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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이상으로 간단한 브리핑을 마칩니다. 질문 있습니까?”

        

       “없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미국에서의 첫 모의전 때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다들 시차에 먼저 적응할 준비부터 하세요.”

        

        

        

        도착까지 2시간.

        

        이젠 영화도 드라마도 질려버릴 절묘한 시점에 이어지는 프로게이머 본연의 업무. 다들 몇 개월 전부터 계속 VR 내에서 와일드하게 뛰어다니던 터라 좀이 쑤신 탓인지, 다들 굉장히 열정적으로 토론에 임하더라. 분위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 대화가 끝나고 난 뒤, 다이스가 실실 웃으면서 개인 메시지로 물어왔다.

        

        

        

       “유진 씨가 간식 너무 맛있게 드셔서, 다들 배부른데도 라면 하나씩 먹었던 거 알아요?”

        

       “그거 안타깝네요. 전 지금 하나 더 먹을 예정인데.”

        

       “와우….”

        

       “뭘 새삼스럽게.”

        

        

        

        그렇게 주문을 넣었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음식이 도착했다.

        

        국물은 시원했고, 면발은 탱글했다. 따스한 태양빛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지 위를 조금씩 비추는 모습을 배경 삼아 면발이 김을 피워대고 있었다. 아마 상대 속도로 보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라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다행히도, 내 식사량에 대한 언질을 미리 넣어준 덕분에 항공사 측에서 1등석 손님 수를 ‘조금’ 줄이고, 해당하는 무게와 얼추 동등한 무게의 식료품을 실었다나. 덕분에 더 이상 식사 제공이 어려울 것 같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슬슬 뉴욕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작해야 4년이라는 시간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무려 4년 8개월. 죽지 않기 위해, 그 이후로는 살아남기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정을 붙였고, 그 결과 뉴욕은 내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뉴욕 토박이가 듣는다면 조금 웃기긴 하겠지만.

        

        말이야 뉴욕 토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기억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사실상 길거리가 훨씬 더 익숙했을지도. 마트고 음식점이고 지하철이고 전부 운영을 안 하는데 무슨 추억을 쌓겠어.

        

        

        그렇게 밥까지 추가하여 알차게 간식을 즐긴 후, 스튜어디스가 따라준 블루베리 음료수를 입에 머금으며 바깥의 광경을 즐긴다. 미국을 횡단하는 하늘길이야 십수 번씩 왕복했지만 전부 여객기 고도 이상의 높이에서 여압복 입은 채였으니, 아주 지랄같았지.

        

        그 와중 다행히도, DARPA 산하 개발팀이 간신히 전용 여압복도 개발해준 덕분에 안정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했지만…이렇게 마음 편히, 그리고 몸도 편한 곳에서 도착을 기다리는 건 완전히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감회가 참으로 새로웠다.

        

        

        근데 그 와중 감상을 깨는 입방정 하나.

        

        

        

       “공항 나갔는데, 막 군악대 도열한 상태는 아니겠죠?”

        

       “그럴 리가 있나요.”

        

        

        

        얜 또 뭐래니.

        

        저어기 지구-473 정도, 좀비로 부활한 히틀러가 강령술로 스탈린을 따까리로 부리며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침공했을 때, 뱀의 신으로 각성한 나와 해신이 된 로렌티나가 가라앉은 아틀란티스를 다시 띄워 2천만 나치좀비 대군을 막아세웠으면….

        

        …뉴욕에 다 와가니까 아주 정신이 없나보다, 내가. 헛소리는 더 이상 그만 하도록 하고, 슬슬 착륙 준비를 하도록 하자. 천장에서부터 들려오는 안내 음성까지 감안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칸막이에 수납했던 옷들을 꺼내고, 기념품과 1등석 탑승 시 공짜로 주는 세면도구 등등을 캐리어에 알차게 챙긴 다음, 천천히 디센딩을 시작하는 비행기의 차창 너머로 케네디 국제공항의 전경을 눈에 담는다.

