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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최근 들어 묘한 기류가 흘렀다.

     

    “…?”

     

    아침밥으로 아르윈이 요리해준 식사를 이어가던 중, 조용해진 식탁 분위기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팍!

     

    -툭!

     

     

    그러자 동시에 아르윈과 네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들이 장시간 나를 말없이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쯤이야 그들의 반응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모르겠는 것은 그 이유였을 뿐이다.

     

    어떠한 이유로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혹시나 내가 잊은게 있나 머리를 뒤적여보았지만, 찾을 수 있는게 없었다.

     

     

    “…”

     

    나는 유일하게 멋쩍은 미소를 지은채 나를 바라보던 시엔과 눈을 마주할 뿐이었다.

     

    그녀에게 눈빛으로 그들이 이러는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시엔 또한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는척 발을 뺄 뿐이었다.

     

     

    나는 그 경직된 분위기에 눈치를 살피다, 주제를 돌리려 해보았다.

     

    “…그나저나, 시엔. 이제 몸은 괜찮아?”

     

    그녀가 출산한 이후, 나는 정기적으로 그녀의 몸상태를 확인했다.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 그녀인만큼 내가 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시엔도 애시당초 이런 내 관심을 좋아했으니 서로서로 나쁠게 없었다.

     

     

    시엔은 그 말에 미소를 짓다, 슬쩍 상의를 들어보여 제 배꼽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몸을 다시금 찾은 시엔.

     

    날씬한 복근조차 보일 정도다.

     

    아이를 낳은 몸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나를 따라 가벼운 운동을 이어나갔기에 다시 건강을 되찾은 것이기는 할것이었다.

     

     

    “보면 알잖아, 벨.”

     

    시엔이 뿌듯하게 내게 말해왔다.

     

     

    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짓고는 다시금 물었다.

     

    “날씬해진건 알겠는데, 몸은 괜찮냐는 거지.”

     

    물론 날씬해진것도 건강의 지표 중 하나겠으나, 시엔은 건강한 몸을 지닌채로 잔병치레가 잦았었다.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나로서는 확실히 따져보고 싶은 주제였다.

     

     

    “건강해, 베르그.”

     

    그때, 대답을 네르가 대신 해주었다.

     

     

    아까의 그 묘한 분위기를 지운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도 정기적으로 시엔님을 살피고 있으니까 확실해. 월경도 몇 달간 건강하게 주기적으로 하시고 계시고…식사도, 소화도 전부 자연스러우시고…이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거야.”

     

     

    의술에 능통한 네르의 말이니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둘째 가능한데.”

     

    그때, 시엔이 조용히 속삭였다.

     

     

    “…”

     

    “…”

     

    그 말에 네르와 아르윈의 움직임이 우뚝 굳는다.

     

     

    나는 동시에 눈동자를 굴려 아르윈을 올려다보았다.

     

    둘째는 분명 자신의 아이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전했던 아르윈이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그 말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

     

    아르윈도 어느새 나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다음 대답을 신중히 결정하라고 말을 하는 듯 했다.

     

     

    물론 이런 아르윈의 경고가 내게는 귀엽게만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 그녀가 삐질걸 생각하면 그리 무시할 수 있는 시선도 아니었다.

     

     

    나는 분위기를 풀고자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너무 급할 필요 없잖아, 시엔.”

     

    그리고는 시엔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나 또한 노력중이기는 했다..

     

    특히나 네르와 아르윈의 분위기가 또 한번 변해, 매번 안에만 사정을 하던 와중이었다.

     

    하지만 종족이 달라 그런지 말처럼 아이를 갖는게 쉽지는 않았다.

     

     

    이런 과정속에서 끝없는 압박을 당하니 나도 당황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너무 잦은 관계가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회복이 필요한데.

     

     

    매일 같이 네 번 이상은 관계를 가져야지만 놓아주는 아내들이었으니.

     

     

    나는 그제야 식탁 앞에 흐르던 묘한 분위기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네르와 아르윈은 경주중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째는 시엔에게 양보했지만…다음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이제야 전해져왔다.

     

    -푹! 푹!

     

    나는 급히 남아있던 음식을 입에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어색하게 목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었어?”

