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

       파스텔은 흥얼거리며 최고급 면포를 선창으로 옮겼다. 가득 쌓인 면포 위에 새 면포가 놓였다.

         

       “악마님! 악마님!”

         

       양팔을 파닥였다.

         

       “선창이 가득! 완전 가득! 선창이 가득해요! 그렇다는 거죠! 선창이 가득하다는 얘기예요!”

         

       우와우와.

         

       “악마님! 악마님!”

       『……듣고 있다.』

         

       대충 답한 악마가 이마를 짚고 혼자 고심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밀무역을 처음부터 권했으면 안 됐어. 하지만 마석 식사를 감당하는데 다른 방도가 있었나? 지속 가능한 큰 돈벌이는 단기간에 불가능해.』

         

       악마가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크래프트 가문이 멀쩡했으면 손쉬웠을, 아니 내가 왜 크래프트 따위가 멀쩡했길 바라야 하는 거지. 어쩌다 이렇게 된…….』

       “악마님! 악마님! 선창이! 선창이!”

         

       파스텔은 손으로 악마를 가리켰다.

         

       악마가 돌아보고 당황했다.

         

       아 정마알.

         

       “선창이! 어서요! 어서! 선창이!”

         

       악마가 의도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득하다?』

       “맞아요! 정답! 정답!”

         

       파스텔은 만세 했다.

         

       “선창이 가득해요!”

         

       오예.

         

       몸을 빙글빙글 돌렸다. 돌아가는 시야 전체에 밀무역품이 가득 보였다.

         

       “우와아!”

         

       아카데미 비공정의 창고가 전부 차 버렸다.

         

       “다음 밀무역은 더 큰 비공정으로 해야겠어요! 아자아자! 파스텔 화이팅!”

       『벌써부터 다음번을 기획하지 마…….』

         

       악마가 힘 빠진 어투로 중얼거렸다.

         

       파스텔은 악마의 팔을 잡아채고 달렸다.

         

       “출발! 출발!”

         

       비공정 복도를 쌩쌩 달려 조타실에 도착했다.

         

       둥근 나무 조타륜을 진중한 얼굴로 붙잡았다.

         

       “선장 파스텔, 출항을 선언합니다!”

         

       조타륜을 힘차게 돌렸다.

         

       “으랴! 으랴! 으랴!”

         

       조타륜이 팽글팽글 돌아갔다.

         

       팽글팽글팽글.

         

       악마가 그걸 보다가 몸을 돌려 조타륜 전면에 있는 작동기기를 조작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작은 마법진들이 빛을 냈다. 마석이 연쇄 반응하자 비공정이 천천히 떠올랐다.

         

       “으랴! 으랴! 으랴!”

         

       파스텔은 조타륜을 정신 없이 돌렸다.

         

       팽글팽글팽글.

         

       악마가 나침반과 지도를 잠시 살폈다. 그리고 작동기기를 조작해 방향과 높이와 속력을 세밀히 조정했다.

         

       『흠, 다 됐군.』

         

       비공정이 하늘길을 타고 항행을 시작했다.

         

       선장 파스텔은 열심히 돌리던 조타륜에서 손을 뗐다.

         

       소매로 이마를 훔쳤다.

         

       “후우, 너무 어려웠다.”

         

       이것이 선장의 책임?

         

       출항 한 번에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네.

         

       악마가 돌아봤다.

         

       『그건 어차피 작동 안 하긴 하지만 그래도 비상용 조타륜이니 너무 가지고 놀지 마라. 고장 나면 비상시에 곤란해.』

       “네에.”

         

       선장 파스텔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대답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선장은 선원의 말을 듣지 않는 법!

         

       파스텔은 선장의 본분에 충실해지기로 했다.

         

       악마님 말 안 들을래.

         

       다음에도 돌려야지.

         

         

         

       #

         

         

         

       파스텔은 난간에 기대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하늘 저 너머에 해적 비공정이 떠다녔다.

