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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1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 가끔 생각하는데, 라나님 용생은 사실 코미디가 아니었을까?

        – ㅋㅋㅋㅋㅋ

        – ㅋㅋ

        – 여신 개 어이없었을 듯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채팅창을 가득 채우다 못해 빠르게 넘겨 버린다.

        그런 시청자들의 채팅을 구경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사실 이런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단다. 단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을 뿐이지.”

       

        참고로 나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신들과의 약속에 따라, 신들은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 엥?

        – 직접적인?

        – 굳이 직접적이라고 해야 했나요?

       

        “필요한 일이었지.”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직접적’이라는 말없이, 무조건 ‘서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라고 했다면?

       

        “너희 인간들도 알겠지만, 이 부분에는 명확한 기준이 잡혀 있지 않단다.”

       

        예시로, 내 본체는 그저 그 자리에서 가만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용금으로 ‘오염’시킨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용금에 ‘물든다’라고 할 수도 있고, 인간들의 언어로는 ‘테라포밍’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처지에서, 내 주변이 ‘용금’으로 물들어가는 현상은 명백하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 아

        – 아하

        – 그러네

        – 오호

        – 아

        – 아

        – Aㅏ

       

        “물론 그 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지. 그렇기에 ‘직접적’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서로가 명백히 ‘피해를 주려는 의도’를 막은 것이란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신들과 약속한 대상은 어디까지나 나의 본체였다.

        용금으로 만들어낸 나의 아바타는 조금 애매한 경계선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나의 아바타 역시 ‘나’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

       

        하급신은 그 절묘한 간극을 이용해 나에게 접근했던 것이었다.

        내 아바타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려던 것이 아닌, 아바타에 신들이 붙여놓은 ‘운명의 실’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 와

        – 교묘하네요?

        – ㅎㄷㄷ

        – 이게 정치싸움인가?

        – 신들의 정치싸움. 가슴이 웅장해진다.

        – ㅋㅋㅋㅋㅋ

       

        “이때, 이 하급신이 독단으로 움직였냐 아니냐에 따라 또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전에 있었던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그 세상의 신들은 하급신들에 대한 관리가 생각보다 미흡했다.

       

        물론 그들도 사정은 있었을 것이다.

        자기 초월을 나눠줌으로써 직접 휘하에 넣는 ‘권속’과는 달리, ‘하급신’이라고 명명된 이들은 가진 힘이 약할 뿐이지, 어디까지나 10계 상위신과 똑같은 ‘신’이었다.

        그렇기에 10계 상위신들도 권위와 힘으로 그들을 제어할 뿐이지, 그들의 개인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단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 사건’과 같은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하급신이 나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했을 때, 나는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뭐, 그래도 네페테르가 그렇게 빨리 온 것은 내 예상외였지만 말이다.”

       

        – ㅋㅋㅋㅋㅋ

        – 라나님도 예측 실패했네요.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신들의 세계도 무시무시하네요?

       

        내 설명에 시청자들이 흥미를 보인다.

        아무래도 ‘신’이라는 이들은 어찌 보면 인간과 비슷한 이들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나와 네페테르는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단다.”

       

       

        *            *            *

       

       

        나는 네페테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 또 당신인가요?

       

        네페테르가 불만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음식을 먹으며 답했다.

       

        “옴뇸뇸…… 그게 무슨 소리냐?”

       

        = 시치미 떼지 마세요! 당신이죠!

       

        “음?”

       

        구운 고기 요리를 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중요한 부분을 다 떼먹고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여신 네페테르여. 그보다 신격부터 집어넣는 것이 맞지 않으냐?”

       

        = 읏?!

       

        나의 말에 네페테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비록 억제하고 있지만, 그녀는 신의 모습 그대로 이곳에 나타났다.

        비유하자면, 용금을 두른 내 본체가 이곳에 나타나 드래곤으로서의 기운을 풀어놓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인간들이 버티기엔 너무 강한 기운이 연회장을 감돌고 있었다.

       

        슈우욱!

       

        “쳇!”

       

        “흠.”

       

        결국 신격을 봉인한 네페테르가 천천히 연회장 바닥에 내려섰다.

        그리고 여신의 존재감이 사라지자마자 덜덜 떨던 인간들의 몸이 천천히 이완되기 시작했다.

        많이 긴장했던 모양이로군.

       

        내가 인간들을 살피는 사이, 여신은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내 앞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쾅! 내려찍었다.

