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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 ***

         

       포달랍궁에 머물기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바쁘다면 바쁘고 한가하다면 한가한 나날들.

         

       오전에는 여일예와 무공을 연마하거나 당소열과 함께 쇠를 두드렸다. 오후에는 각지로 흩어진 무승들이 재료를 찾아오면 포달랍궁의 의원들과 함께 재료들을 확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공연을 하러 라사에 내려가고. 저녁에 시간이 나면 포달랍궁 내부에서 마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라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매일 흑묘의 손을 잡고 포달랍궁을 뛰어다니고 포달랍궁에서 마술을 펼치면 귀신같이 나타나 가장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정도로 활기차졌다.

         

       공연을 하러 갈 때면 흑묘의 손을 잡고 같이 라사로 내려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궁주 내외는 사라가 하고 싶은 대로 두기로 작정했는지 뭘 해도 응원만 할 뿐 말릴 기색이 없었다.

         

       덕분에 흑묘가 동생을 돌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흑묘 역시 사라가 싫지는 않은 모양.

         

       다만 흑묘의 머리카락은 조금 걱정이었다. 백색 기조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약간씩이나마 은색과 청색이 진해지는 것이 좋은 조짐으로는 보이지 않았달까.

         

       라노징부 역시 그 부분이 신경쓰였는지 흑묘의 무공을 봐 주겠다 자처했다.

         

       사라의 구음기를 흡수하는 것까지는 어찌할 수 없으니 구음기를 소화하고 활용하는 방법이라도 가르쳐 주고 싶다는 마음이겠지.

         

       스스스스…!

         

       구음기는 흑묘의 전투법과 잘 어울렸다.

         

       흑묘의 전투법은 주로 장영으로 공간을 장악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이었으니까. 수세를 떨치고자 상대가 공격해 들어갈 때 숨겨진 장영이 타격을 줄 수는 있으나 사실 효율적인 전투 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흑묘가 흑영기공에 장영을 뿌리며 싸우는 방식을 애용하는 이유는 바로 도주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기척을 죽인 적이 빠르게 도망치는데 사방에 숨겨진 장영이 남아 있다면? 추격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겠지.

         

       스스스스!

         

       상대를 공격하고 제압하는 것보다는 방해하고 도망치는 것이 주 목적인 흑묘의 무공구성은 한기가 더해지자 갑자기 완전체가 되었다.

         

       그냥 장영은 발이 걸릴 만한 장애물에 불과하지만, 그 위에 극한의 한기를 내뿜는 구음기가 더해지자 벽이 되었다.

         

       장영을 뿌려 방위를 점하면서 라노징부를 압박해가는 흑묘.

         

       실전이었다면 경지가 한참이나 앞서는 라노징부가 저런 흑묘의 압박에 당해줄 리 없겠지만 지금은 흑묘의 성장을 위한 비무. 비등한 선으로 실력을 맞춰주었기에 가능한 수다.

         

       “압박이 많이 늘었구려.”

         

       “궁주님 덕분이지요!”

         

       연신 수를 주고받는 두 사람.

         

       흑묘의 움직임은 한 달 전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졌다. 뭐 당연한다면 당연한 말일까. 상대가 화경 고수, 그것도 밀종대수인이라는 장법이 절기로 이름난 포달랍궁의 궁주니까.

         

       쿠쿠웅! 쾅! 쿠웅!

         

       두 사람의 대결은 꽤나 요란한 폭음을 동반했다. 밀종대수인을 운용하여 솥뚜껑만한 크기로 늘어난 강기의 손바닥을 휘둘러 흑묘의 장영채로 모조리 박살내는 라노징부와 부지런히 장영을 깔아 그런 밀종대수인의 손바닥을 저지하려는 흐름이었으니 비무 내내 기와 기의 충돌이 끊이질 않았다.