         

       해적선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망원경을 들고 이쪽을 관찰하는 해적이 보였다.

         

       해적선이 나타난 지 몇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해적선은 거리를 두고 항행하며 이쪽을 계속 관찰했다.

         

       몇 시간 동안 으아아거리고 덜덜 떨던 파스텔은 이쯤 되자 지쳐서 그냥 물끄러미 해적선을 바라봤다.

         

       망원경 든 해적과 시선이 마주친 것도 같다.

         

       안녀엉, 해적 여러분.

         

       더 보다가 망원경을 내렸다.

         

       “뭐 하자는 걸까요?”

         

       앞치마를 걸친 악마가 그릇을 들고 주걱으로 우유 크림을 휘젓다가 해적선을 바라봤다.

         

       『아마 경계일 거다. 네 무력이 꺼림칙하니 무슨 의도인가 지켜보는 거겠지.』

       “저러다 다른 해적선을 불러 같이 습격하지 않을까요?”

       『망원경 줘봐라.』

         

       악마가 크림 그릇을 넘기고 망원경을 받아 갔다.

         

       『느슨한 경계심에 빈둥대는 모습인가. 전투 전의 태도 같진 않군.』

       “연기라면요? 제가 해적들을 죽였으니까 철저한 보복을 하러 온 거죠.”

         

       으아아.

         

       냉정한 현실이 덮쳐온다.

         

       『넌 본인 외견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네 삶의 절반은 외견 덕분에 굴러가는 거다.』

         

       에.

         

       똑똑한 머리 덕분이 아니었던 거야?

         

       충격.

         

       『애한테 얻어맞았다고 병력을 끌고 오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짓도 드물어. 하물며 먼저 덤벼놓고 말이지. 증원을 요청했다가 동료 해적에게 조롱만 듣기 딱 좋겠군.』

         

       악마가 망원경을 내렸다.

         

       『그래도 만약이 있으니 오늘 식사는 갑판에서 할까. 간단하게 코코넛 크림 파이를 할 생각이다. 더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말해라. 만들어 줄…….』

         

       악마가 망원경을 돌려주고 크림 그릇을 받아 가려 했다.

         

       그러다 주걱을 물고 입가에 휘핑크림을 덕지덕지 묻힌 파스텔을 발견했다. 크림에 마석 가루가 대충 뿌려져 있었다.

         

       파스텔의 눈이 동그래졌다.

         

       “허억, 언제 입에?”

         

       말과 다르게 입은 우물우물.

         

       “우와우와! 악마님! 휘핑크림 완전 맛있어요! 부드럽고 달콤해요! 요리 실력 완전 최고!”

         

       악마가 파이에 쓰였을 크림을 보다가 하늘을 올려봤다.

         

       『그래, 많이 먹어라. 다시 하면 되니…….』

         

       어쩌다 인생이 이렇게 됐는지 고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마 뒤 파스텔은 식사까지 마치고 난간에 다시 섰다.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악마님 말대로 경계하다가 그냥 갔네요. 겁먹을 필요가 없었어요!”

         

       오예.

         

       이대로 마계까지 직행!

         

       하지만 운이 따르진 않았는지 한참을 항행하자 이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하늘 너머에서 해적선이 뒤쫓고 비공정이 도망쳤다.

         

       오잉.

         

       왠지 익숙한 비공정이다.

         

       관찰하자 아카데미 정박장에서 봤던 비공정이었다. 아카데미 소속 비공정이다.

         

       허억.

         

       “악마님! 악마님! 선량한 피해자예요! 도, 도와줘야 해요! 도움 절실!”

         

       파스텔은 말을 더듬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으아아, 해적.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걸어가야 하는 내 인생.

         

       악마가 무심하게 추격전을 바라봤다.

         

       “무시해라.”

         

       뭐라고요?

         

       “애한테 구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염치없는 짓이다. 괜히 위험을 자초하지 마. 네 인생은 길다.”

         

       으에?

         

       완전 악마 같은 조언!