       

        쾅!

       

        “빨리 실토하세요! 당신이죠?!”

       

        “옴뇸뇸…… 무엇을?”

       

        “제 아이! 엔델로 말입니다! 당신에게서 그 존재감이 느껴진다고요!”

       

        “흐음?”

       

        네페테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에게서 존재감이 느껴진다고?

       

        “……아! 혹시 이거 말이냐?”

       

        그 순간 뒤늦게 떠오른 것이 있었다.

        요르의 항구에 도착하기 전, 갑자기 나에게 수작을 부리려던 하급신을 포획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잊어 버리고 있었던 용금 구슬을 꺼내자, 여신은 나의 용금 구슬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엔델로! 역시 당신이었군요!”

       

        휘익!

       

        여신이 손을 뻗어왔기에, 나는 여신의 손끝에서 용금 구슬을 치웠다.

        그러자 여신이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죠?! 당장 그 아이를 풀어 주세요!”

       

        “여신이여. 지금 나에게 이빨을 보인 것이냐?”

       

        ‘입술’을 가진 짐승들은 대부분 이빨을 보이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한다.

        그리고 나는 감히 나에게 위협을 보내는 존재를 가만히 놔둘 정도로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 존재가 하찮고 어린 존재라면 모를까, 알 것 다 아는 여신이라면 더더욱.

       

        드드드드드드드-!!

       

        “헉?!”

       

        “지, 지진이다!”

       

        “히익?!”

       

        나의 의지에 따라 연회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회장의 바닥을 뚫고, 대지 깊숙이 묻혀 있었던 각종 금속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나의 아바타가 발현하는 초월에 의해, 아바타의 몸에 엮여 있는 운명의 실이 끊어질 듯 거칠게 휘날린다.

       

        “……큭!”

       

        결국 먼저 물러선 쪽은 여신 네페테르였다.

        왜냐하면 힘을 발현하려는 그녀의 옆에서 ‘나’와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쓴 계약서가 팔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접 계약과 엮이지 않은 하급신들이라면 모를까.

        나와 계약으로 직접 엮여 있는 10계 상위신들은 나와의 계약을 어길 경우 곧바로 계약서가 불타오른다.

        그리고 그 경우, 신들은 계약 파기의 페널티와 함께 나의 분노도 받아야 한다.

        내 본체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물러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왜 계약서가 나에게…….”

       

        “흠.”

       

        분하다는 감정을 드러내며 중얼거리는 여신.

        먼저 물러선 여신의 모습에, 발현했던 지배력을 갈무리하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모습을 보아선, 엔델로라는 하급신이 나에게 무슨 짓을 벌이려고 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엔델로라는 하급신이 봉인된 용금 구슬…… 줄여서 ‘봉인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신이여. 묻겠다. 이 하급신은 네 휘하에 있는 존재인가?”

       

        “당연하고 자시고, 제 자궁에서 나온 저의 아이입니다.”

       

        “흠?”

       

        여신의 말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제야 지금까지 본 여신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 아이의 위기 앞에서 태연할 어미는 드물지…….

       

        “그렇구나. 그렇다면 여신이여. 이 하급신의 어머니여.”

       

        “큭! 실수하시는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신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무사할 것 같은데?’

        

        여신의 말에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생각은, 단순히 나의 망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관찰했던 신들의 전력과 내 힘을 비교해서 분석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만약 내가 작정하고 전력으로 이 세상의 신들과 싸운다면, 나 역시 약간의 피해를 감수한다는 전제하에 신들을 전부 전멸시킬 수 있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화를 낼 테니,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

       

        오랫동안 다양한 차원을 돌아다니며, 많은 지성체들을 만나왔다.

        덕분에 나는 지성체들과 대화하는 ‘화술’이라는 것을 어색하게나마 구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내가 배운 ‘화술’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것.’

       

        그러니 이런 말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여신이여. 쓸데없는 말 대신, 쓸모 있는 말을 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이이익!!!”

       

        그리고 여신이 화를 냈다.

        ……왜지?

       

       

        *            *            *

       

       

        “뭐, 아직 화술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의 부끄러운 사고였지.”

       

        – 아닠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라이트 어퍼컷 대신 레프트 어퍼컷을 날렸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아앀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물 마시다가 뿜었잖아욬ㅋㅋㅋㅋㅋㅋㅋ

       

        내 말이 끝나자마자 채팅창이 순식간에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웃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화술이 부족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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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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