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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240 – 잘못된 생각>

     

    “개인전에 도전하려면 최소 5인의 정원이 모여야 한다. 인원을 더 구해라.”

     

    대결을 하려던 데드캣과 오크노디는 곤란한 현실에 직면하였다.

    싱과 헤스티아를 데려왔지만 5인이 아니라서 대결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

     

    “내가 참여할게.”

     

    이사벨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자진해서 참전의사를 드러냈지만 오크노디가 단호히 거절했다.

     

    “음, 안 돼요!”

    “왜? 인원이 부족하잖아. 모르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보단 내가 낫지 않아?”

    “이사벨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헤스티아랑 싱은?”

    “두 사람은 피지컬이 되니깐 다칠 상황이라도 작게 다칠 수 있어요. 이사벨은 아니고요!”

     

    실력 차이가 있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면전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나, 이 아이한테는 정말 요리로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구나.

     

    “너희들, 도전하고 싶은 사람 있니?”

     

    구경꾼들에게 넌지시 권하자 다들 핼쑥해진 얼굴로 고개를 붕붕 저으며 달아났다.

    상급반인 자신도 위험하다고 거절당한 마당에 하급반이 부탁에 응할 리가 없기도 했다.

     

    “아. 페이퍼콤파니 회장님! 피구 한 판 할래요?”

    “데드캣이랑? 내가? 개인전을?”

    “넹!”

    “2학년 중에 악독함으로는 TOP3에 손꼽히는 년이랑? 절대로 싫어.”

     

    나름 동아리회장인 2학년 선배까지 저렇게 선을 그어버리니 이제는 2학년들도 얼씬거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구해와.”

    “선배는 데려올 사람 없어요?”

     

    데드캣이 누군가를 떠올린 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약해.”

    “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이사벨. 한 분만 더 데려와주실 수 있나요?”

    “노력해볼게. 마침 시간 남는 바보를 하나 알거든.”

     

     

    * *

     

     

    “그 바보가 나냐?”

    “맞잖아. 어느 종목에 참여할지 미리 생각도 안 해서 하루 종일 이곳저곳 줄만 서 있다가 어제오늘 시간만 왕창 날린 바보.”

    “그 오크노디 돕겠다고 아침부터 나섰다가 하루종일 불량학생들 때려잡고 다니는 사람한테 할 소리냐?”

     

    손오천이 싫은 소리를 하자 이사벨이 되물었다.

     

    “그래서 안 도와줄 거야?”

    “누가 뭐랬냐? 자꾸 갈구니까 뭐라 했지.”

     

    손오천은 기꺼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는 조금 두근거렸다.

    이사벨은 거절당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떨까.

     

    “오천아저씨는 너무 약해서 곤란해요!”

     

    같은 소리를 들으면 원숭이수인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며칠은 충격에 빠져 멍하니 지내겠지.

    하지만 불안이라는 것은 왠지 모르게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있기에 생기기 마련이다.

    손오천 본인은 이미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천학생은 타고난 용력이 대단하군. 지금까지는 종족특성을 적극 발휘해서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강자로 군림해왔을 걸세. 하지만 거기까지야.

     

    그의 마나감응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맷집도 완력도 어설프게 마나를 깨우친 자들을 양학하고 다닐 정도로는 뛰어나지만 아카데미 상급반의 진정한 상급자들과 견주기엔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를 메울 대단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 본능적인 야성에 의지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그의 노력을 지켜보아왔다.

    그리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자네는 헤스티아의 하위호환일세.

    -전장에서 단련된 전쟁용병의 직감. 버서커클래스의 광폭화. 야생의 본능과 야성을 터뜨리며 얻는 힘보다 모두 우위를 자랑하지.

    -아카데미에 헤스티아가 있음에도 자네가 상급반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아내게.

     

    그러지 않으면 빠르기면 2학기부터, 늦어도 2학년 1학기에는 상급반에서 내려가게 될 테니까.

    손오천은 적잖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속 편하게 숲에서 바나나뭉치나 따먹고 다니는 한량처럼 보이겠지만 뒤에는 남 몰래 고향과 같은 환경에서 비밀특훈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전혀 자신이 들지 않았다.

    헤스티아의 하위호환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길을 헤매던 차에 오크노디의 소식을 듣고 이사벨을 돕기도 하고, 지젤과 함께 불량학생들의 제압 및 구금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자신이 지닌 진짜 문제를 외면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은 명확했다.

    그러던 차에 이사벨이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헤스티아. 싱.’

     

    상급반에서 피지컬로는 절대로 누구에게 꿀린다는 평가를 듣지 않는 진짜배기 강자들이다.

     

    “음. 으으음.”

     

    손오천을 본 오크노디는 벤치선수를 꺼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스포츠감독처럼 손에 턱을 얹고 고민에 빠졌다.

    이에 덩달아 긴장하는 이사벨과 손오천.

     

    “오천아저씨 정도면 괜찮죠!”

    “그게 그렇게 고민해서 나올 결론이냐?”

     

    긴장이 풀려서 헛웃음을 지으며 핀잔을 주는데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왔다.

     

    “안될 텐데.”

    “헤스티아?”

    “저 선배를 상대하기엔 아슬아슬하다고 오크노디 너도 느끼고 있지 않아?”

     

    손오천의 실력으로 이 자리에 참전하기엔 부족하다.

    헤스티아의 적나라한 지적에 싱도 그를 흘끗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말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태도.