         

       파스텔은 정신이 혼란해졌다.

         

       도, 도망쳐야 하나? 사람이 위험한데 그래도 되는 거야?

         

       저택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전투 때마다 움직이는 생존본능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하, 하지만 해적 무서운 거 맞고.

         

       난 딱히 잘못한 거 없고…….

         

       양심이 찌르르.

         

       이것이 삶의 딜레마?

         

       으아아.

         

       인생 너무 어려워 파스텔……!

         

       삶을 앞선 자가 부정하고 양심이 긍정하는 상황엔 어떻게 행동해야 하죠?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해야 하죠?

         

       사실 고민 따윈 필요 없었다.

         

       관찰 대상에 불과했을 비공정이 전력으로 날아왔으니까.

         

       에.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저쪽에서 속도 조절을 해도 결국 충돌하겠군. 난간을 꽉 잡아라.』

         

       직후 비공정과 비공정이 빗겨 충돌했다. 굉음이 울렸다. 충격이 비공정을 강타하고 뒤흔들었다.

         

       “으아아!”

         

       파스텔은 난간을 꽉 잡았다. 몸이 튕겨 나가려다가 붕 떴다.

         

       “우와악!”

         

       파스텔 난다아.

         

       충격이 가시고 파스텔은 갑판을 굴렀다. 분홍 머리가 뒤엉켰다.

         

       구와악.

         

       『괜찮나?』

       “네에.”

         

       악마가 마검으로 변했다.

         

       『다행이군. 그럼 전투를 준비해라.』

         

       파스텔은 검을 쥐고 비척비척 일어났다.

         

       인생 너무 어려워.

         

       충돌로 밀착된 비공정의 선내에서 마법사가 황급히 뛰쳐나왔다. 혼자인지 다른 사람은 없었다.

         

       방패를 든 마법사가 서둘러 이쪽으로 건너왔다.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교, 교수님?!”

         

       호레이스 교수.

         

       학기 보고서의 최고 담당자.

         

       출항을 전에 학기 보고서를 알아보다가 몇 번 마주치기도 했다.

         

       “후작 각, 파스텔 학생? 혼자뿐인가?”

         

       당황한 호레이스가 이곳저곳을 살폈다.

         

       “혼자죠. 교수님도요?”

       “쓰읍, 미안하게 됐군.”

         

       순간 비공정이 다시 흔들렸다.

         

       “으앗!”

         

       해적선이 당도했다. 난간에 나무판자가 걸쳐졌다. 해적들이 무기를 빼 들고 판자를 밟았다.

         

       “쯧.”

         

       호레이스가 막대 지팡이를 꺼냈다. 방패가 파스텔에게 건네졌다.

         

       “엄호를 부탁하지! 시간만 끌어주면 돼!”

       “네, 네!”

         

       파스텔은 방패와 마검을 들고 호레이스 앞에 섰다.

         

       엄호?

         

       엄호는 어떻게 하는 거지?

         

       멍한 생각이 흘렀다.

         

       다 죽이면 되나?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순간 교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16획.”

         

       불길이 넘실거렸다. 분할되고 나뉘더니 16발의 탄환이 만들어졌다.

         

       지팡이가 거칠게 해적을 가리켰다.

         

       화염 탄환이 무수히 날아갔다. 해적선을 때리고 해적과 충돌하며 화염이 폭발했다. 판자를 건너오던 해적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비명이 울렸다.

         

       그 사이에 지팡이가 주문을 그리고 멈췄다.

         

       “16획.”

         

       새로운 화염 탄환들이 질주했다. 나무판자가 폭발하고 해적들이 해적선으로 밀려났다.

         

       에.

         

       파스텔은 깨달았다.

         

       아하.

         

       마법사 사기구나.

         

       그때 해적 몇 명이 해적선 난간에 기대 단발총을 꺼냈다.

         

       교수가 창백한 표정으로 외쳤다.

         

       “엄호!”

         

       아하.

         

       그래도 총 한 방에 죽는구나.

