스터를 퇴치하는 마력이 담겨있다.

    또한, 새벽의 적막함은 마법사들의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고 말이다.

    그런만큼 아침의 마력은 특별하다.

    그래서 모든 마법사들이 아침에 명상을 하는 것이다.

    명상의 효율이 최대로 발휘되는 시간대, 루크가 그것을 놓칠리 없으니 여느때와같이 마나를 축적하기위해 명상을 시작한다.

    아니, 하려고 했다.

    -루크! ……! 루크!

    “흠.”

    마나를 흡수하고 있자니, 자꾸만 정령이 거슬리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툭툭 때린다던가, 볼을 붙잡아 늘린다던가, 자꾸만 이름을 부른다던가.

    “흐으음…….”

    무시하고 집중을 하자니, 갑자기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발산하는것이 짜증이 났다.

    루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파이, 대체 왜 그러는겐가?”

    -루크! ………!

    “아.”

    루크가 눈을 떠 바라본 파이의 몸은 전보다 약간 흐릿해져있었다.

    정령은 몸이 마나로 이뤄진 정신생명체.

    심지어 그 몸을 구성하는 마나의 배열은 본디 자연과 하나되는 정령이니만큼 자연과도 같다.

    루크는 주변의 모든 ‘자연적인’마나에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론상 정령의 육체까지 자신의 심장에 서클로 새겨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군. 눈치채지 못하다니.”

    정령이 어째서 마법사의 주변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제 알법도 했다.

    서클이 의미하는것은 ‘마나에 대한 지배’.

    마나와 자신의 의지를 잇는 사슬같은 것이었다.

    그 덕에, 자신의 주변의 마나에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정령에겐 천적과도 같은 것이겠지.

    물론, 정령이 더 강하다면 그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루크는 모든 마법사들중에서도 정점에 이르렀던자.

    10서클의 모든 원리와 법칙을 통달한 그는, 단지 1서클의 지배권한만으로도 이 작은 정령의 상위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이. 잠깐 멀리 가있는게 좋겠군. 내게 명상은 중요한 것이니까.”

    -루크,……? ……!

    “그대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구나. 나는 정령어따윈 알지 못한단 말이다.”

    -………!

    “역시 그대의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

    정령은 무어라고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였으나, 정령어를 모르는 루크는 당연히 그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간이 많았다면 루크도 그 말을 대충 이해한척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에겐 지금 시간이 부족했다.

    “못 알아들으니까 그만하거라! 이러다가 아침의 마력이 사라져버리겠어!”

    마나에 값을 매기는 현대에서 1서클의 자연적인 마나손실량이 스트레스였던 루크에게는, 2서클로 넘어갈 수 있는 수단인 명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항이었다.

    아무리 정령이라고해도, 누군가에게 방해받아도 괜찮은 그런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루크는 창문을 열어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파이,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말하겠다. 내게서 멀리 떨어지거라. 만약 네가 그렇지 않고 계속 나를 방해하다가 휩쓸려도 나는 신경쓰지 않을것이니.”

    -루크……?

    “가거라. 10초를 세겠다.”

    루크의 단호한 선언에, 파이는 추욱 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10.”

    -…….

    “9…….”

    계속해서 카운트를 줄여나가던 루크는, 마침내 정령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명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흐음.”

    명상은 여느때처럼 국지적인 마나고갈이 일어나서야 끝이 났다.

    아마, 오늘은 끝이겠지.

    심장에 소용돌이치는 1개의 서클과, 그 주변을 두르는 마나의 실을 느끼며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느리군. 정말이지, 너무 느려.”

    이 속도라면 아마, 숲에서 매일같이 명상을 반복해도 2서클에 도달하면 봄이 다 지나가서야 가능해보였다.

    ‘나는 상관 없다만…….’

    예르나가 문제였다.

    어린이를 숲지기의 숙소에 계속 둔채인것이 신경쓰였던 것인지, 그녀도 혼자있을 루크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않은것이 꽤 되었던 것이다.

    ‘내가 돌아갈 수 있어야 그녀도 편안히 잘텐데 말이다.’

    숙소의 침대는 좁았다.

    따라서 예르나는 평소처럼 루크와 함께 침대에 누울수 없었고, 그녀는 자신의 침대를 양보했다.

    루크는 바닥에서 자도 된다며 한사코 거절했었지만, 왠지 슬퍼보이는 눈빛의 예르나가 ‘괜찮으니까, 거기서 자!’ 라며 권유하는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결국 침대에 눕는것은 자신이 된 것이다.

    침대를 양보한 예르나는 소파에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잠을 자면서.

    ‘숙소의 주인이 불편함 속에서 잠들게 한다니, 어불성설이군…….’

    그럼에도 루크는 침대를 거절할수가 없었다.

    침댓가에 앉아서 지켜보고있는 예르나의 시선은, 잠들거나 잠든척을 해야만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니까.

    “하아.”

    마침내 일어나 잠옷을 가다듬으며 한숨을 쉰 루크는, 책을 꺼내들었다.

    명상후에 독서, 루크에게 그것은 일종의 공식이었으니까.

    곧 아침식사시간이 되면 예르나도 돌아오리라.

    하지만 정령은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했던것이 충격이었는지, 명상이 끝나고 한참이 되었는데도 돌아올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자연으로 돌아가버린것인가?

    하긴, 정령이 멋대로 친구라고 생각했을 뿐이고, 루크 역시 아직은 호기심을 품었을 뿐인 관계였다.

    미련은 크게 남지 않았으나…….

    ‘그에게 했던 말은 조금 후회가 되는군.’

    그땐 조금 날이 서있었다.

    감정을 다스릴 생각도 없었으니, 분명 목소리에도 짜증이 묻어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타이르듯이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하지 않았다.

