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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안녕하세요. 여러분! 엔리입니다!”

       

       매번 방송을 시작하는 시간.

       

       여러 잡담을 나누며 시청자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엔리는 자신에게 날아온 후원을 보고 웃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에픽 시작한 거 들으셨어요?]

       

       “네. 어제 또 온갖 말도 안 되는 기행을 저지르셨다면서요?”

       

       – 압도적인 피지컬이 있으면 게임에 대한 지식은 필요 없다.

       – 누군지 몰랐으면 양학러인 줄 알았을 듯.

       – 솔직히 엔리 열 명이 있어도 화령 못 이길 거 같은데?

       – 열 명? 백 명이 있어도 모자람.

       

       “에이. 여기가 무협겜도 아니고 FPS인데 100 대 1 하면 제가 이기죠.”

       

       미리 아라에게 에픽을 시작할 거란 이야기를 들었던 엔리는 아라에 관한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달궈지는 걸 보고서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던 이스케이프라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혼자 좀비무쌍을 하던 아라다.

       

       아무리 FPS라는 게임 장르에 익숙하지 못하다 한들 그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이 어디로 가겠는가.

       

       – 뉴비절단기화령님이 10700원으로 영상후원하셨습니다.

       

       “영상후원 감사합니다. 아. 이거 알아요. 쩔었죠.”

       

       후원으로 틀어진 영상은 어제 아라가 처음으로 에픽이란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의 장면이었다.

       

       이상할만치 빠른 속도로 내달리던 아라가 갑자기 발을 멈추자마자 그녀의 앞에 총알이 날아든다.

       

       총알에 의해 흙과 잔디가 비산할 때 아라는 이미 저 멀리에 자신을 노리는 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 살기감지 ㄷㄷ

        – 우연 아님?

        – ㄴㄴ. 나중에도 비슷한 장면 겁나 많이 나옴.

        – 딴 사람이면 몰라도 화령이잖아.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제부터가 진짜니까.”

       

       아무런 전조도 없는데 기습을 알아차린 건 무척 신기한 일이지만 어찌저찌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나올 장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절로 물음표를 떠오르게 만들 장면이었다.

       

       기습에 당한 아라가 발을 움직여 공격자에게 달려든다.

       

       본래라면 선공권을 빼앗겼으니 근처 장애물에 숨던가 맞사격을 해서 상대를 내쫓거나 해야 할 테지만 아라는 그 어떤 것도 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상대를 향해 내달릴 뿐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저는 자살행위였다.

       

       상대방에게 나를 쏘아달라고 소리를 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었으니까.

       

       허나 아라에게는 예외였다.

       

       상대방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아라가 발을 움직였다.

       

       그러자 총알이 아라를 빗겨갔다.

       

       꼭 아라가 총알을 보고서 피한 것처럼.

       

       – ???

        – 뭐임? 뭐임?

        – 보고 피한 거야?

        – 우연 아님?

       

       그를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우연이라 생각할 것이다.

       

       총을 쏘는 걸 보고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그보다는 상대방이 못 쐈다거나, 아니면 발을 헛디뎠는데 피해졌다는 쪽이 설득력이 있겠지.

       

       하지만 아라는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또 다시 총알을 피하는 것으로.

       

       – ㅁㅊ

        – 봐도 봐도 개쩐다니까.

        – 진짜 화령은 사람이 아냐.

        – 저거 보고 누가 사람이라고 생각함. AI도 저렇겐 못하겠다.

       

       연사가 느린 저격총의 특성상 네 발의 총알을 모두 피했을 무렵에 아라는 이미 상대방의 근처에 도달해 있었다.

       

       자신의 기습이 실패함을 깨달은 상대는 다급히 도망을 치려했지만 그가 뛰는 것보다 아라가 달리는 것이 훨씬 더 빨랐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아라가 그 옆에 따라 붙어 총을 들이 밀었고.

       

       “말도 안 되죠?”

       

       – 와.

        – 캬.

        – 와.

