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1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비상계단 문을 열었다.

       

       “준비땅!”

       

       크게 외친 레비나스가 비상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나와 새벽이는 멍하니 열린 문만 지켜보았다.

       

       “땅?”

       

       “달리기 시합하자는 거 같은데···”

       

       문을 열고 내려가기까지가 너무 빠른지라, 반응하는 게 늦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뛰어 내려가야 하나?

       새벽이와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아래에서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레비나스가 다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레비나스?”

       

       계단 아래에서 레비나스가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끝까지 올라오는 건 힘들었는지, 눈만 겨우 마주칠 수 있는 상태에서 멈춰 섰다.

       

       “레비나스랑 아래까지 내려가는 시합하냐?!”

       

       “응. 하자. 방금은 레비나스가 너무 빨라서 몰랐어.”

       

       “히히, 뿔토끼는 원래 빠르다!”

       

       레비나스가 입을 가린 채 키득키득 웃었다.

       그 사이에 나는 새벽이와 함께 레비나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레비나스가 다시 준비 땅 하면 뛸게.”

       

       “준비땅!”

       

       레비나스가 찰나의 기다림 없이 땅을 외치며 달렸다.

       빨랐으나, 반응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나는 새벽이와 함께 계단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우다다다-!

       모두의 발소리가 섞여 재밌는 소리를 자아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뛰어 내려갔다.

       

       “어머?”

       

       십층정도를 내려갔을 때, 비상계단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과 마주쳤다.

       길드를 오가며 가끔 눈이 마주쳤던 이들이었다.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이들이 지나가라며 옆으로 비켜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한마디씩 말을 거들었다.

       

       “얘들아, 너무 빨리 뛰면 안 된다?”

       

       “넘어지면 큰일 나.”

       

       경주 중이기에 답변해 주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대신 속도를 늦추는 걸로 답했다.

       

       “애들 말 잘 듣는 거봐.”

       

       “우리 애들이 진짜 착해.”

       

       후후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덧 새벽이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새벽이의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삼 층 위쪽.

       민첩성만큼은 우리보다 낮은 새벽이니, 거리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레비나스, 새벽이가 뒤쳐졌나 봐.”

       

       “그러냐?! 조금 기다리냐?!”

       

       우리는 시합 중임에도 새벽이를 기다려 주었다.

       딱히 승패가 중요한 시합이 아니긴 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계단에 앉아 있는데, 어째선지 새벽이가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레 귀가 쫑긋 올라갔다.

       새벽이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벽이 위에 없는데?”

       

       “없냐? 어디 갔냐?”

       

       “글쎄···? 너무 우리끼리만 갔나···?”

       

       “헉···!”

       

       놀란 레비나스와 함께 계단 위로 올라갔다.

       집에 도착했으나, 어디에도 새벽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도 없네···”

       

       “레비나스 때문이냐···?”

       

       “아냐, 새벽이는 이런 걸로 화 안 내.”

       

       “웅··· 어둠에 왕이는 착하다···”

       

       그런데 새벽이가 진짜 어디로 간 거지?

       레비나스와 함께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길드 건물은 상당히 높았으나, 수인족의 체력은 고층 빌딩을 내려간 정도론 지치지 않았다.

       

       “없네···?”

       

       “웅···”

       

       레비나스의 귀가 축 가라앉았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새벽이를 내버려 뒀다는 죄책감이 든 것 같았다.

       

       “일단 계속 찾아보자.”

       

       레비나스와 함께 일층 비상계단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바로 앞에 새벽이가 있었다.

       

       “내가 일등.”

       

       새벽이가 레비나스 특유의 엣헴 하는 자세를 따라 했다.

       놀란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머냐?! 어떻게 일등 했냐?! 레비나스가 제일 앞이었는데!”

       

       “나는 창문 열고 뛰어내렸어.”

       

       “허억!”

       

       레비나스의 눈이 뱅글이 막대사탕만큼 커졌다.

       그러더니 새벽이의 주변을 폴짝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굉장하다! 영웅 뿔토끼 같다!”

       

       “응. 나는 언니잖아.”

       

       엣헴.

       새벽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슴을 내밀었다.

       바로 옆에 일 층으로 되어있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아하.’

       

       새벽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구나.

       이건 나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우리 이제 갈까?”

       

       “응! 가자!”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마석 거래소에 도착했다.

       가장 처음으로 한 건 소피아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소피···”

       

        일하는 중이네.

       소피아의 앞으로 이어진 줄이 상당히 길었다.

       유상아와 모모아도 바빠 보였다.

       

       “다들 바쁜가 보다. 방해하지 말고 우리 할거하자.”

       

       “응!”

       

       나는 품속에서 포스터를 꺼내 들었다.

       모험가들이 잔뜩 모이는 마석 거래소야말로 홍보 장소로 제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하지?

       잘 보이는데 붙여두면 되나?

       고민하던 내 포스터를 레비나스가 집어들었다.

       

       “이거 봐라!”

       

       레비나스가 근처 모험가에게 포스터를 보여주였다.

       포스터를 본 모험가가 미소를 지었다.

       

       “직접 그린거니?”

       

       “응!”

       

       “우와, 잘 그렸는데?”

       

       칭찬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레비나스가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뛰나 싶더니,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포스터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수업이 있을 거라는 그림이다!”

       

       “수업? 무슨 수업 하는데?”

