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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흑도(黑道).

         

       어쭙잖게 배운 무공으로 마을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시정잡배들이 모여 일군 세력을 일컫는다.

         

       “그런 흑도 놈들의 특징이 뭔지 알아?”

         

       백우진의 물음에 두 사람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쓰레기?”

       “이, 인간 이하…?”

         

       어…, 그것도 일단 맞기는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매운맛 답변에 얼얼함을 느낀 백우진의 혀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놈들이 기회주의적이고, 탐욕주의적이라는 거야.”

         

       아무리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제 자신을 그럴 듯한 직책에 올려놓는다 한들 그들의 근본은 여전히 마을 뒷골목에서 만만한 사람들 주머니나 털어먹는 시정잡배에 지나지 않는다.

         

       놈들은 기회주의자다.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고, 동시에 한 번 털어먹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 탐욕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러한 성향은 옷을 바꿔 입고, 직책을 달고, 소속을 갈아치우는 정도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뼈를 깎고, 도려내야만 없앨 수 있는 성질의 것인데, 흑도들에게 그런 독심이 있을 리가.

         

       “난 이 부분을 건드릴 생각이야.”

       “어떻게?”

       “아까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신 두 놈.”

         

       왕종구와 백모사.

         

       백사파의 두목과 부두목.

         

       1인자와 2인자.

         

       백우진은 손뼉 치듯 마주한 두 손바닥을 떼어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는 거지.”

         

       백우진이 보아온 세상의 ‘부’들은 그랬다. 일단 직책 앞에 ‘부’라는 글자를 달고, 제 앞에 상관을 하나 두고 있는 놈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하나 같이 역천을 꿈꾸는 반골들이었다.

         

       모두가 제 앞에 있는 이가 고꾸라지길 원했고, 성격이 지독한 이들은 직접 손을 써서 그들이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왜냐고? 당연히 자기가 1인자가 되기 위해서, ‘부’라는 멋없는 글자를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백모사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분명 보았다. 제 의형인 왕종구를 깍듯이 모시는 듯하면서도 차마 숨기지 못한 탐욕이 간헐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백모사의 두 눈을.

         

       “언제든 뒤통수칠 준비가 되어 있는 놈이야.”

         

       그런 놈이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단순히 제 힘이 왕종구가 지닌 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터.

         

       “그러니까 우리가 녀석의 힘이 되어주는 거지.”

         

       그 와중에 찾아온 백우진은 최고의 패가 될 수 있다. 섬서백가의 차남이자 그 스스로도 고수로 보이는 이가 백모사의 편을 들어주겠다고 나선다면, 그로 인해 방주의 세력을 밀어낼 수 있는 확신이 선다면.

         

       “절대 가만히 안 있을걸.”

         

       백모사가 방주에 대한 욕심을 지니고 있는 한, 언제고 벌어질 일이었다. 백우진은 이를 앞당겨 두 세력을 충돌시켜 공멸하게 만들 셈이었다.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를 풀 요량이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될까?”

       “부방주가 조금만 새, 생각이라는 걸 한다면…, 안 넘어올 수도 있어요….”

         

       신예화와 제갈연지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걱정을 내비췄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무리 백우진이 도와주겠다고 한들, 두 파벌이 부딪치는 순간 죽고 다치는 이들은 생길 테고 그것은 곧 세력의 약화로 이어질 터.

         

       마을을 꽉 잡고 있기 위해선 압도적인 무력이 필수인데, 이를 염려한 백모사가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한 그림이었다.

         

       허나 백우진은 자신이 있었다.

         

       “넘어올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앞서 말했듯, 흑도 놈들은 기회가 오면 그것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쓴다.

         

       백모사는 흑도 놈들 중에선 그나마 인내심이며 생각이 깊어 보였지만 그래봤자 흑도였다.

         

       살랑살랑 흔드는 떡밥에 넘어오지 않는다면? 그보다 큰 떡밥을 만들어 던져주면 된다.

         

       생각을 마친 백우진이 조금 전보다 생기 있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출발하기 전에 내가 두 사람에게 했던 말, 기억하지?”

         

       임무 수행 중 내가 하는 말은 곧 법이라는 거.

         

       “그, 그랬지.”

       “네에….”

         

       두 사람의 얼굴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 * *

         

         

       기세 좋게 작전을 수립하긴 했지만 밥을 익히기 위해선 뜸을 들여야 하듯, 계획을 시작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하하! 기분이 너무 좋구만 그래.”

       “저도 그렇습니다!”

         

       친밀도를 높일 시간이 말이다.

         

       거나하게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백우진이 특유의 몽롱한 시선으로 백모사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왕 아우도 참 좋은 동생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네가 조금 더 마음에 들어.”

       “그, 그렇습니까?”

         

       마냥 좋아할 수 없어 억지로 입꼬리를 적당히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어도 백 씨 성을 가진 사람을 보면 뭐랄까…, 내적 친밀감? 그런 게 자연스럽게 생기더란 말이야.”

         

       흑도 놈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핵심을 꿰뚫는 말을 했다간 겨우 좁혀둔 거리가 단숨에 멀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암시를 걸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핵심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언제든 이 형님의 힘이 필요하면 얘기하도록 해! 내 발 벗고 나서줄 테니.”