        

        관성과 엔진 역추진, 그리고 정지.

        

        

        

       “여기에 다시 오게 되다니.”

        

        

        

        다이스의 중얼거림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정들었던 비행기 1등석에서 내릴 시간. 비행기와 게이트가 완전히 도킹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공에서 보았을 때 화창했던 미 중부와는 다르게, 미 북동부에는 거센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어째 꾸무레했다. 당연히 그다지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날씨는 아니었다. 뉴욕에서 겨울에 작전할 때 보았던 날씨는 이딴 것밖에 없었기에.

        

        그래도 을씨년스럽다 못해 자연에 잠식되어가던 케네디 국제 공항이 아니라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면세점을 지나 심사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다이스와 하모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면서 덧붙였다.

        

        

        

       “잘 하고 와요.”

        

       “에엥, 유진 씨? 어디 가요!?”

        

       “내국인이니 내국인 게이트에 서야죠.”

        

        

        

        두 명의 말문이 막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비행기에서 영어로 대화하기 시간도 가졌고, 공부도 좀 했으니 어련히 잘 할 것이다. 캐리어 찾는 곳에서 보자고 말을 남기고 나선 이미 줄이 꽤 빡빡한 게이트에서 조금 기다렸고 – 차례가 금방 돌아왔다.

        

        누가 봐도 깐깐하게 생긴 대머리 심사관과 눈을 마주했을 때, 굳건한 눈매가 순식간에 살살 풀어지더니 호의가 가득 담긴 말투로 내게 물었다.

        

        

        

       “오, 드문 분이로군요. 여권 받았고…EM급 인증됐습니다. 미국엔 오래간만에 오셨나 봅니다?”

        

       “예, 아무래도. 이번에는 VRFPS 게임인 다크 존의 한국 국가대표로서 방문했죠. 3주간 체류한 후 1월 1일에 다시 돌아갈 겁니다. 타임스퀘어에서 신년은 맞고 가야죠.”

        

       “호,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즐기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이로군요. 체류 호텔은 어떻게 되죠?”

        

        

        

        그에 사전에 배부되었던 여러 인보이스를 보여주자, 그는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짧다면 짧은 입국 심사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하여 캐리어를 되찾는 곳에서 얼마쯤 기다리고 있자, 익숙한 두 인원이 ‘나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다’같은 느낌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만면에 띄우고는 당당하게 다가왔다. 뭘 잘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좋아하니 놔뒀지만.

        

        그렇게 캐리어까지 되찾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에서 붙여준 서포터이자 가이드가 앞으로 어디로 이동할 예정이라는 말을 남겼고, 버스 역시도 대절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돼지가 될 때까지 퍼먹은 이들이었기에 별도의 아침 식사는 생각도 안 했고, 그리하여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근데,

        

        

        

       “…어, 아는 사람들인가요…?”

        

       “…네.”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죠.

        

        북극곰을 닮은 한 명과 상어를 닮은 여인, 그리고 그 사이 끼어있는 금발 머리의 강인해보이는 중년 한 명까지.

        

        내가 누구보다도 믿고 의지했던 이들이 <WELCOME EUGENE>이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내게 웃음을 보내는 순간, 나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스케줄이 조금 변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양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유진 선수가 내포한 과거 경력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한 조치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확인한 후 납득 가능한 선이라면 긍정적인 대답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케네디 국제 공항에서 대기하던 리무진 버스에 탑승한 후, 브루클린을 지나 맨해튼으로 향하는 길. 하늘을 가득히 메운 묵빛의 구름에서 쏟아져나오는 눈발은 그칠 기색 없이 계속해서 뉴욕 위로 흩어진다.

        

        그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버스의 맨 뒷좌석, 한국 대표들의 시간을 조율하는 관리직이 미국 대표 매니저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으므로, 집음 기능을 통해 대략적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방향을 파악한다.