     

    시엔이 묻자, 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빵빵하게 입을 채워넣은채로 나는 자리를 피했다.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배운 난, 서늘한 분위기에 웃음 지으며 다리를 움직였다.

     

     

    .

    .

    .

    .

     

    나는 아르윈과 함께 웃음을 공유하며 그녀의 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자연스레 우리 둘만이 그녀의 방에서 함께하게 되었다.

     

     

    시엔은 아래층에서 무언가를 뜨개질로 만들고 있었고, 네르는…잘 알지 못했다.

     

     

    어찌됐든, 나는 아르윈과 함께 부둥켜 안고 있었다.

     

    나는 등받이가 깊이 기울어진 의자에 눕듯이 앉아있었고, 아르윈은 그런 내 위에 엎어지듯 누워 있었다.

     

     

    “정말이라니깐. 아침에 나갔는데 봤어.”

     

    “또 장난치시는거죠, 베르그.”

     

    “보여줘야 믿지. 정말 있었어.”

     

    “전 안믿을래요. 또 속아넘어가면 놀리려고.”

     

    서로를 가볍게 껴안은채로 우리는 행복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시콜콜한 대화조차도 그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기만 했다.

     

    나는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고, 아르윈은 내 가슴에 귀를 기댄채 내 심장박동을 듣는다.

     

     

    오늘만 해도 아침에 보았던 하얀색 사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던 와중이었다.

     

     

    “아르윈, 정 못 믿겠으면 내일부터 나랑 아침에 산책을 나가던지.”

     

     

    함께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가던중, 아르윈은 내 제안에 표정을 찌푸렸다.

     

     

    “…으음, 오늘이었으면 갔는데 내일이면 어려울 것 같네요.”

     

    “왜?”

     

    내일이든 오늘이든 차이가 날게 없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내일은 아침까지 할꺼니까요.”

     

    “…”

     

    하지만 이어지는 아르윈의 선언에 나는 몸이 굳었다.

     

    오늘밤에는 아르윈과 동침을 하는 날이기도 했다.

     

    내일 아침까지 하겠다니…벌써부터 그 고된 일정에 땀이 흐른다.

     

     

    분명 나도 관계를 가질때는 좋다. 행복하고, 그 열기에 빠져든다.

     

    하지만 시작하기까지가 문제다. 회복도 필요하고, 다짐도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었기에, 나는 목을 풀며 웃음으로 상황을 흘려넘겼다.

     

     

    “….하하.”

     

    그리고는 아르윈의 뒷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아르윈은 한번 올라탄 분위기를 놓아주지 않았다.

     

    잠시 방문을 살피는 그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

     

    나는 내 실수를 깨닫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아르윈은 기다랗고 도자기 같은 손가락을 들어올려 내 가슴에 조신하게 얹었다.

     

    그리고는 나를 간지럽히듯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내게 속삭인다.

     

    “그게 싫으면…지금 좀 할까요?”

     

    “…응?”

     

    “지금 좀 하면…내일 새벽까지 하는건 좀 생각해볼게요.”

     

    “…”

     

     

    나는 당장만해도 어젯밤 네르와의 격한 관계덕에 아직도 하반신이 웅웅 울리던 상황이었다.

     

    아르윈의 제안이 솔깃하지 않은건 아니었다만 당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없는걸 어떻게 쥐어짜낸단 말인가.

     

     

    나는 침을 삼키며 눈을 깜빡였다.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고민해보았다.

     

     

    ****

     

    네르는 옆방에 있을 베르그와 아르윈의 대화를 듣고자 귀를 벽에 딱 붙이고 있었다.

     

    아담을 돌봐주다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것이다.

     

     

    최근들어 아르윈과 그녀의 신경전이 발생하고 있었다.

     

    모든게 아담을 바라보는 베르그의 눈빛 때문이었으리라.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 했었다만, 그 마음이 그 눈빛에 극에 달해버렸다.

     

     

    그와 시엔의 사랑의 흔적을 뿌듯하게 보고 있는 베르그를 바라본다면 누구든 질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질투라 함은 아담에게 갖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 또한 비슷한 행복을 맛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오는 질투였다.

     

     

    자신과 베르그의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흰꼬리를 귀엽게 살랑이며 다가오는 아이.

