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0

       충격적인 한마디.

         

       유세하를 넘겨라.

       소중한 애제자를 넘겨라.

         

       그 말에 돌처럼 굳어진 팽진아는 겨우겨우 반문했다.

         

       “…갑자기 왜…”

         

       검후는 대꾸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잖아. 이미 배울 수 있는 걸 모두 배웠다고. 사실상 지금의 너는 그에게 있어 아무것도 없는 쭉정이 아니니?”

       “……”

       “그 아이는 더욱 위로 올라가야 해. 그리고 나라면 더욱더 그 아이를 올려줄 수 있어.”

         

       내가 너보다 더 강하잖니.

         

       단언하듯 내뱉는 한마디.

       잔혹하기 짝이없는 한마디.

       팽진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음에 분해했다.

         

       팽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차오르는 반발심을 느꼈다.

       그 모든 감정을 부여 담으며,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카앙-!

         

       그것을 여유롭게 막아내는 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같은 검사들은 검으로 대화하는 법이지. 간다, 진아.”

       “…오십시오!”

         

       *

         

       캉-!

       카가각-!

       콰드득-! 챙강!

         

       계속되는 격돌.

       휘몰아치는 [패천검법].

       그리고 쉴 새 없이 막아내며 점점 아름다운 매화향을 퍼트리는 [이십사수매화검법].

         

       팽진아의 귓가로 매화검후의 말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명백한 도발이자, 사실의 말.

       지금의 너로서는 유세하의 천재성을 감당 할 수 없다는 말.

       절로 열이 뻗쳤지만 슬프게도 합리적이며 타당한 말들이었다.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어.”

         

       캉-!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났잖니.”

         

       캉-!

         

       “그 아이를 위해서도 놓아줘야 하지 않아?”

         

       캉-!

         

       팽진아는 조금씩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흔들리는 스스로를 느꼈다.

         

       절망했다.

       과거, 사저라면 유세하를 보고 욕심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현실로 드러났다.

         

       그러는 동안에도 검후의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은 차근차근 휘몰아치며 팽진아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점점 흔들린다.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는 도중 들려온 한마디가 절로 욱하는 심정을 일으켰다.

         

       “어차피 그래봤자 겨우 반년 정도밖에 안 된 인연이고 일개 생도잖아. 너랑 무슨 연이 깊다고 그래?”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하는 단명종이면서…왜 자기감정 하나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걸까요?

         

       검후의 말.

       수옥빈의 말.

       두 사람의 말이 하나로 합쳐지며 들려왔다.

         

       팽진아는 이를 악다물었다.

       들고 있던 검을 부서지라 움켜쥐었다.

       다른 그 어떤것도 반박 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이것 만큼은…

       이것 하나만큼은 당당히 소리 칠 수 있었다.

         

       “아닙니다.”

       “음?”

       “얄팍한 인연도, 그저 단순한 생도도 아닙니다.”

         

       유세하는.

       수제자는.

       하나뿐인 애제자는.

       그는…!

         

       “저의 소중한 존재입니다.”

         

       저의 희망입니다.

         

       “제아무리 사저라도 그를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팽진아는 단숨에 박차고 달려들었다.

         

       무모한 행동이었다.

       이판사판으로 돌진하는 행위.

         

       이것을 놓치지 않은 매화검후는, 완벽한 카운터로 되갚아 주려 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팽진아는, 검후의 카운터를 단 일합으로 압도하였다.

         

       “……!”

         

       평소 팽진아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아득히 벗어나는 일격.

         

       여기에 한 바퀴 몸을 돌렸다.

       마치 사냥감을 덮치는 호랑이 같은 기세로 검을 찔렀다.

         

       절대로 [패천검법]에서 보일 수 있는 초식이 아니었다.

       팽진아가 무의식중에 택한 검법이자, 활로이며.

         

       최종적인 선택.

         

       과거, 어머니에게 배웠고.

       그녀에 대한 원망으로 버렸던 [팽아호령검]의 초식이었다.

         

       [패천검법] 특유의 강과 쾌가 [팽아호령검]과 뒤섞여 전혀 다른 힘을 발휘했다.

         

       매화검후는 이것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틀림없었다.

       일순, 팽진아에게 보인 모습.

         

       검후, 위가령에게 있어 스승이자 언니이며 어머니와 같았던 존재.

         

       팽채린.

       전대 가주의 모습이 팽진아에게 겹쳐졌다.

         

       캉-!

       휘리릭-!

         

       검후가 들고 있던 칼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빙그르르.

       그대로 바닥에 깊게 꽂혔다.

         

       스릉-!

         

       팽진아는 검후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당당하게 소리쳤다.

         

       “제가, 제가 이겼습니다. 사저!”