        

        초반의 어조로 보아, 한국 대표팀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대답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상의 완곡한 거절.

        

        그러나 전송된 데이터를 받아본 이후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상당히 심상찮다.

        

        

        

       “…이건, 잠시…아닙니다. 조금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습니다. 미 차기 대권주자분과의 식사라뇨?”

        

       “무책임한 발언이라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정치란 게 워낙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지 않습니까. 다행히도 첫 주의 절반 이상은 시차 적응을 위한 기간이니 운신 여유도 부족하지 않을 거구요. 상세히 확인해보고 연락 주시면 되겠습니다.”

        

       “…네, 추후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짐을 풀어야만 하기에.”

        

        

        

        여러가지로 바쁘구만.

        

        호텔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하여 커리큘럼을 짜는 건 당연했다. 물론 내일부터 스크림은 계속해서 열릴 예정이니 – 꼭 100명을 채우는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인원들만 – 미국까지 건너오며 상실한 감은 즉각 채울 수 있을 테니.

        

        물론, 매니저분에게는 상당히 미안하게도, 연락은 그 이후에도 끝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헨리 대통령(진)을 제외하고도 문의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는데, 한 다섯 번째 통화가 끝나자 조용히 문자가 왔다.

        

        

        

       -유진 대표님, 본격적인 경기 준비에 돌입하는 2주차 전까지는 자율 행동하셔도 됩니다. 간단히 주기적으로 위치만 일러 주시면 되니, 호텔에 짐 푼 다음 그동안 밀렸던 일정 보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나 역시 문자를 보냈다.

        

        

        

       -이해 감사합니다. 절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좀 여럿 있어서. 곤란한 일을 겪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힐끔.

        

        눈동자만을 돌려 주변을 확인하자마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다들 뭔가 이런저런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그 사이 스케줄 매니저가 다른 이들에게도 이번 주 동안의 내 부재를 즉각 적으로 알린 모양이다.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 아무래도 좀 미안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브루클린과 퀸스를 양분하고, 케네디 국제 공항을 관통하는 678번 도로를 타고 퀸스 대로를 타고 서쪽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허드슨 만으로 이어지는 강 중 하나인 이스트 강이 나온다. 이를 건너 직진하게 되면 맨해튼으로 돌입한다.

        

        여러 개의 애비뉴를 건너다 보면 우측으로 센트럴 파크가 보인다. 내 기억과는 다른, 진실로 평범한 공원. 여러 개의 헬리포트와 지하 HQ, 광학미채, 그 외에도 지하에 은닉해둔 데이터센터…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실로 앙상한 공원.

        

        그곳을 지나쳐, 얼마나 지났을까. 리무진 버스는 한 대형 호텔의 앞에 조심스럽게 멈춰선다.

        

        

        

       “라운지에서 키카드를 받으면 됩니다. 추후 브리핑 룸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릴 테니, 그 전까지는 방에서 대기하면서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유진 씨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요?”

        

       “점심 및 저녁에 근처 레스토랑 예약된 곳이 있어서, 잠깐 다녀올 예정이네요. 다음 날부터는 3일 가량 볼티모어와 워싱턴 D.C를 쏘다닌 후 다시 복귀할 것 같고요.”

        

       “알겠습니다. 부디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그러자 다들 눈에 띄게 아쉬워한다.

        

        이제는 구태여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는 두 명께서 외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올 때 피터루거 스테이크-!”

        

       “전 메로나!”

        

       “…아직 짐도 안 풀었거든요, 이 양반들아.”

        

        

        

        내가 가길 원하는 거야, 아니면 가지 말란 거야.

        

        뒤에서 코러스로 큭큭 웃어대는 미카엘, 갬빗, 잉크에게 알차게 승모근 마사지를 해준 다음, 로비로 들어가서 라운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사전에 마중을 나온 호텔 직원이 친절한 한국어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직원을 포함한 여섯 명을 라운지로 옮긴다. 이미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한 눈에 보아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고 있는 사이, 각자 하나씩 키카드를 받고는 복도를 걸어나갔다.

