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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1

       쏟아지는 비와 함께 시작된 방송이었다.

        

       이예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청자들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날씨였다. 평소 비가 오는 날엔 휴방이 공지되는 일이 잦았고- 하루종일 빗소리만 들어보고 싶지 않냐는 말을 한 전력조차 있었던 고로.

        

       『부추전? 부추전? 부추전? 부추전? 부추전? 부추전?』

       『빗소리 들리네 시1팔』

       『??모바일?』

       『좆됐네』

       『제발 캠핑 아니라고 해줘』

       『그래 우천취소 아닌게 어디냐』

        

       방송에 접속하자마자 들려오는 빗소리에 시청자들이 난리를 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화면마저 미묘하게 어둑했으니. 화재의 규모로만 따지면 한 손가락에 꼽히던, 빗소리 ASMR 후 방종했던 날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너무 많았던 탓이리라.

        

       《아. 잘 들리시나요.》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난리를 안 치는 날이 더 드문 채팅창인 탓일까. 이예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평온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언제나와 같은 인삿말을 건네고 있었다. 

        

       《음……비가 많이 오네요. 이렇게까지 비가 쏟아지는 날엔, 뭔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아, 출근하기 싫다. 아, 포근한 이불 속에서 쉬고 싶다. 아, 방송 켜서 부추전 만든다고 사람들 모아 놓고 다 만든 부추전 보여주면서 휴방 공지하고 싶다- 같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이 존나 이상한데요 이 시발 진짜】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송 투척 빌드 씹사기네 진짜】

       

       아니, 오히려 그리 불타는 모습을 바라 마지 않는 것 아닐까.

       

       도저히 방송을 시작하는 멘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몇 마디 이후,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비가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어렴풋한 자동차 소리만 울려퍼졌다. 

        

       그렇게 시작된 정적은, 그야말로 쓸데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라디오라면 방송사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다. 고의로 일으키는 걸 사고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해야겠지만.

        

       그리하여, 설마하니 진담은 아니겠거니 하고 웃음짓던 시청자들조차도 서서히 채팅창을 뜨겁게 불태우기 시작하던 시점.

        

       -흐흫

        

       《농담이에요. 휴방 할리가. 방송 켜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서.》

        

       부드럽게 웃은 이예나가, 나른한-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운 기색이 어린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했다. 

        

       『우리도 보고싶었어ㅠㅠㅠㅠㅠ』

       『캠이나 켜고 말합시다 센세』

       『쒸이펄련 이젠 대놓고 육수를 펄펄 끓이는구나』

       『계속 보고 싶자고 휴방하는 건 아니지? 제발』

       『하 진짜』

       『보고 싶었어(방송을 다시 끄며)』

       『요즘 왜케 착해짐? 왜 일단 방송 끄고 불멍 안 함? 나 적응 안 돼……무서워……』

       

       채팅창의 분위기는 쉽게도 변해대고 있었다. 방송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쉬이 불이 붙는 만큼, 다른 쪽으로도 쉽게 움직이는.

       

       -흐흫

       

       그런 채팅창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예나는, 다시 한번 작은 웃음을 흘렸다.

        

       《자. 그러면, 가볼까요.》

        

       이어서 들려오는, 우산을 펴는 소리와- 펼쳐진 비닐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 

        

       방제에서 암시하는 쿡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였다. 카메라가 무언가에 가려져있음에도, 길거리를 걷는 중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왜 밖이냐】

        

       《지난 번에, 생략된 게 많다는 민원이 많았어서요. 듣고 보니 공감이 되는 면도 있어서……이번엔 일절 생략 없이, 부추를 사러 가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농사부터 안 하는게 어디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이젠 퍽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버텨낸 시청자들은, 이젠 이예나에게 제법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고로.

        

       《……오. 음……농사. 농사……잠시, 잠시만요. 부추는 좀 빨리 자란다고 듣긴 했던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한 걸음을 더 멀어지곤 하는 그녀였지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부탁이니까 제발 지랄하지 말고 마트 갑시다】

        

       그조차도, 하나의 루틴이 되었기에.

        

       평화로운 방송이었다. 

       

       * * * *

        

       이른 오후 치곤 어둑한 날씨였다. 내리치는 비가 과도하여, 과연 우산을 쓰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그런 날씨.

       

       걷기 시작한지 채 3분도 되지 않아 바짓단이 축축해질 정도다. 

