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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1

   에파니아 제국 황제.

   시리우스 에파니아.

     

   그의 평가는 늘 호불호가 갈린다.

     

   어느 귀족은 시리우스에게 몇 번이고 찬사를 보낼 만큼 뛰어난 인물이라 평가하는 한편.

   어느 귀족은 시리우스를 죽도록 증오하고, 하루빨리 황제위가 바뀌기를 바라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그의 정책에 의해 목숨을 부지한 가문이 있는가 하면.

   한순간에 폭삭 망해버린 가문들도 더러 있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시리우스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시리우스에 관해 평가하기를 하나만큼은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제국이 현재 최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던 것은 그가 내놓은 정책과 행동력이라고 말이다.

     

   그러한 황제를 만나기 위해 크라슈는 쥬논 가의 마차에 탑승하고 이동 중이었다.

     

   사람들은 알까?

   제국 최고의 무위를 자랑하는 쥬논 검가의 마차에 스타론 최강의 가문인 발하임의 직계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이 퍼진다면 세상은 또 한바탕 뒤집히리라.

   이야기꾼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퍼 나르겠지.

     

   하지만 간 크게 쥬논의 가주 달피론 쥬논이 탄 마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물은 이 세상에 몇 없었다.

     

   그 증거로 황궁의 입구에 들어섰을 때도 마차는 막힘없이 나갔다.

   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가 오히려 긴장한 모습으로 마차가 나가는 모습을 향해 경례를 날릴 지경이었다.

     

   그만큼 달피론의 파급력은 컸다.

   제국에서 그의 존재는 황제만큼이나 컸기 때문이었다.

     

   크라슈가 창문 밖을 힐끗 보았다.

   암막이 되어 있는 창문 틈 사이로 비치는 광경은 황궁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마차를 타고 황궁까지 들어가는 데만 벌써 십 분이 넘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정원과 건축물들은 무척이나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듯싶었다.

     

   곧이어 황궁의 본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위로 젖혀 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에파니아 식 벽면과 바다 빛의 지붕이 보였다.

     

   끼익-

     

   잠시 후 본관 앞에서 마차가 멈춰 섰다.

   멈춰 선 마차의 문을 쥬논 가의 기사가 열어주자 제일 먼저 달피론이 걸어 나왔다.

     

   그러자 정갈한 복장을 갖춘 노인 한 명이 달피론을 맞이했다.

   그는 달피론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황제의 수발을 직접 드는 황실 집사장이었다.

     

   “급하게 오셨군요.”

   “그래, 폐하께서는 안녕하신가.”

   “늘 같으십니다. 최근에는 식사량도 조금 주셨지만 먹고자 노력하고 계십니다.”

   “폐하다우시군.”

     

   백석증은 내부 장기가 백색의 돌로 변해가는 병이다.

   당연히 소화나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겨날 텐데도 황제는 살아남고자 식사를 멈추지 않았다.

     

   달피론도 그 사실을 알고, 살짝 쓴웃음을 머금었다.

     

   제국을 이토록 부강하게 만들었지만 스스로는 살릴 수 없는 시리우스 황제가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시리우스는 자신을 살리기 이전에 황가의 미래를 걱정해 백석증을 치료하고자 했다.

     

   백석증은 황가에 계속해서 내려오는 유전병이니 말이다.

     

   그 뜻을 알기에 달피론은 기꺼이 익시온과도 손을 잡았다.

   백석증이 없다면 황궁의 힘은 더더욱 강해질 것이고, 제국도 평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폐하를 뵈러 가지.”

     

   그는 그리 말하고는 마차 쪽을 보았다.

   그러자 때마침 로브를 둘러쓴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쪽은 시즐리 에파니아.

   다른 한쪽은 크라슈였다.

     

   집사장은 잠시 그쪽을 보곤 바로 시선을 떼었다.

     

   “그럼 폐하의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황궁에서 가장 입이 무거운 이였다.

     

   “너까지 로브를 쓸 필요 있냐?”

     

   집사장의 뒤를 따르며 크라슈는 시즐리를 본 채 어이없음을 담아 물었다.

   그도 그럴 게 시즐리 입장에서는 이곳이야말로 집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즐리는 뭘 모른다며 양손을 허리춤에 올렸다.

     

   “내가 얼마나 눈에 띄는 깜찍한 이인 줄 아느냐? 자칫하면 다 나를 보느라 실수를 연발하니 가려준 게다.”

   “헛소리는, 그냥 달피론 쥬논 님 곁에 있는 걸 보이면 안 돼서겠지.”

     

   크라슈도 뻔히 다 알면서 해본 말이었다.