         

       최종적으로 승기를 잡은 것은 라노징부였다. 밀종대수인이 흑묘의 장영과 한기를 뚫고 들어갔으니까. 흑묘는 결국 불리한 교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밀종대수인을 뻗기 위해 강기를 형성하며 손바닥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크게 한 번 부딪히자 손을 거두는 두 사람. 이 이상 하면 정말 누군가 크게 다칠 수도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끊은 모양이다.

         

       라노징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강기로 이루어진 커다란 손바닥, 밀종대수인의 일부분이 얼어붙어 있었다.

         

       흑묘가 구음기를 운용한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어지간한 빙공 고수라 할지라도 강기를 얼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구음기를 몸에 품었다고는 해도 한 달만에 저 정도로 능숙하게 빙공을 사용하게 될 줄이야.

         

       이게 태음지체의 효능일까.

         

       태음지체라는 건 내 생각보다 대단한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외모를 아름답게 만들고 매혹효과를 발산하는 것이 끝이라 생각했는데…

         

       태양(太陽)과 태음(太陰)으로 이루어진 태극(太極)은 세상의 변화하는 기본 요체를 담고 있다. 태양이 뜨면 세상이 밝아지고 열이 발생하고 태양이 지면 세상이 어두워지고 차게 식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천지변화 중 가장 기본적인 이치이자 대전제.

         

       태음성의 기운을 타고난 흑묘는 어쩌면 세상의 음적인 기운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반짝거리는 흑묘의 흰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정말 태음지체가 그러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체내에 받아들인 구음기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흰 머리가 되어버린 흑묘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언젠가 구음기를 갈무리 할 수 있다면 흑묘의 머리색 역시 이전으로 되돌아오겠지.

         

       “언니!”

         

       비무가 끝나자마자 사라가 쪼르르 달려와 흑묘에게 푹 안겼다. 흑묘 역시 사라를 받아 주었고 라노징부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살얼음이 낀 자신의 손바닥과 흑묘와 사라를 번갈아 바라보는 것을 보니 사라가 미래에 빙공제일고수가 되는 상상의 나래라도 펼치고 있는 듯 하다.

         

       뭐 조금 김칫국을 마시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꿈꾸는 건 좋은 일이지.

         

       정말 바위를 연상케 할정도로 메마른 표정을 짓던 라노징부의 표정도 많이 사람다워졌다.

         

       사라의 구음절맥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뛰노는 사라와 차근차근 모여가는 치료 재료들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된 것이겠지.

         

       “궁주님!”

         

       그런 생각에 잠겨 있자니 꼬질꼬질한 수도승 세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 공연을 보러 왔던 수도승들…라노징부랑, 니마갈첸, 수달차였나.

         

       “찾았습니다. 흑반천암.”

         

       *** ***

         

       진법(陣法)!

         

       진법은 무협을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처럼 무림의 정점에 군림하는 문파들에는 꼭 진법이 있다.

         

       이 [무림천하]에서도 거대문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법을 보유하고 있다.

         

       백팔나한진, 칠십이타구봉진, 이십사수매화검진, 등등..

         

       그렇지만 많게는 108명. 적어도 10명이 넘게 구성된 이 진법들은 사실 무림에서 사람을 상대로 펼칠 수 없다.

         

       아니 까놓고 말하면 필요가 없다 할 수 있겠지.

         

       산적연합토벌때를 생각해보자. 사천성 무인들에 비해 질적으로 높은 산적들은 열 배가 넘는 병력차에 맛있게 조리되어버리지 않았던가.

         

       어디 거대방파의 무인들과 무공 수준이 낮은가? 아니다. 절정, 초절정 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마련. 그런 이들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까지 동원되어 한 사람을 공격하면 절대고수 할아버지가 와도 답이 없다.

         

       게다가 체면과 명예 때문에 어디 그런 짓을 벌일 수 있겠는가?

         

       무림의 대표 진법 태산북두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을 예시로 들어보자.

         

       승려 108명이 달려들어서 백팔 대 일로 사람 하나를 다구리 놓는다?