         

       저는 지금 증명했습니다.

         

       아직 저의 검이 유세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아직 더 가르칠 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그를 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저의 애제자입니다!”

         

         

       * * *

         

         

       10초 뒤.

       팽진아는 정신을 차렸다.

       절로드는 의문 한 가지.

         

       ‘어…?’

         

       사저를 이겼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였다.

       그런데 이겼다.

         

       절로 드는 의문, 의심.

         

       ‘사저가 봐준 건가?’

         

       그런 생각.

         

       하지만 이것은 들려오는 검후의 말에 의해 단숨에 사라졌다.

         

       “아니야.”

       “사저…?”

       “난 딱히 봐주지 않았어. 평소 하던 대로의 힘. 그런데도 넌 지금 날 이긴 거야.”

         

       검후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빛을 찾은 모양이구나…”

       “……네?”

         

       팽진아는 반문했다.

       검후는 그런 그녀를 보며 양손을 모아 머리위로 올렸다.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틀림없는 사과의 의미였다.

         

       “후, 거친 말해서 미안해! 이렇게 해야 너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사저?”

         

       검후는 얼떨떨해하는 팽진아를 바라보았다.

       바닥을 향해 손짓했다.

         

       “우리 잠시 앉아서 이야기 좀 할까?”

         

         

       *

         

         

       오순도순 서로 앉은 두 사람.

         

       검후는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했다.

       유세하를 데려가려는 생각 따위 당연히 없다고.

       그저, 자극하기 위해서 언급한 말이라고.

         

       “…왜 그런 짓을…”

       “그걸 말하기 전에 우선…우리 진아. A급과 S급의 결정적인 차이는 뭐라고 생각해?”

       “…심상의 결의 아닌가요?”

       “그럼, 그 결의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까?”

         

       자연스러운 침묵.

       당연한 일이다.

       그걸 모르기에 팽진아는 아직도 A급에 머무는 거니까.

         

       “우리 진아는 사실 순수 능력치만 보면 이미 진작에 S급에 준하고도 남아. 오히려 기본 능력치는 나보다도 더 높지. 이건 내가 말해줬으니 알 거야.”

         

       “네, 알고 있습니다.”

       

        “네가 S급이 되지 못한 이유. 그것은 결의라고 말할 정도의 욕망이 없어서야.”

         

       “…욕망요?”

         

       “결의라는 게 사실 그리 크게 대단한 게 아니야. 그저 너 자신을 버려서라도 도달하고 싶은 마음. 그 무엇보다 강한 욕망. 나 같은 경우 누구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S급에 도달했어.”

         

       “……”

         

       팽진아는 잠시 침묵했다.

       힐끗힐끗 검후를 바라봤다.

         

       몇 년을 자매처럼 같이 자라온 사이이다.

       당연히 검후가 복수의 칼을 가는 남자가 누군지 잘 알았다.

         

       “말이 세었네.”

         

       검후는 설명했다.

       보통 S급은 극한의 경지에 오른 A급이 자연스럽게 벽을 허물고 도달하는 곳이라고.

       이게 되지 못하는 건 그냥 능력치, 재능 등의 부족이라고.

         

       “하지만 너는 정반대야. 매우 이례적인 사례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증오와 한을 담아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울분을 토해내며 달려왔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빨리 강해졌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을 버릴 정도의 강렬한 결의를 찾지는 못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울분은 결국 슬픔이거든. 그걸로는 안되지. 너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자신조차 버릴 정도의 강렬한 동기. 말 그대로 미쳐버릴 정도의 욕구가 필요했어.”

         

       “…그럼 설마 그때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응, 맞아.”

         

       검후가 팽진아에게 말했던 ‘넌 도대체 무엇을 위해 검을 휘두르니?’라는 그 한마디.

         

       그 이유 또한 팽진아가 찾기를 바랐던 거다.

       과거의 아픔을 버릴 정도로 강렬한 욕망을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거고.”

       “…네?”

       “유세하.”

         

       그 아이가 너의 새로운 힘이야.

         

       *

         

       팽진아는 멍때렸다.

       뭐라고 반문해야 하는데…

       부정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웃는 검후.

       하나하나 차근히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휘두르는 너의 검은 분명 허점투성이였어. 평소처럼 날카롭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았지.”

         

       하지만 무엇보다 강했다.

       일격을 받아내는 순간, 검후는 확신했다.

       그 찰나의 일격은 틀림없이 S급이었다고.

         

       “그 아이를 생각하며 결의를 다졌던 그때의 너는 S급이었던 거야.”

       “…그, 그런…고작 그거 하나 생각했다고-”

       “-겨우가 아니야. 진아.”

         

       제아무리 강력한 스킬.