         

       형제 좋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안 그런가?

         

       하하하하!

         

       “이 아우, 말씀만으로도 정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곤 백우진을 따라 웃는 백모사의 얼굴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욕망이 잔불처럼 남아 요요히 타오르고 있었다.

         

       백우진이 백모사와 단 둘만의 술자리를 가지며 친목을 다지고 있을 때, 신예화와 제갈연지는 왕종구와 함께 다과 시간을 즐기는 중이었다.

         

       “하하하! 이거, 어여쁜 두 소저와 함께 차를 마시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호호, 저희도 왕 방주님처럼 호탕하신 분과 함께 해서 좋네요.”

       “그렇습니까! 하하!”

         

       웃을 때마다 방 내부가 쩌렁쩌렁 울리는 탓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백 형님께선 두 분을 두고 어디를 가신 겁니까?”

       “아…, 백 공자는 백 부방주와 함께 기루에 간다고 들었어요. 맞죠, 제… 아니, 연 소저?”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제갈연지의 싸늘한 시선이 신예화에게로 향했다.

         

       연기를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냐는 핀잔어린 시선에 신예화는 불퉁한 시선으로 맞대응하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왕종구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으음, 이거 참…. 백 형님께서 부방주만 데리고 갔단 말입니까.”

         

       어째서 자신을 놔두고 둘이서만 기루에 갔을까.

         

       온갖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흑도에게 방심과 신뢰는 죽음과 같다.

         

       왕종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백사파 설립 이전부터 함께 해온 백모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는 백모사가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백사파가 조금 더 커지기 위해선 그의 뛰어난 수완이 필요했기에 은밀한 감시 속에 놔두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고 때가 되면 녀석의 숨통을 죄어놓을 생각이었건만, 분위기가 묘해졌다.

         

       ‘좋지 않군.’

         

       왕종구는 처음으로 머릿속에 경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만약 백모사가 백우진을 구워삶아 제 편으로 삼아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절대 안 된다.’

         

       무려 섬서백가다. 오대세가에 끼진 못했지만 그들 중 하나의 세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그 자리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문.

         

       그런 이를 적으로 돌린다는 건 간과 쓸개를 밖으로 내놓고 다니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었다.

         

       “저어…, 두 소저께서는 혹시 백 형님과 우리 부방주가 왜 따로 나갔는지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제갈연지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단순히 친목을 다지러 나가신 게 아닐까요. 함께 나가시는 두 분이 굉장히 친해 보였거든요.”

       “으음…, 그렇습니까.”

         

       좋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날카로운 비수가 이쪽을 향해 서서히 조여오고 있는 듯한 압박감이 그의 몸을 일으켰다.

         

       이러다 내일 당장에라도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불안함을 더욱 자극시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두 사람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인 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두 분! 잊고 있었던 급한 일이 떠올라 가봐야겠습니다.”

       “아! 저희가 바쁜 분을 붙잡고 있었네요.”

       “얼른 가서 일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 무례는 다음에 자리를 따로 만들어 벌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애써 점잖은 척 여유 있게 나가는 듯했지만 문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빨라지는 왕종구의 뒷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연기가 제대로 먹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파(氣波)를 이용하여 왕종구가 저 멀리 떠나갔음을 인지한 제갈연지가 입을 열었다.

         

       “신 소저, 연기를 그렇게 어색하게 해야겠어요?”

       “처, 처음인 걸 어떡해요 그럼!”

       “적어도 연습 정도는 하셨어야죠.”

         

       신예화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하, 한 거거든요?!”

       “어머, 더 최악이네요.”

       “이잇…!”

         

       뭐라고 한소리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냈다. 자신의 연기가 어색한 건 사실이었고, 반대로 그녀는 무척이나 능숙하게 대사를 읊었으니.

         

       “그런데 정말 이걸로 계획이 성공할까요.”

         

       화제도 돌릴 겸, 우려하고 있던 문제를 화두로 던지자 제갈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실제로 왕종구는 벌써부터 긴장하여 찻잔을 채 비우기도 전에 부하들을 단속하기 위해 별채를 나서지 않았던가.

         

       “위기를 느낀 왕종구는 대놓고 백모사를 견제하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그 견제를 느낀 백모사는 위기감을 느끼겠죠.”

         

       이대로 가면 자신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백모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단 하나.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온 백우진을 끌어들여 부족한 힘을 충당한 뒤, 자신이 당하기 전에 왕종구를 먼저 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두 개의 파벌로 나뉜 백사파는…, 무너지게 되겠죠.”

         

       어느 쪽이 승리하든 말이에요.

         

       제갈연지가 내뱉은 마지막 말에 신예화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토리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제일은 연참이라고 들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스토리 진행하고, 빌드업도 착착 하고, 전체 화수의 5% 가능하다는 19씬도 도전하고,,,!

    가야 할 길이 머네요.

    여러분이 쭉 함께 해주신다면 더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월요병 겪으며 하루 보내시느라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댓글, 추천, 알림 설정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P.s

    이번에 후원 주신 RavD님, 메시지로 보내주신 아재 개그 잘 보았습니다,,,!

    제 취향이라 저도 모르게 웃고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읍니다,,,

    그리고 공중도덕 님,,,!

    후원 정말 감사드리고, 저도 작가님 작품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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