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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도끼가 쇄도하는 순간.

        

       핏방울이 튈 거라 굳게 확신했던 광전사의 눈을 가득 메우는 건, 쇠와 쇠가 부딪히며 피어오르는 불꽃이었다.

        

       ‘당했-‘

        

       저 기사의 목을 베어 내릴 예정이었던 도끼날은, 끝끝내 대검의 끄트머리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본래 그러할 운명이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필사적인 각오가 담겼던 일격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위로 돌아간 순간이다.

        

       광전사의 머릿속에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노출된 듯했던 약점이, 사실은 내어준 미끼였던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여러 수순으로 밝혀낸- 아니, 유도해낸 취약점이었다. 분명, 그랬을 텐데.

        

       도저히, 도저히 함정이나 미끼라고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플레이어가 힘에 부치며 차차 안 좋은 습관을 드러내는 모습이었으니.

        

       그런 연기를 타고났다고 해도 이상하고, 연습했다고 해도- 그런 연기를 연습할 일이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의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돌적이네요. 하긴, 공격적인 스타일 같기는 했는데. 》

        

       저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들어서는 안 되는 목소리와 함께- 한 템포 빠르게 추슬러진 대검이 크게 휘둘러지고 있었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철의 단죄가, 시시각각 그의 가슴팍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그의 망막에 느릿하게 새겨졌다.

        

       차라리 저- 저 기사의 목소리를 어설피 듣지 않았다면, 스스로에게 떳떳하기라도 했을 텐데.

        

       허나, 늦었다.

        

       영광의 전장에서 추방당하기 수 초 전. 남은 시간엔 그저 쓰게 웃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한 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게임 좆같이 잘하네, 진짜.”

        

       .

       .

       .

        

       격돌 대회에는 제법 많은 수의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몰려들었다.

        

       적지 않은 상금도 상금이고, 공식 대회라는 명예도 명예지만- 프로들의 입장에서 가장 큰 메리트는, 32강 전까지는 모든 참여자의 아이디가 블라인드 처리된다는 점이었다.

        

       설령 과하게 빠른 탈락을 하게 되더라도,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들통나지만 않는다면.

        

       물론, 조금 뻔뻔해질 필요는 있다. 그래도, ‘난 탈락한 게 아니고 참여를 안 한건데?’라고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게 어딘가.

        

       그러니 그런 프로게이머들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방송을 켠 상대들이었다.  

        

       혹시라도 이들에게 진다면, 만천하에 패배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소한 습관 따위로 특정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물론, 명색이 게임 실력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다. 고작 방송인에게 다전제에서 패배한다는 건, 쉬이 상정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태리라.

        

       그러나 일대일로 붙는 격돌 모드에는, 프로게이머들이 익숙한 정규게임과의 차이가 제법 있었고-

        

       무엇보다, 걸어 다니는 천재지변이 상대를 모조리 박살내며 올라가고 있었으니.

        

       “와, 피했다! 시이-발 진짜 다행이다.”

        

       이예나의 방송에 부계정으로 접속한 프로게이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반드시 미리 알고 대비해야만 하는 상대였기에.

        

       “……거, 좀 추하지 않냐. 명색이 프로가 여자 상대로 방플은 좀…….”

        

       “아니, 저도 방플은 안 할 거예요! 근데 혹시 만났으면 알긴 해야 된다니까요……그리고, 애초에 형은 신청도 안 했잖아요. 이건 진짜 직접 안 겪으면 어느 정도의 공폰지 몰라요. 플레이 영상 봤어요?”

        

       “그, 뭐지. 인급동 뜬 하이라이트는 봤는데.”

        

       “아니, 하이라이트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게-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진짜 미친- 그렇게 자연스러운 초짜 흉내는 평생 처음 봤어요. 매번 조금 다른 약점을 살짝씩 보여주면서 함정을 파는데, 진짜 아이디 블라인드 상태에서는 도저히 아따먹이라고 알아볼 수가 없다니까요?”

        

       “야, 너도 상대 잡혔다. 간증 그만하고 게임이나 집중해라. 기왕 대회 나간 거 우승이라도 해야지.”

        

       그러한 상황에서, 이예나의 방송에 모여든 프로게이머들의 바람은 대부분 대동소이했다.

        

       최소한 블라인드 구간에서는 만나지 않기를.

        

       “아, 진짜 제발 나 만나기 전에 떨어져야 되는데……형이 대신 방송 좀 봐주세요. 미치겠네 진짜.”