         

       이게 대체 뭐냐고.

         

       사람을 수없이 죽이고 다닐 살인마를 잡아내더라도, 108명이 합공해 잡아냈다고 하면 어디 속시원하게 박수를 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대문파들의 절기를 꼽을 때는 무공과 더불어 진법의 존재가 언급되고, 문파들은 제자들의 수련 시간마저 빼앗아가며 진법 수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무협 세계관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 [무림천하]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인외(人外)의 존재. 영물.

         

       수달차가 찾아낸 균열에 똬리를 틀고 있는 흑갑토룡(黑鉀土龍)같은 녀석을 잡기 위해 진법을 수련하는 것이다.

         

       흑갑토롱과 같은 영물들은 아무리 고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쓰러트리기가 매우 어렵다.

         

       거대한 덩치와 빠른 속도, 강한 힘을 지닌 영물은 보통 고수라 해도 일대일로 대적하기 힘든 존재다. 무림고수가 뭐 별거인가? 그냥 인간이 기를 다루는 자들에 불과하다. 그럼 영물들은? 각종 인외의 존재들이 기를 품은 것들이다.

         

       인간에 비하면 훨씬 전투에 적합한 신체를 지닌 영물이 대다수이니만큼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영물을 홀로 제압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영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원이 펼치는 진법의 힘이 필요하다.

         

       진법의 공능으로 무인 수십 명의 힘을 집중시켜 거대한 영물을 잡아낼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물사냥은 영약과 귀물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보통 사람들은 거대문파들이 강력한 진법을 보유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진법을 보유하는 것이 거대문파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본궁의 고수들을 동원할 때가 되었군.”

         

       포달랍궁 역시 거대문파이니만큼 우수한 진법과 진법의 숙련도가 높은 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터. 라노징부의 담담한 어조에서 은은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본궁의 전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네만…자네가 볼 때는 어떤가? 이런 저런 영물을 경험한 자의 의견을 듣고 싶군.”

         

       “포달랍궁의 고수분들께서 나서주신다면 영물이 뭐 대수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피해지요.”

         

       영수사냥은 매우 위험하다.

         

       몸 두께가 3미터에 몸 길이가 30미터가 넘는 지렁이가 날뛴다고 생각해보자. 거기에 그놈은 암석으로 갑옷까지 둘렀네?

         

       무공고수일지라도 그런 괴물에게 치이면 생명이 위태롭다.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급적 지원자만 받을 생각일세.”

         

       라노징부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라노징부의 말은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결국 영물을 잡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니까.

         

       “혹시 제게 이번 공격대의 지휘권을 위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라노징부는 잠시 고민해보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수행자들의 목숨이 걸렸다 한들 본궁의 수라나한진의 요체를 자네에 알려줄 수는 없네. 자네가 지휘한다고 한들 진법의 요체에 접근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성과를 낼 자신이 있나?”

         

       “물론입니다. 영수사냥에 있어 진법의 완성도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요.”

         

       이몸 호천안.

         

       무림천하에 떨어지기 전만 해도 무림천하 단톡방 레이드 초대 0순위였던 몸.

         

       이몸의 레이드 참여 여부에 따라 카톡방 레이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라질 정도였다.

         

       그런 이몸에게 고작 흑갑토룡?

         

       레이드 구성원은 트롤 하나 섞이지 않는 포달립궁의 고수들?

         

       진법은 무림천하에서 손꼽히는 위력의 수라나한진?

         

       거기에 택틱을 내 맘대로 짤 수 있는 권한까지?

         

       벌써부터 결과는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까만 지렁이 레이드, 사상자 0명.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빠르게 지원자들을 모아 주십시오. 그럴수록 안정성은 더 올라가니까요.”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말이야.

         

       한동안은 바빠지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궁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포달랍궁 수행자들과 흑각토룡의 장절한 승부가 펼쳐진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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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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