        

        작년에 온 이들보다 오늘 온 이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인 건 당연했다.

        

        

        

       “우와, 무슨 미술관도 아니고. 어째 여긴 바닥이랑 천장이랑 기둥이 전부 대리석밖에 없다냐.”

        

       “살다살다 게임 잘하게 되니 이런 곳도 다 와보는구나.”

        

        

        

        광고를 위해 입어야 하는 옷은 내일부터 바로 공수될 것이고, 멀티탭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 문물들은 원할 때마다 전달될 예정.

        

        그 모든 편의를 뒤로 한 채, 최소한의 짐 정도만을 싸온 캐리어를 내 위치로 보이는 곳에 조심스럽게 모셔둔다. 바깥에서 세 명 가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기에,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는 두 명과 짤막히 대화를 나눴다.

        

        

        

       “잘 다녀올게요.”

        

       “잘 다녀오세요.”

        

       “잘 놀다 오세요.”

        

        

        

        그걸로 끝이었다.

        

        스케줄 매니저에게 짤막하게 안부를 남긴 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다시 로비로 나오자마자 바깥에서 무광 도색이 된 SUV 한 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회전문을 지나며 침을 꼴깍 삼킨다.

        

        그동안 만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몇 번이나 고민했었지만, 결국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고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뿐이었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모습이 보이는 순간.

        

        목이 메이고 저절로 웃음을 짓게 되어버렸다.

        

        과거가 그 문을 벌리고 날 환영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뒷자리에 앉은 로렌티나였다.

        

        손을 겹쳐 잡고, 마치 스크림 첫 날에 그랬던 것처럼, 볼따구를 주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막내, 다시 만나기 참 힘드네요.”

        

       “…그러게요.”

        

       “그동안 잘 지냈죠?”

        

       “…네.”

        

        

        

        무슨 말을 할 지 고르던 그녀가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로건은 아무 말 없이 액셀을 밟았고, 선임관은 여전히 알기 어려운 표정으로 앞만을 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정적이 흘렀지만, 차량에 입력된 목적지는 이곳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내, 그녀가 웃으며 덧붙였다.

        

        

        

       “밥이라도 한 끼 먹자구요. 이제 해후는 언제든지 나눌 수 있으니까.”

        

       “거 참, 누가 보면 자기가 사는 줄 알겠어.”

        

       “오래간만에 꺼내온 자동차 안팎 싹 다 바꾸는데 누구 지갑이 열렸는데, 곰탱이 씨.”

        

       “네네, 어련하시겠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하나둘씩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죽음만을 몰고 왔던 하얀 눈발이었지만, 지금은 굵은 눈송이 사이로 사람들과 자동차, 그리고 불빛…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 살아있는 뉴욕이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짤막한 대화가 끝나고, 다들 한바탕 웃어제낀다.

        

        그 사이를 뚫고, 유일한 남성의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널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말 정도는 있겠지.”

        

       “…잘 모르겠습니다.”

        

       “복귀 신고 말이다.”

        

        

        

        아.

        

        하하.

        

        그제야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태스크포스 대거 소속, 중사 이유진. 12월 10일부로 복귀 완료했습니다, 오웬스 작전대 선임관 님. 이에 신고합니다.”

        

       “…원사 안토니 오웬스, 태스크포스 대거 작전대 선임관. 복귀를 환영한다.”

        

        

        

        길게 이어졌던 하나의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남은 것은 새로운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것뿐.

        

        거세게 내리는 눈 사이로 하나의 마침표를 남긴 채, 자동차는 뉴욕의 노면을 굴러가고 있었다.

        

        유달리 추웠지만, 어째서인지 춥지 않은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나 애기 유진

    드디어 합류해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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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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