         

       총성이 연쇄적으로 울렸다.

         

       철탄환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왔다.

         

       파스텔은 방패를 들었다. 빠른 몸놀림으로 총알 궤적 하나하나에 들이댔다. 철탄환이 튕겨 나가며 불씨를 만들었다.

         

       “오! 이걸 다?! 이럼 확실히 이겼군!”

         

       교수가 감탄했다.

         

       그 말대로 몇 번 사격해 보던 해적들은 마법사의 허접한 방패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포기하고 해적선을 물렸다.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호레이스를 돌아봤다.

         

       이것이 자동소총 보유자?

         

       존경의 시선~.

         

       호레이스 교수가 이마의 땀을 훔쳤다.

         

       “본래라면 마법 몇 번 미리 선보이면 어련히 물러나는데 이번엔 안 그래서 큰일 날 뻔했군. 고맙네, 파스텔 학생.”

       “전 한 것도 없는걸요!”

         

       우와아.

         

       이것이 자동소총?

         

       실전을 겪으니 체감이 확 온다.

         

       그때 악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흠, 이 교수 수상하군. 대마법사도 아닌 마법사가 혼자 다니는 건 꽤 위험할 텐데? 마계엔 무슨 목적이지?』

         

       잉.

         

       악마님은 쓸데없는 걸 의심하시네.

         

       하지만 말 잘 듣는 제자는 스승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교수님, 마계로 가시는 거죠? 비공정 붙여서 같이 항행할까요?”

       “오, 그럴 텐가?”

       “그러죠! 그런데 마계엔 무슨 일로 가세요? 혼자는 위험하지 않아요?”

         

       호레이스 교수가 평온한 질문을 듣고 멈칫했다. 얼굴에 은근한 긴장이 감돌았다.

         

       “재학생의 원활한 학술 연구를 위해 조사 목적으로 방문하는 걸세. 학업을 위한 일에 교수가 위험을 따질 순 없지.”

         

       잉.

         

       어디서 들어본 듯한 공무 목적인데?

         

       오잉.

         

       파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호레이스의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오이잉.

         

       완전 수상.

         

       “그렇군요.”

         

       파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잽싸게 몸을 돌렸다.

         

       “교수님 비공정 좀 구경할게요!”

         

       발소리가 두다다.

         

       와아아!

         

       “자, 잠깐! 파스텔 학생, 잠깐만! 할 얘기가 있네!”

         

       황급히 뒤쫓는 교수를 무시하고 교수의 비공정으로 건너갔다. 선내를 광속으로 질주해 선창에 당도했다.

         

       “으랴아!”

         

       선창 문을 벌컥 열었다.

         

       보이는 건 가득가득 담긴 무역품들.

         

       허억.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으아아.

         

       밀무역……!

         

       사악한 범죄가……!

         

       교수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따라왔다.

         

       “오, 오해일세! 전혀 아니야! 오다 우연히 주웠을 뿐이네! 주웠어!”

       “하늘에서 어떻게 우연히 주워요!”

         

       역으로 찔린 파스텔은 다다다 소리쳤다.

         

       “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이런 사악한 일을! 교수님! 정의로운 학생회로서 밀무역은 용서할 수 없어요! 절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한 팔을 번쩍번쩍 들었다.

         

       “밀무역 타도! 밀무역 타도!”

         

       밀무역과는 한 톨도 연관되지 않은 학생회가 나서겠습니다!

         

       “아니, 아니! 잠시만 기다리게! 완벽한 오해야! 해명할 수 있어! 잠시만 시간을 주게!”

       “어서 말해보시죠, 이 사악한 범죄자!”

       “들어보게! 정말 우연히 주운-.”

         

       호레이스 교수가 땀을 흘리며 변명하다가 멈칫했다. 교수까지 할 정도로 똑똑한 두뇌가 엄청난 가능성을 떠올린 듯했다.

         

       교수가 묘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자네는 왜 혼자 다니나?”