       뛰어난 능력치.

       대단한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소유자의 정신과 심상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 하나의 힘이었다.

         

       여기에 팽진아의 마음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그건 틀림없이 사랑이야.”

       “……”

         

       팽진아는 말없이 검후를 바라보았다.

         

       약 5초.

       얼굴이 붉어졌다.

         

       약 10초.

       전신이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자연스럽게 부정을 표하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수옥빈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를 사랑하잖아요? 라는 말에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팽진아는.

       외골수 같던 그녀는…

       겨우 자신의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 아…”

         

       짧은 비명.

       툭 하고 건드리면 ‘펑’ 하고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는 얼굴.

         

       팽진아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머릿속에 유세하가 떠올랐다.

       그가 자신을 돌아본다.

       ‘스승님~’이라 말하며 웃어준다.

         

       팽진아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검후가 쿡쿡 웃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리 진아~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아주 진미네.”

       “사. 사저. 제발 아니라고 해줘요. 제발.”

       “응 맞아~넌 그 아이를 사랑해~그것도 그냥 단순히 제자로 여기는 게 아닌…한 명의 남자로 보고 있어.”

       “그, 그런…”

       “뭐가 문제인데.”

       “네?”

         

       검후는 옅게 웃었다.

       특유의 표정이 마치 수옥빈이 쓰게 웃는 것과 비슷했다.

         

       “나이 차이? 너 정도 실력자라면 죽을 때까지 젊음을 유지 할 수 있잖아? 수십 년이 지나도 너와 유세하군은 젊고 아름다울 거야.”

         

       “그,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도덕이니, 윤리니, 사회적 위치니, 언급하며 빼애액 소리를 지르는 팽진아.

         

       검후는 귀를 막았다.

       ‘하여튼 고집은…’하듯 바라보았다.

       이내, 내놓는 차선책.

         

       “그러면 이제부터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검을 휘둘러.”

       “네?”

       “장담하는데 계속 머릿속에 담기만 하여도 너는 지금보다 더더욱 강해질 거야. 그리고 알게 될 거야.”

         

       내가 확실하게 S급에 도착했구나.

         

       동시에 S급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구나.

         

       저 너머의 아득하기 짝이 없는 별들의 세상이 보이는구나.

         

       그리고…

         

       그 별들조차 뛰어넘는 공허라고 불리는 천체의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같은 S급이라도 실력은 천양지차.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 다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서로 나누자.”

       “……”

         

       팽진아는 검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깊게 탄식하였다.

       누군가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았다.

       닥쳐오는 얼얼함.

       그리고 충격.

         

       ‘내가…유세하를…’

         

       소중한 제자를.

       그 아이를…

       사랑?

       그것도 이성으로?

       남자로?

         

       절로 절망감과 걱정이 닥쳐왔다.

         

       ‘이, 이제부터 무슨 낯짝으로 유세하를 봐야 하는 거지?’

         

       여기에 불현듯 생각났다.

       타오르는 적발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동생 격인 인물, 주나용을 말이다.

         

       ‘잠시만…나, 그, 그러면…’

         

       주나용과 이제 연적인 건가?

         

       진짜로?

         

       10년 이상 알고 지냈던…

       사실상 여동생이나 다른 게 없는 그 아이랑?

         

       팽진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자신은 스승으로서도.

       교수로서도.

       아는 언니로서도…

       자격 실격이라고.

         

         

       *

         

         

       여러 부끄러움과 당황의 시간이 지나고 잠시 뒤.

         

       검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알려줄 게 있다고.

       그리고 이게 더 크다고.

         

       “고민은 많았어. 너를 끌어들이는 게 맞을까 하고. 하지만…이제 S급에 도달할 게 확실하니. 알려줘도 될 것 같아.”

         

       “…사저? 갑자기 무슨 말씀을-”

         

       “팽채린 언니.”

         

       “……”

         

       팽진아는 입을 다물었다.

       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을?

         

       “진아. 네가 알기로는 언니의 최후는…벽을 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악마와 계약.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다 돌아가셨다…라고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사저. 왜 구태여 어머니를 언급하시는 건가요. 사저에게도 좋은 기억은-”

         

       “-아니야. 그거.”

         

       “…네?”

         

       “아니라고.”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악마와 계약한 건 맞지만…그건 절대로 언니의 의지가 아니었어.”

       “…사저?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패배한 대가를 치른 거야.”

         

       매화검후는 고개를 돌렸다.

         

       평소 가느다란 실눈이 아니었다.

         

       똑바로 뜬 눈에는 증오와 복수심을 머금은 검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내, 내뱉는 한마디가 팽진아의 가슴 깊숙이 꽂혔다.

         

       “언니는…”

         

       살해당한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