     

    그 아이를 행복하게 바라볼 베르그를 상상한다면, 네르의 얼굴에도 끝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먼저 선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엔에게는 밀렸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이상은 안된다.

     

     

    아르윈보다 먼저 사랑의 흔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이유로 베르그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있지 않던가.

     

    네르 또한 자신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때까지 허리를 흔들고 흔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쉽게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네르는 아르윈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결국에 베르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서로 거짓이없었기에, 동류인 그들로서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었다.

     

     

    네르는 최근 베르그와 낮에도 관계를 갖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르윈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전쟁이었다.

     

     

    그리고 베르그와 함께 방에 들어간 아르윈이었기에, 아르윈이 행동을 옮기기 시작하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쫑끗!

     

    네르의 귀가 움찔하며 선다.

     

    집중을 하니 아르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싫으면…지금 좀 할까요?’

     

    ‘…응?’

     

    ‘지금 좀 하면…내일 새벽까지 하는건 좀 생각해볼게요.’

     

     

    “…읏.”

     

    네르는 입술을 부드럽게 깨물었다.

     

    말려야만 하는 상황이 그대로 발생했다.

     

     

    하지만 어떻게 저 행위를 말려야할까.

     

    사실 묘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방에 쳐들어가는 건 얼굴에 철면피를 깔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베르그를 구해냈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은혜를 입힌 상황속에서 그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

     

    그러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저 둘의 사이를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

     

     

    네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눈동자가 누군가에게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새 아담의 앞에 다 와 있었다.

     

     

    베르그를 반쯤 닮은 귀여운 인족 아이.

     

     

    하지만 당장은, 아담이 자신을 도와줘야만 할 듯 했다.

     

    색색 조용히 잠에든 아담을 네르는 내려다보았다.

     

     

    “…”

     

    그래, 따지고 보면 낮인데도 아담은 너무 많이 잤다.

     

    이러면 밤새 울며 시엔과 베르그를 괴롭힐게 분명했으니, 이제는 좀 깨워야할 시간이었다.

     

     

    -톡톡.

     

     

    네르는 아담의 볼을 부드럽게 누르며 속삭였다.

     

    “…아담, 잠시 일어나서…나 좀 도와줄래?”

     

     

    색색 거리며 일어나지 않는 아담을 보며 네르가 더 부드럽게 그의 볼을 눌렀다.

     

     

    “…아다암…일어나봐…이러다 엘프동생 생긴다…?”

     

     

    그제야 그 속삭임이 먹혀든것인지, 아담이 눈을 서서히 떴다.

     

    그리고는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네르는 미세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귀여운 아담의 모습에 미소를 흘렸다.

     

    이기적인 장난을 저질렀지만, 결국 이마저도 하나의 추억이자 행복이 될 일이었다.

     

    네르는 미소를 지으며 아담을 품에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속삭이며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 아담…”

     

    가볍게 웃음을 흘린 네르가 설명했다.

     

     

    “그래도 널 잘 따르는 예쁜 동생을 내가 먼저 낳아줄테니, 그걸로 봐줘.”

     

    -쿵!

     

    그 순간, 옆방에 있던 베르그가 나타났다.

     

     

    번들거리며 젖어있는 입술.

     

    아르윈이 그와 입술을 포개던 중이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빨리 행동해 다행이었다.

     

     

    네르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아담에게 말했다.

     

    “아빠 오셨다, 아담.”

     

    “…”

     

     

    하지만 베르그는 네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눈치 빠른 그가 고개를 갸웃이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담이 눈물을 터트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아담의 곁에서 그를 챙기고 있는 네르가 의심스러운 듯 했다.

     

     

    “혹시…”

     

    네르는 베르그가 보이는 작은 의혹에, 제발 저려 목소리를 높였다.

     

     

    “어? 뭐, 뭐가?”

     

    “…네가 깨운건…”

     

    “뭐? 내가 아담을 깨워? 내가 왜? 아, 혹시 내 발걸음 소리에 아담이 깼다면 내가 깨운거긴 한데, 의도를 가졌다거나-”

     

    “…큭큭.”

     

     

    하지만 이어지는 변명에 베르그는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어쩌면 조금 들켰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네르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베르그가 다가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네르는 입을 달싹이다 베르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런 말 없이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베르그의 모습을 볼때마다, 아이를 향한 열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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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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