       

       “우움···”

       

       레비나스가 포스터의 뒷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해맑은 얼굴로 답했다.

       

       “몰라!”

       

       

       **

       

       초보 마법사 오세영.

       그녀는 레비나스와 그 손에 들린 그림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학교 놀이를 하는 거 같은데.

       누가 선생님인지 안 정해진 건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선생님이 없는 거야?”

       

       “아니! 선생님은 있는데···!”

       

       그리 말한 레비나스가 겨울을 바라보았다.

       제일 어린 동생이 선생님인가?

       오세영이 겨울을 살피는 순간이었다.

       겨울이 우물쭈물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기, 있잖아요···”

       

       아이가 언니들에 비해 겁이 많구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기 힘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응. 뭔데?”

       

       “그게, 선생님은 뒤에 적혀 있어요.”

       

       “선생님이?”

       

       과연 셋 중 누가 선생님이려나?

       오세영이 포스터를 뒤로 돌려보았다.

       ‘선생님들’의 목록을 확인한 오세영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건우?’

       

       내가 아는 그 이건우?

       오세영이 눈을 깜빡였다.

       바로 옆에 마법사 협회 협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적혀있었다.

       

       “뭐야 이거.”

       

       오세영은 포스터에 적혀있는 모든 이들을 알진 못했다.

       다만,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각 분야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이었다.

       

       여명 길드의 강진호.

       신성 길드의 채주연.

       태산 길드의 박태산.

       

       분명 모르는 이들도 하나같이 굉장하겠지.

       거짓말일 확률은 높지 않았다.

       겨울이가 길드장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모험가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꿀꺽-

       침을 삼킨 오세영이 겨울의 눈치를 살폈다.

       

       억을 줘도 배울 수 없다는 이건우의 마법 수업.

       이걸 아무런 대가 없이 공짜로 알려 준다고?

       

       자그마한 무언가를 배워가도 상당한 소득이었다.

       초보 마법사인 오세영은 탐이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마법사 협회장님 수업 들어도 될까?” 

       

       “네. 꼭 와주셨으면 해요.”

       

       겨울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참가자를 가리기 위한, 마스터에게서 받은 배지였다.

       배지와 함께 신청서도 작성해야 했지만, 겨울의 역할은 배지까지였다.

       

       무슨 뱃지를 줄까?

       고민하던 겨울은 토마토 뱃지를 주었다.

       앞으로 마법 수업 희망자들은 토마토 뱃지였다.

       

       “이거 갖고 카운터에서 신청서 작성하시면 돼요.”

       

       “으, 응! 고마워!”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사는 토마토 뱃지.

       오세영이 뱃지를 가방 깊숙한 곳에 담았다.

       그 모습을 본 레비나스가 가슴을 쭉 내밀었다.

       가슴팍에 달린 당근 뱃지를 자랑하기 위함이었다.

       

       “후움.”

       

       토마토 뱃지도 멋지긴 하지만, 당근이 최고지.

       레비나스는 모든 뱃지중에서 당근이 최고라 생각했다.

       

       

       **

       

       

       홍보는 나름 잘 되었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뱃지를 가져갔다.

       

       “호, 혹시, 에이미 박사님 수업도 들을 수 있는 거야?”

       

       “네. 에이미 박사님 있어요.”

       

       “근육! 여기서 더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네에···”

       

       수업 하는 사람들의 이름값 덕분인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열 명, 스무 명.

       모험가들의 열정이 몸을 찌른다.

       놀란 나는 뱃지를 한 움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공원으로 달렸다.

       

       “우, 우아···”

       

       심장이 콩닥거린다.

       내가 사람들에게 둘러싸는 거에 약하구나. 

       나는 근처 풀숲에 쪼그려 앉아 심장을 진정시켰다.

       

       누군가 내 곁으로 다가온 게 그때였다.

       

       “겨울이 여기서 뭐해?”

       

       바로 옆에서 한여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저 잠깐 쉬고 있었어요.”

       

       “언니가 보기엔 숨어 있던 거 같은데?”

       

       “네에. 이거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였거든요.”

       

       한여름에게 가방속에 있는 뱃지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한여름이 내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

       

       “남은 건 언니가 해줄게. 겨울이한텐 아직 많이 어렵지?”

       

       “음··· 많이는 아니고 조금 어려워요.”

       

       “그래?”

       

       한여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덕분에 쿵쿵 뛰던 심장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흔들리는 꼬리를 느끼며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용무가 있으신가요?”

       

       “응··· 이제 조만간 대회 열리는데, 겨울이도 참가할 거니?”

       

       “저도 해도 되나요?”

       

       “응.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면···”

       

       감당하기 힘든 조건만 아니면 좋을 텐데.

       걱정 반 기대반 마음으로 한여름을 바라보았다.

       

       “겨울이는 상금을 받긴 힘들 거야. 주최자 쪽이니까. 그리고 좀비 외형은 안 무서운 단계로 할 거고.”

       

       “아하.”

       

       환영 마법으로 만든 좀비는 외형을 바꿀 수 있으니까.

       한여름이 나를 걱정해서 건 조건인 게 분명했다.

       

       “이거 지키면 언니가 참가하게 해줄게.”

       

       “네. 좋아요.”

       

       참가할 수 있다면야, 충분히 감당할 만한 조건이었다.

       나는 한여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대회 시작은 이주일 뒤.

       금방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좀비…! 드디어 다음 화네요…!

    ───
    마이번냥님 6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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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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