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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공간을 벼려낸다는 것.

    그것은 원래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시가르마타가 공간을 부순것에 대한 여파가 남아있는 지금같은 시기에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이었다.

    차원의 파도, 그것이 현재의 차원과 타차원을 잇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공간이 안정된 후에 다시 시도를 해볼 수도 있긴 하지만, 그 영향은 시가르마타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려해볼 때, 1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럼 1년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단 말인가?

    1년은 마냥 기다리기엔 너무나 길다.

    1년 뒤에 차원의 파도가 안정되면 시가르마타가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차라리 이 영향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루크는 공간의 법칙에 대한 연구가 어느정도 결과를 내고 있자, 곧바로 리엔느 숲으로 향했다.

     

    ————

    루크는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리엔느 숲에 도착했다. 

    이번 실험도 결국은 비공개라는 소리다.

    결국 이러니저러니해도 자신이 하려는 것은 무허가마법, 일단은 규칙상 불법적인 행동이니 말이다.

     

    클래스마법은 그 효용성과는 별개로 제도적인 면에서 여러모로 귀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법사회의 구조상 그러한 규칙과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필요와는 별개로 마법사 개인으로서의 자율성은 크게 해치는 방식이다.

     

    실험 하나를 하는 데에도 필요한 모든 재료를 보고하고 일일이 위원회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니?

    그야말로 귀찮기 그지없다.

    여전히 서클 마법사의 관점에 익숙한 루크로서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나 불편했다.

     

    게다가, 허가를 받으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애초에 13살 전에는 3클래스 이상의 실습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다.

    현재 10살로 신분이 등록되어있는 자신은 어쨌든 월영석을 합법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연구소에 직접 의뢰의 형식으로 대리실험을 신청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차원에 대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고 만다.

     

    그렇게되면 자신의 차원에 담겨있는 물건을 보게 된 다른 마법사들이 자신의 차원을 과연 가만히 둘까?

    당연히 아니겠지.

    그 결과는 루크에게도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애매해진다.

    기껏해야 지분을 나눠 받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말이 안된다.

     

    애초에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던 것들을 어째서 타인과 나눠야 한단 말인가?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법사란 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미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에 대해선 욕심이 강하다.

     

    처음부터 스스로 타인에게 주려고 계획한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의 물건을 이유없이 베풀지 않는 것이 바로 마법사다.

    그것은 루크 역시 마찬가지.

     

    시루드에게 선물로 받은 월영석조차, 미련에 그냥 돌려줄 수가 없어서 이런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자, 준비가 되었다. 너는 준비되었느냐, 파이리스?”

    “응!” 

    루크가 많은 숲 중에서도 리엔느 숲을 굳이 고를 수 있던 이유는 바로 파이리스 덕분이었다.

    일단 막대한 마력이 필요하고, 그런 마력은 숲에 많으며, 리엔느 숲은 과거 시가르마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된 숲이고, 때문에 강렬한 마력흔 정도는 시가르마타의 흔적에 묻혀 제대로 알아볼 수 조차 없을 테니까.

    게다가,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마력 폭풍과, 시가르마타의 흔적이 남긴 드래곤피어 덕분에 몬스터도 없다.

    덕분에 숲지기의 감시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한 상태.

     

    장소로서는 최적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정말 오늘 언니를 도와주면 앞으로는 내 맘대로 메루루 볼 수 있는 거지?”

    “그럼, 물론이지. 앞으로는 네가 컴퓨터로 뭘 하든 방해하지 않으마.”

    “엄청 큰 아이스크림도 사주는거고?”

    “그래, 네가 양팔로 끌어안아야 할 만큼 아주 큰 걸로 사주지.”

    “정말로? 손가락 걸고 약속이야?”

    “그래, 그래. 약속이다.”

     

    파이리스는 기어코 루크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

     

    참,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굳이 새끼 손가락을 걸지 않더라도 자신은 분명 약속은 꼭 지키는데 말이다.

     

    뭐, 사실은 엊그제 파이리스와 컴퓨터로 살짝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딱히 ‘언제’ 비켜준다고 이야기하진 않았으니 약속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솔직히 파이리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을 것 같다.

    루크는 한차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공터 한가운데에 놓인 월영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튼, 내가 말하면 그에 맞춰서 숲의 마나를 저 월영석으로 끌어오면 된다.”

    “알겠어!”

    월영석의 주변에는 루크가 미리 설치해둔 비석과 마법진이 자리잡고 있었다.

    컴퓨터의 시뮬레이팅 결과로 알아낸 이론상 최적의 마법식.