    손오천은 실감했다.

    역시 자신은 부족하다고.

    오크노디는 정 때문에 자신을 감싸는 걸 거라고.

     

    “거 혹시 방해만 되는 거냐?”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말하기엔 미안하지만 방해보단 걱정이 되지.”

     

    다칠까봐.

    어지간한 기사학부 지망생들보다 강하다고 자부하던 손오천도 과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쥐방울. 솔직히 말해라. 미안해서 한 소리면 그게 더 미안한 짓이니까.”

    “솔직히 애매하긴 했는데요.”

     

    즉답이냐.

    가슴이 싸늘해진다.

    최고의 재능을 지닌 아이한테 부정당한 기분에.

    넌 여기까지라고 들은 기분이라서.

     

    “근데 괜찮을 것 같아요!”

    “앙? 요놈이 어른을 놀려?”

    “으아앙, 아파요!”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괴롭혀주니 앓는 소리를 낸다.

    복잡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던 헤스티아도 오크노디가 그렇게 판단했으면 어쩔 수 없다고 여겼는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다. 악의는 없었으니 나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알고 있다. 최대한 발목 안 잡게 조심할 테니 신경 쓰지 마.”

     

    2학년 데드캣.

    1학년 오크노디, 헤스티아, 싱, 손오천.

    개인전 피구 5인 참여 신청 완료.

     

    “각자 선 안에 들어가라.”

    “이건…?”

    “60초. 그동안 각자 흰 선 안의 공간에 들어가면 해당 공간의 점수만큼 매 초마다 점수를 받는다. 몸에 맞은 공이 땅에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붙잡히면 그 사람은 즉시 탈락판정을 받아 외부로 전송되며 점수계산이 종료된다.”

     

    하얀 선이 엉망진창으로 그려진 코트에는 크고 작은 영역이 놓여있었다.

    점수배점은 당연히 작은 영역일수록 높다.

     

    “선배님이 먼저 고르실래요?”

    “사양은 없어.”

     

    데드캣은 그 길로 코트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영역 중에서도 정중앙에 위치한 가장 작은 공간.

    1 대 4를 상대로 과감히 중앙을 차지한 그녀의 행동에 손오천은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

     

    “가장 좁은 곳에서 모두에게 포위를 당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가?”

     

    헤스티아도 불편함을 느끼는지 인상을 구겼다.

    싱은 한참 전부터 검집에 손마저 올리고 있었다.

    저 녀석, 피구가 뭔지 이해는 하고 있을까…?

     

    “무시하지 마라. 고득점자리를 선점했다면 저 자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탈락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다른가?”

    “오. 칼잡이 녀석. 의외로 작전은 제대로 생각하고 있군?”

    “나는 녀석에게 칼이 닿는 자리에 서겠다.”

    “…작전은 제대로 생각하고 있나?”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싱은 살기어린 눈으로 손오천을 째려보고는 교관에게 물었다.

     

    “상대를 검으로 베지 말라는 규칙이 있나?”

    “없지.”

    “들어간 칸에서 나오면?”

    “그것도 즉시전송 및 탈락이다.”

    “무기가 선 밖으로 나가는 건?”

    “다른 칸 바닥에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탈락이 아니다. 접촉이란 신체와 연결된 능력, 무기 등도 모두 포함된다.”

     

    즉, 검이 땅에 닿지만 않으면 상대의 근처 칸에서 냅다 검을 휘둘러도 된다는 뜻이다.

     

    “…느낌이 안 좋아.”

     

    데드캣의 지척을 선택한 싱과 달리 헤스티아는 중간거리에 자리 잡았다.

    손오천도 적당히 눈치를 보며 사선으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포위하듯이 섰다.

    오크노디도 싱글벙글 웃으며 삼각형의 마지막 꼭짓점을 그리듯이 칸에 올라갔다.

     

    ━━━

    <개인전 피구>

    ◇초당 점수배점 현황

    데드캣 10점

    싱 9점

    헤스티아 5점

    손오천 5점

    오크노디 4점

    ━━━

     

    “공은 점수가 가장 낮은 도전자에게 주어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오천은 생각했다.

    경계해야 할 건 데드캣뿐이라고.

    도움을 받은 오크노디를 자신이 경계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크노디는 상식을 깨는 아이였다.

     

    “공의 종류도 고를 수 있나요?”

    “가능하다.”

    “그럼 제일 단단한 공으로 주세요!”

     

    탱탱볼처럼 누르면 모양이 구겨지는 공 대신 손바닥에 착 감기는 그립감이 좋은 튼튼한 공을 원하는 것이겠거니 여겼던 모두들.

    그 상식을 무참히 파괴하는 공이 등장하자 당당하게 도발을 해왔던 2학년 데드캣 선배마저 이게 맞아? 싶은 얼굴로 혼란스러워했다.

     

    “쥐방울아.”

    “넹?”

    “그거 피구공 맞냐? 아무리 봐도 성문 깨는 공성추랑 단단하기로 맞먹는 강철구로 보이는데?”

    “오천아저씨도 참.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렇지? 생긴 거만 광택질이 나게 생겼고 실은 보통 피구공 맞지?”

    “강철구보다 훨씬 딴딴하고 마나전도율도 높은 블루메탈볼이라고요!”

     

    데드캣 선배한테서 오크노디를 지킬 것이 아니라 오크노디한테서 선배를 지켜야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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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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