    ‘다시 볼 수 있다면, 사과를 해야겠구나.’

    ——–

    “하아암, 으윽.”

    예르나는 크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뒷좌석에서 그녀를 바라보던 소르비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어왔다.

    “예르나언니, 오늘도 도와주는거야?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하는건데 뭘.”

    예르나는 신경쓰지 말라는듯 손을 내저으며 살짝 웃어보였다.

    ‘뭐,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이것도 다 루를 위해서니까.’

    숲이 안전해지면 루크도 안전해진다. 뭐,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도, 평소와 똑같은 몬스터반응. 어려울것은 없었…….

    -삐익, 삐익, 삐이익.

    숲지기용 GPS단말에서 불길한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어? 뭐지?”

    소르비가 당황한 목소리로 단말기를 꺼내들었다.

    “어?!”

    소르비가 기겁한듯 외쳤다.

    “뭐야? 대체 왜그…….”

    차량의 네비게이션을 확인한 다프네 역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네비게이션을 확인한 예르나 역시,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붉은색은 몬스터의 표식, 비자연적인 마나흐름을 탐지해 몬스터의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하는것인데…….

    ……화면 전체가, 그저 붉다.

    “이건…….”

    예르나가 말을 잇지 못하자, 소르비가 외쳤다.

    “이건 미쳤어! 무슨 용이라도 깨어난거야?”

    “용이라…….”

    1000년을 살아간다는 용.

    압도적인 무력과 지성을 가진 그들은 두려움과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으나, 이제는 그저 동화속의 괴물일 뿐이다.

    용들은 모두 멸종했으니까.

    어째서 그들이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는지는 알려지지않았다. 

    관련된 기록이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까.

    그저, 그들은 이제 없다는 사실만이 남았을 뿐.

    다프네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누가 사령술로 본 드래곤이라도 만든거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어.”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사령술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게다가 고위급 언데드의 소환은 테러에 준하는 중범죄였다.

    소르비는 벌벌 떨며 이야기했다.

    “보, 본 드래곤이라니, 그게, 게 진짜야……?”

    소르비는 언데드를 질색했다.

    뼈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징그러웠기 때문에.

    “뭐, 그냥 가능성일 뿐이야. 일단 숲지기들을 소집하자. 긴급상황이니까.”

    ——

    그시각, 루크역시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이 마나의 흐름은…….’

    느껴본적 있는 마나의 배열에, 루크는 책을 덮고 일어서며 말했다.

    “파이, 그대인가?”

    -루크!

    파이는 통통 튀어오르며 창문을 때렸다.

    창문을 열어달라는 듯 한 그 모습에 루크는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화악!

    “흣……!”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자연의 마나로 이뤄진 폭풍.

    그 압도적인 마나에 루크는 살짝 정신이 아찔해져서 눈을 크게 떴다.

    “파이, 이것은 그대가 모아온 마나인가?”

    -루크,……!……?

    그러자 정령은 마치 잘했냐는듯이 자신의 손 위에서 위아래로 몸을 튕겼다.

    “허어…….”

    이정도 마나라면, 아마도 숲 전체를 돌아다니며 모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루크는 그 자그마한 정령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동안 정령이라면 무시했는데……. 그들도 사실은 마법사 못지않았구나.’

    본래 자연의 마나에서 태어나는 정령은, 자연의 마나에 대한 지배력 역시 타고난다.

    또한 육체가 없는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고 물리법칙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 두가지 시너지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수준의 마나를 모아올 수 있었던 것이리라.

    -루크!……!

    파이가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는것을 보며 루크는 피식 웃었다.

    “이것이 그대의 사과의 선물이라는겐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좋은 고음을 내는 정령.

    루크는 정령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미안했다. 그땐, 내가 마음이 조금 급했단다. 내 사과도 받아주겠느냐?”

    -……!

    마치, 물론! 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소리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이를 놓아주었다.

    이제, 선물을 받아야할 때니까.

    ‘이거라면, 오늘 2서클이 만들어질지도…….’

    루크는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명상을 시작했다.

    ——–

    루크숲의 숲지기들은 당직이건 아니건 모조리 호출되어 전열을 이룬채였다. 

    이 상황에서 명령권을 갖는 사람은 역시 가장 오랫동안 숲지기를 해온 예르나였다.

    “1팀은 저쪽을 경계하고, 2팀은 저쪽을 경계해. 나머지는 이쪽에서 방어하다가, 때를 봐서 합류하도록! 절대 도시에 영향이 가게 두면 안돼!”

    “옛!”

    예르나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인원들.

    “본 드래곤? 어떤 간큰놈이 루크숲에서 그딴짓을!”

    “모조리 도륙을 내주마!”

    “아, 아침부터 진짜. 그놈들은 잠도 없나?”

    그런 식으로 투덜거리는것으로 긴장감을 풀어내는 그들을 보면서, 예르나도 자리를 잡고 경계를 시작했다.

    ‘루크는 괜찮을까?’

    “다프네, 너는 루크한테 가서 피난 좀 부탁해.”

    “알겠어요, 예르나언니.”

    다프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에 올랐다.

    이럴때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연락으로 안부를 알 수 있었을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좋아. 준비는 끝났어. 이제…….”

    삐익……!

    “응……?”

    그동안 계속해서 울려대던 숲지기용 단말에서 갑자기 붉은색이 사라지며 소음이 멈추었다.

    “뭐야?”

    갑자기 조용해진 단말에 다들 당황하여 허둥댔다.

    “이렇게 갑자기 마력반응이 사라져도 돼?”

    “뭐지? 은신인가? 몬스터는 어디있어?”

    모두가 당황한 순간.

    예르나는 침착하게 외쳤다.

    “일단 경계를 늦추지 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하지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자그만치 반나절동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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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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