        – 어제 방송 실시간으로 보면서 눈을 의심함.

       – 저게 나와 같은 VR플레이어?

        – 저 사람과 내가 같은 인종이라니. 자괴감 든다.

       

       “이 경우엔 화령 씨가 이상한 거니까 자괴감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중에서 입으로만 떠들 수 있는 일을 직접 실현시킬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당장 FPS게임 프로들도 눈으로 보고 총알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하는 마당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 정도 해야 12연승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화령씨 12연승 했어요?!”

       

       미친.

       

       몇몇 하이라이트 영상은 봤지만 자세한 사정까지는 몰랐던 엔리는 시청자의 후원음성을 듣고서 무의식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진짜요?”

       

       – 누가 화령 자존심 건드렸다가 그대로 박살남.

        – 미션 건 사람들도 12연승을 땡길 줄은 몰랐겠지.

        – 거의 삼백만원 벌어가지 않으셨나.

       

       12연승이라니. 그게 가능한 건가?

       

       누구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1등 한 번 못해보고 게임을 끄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누구는 게임 처음 시작하자마자 한 번도 안 지고 12연승을 때려버린다고?

       

       거기에 거기서 12연승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도 딱히 게임을 져서가 아니라 이 이상 시청자들에게 뜯어먹기 미안해서 그만한 거라고!?

       

       아라 씨가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그리고 아라씨가 지금 게임을 하는 곳이 초보존이라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안 돼.

       

       이상하잖아.

       

       에픽 레전드라는 게임이 그런 식으로 양학이 가능한 게임이었나?

       

       엔리가 눈을 깜빡거리고 있으려니 시청자들이 엔리에게 영상 후원을 몇 개 더 보내주었다.

       

       그것은 하나 같이 화령이 어제 방송에서 보여준 여러 기행들 중 일부였다.

       

       4명이서 싸우는 난전 구도에 칼 한 자루를 들고 뛰어 들어가서는 상처 하나 없이 모두의 멱을 따고 살아 나온다거나.

       

       자신에게 던져진 수류탄을 가볍게 잡아들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터지기 직전에 다시 던져줘서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폭사하게 만든다거나.

       

       자기장 한 가운데에 머무르면서 오는 사람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다거나.

       

       “근데 이 사람 왜 에임이 좋은 거에요?”

       

       가장 신기한 점은 아라가 총을 쏠 때마다 빗나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상대의 머리에서 피해 이펙트가 터지니 자기는 공격을 하고 상대는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불공평한 관계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아라 씨 분명 기계치 아니었나?

       

       왜 총은 또 잘 다루는 거야?

       

       몸으로 움직이는 거라서 그런건가?!

       

       – 까마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FPS 잘하는 법. 잘 쏘고 잘 피하면 된다. 개쉽네.]

       

       – ㅋㅋㅋㅋ

        –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말이잖아.

        – 이 쉬운 걸 왜 남들은 못하지?

       

       “말은 참 쉽네요. 문제는 화령 씨같은 피지컬이 없다는 거지만.”

       

       그 후로도 한참 동안 화령의 플레이 영상을 구경하는 엔리는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끼면서 에픽 레전드를 켰다.

       

       아라 씨가 금방 잘해질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드디어 아라 씨에게 뻗댈 수 있는 일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순식간에 추월당해버릴 듯한 느낌이네.

       

       으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라 씨니까.

       

       저 분의 플레이는 잠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오늘은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자.

       

       골드를 달성할 때까지 점수 얼마 남지도 않았잖아.

       

       아라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건 간에 난 내 목표만 이루면 그만이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님. 엔리님. 그냥 화령님한테 에픽도 가르쳐 달다 그러죠?]

       

       “싫어요. 절대로 싫어요.”

       

       점차 아라의 플레이가 정교해지는 것을 보면 그녀는 단순히 피지컬로 상대를 찍어누른 게 아니라 게임을 하며 어찌하면 잘 할 수 있는 지를 학습하고 있다.