     

    그러나 공간을 벼려내기 위해서 필요한 마나는 그야말로 막대하다.

    차원의 부하는, 그것의 몸집이 클수록 더욱 강하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는 차원의 파도가 그 부하를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시가르마타의 존재와 같은 거대한 차원을 움직이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차원은 조금 다르다.

    애초에 그 차원은 이 물질계에 속한 하위차원의 개념인데다, 그 규모도 시가르마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으니 말이다.

     

    그러니 차원의 파도에 대한 변수만을 조정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리고, 그 작업을 바로 컴퓨터가 보조하고 있다.

     

    루크는 흙바닥 위에 앉아 컴퓨터를 조작하던 손을 멈추고 곁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마나 그 자체를 조작하는 것에는 마법사 못지 않은 상위의 존재, 정령이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완벽한 시간, 완벽한 설계, 그리고 완벽한 재료.

    조금은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딱히 시루드에게 월영석을 가능한 빨리 돌려주기 위해서라는 핑계가 아니더라도 호기심 때문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조건이 갖춰지면 당장에라도 눈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지는 것이 바로 마법사라는 종족이 아니겠는가.

     

    비록 서두르는 바람에 실패를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원래 사람은 실패에서 배우는 법.

     

    루크는 직접 마력시로 관찰한 변수들을 컴퓨터에 입력하며 말했다.

     

    “자, 앞으로 20초다.”

    “알겠어, 20초.”

     

    이제 시계를 거의 완벽하게 볼 수 있게 된 파이리스는 루크가 나무에 걸어둔 시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짤깍, 짤깍,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지나가기 시작했다.

     

    20, 19, 18, 17, …그리고, 3, 2, 1.

     

    “지금!”

     

    루크의 외침과 함께, 리엔느 숲에 강력한 마력폭풍이 들이닥쳤다.

     

    —————

     

    “그만!”

    루크의 외침에 파이리스는 곧장 마력의 공급을 끊는다.

    마력폭풍이 걷히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부로 충격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미 충분한 조치를 취해두기도 했으며, 폭풍의 대부분을 마법으로 소모시켜 폭풍이 오래 지속될 이유도 없었다.

     

    “성공인가?”

     

    루크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루크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월영석으로 벼려낸 공간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공이구나!”

     

    검은 유리조각과 비슷한, 그러나 어떠한 빛조차 반사시키지 않는 완전한 어둠 그 자체로 보이는 조각이다.

    그것은 바로 달의 그림자를 벼려낸 ‘그림자/열쇠/검’의 주 재료인 떨어진 공간의 결정.

     

    하지만…….

     

    “성공하긴 했지만, 파편화 되고 말았군……. 흐음, 이건 못 쓰겠는데.”

     

    거의 손톱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게 부서진 파편.

    분명히 벼려내는 것은 성공을 했지만, 원하는 수준의 품질은 얻지 못했다.

     

    결국은 실패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서진 열쇠로는 문을 열 수 없으니까.

     

    ‘원인이 뭐지?’

     

    루크는 곧바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실패에서 배우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으니까.

     

    루크는 부서진 공간의 파편을 자세히 살피며 생각했다.

     

    다행히 마법식과 회로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일단 공간을 벼리는 것 자체는 성공했으니 말이다.

     

    품질에 대한 문제라면, 역시…….

     

    ‘오차가 생각보다 컸나.’

     

    분명 모든 계산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클래스마법의 문법에는 아직도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초문법은 곧장 목표를 향해 직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정당한 권한을 얻어 서클로 ‘찍어누르는’ 것과 완전히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오차에 훨씬 더 민감했던 것.

     

    “오차를 줄이기 위해선……. 더 빠른 연산력이 필요하겠어.”

     

    게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컴퓨터의 연산력으론 충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조금 더 정밀한 값을 넣어야 했던 것일까…….

     

    ———-

     

    몇번째 시도일까, 푸르렀던 하늘은 어느새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공간의 파편들은 계속 쌓이고 쌓여서 그나마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파편까지 키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걸론 부족하다.

    크기가 너무 작아, 차원을 가르기엔 너무나 얕다.

     

    오차를 조금씩 좁히고 있기는 하나, 역시 이 컴퓨터의 연산으론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재료가 자연적으로 떨어진 월영석이 아니기 때문일까?

     

     

    “언니, 나 이제 메루루도 보고싶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어. 언제 끝나?”

    “아, 조금만 더 참아주겠느냐.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해보지 않겠느냐?”

    “에에에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의 야매실험은 마침내 한계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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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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