        

       그리고 부디, 제발- 저 천재지변이 자신을 덮치기 전에 사그라들기를.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않을 바람이었다.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갤주 오늘까지 격돌 전승]

       [진짜 씹고인물 느낌이더라

        

       기사로 두들겨보고 잘 버틴다 싶으니까 바로 법사들고와서 패는게 ㅋㅋㅋㅋㅋ

        

       전프로들도 섞여 있었는데 걍 상대가 안 됨]

       –     실력이 있으면 ‘전’프로가 아니었겠지

       –     프로들은 격돌 안 하나?

       –     ㄴ 아직까지는 안 만난듯 ㅇㅇ 블라인드 처리 때문에 방송 안 하면 모르긴 해서

       –     ㄴㄴ 떨어져도 쪽팔려서 말 안 하지

       –     ㄴㄴ 평소 방송하다가 요즘 잠잠한 애들은 좀 의심해볼만 함

       –     캐릭 다 다룰 줄 아는 게 씹사기임 진짜

       –     ㄴ 광전사도 쓸 줄 안다고? 본적 없는데

       –     ㄴㄴ ??나오나에 영웅은 5개 뿐입니다. 뭔가 착오가 있으신 건 아닌지……^오^

        

       [작성자: 도적도적]

       [제목: 센세 7라 상대 엠빞 람다 인듯요]

       [일단 센세 상대로 꽤 비등비등했던 것만 봐도 프로일 가능성 50퍼 이상임

        

       그리고 1세트에서 대충 광전사로 하려다가 쳐발리고 바로 기사 들고 왔다? 이건 기사가 주캐란 뜻이고

        

       거기에 2세트 막바지에 연격 날리다가 빠지는 패턴이랑 타이밍까지 보면 걍 빼박이다에오

        

       (아따먹 시점 7라운드 동영상)

        

       이거랑

        

       (리그 경기 중계 하이라이트 영상)

        

       이거 3:14부터 비교하면 됨.

        

       그냥 데칼코마니 그 자체임.

        

       일단 람다 X로 메시지 보내본다]

       –     오?

       –     진짜 육수들 억빠는 ㄹㅇ

       –     ㄴ 아니 너무 똑같잖아

       –     ㄴㄴ 뭐 얼마나 차이난다고

       –     ㄴㄴ VR은 결국 콤비네이션 훈련한 대로 나가게 되어 있어서 습관 보면 티남

       –     이건 진짜면 엠마갤에서 스텝 좀 밟겠는데

        

       [작성자: ㅇㅇ]

       [제목: ???: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요.]

       [???: “다음부터는 마스터는 일정 점수 이상으로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요.”

        

       (챌린저의 모가지를 따며)

        

       “아무래도, 음. 그렇네요.”

        

       나였으면 울었다 진짜로……]

       –     말은 맞는 말 아님? 마스터랑 챌린저 격차 존나 크자너

       –     ㄴ 하지만 챌린저를 존나 패버린 직후에 한숨을 쉬면서 한 말인걸…….

       –     ㄴㄴ ㅇㅎ……

       –     ㄴㄴ 누구?

       –     ㄴㄴ 에피림이라고 걍 하꼬 방송하는 챌린저 있음ㅇㅇ

       –     이건 티어도 블라인드한 좆러데이가 잘못했다

       –     마스터 취급 받을 정도로 털린 챌린?저가 잘?못한 거 아닐?까?

       –     ㄴ 프로도 패는 년을 어케 이겨 씨@발아

       –     ㄴㄴ 시원하게 로그인하고 욕하자 에피림아

       –     ㄴㄴ 아득바득 살아서 3세트 가보겠다고 대방패 들고 온 꼬라지 잘 봤습니다 에피림님

       –     ㄴㄴ 감다뒤 하꼬가 운 좋게 1위 만났으면 지튭 각이나 뽑아야지ㅇㅇ 좀 추하면 어떠냐 난 이해한다

        

       [작성자: 갱생도질]

       [제목: 아 존나 분하다]

       [(사진)

        

       6라까지 진출했는데……

        

       결국 센세를 못 만나고 가는구나……시팔……]

       –     육수 컷!

       –     왜 안 방송요

       –     그냥 광전사 했으면 가지 않았을까

       –     ㄴ 노노 나 이제 도적을 더 잘함ㅋ

       –     ㄴㄴ 진짜 미친놈이구나

       –     어차피 센세 만났으면 바로 탈락 아님?