       “밀무역 타도! 밀무역 타-.”

         

       허억.

         

       파스텔은 숨을 들이켰다.

         

       묘한 눈빛이 강렬해졌다.

         

       “그, 글쎄요오.”

         

       파스텔은 어색한 휘파람을 불었다.

         

       호레이스 교수가 표정을 바꾸더니 대뜸 달렸다.

         

       “자네 비공정이 궁금하군! 잠시 구경하지!”

         

       발소리가 두다다.

         

       으아아.

         

       “잠깐만요! 교수님! 교수님! 할 얘기가 있어요!”

         

       파스텔은 교수에게 매달렸다. 교수가 무시하고 그대로 파스텔의 선창으로 달렸다.

         

       선창이 벌컥 열렸다.

         

       보이는 건 가득한 밀무역품들.

         

       으아아.

         

       교수가 파스텔을 돌아봤다.

         

       “자네……?”

         

       파스텔은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오, 오다 주웠어요.”

         

       진짜임.

         

       구름 위에 놓여 있었음.

         

       교수의 눈빛이 변했다.

         

       “한두 번이 아니군?”

         

       허억, 완벽히 들켰다.

         

       이것이 교수의 두뇌?

         

       으아아.

         

       필기 수석 파스텔은 따라갈 수가 없어!

         

       교수가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나도 한두 번이 아니지!”

         

       허억?

         

       뭐라고요?

         

       교수가 파스텔의 양 어깨를 잡았다.

         

       “이건 신께서 점지해 주신 인연이군!”

         

       반짝이는 눈빛이 왔다.

         

       “학생회와 교수! 교수와 학생회! 우리가 함께라면 밀무역의 신이 될 수 있다!”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허억.

         

       밀무역의 신……?

         

       심장이 콩닥콩닥.

       

       나, 밀무역의 신이 될 수 있어?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은 애한테 뭔 제안을 하는 거냐.』

         

         

         

       #

         

         

         

       정의로운 학생회와 선량한 교수가 마주쳤을 때.

         

       마계 조력자인 프레스턴 조직은 평화롭지 못했다.

         

       프레스턴은 의자에 앉은 채 식은땀을 흘렸다. 땀방울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 방울이 허공을 날다 칼날에 튕겼다.

         

       “보스는 언제 오지?”

         

       혼자 프레스턴 조직을 쓸어낸 검사가 목에 칼을 들이댔다.

         

       “내가 보스인데.”

       “개소리.”

         

       칼이 목에 가까이 닿았다. 핏방울이 맺혔다.

         

       “너 같은 바지사장을 물어본 게 아니야. 혼자 서른 명을 학살한 소녀를 말하는 거다. 준기사급에 가깝겠지?”

         

       프레스턴은 굉장히 억울해졌다.

         

       아니, 내 조직인데.

         

       계속 늘어날 밀무역품을 완벽히 소화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조직의 덩치를 키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변두리의 약소조직 위주로 집어삼키며 세력을 키웠다.

         

       본래라면 이 정도로 단기간에 세력 확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위험하니까.

         

       하지만 정신 나간 학살 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무리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역시나 탈이 났는지 적대 약소조직에서 무리하게 준기사급을 고용한 모양이었다.

         

       아니, 준기사급의 벽에 막힌 용병인가.

         

       뭐가 됐던 어린 소녀에겐 위험할 상대였다.

         

       칼이 협박하듯이 움직였다. 날을 타고 핏물이 흘렀다.

         

       프레스턴은 억지로 미소 지었다.

         

       “보스는 언제 올지 몰라. 만나고 싶다면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생각하던 검사가 검을 회수했다.

         

       검이 거칠게 테이블에 내리꽂혔다.

         

       검사가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다리가 꼬아졌다.

         

       “그럼 기다리지.”

         

       제발 오지 마라.

         

       학생답게 학교에서 지내.

         

       프레스턴은 간절히 빌었다.

         

         

         

         

         

       

       

    다음화 보기


           


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