        

       이런 날은 정말, 정말 밖에 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본능과 상식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면……글쎄. 스스로도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더랬다. 

        

       다만, 보고 싶은 건 사실이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지난 며칠 간은 대회에 집중하느라 방송을 하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상대들의 실력도 은근히 제법이어서, 플레이하며 채팅창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상대가 누구니 하는 뻐꾸기가 하도 날아오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도네이션도 꺼야만 했다.

       

       누군지 아는 상태가 되면……운신의 폭이 좁아지잖아. 

       

       원래 전장에선 상대의 신상을 모르는 편이 좋은 법이다. 

       

       아무튼- 방송을 켜두기는 했으되, 속이 텅 비어버린 방송이나 다름 없어서. 그렇게 대회 경기에 임하는 사이, 일렁거리는 채팅창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도네이션들이 그리워지게 된 것이다. 제로 음료수를 마시다 보면 진짜 당이 땡기게 되듯이.

        

       그러니까- 그래.

       

       요약하자면, 방송이 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이제서야 스트리머가 되고 싶어진 걸지도 모르겠더라. 

        

       방송을 시작한지 벌써 9개월 넘게 지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조금, 조금 늦은 것 같기도 한데.

        

       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지점이었다.

        

       막연하게, 도적부흥운동에 성공하면 방송은 그만두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왔던 탓이다. 

        

       이번에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도, 반 즈음은 마무리를 위한 것이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걸 한 번은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리 도와준 시청자들에게…… ‘아따먹’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출전한 대회였는데……응. 지금으로서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 가벼이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분명 오늘 아침처럼, 불현듯 그리워지지 않을까.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질 거고.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겠지.

        

       부추전처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갑자기 뭔 또 근추전이여……좆오좆이나 하러 갑시다】

        

       “음……예전에, 부추전을 만들려다가 무수한 민원의 향연으로 인해 중도 포기한 적이 있었어요. 심기일전해서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따CCTV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센세 너무 답답해요 제발 좀 꺼내주세요】

        

       “죄송해요. 여기 촬영 허가를 안 받아서요. 주머니 뷰라고 생각해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혹시 어디 붙어있는 주머니인가요 진짜 급함】

        

       “……그게 왜 급하시지. 바지 주머니예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담긴 도네이션에 적당히 대답해주고 있자니, 어느 새 마트에 도착했다. 일단은 장부터 볼까. 생각은……나중에, 혼자 할 시간이 있을 테니. 

        

       최소한 대회에서 탈락할 때까지는 미뤄도 괜찮겠지. 이번 대회까지는 어찌 되든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으니까. 스스로에게 조금의 유예는 줘도 되지 않을까.

        

       분명 그럴 터였다. 

        

       복잡하게 꼬여가는 생각들을 머리 한 켠으로 치워버리며, 본격적인 장보기에 돌입하고 약 3분 후. 

        

       이런 저런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은 채 걸어가자니……계산대에 앉아있는 아주머니의 시선이 조금은 따가웠다. 아까부터 혼잣말을 하고 있는 탓이려나. 이어폰도 끼고 있으니, 어련히 통화 중이려니 해주면 좋을 텐데.

        

       “5만 4천냥이요. 카드 이쪽에 꼽으세요.”

        

       “네.”

        

       잠시, 계산이 되기를 기다리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사이. 계속하여 입술을 씰룩거리던 아주머니가, 이내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근데 그,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선 그런 게 유행인가? 우리 때는 그런 그림은 뭐 조직생활하는 사람들이나 하고 그랬는데. 젊은 아가씨가 왜 그런 걸 했어요?”

        

       아.

        

       팔토시. 소매가 조금 걷혀서……보이는구나.

        

       ……그때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생각에 일단 꼈는데. 조금……조금, 눈에 띄기는 하겠더라.

        

       “……사연이 있어요.”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리고, 빠르게 장바구니를 추슬렀다. 뭐라 설명해도 이상할 때는, 도망치는 것이 정답인고로.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텐련 잘 부탁드립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거 지금 누가 우리 형님 꼽을 주는겨? 여 장사 접고 싶어?】

        

       ……어쩌다 이런, 이런 시청자들이 생겨난 건지. 그나마 이어폰을 꽂아둔 상태여서 정말 다행이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수정) 모바일로 퇴고하는 과정에서 퇴고본 7개가 각각 업로드 회차로 업로드되는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현재는 정상화된 상태이니 안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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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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