       –     ㄴ 설령 1라에 떨어지더라도 센세의 손으로 가고 싶었다

       –     ㄴㄴ 이새낀 멋있는건지 소름끼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작성자: ㅇㅇ]

       [제목: 퇴레기 생존은 진짜 의외네]

       [진짜 토너먼트는 운이 크구나

        

       어설프게 남아서 또 아따먹한테 비비지나 않았으면 좋겠네]

       –     레반이 아직 살았다고?

       –     ㄴ ㅇㅇ

       –     나름 200등대에서 살던 앤데 남을만 하지

       –     ㄴ 근가 솔까 그 급은 아니라고 보는데

       –     존나 투명한 병신이네 이거

       –     ㄴ ? 왜 욕질임

       –     ㄴㄴ 또또 둘이 서로 방송 터렛박고 논다고 뿔 잔뜩 난 거 같은데, 이러니까 느그 주인이 욕먹는 거야

        

       * * * *

        

       -쏴아아

        

       아침.

        

       집의 구조 탓일까. 조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면, 침대에서 빗소리가 유독 잘 들리곤 했다. 창밖으로 얼핏 보이는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귀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어지러이 울려퍼지는 것이다.

       

       알람치고는 제법 낭만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내가 즐길 수 있는 낭만은 아니다. 

        

       묘한 피로감이 잠에서 깨어난 직후부터 떠날 기미조차 없이 몸을 감싸고 있는 탓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으레 그러했다. 몰랐는데,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마찬가지더라.

        

       익숙해지지 않는 변화 중 하나였다.

        

       욱씬거리는 쿠퍼 인대에는 이제 적응했다는 게, 조금 우습지만.

        

       “흐으…….”

        

       그래도, 익숙해진 통증이라 하더라도 아픈 건 아픈 거라.

        

       옅은 신음을 흘리며 다시 침대에서 돌아누웠다. 비가 와서 컨디션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전날 조금 무리한 탓도 있겠지.

        

       꽤나 힘겨운 일정이었다.

        

       쓸데없이 마스터한테까지 문호를 넓혀 놓아서, 예선 경기수가 하늘을 뚫을 지경이었던 탓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중엔 체력전에 가까웠다.

        

       막바지 라운드에 와서는, 다음부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챌린저만 참여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거려서…….

        

       참기 쉽지 않더라.

        

       ……결국 안 참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경기수가 과도한 건 사실이었으니. 누가누가 더 건강한가로 승부가 갈리는 건, 게임의 본질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가뜩이나 VR인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Dox한테 투서를 넣어볼까. 권력을 남용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의견 정도는 제시할 수 있으니까. 아마추어도 참가 가능한 대회는, 챌린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말 정도야…….

        

       그리 생각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그 친구, 이번 시즌에는 마스터까지 찍었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 실망스러운 소식이어서 뚜렷이 기억했다. 전생엔 뇌지컬로 챌린저를 찍은 타입이었으니, 이래저래 경험이 부족할 시점인 지금으로서는 마스터가 최선이었던 것도 이해되기는 하지만-

        

       마스터…….

        

       음.

        

       약간, 약간 의심스러운데. 설마……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니겠지.

        

       그러고보니 아무리 방플이 문제라고 해도, 방송인들을 위한 대회도 아닌데. 방플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대회 경기는 생방송을 안 하거나 딜레이를 걸면 그만이지 않나. 그걸 굳이 아이디 블라인드를 한 것도……아니, 아니겠지.

        

       아니겠지?

        

       꿈틀거리려는 의혹들을 애써 가슴 속에 묻어두었다. 친구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주겠어.

        

       현생에서는 미처 쌓지 못한 우정이라고 해도, 내게는 친구니까.

        

       찌뿌둥한 몸을 길게 뻗어 스트레칭하며, 잠시 밖을 바라보았다.

        

       비……계속 오려나. 제법 굵은 빗방울을 뿌려대는 잿빛 하늘은 쉬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부추전, 다시 만들까.

        

       먹방을 원한다는 사람들도 제법 보이던데. 역시, 이럴 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마침 비도 오니까……응.

         

        [부추전 리뉴얼(창작 레시피)]

         

       제법 열광적인 반응이 있었던 메뉴니까. 구관이 명관이라고, 리메이크가 좋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필스 님, 1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엘레만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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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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