       

       머잖아 엔리를 추월할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지금도 엔리를 가르쳐 줄 수 있을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직은 화령씨가 제 아래잖아요!”

       

       그래도 자존심이 용납하질 않는다.

       

       엔리가 여태까지 FPS 게임에 들이박은 시간이 몇 시간이던가.

       

       지금까지 그 숫자만 따져 보더라도 수백 시간에 달할 텐데 어제 막 게임에 발을 들인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니.

       

       “아피스는 인정이지만 FPS는 아직이라고요!”

       

       나중에 아라 씨가 티어로 증명을 하고 돌아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또 아라씨에게 도움을 받으면 화령 빨로 골드 갔다 그럴 거 아냐!

       

       *

       

       영상후원으로 들어온 엔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샜다.

       

       이 게임이 그대의 자존심이더냐.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라 그것이야? 재밌구나.

       

       요즘 들어 한 사람의 귀신이 되어 죽어라고 그 게임만 할 때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분명 처음에는 가볍게 즐기자고 시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만 어쩌다가 저리 된 것인지 원.

       

       “그래서 지금 엔리가 어디에 있느냐?”

       

       – 골드까지 200점.

        – 이론상 한 판만 잘 해도 골드 승급 가능.

        – 그치만 엔리가 한 판을 잘 할 리가 없죠?

        – 현실적으로 순방 겁나 잘한다 쳐도 열댓판은 돌려야 하지 않을까.

       

       “사실상 오늘 하루로는 힘들 거라는 이야기 아니더냐?”

       

       그래도 많이 올라오기는 했구나.

       

       지난번에 보았을 때는 아래로 떨어지니 마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목표를 앞에 두고 있다는 소리잖으냐. 많이 노력했구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엔리보다 먼저 골드 도달하기 재밌을 거 같지 않음?]

       

       – 오.

        – 재밌겠다.

        – 엔리 멘탈 와장창한 것 같은데 ㅋㅋㅋ

        – ㄱㄱㄱㄱ

       

       “재밌는 목표일 것 같긴하다마는 그게 가능하더냐?”

       

       본인은 이전에 에픽 레전드라는 게임의 랭크 점수표를 본 적이 있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0점부터 시작을 해서 5500점에 도달해서 골드에 도달할 수 있더구나.

       

       엔리는 거기에 도달하기 직전이고 본인은 0부터 시작을 하는 것인데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이냐?

       

       – 이론상 가능.

        – 한판에 20킬 이상 하고 1등하면 500점 넘게 주니까.

        – 대충 10~11판 1등하면 골드 갈 수 있을 듯?

       

       “그래?”

       

       이 게임이 대충 한 판을 끝내는 데에 20분 정도가 걸렸으니 3시간 정도를 들이면 골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

       

       “재밌겠구나.”

       

       엔리가 아무리 부족함이 많다 하여도 3시간 동안에 200점을 올리지 못할 리는 없지.

       

       오늘 안에 본인이 금장에 도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엔리보다 빠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즉 물리적으로 패배가 예정되어 있단 소리이긴 하다만.

       

       시청자들도 즐거워 할 듯 하고 엔리의 자존감도 챙겨줄 수 있을 듯 하니 한 번 도전이나 해볼까.

       

       “그럼 가볍게 랭크를 돌려 보자꾸나. 하루 빨리 본인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 불가능.

        – 그런 사람 없어.

        – 프로 데려와.

        – 프로 데려와도 시시하다 그러지 않을까?

        – 진짜 그럴 거 같은데.

       

       랭크 게임을 누르고서 얼마 있지 않아 게임이 시작되었고 주변의 풍경이 바뀌며 본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말이다. 아직 연승 미션은 끝나지 않은 것 아닌가?”

       

       – ㄷㄷ

        – 여기서 수금 각을.

        – 어제 그만큼 뜯어 먹고도 만족하지 못하신 겁니까?!

       

       – 에피그게이무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농이다. 농.”

       

       어제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 못해 만족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은 모릅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점수가 그대로 일 수 있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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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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