   둘의 티격태격함을 달피론이 힐끗 보자 앞서 걷던 집사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청춘이로군요. 젊음은 중요하죠.”

   “자네도 아직 젊네.”

   “하하, 달피론 님과 세 살 정도밖에 차이 안나니 서로 젊은 셈 치지요.”

     

   겉보기에는 달피론이 집사장보다 훨씬 어려 보이나.

   그것은 그가 단련을 통해 육체 나이의 전성기를 유지 중이라 그럴 뿐.

     

   실상은 집사장이 세 살이나 어렸다.

     

   “웬일로 황궁이 조용하군.”

   “달피론 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에 시중과 기사들은 다 물려놨습니다.”

     

   척하면 척이라는 듯.

   집사장은 눈치 빠르게 사람들도 말끔히 치워 놓았다.

     

   그 또한 황제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였다.

     

   “자네에게는 늘 신세를 져.”

   “별말씀을. 제국은 늘 달피론 님께 신세를 지고 있지 않습니까.”

     

   둘의 덕담이 오가고, 얼마 후.

   집사장은 무척이나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섰다.

     

   거기에는 기사 딱 한 명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상당한 덩치인 그는 무려 족히 2미터 중반에 육박하는 키를 가지고 있었다.

   프레아의 아이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덩치.

     

   프리드웬 가문의 철벽(鐵壁)이자 황제의 방패.

   테르만 프리드웬이었다.

     

   그는 달피론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황제의 검께 인사를 올립니다.”

   “자네는 참, 볼 때마다 그러는군. 격식은 그쯤 하면 됐네.”

   “아닙니다. 황제 폐하의 방패 된 자로서 격식을 차려야 폐하의 위상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나원, 이러니 폐하께서 자네를 안 아낄 수가 있나.”

     

   달피론이 미소를 짓자 테르만은 무서운 얼굴과는 별개로 쑥스럽게 웃었다.

   크라슈는 새삼 달피론이 제국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능숙해.’

     

   크라슈의 머릿속 천상사강들은 다들 어딘가 나사 빠진 인간들이었다.

     

   당장 아버지인 무황 발록 발하임만 봐도 그렇다.

   매일같이 금역에 들어가는 그는 오직 무만을 숭상하며 거듭된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반신이라는 경지에 올랐음에도 그의 훈련은 멈출 줄을 몰랐다.

     

   더불어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은 더했다.

   마법과 호기심에 미쳐 버린 그는 자신의 흥미에 따라 무엇이든지 손을 댔으니까.

     

   그에 반해 달피론은 무척이나 정상적이었다.

     

   ‘황제의 검이라는 위치가 작용한 덕인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거 같은 기분이었다.

     

   “폐하, 달피론 쥬논이 찾아왔습니다.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백룡의 그림이 그려진 문 앞에 선 테르만이 문을 향해 고했다.

   그러자 잠시 후 안에서 기침 소리와 함께 대답이 들려왔다.

     

   “들라 해라.”

   “예.”

     

   고개를 숙인 테르만이 문고리를 잡았다.

     

   쿠웅, 쿠궁-

     

   그러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자 잠시 후 내부가 비추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

   암막 커튼 덕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조금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러한 공기 속, 여러 가구들의 너머.

   커다란 침대 위에 한 중년의 남자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본래는 바다 빛의 색깔이었어야 했던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변색 된 채 침대에 늘어져 있었고.

   그의 얼굴은 본래 나이에 비해 주름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폐하께 황제의 검이 인사를 올립니다.”

     

   달피론이 대표로 인사를 전하며 부복 자세를 취하자 시즐리와 크라슈도 그를 따라 자세를 낮추었다.

     

   곧이어 황제가 천천히 눈을 뜬 순간 호박빛의 눈동자가 비추었다.

   다른 것은 다 빛바랬을지라도 그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에파니아 제국의 황제.

   시리우스 에파니아.

     

   제국의 통치자가 바로 그였다.

     

   ‘눈이 시즐리랑 똑 닮았군.’

     

   이채를 띠는 호박빛의 눈동자는 분명 시즐리의 것이었다.

   시즐리는 시리우스의 핏줄을 진하게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3황녀인 시그린의 눈이 푸른색인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 쪽인 황비의 유전자였다.

     

   그녀 특유의 오만함도 황비에게서 온 걸 보면 시그린의 외견과 성격은 황비의 피 쪽의 영향이 컸겠지.

     

   때마침 시리우스가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집사장이 다가와 서둘러 그를 부축해 주었다.

     

   이미 몇 번이고 해본 듯 익숙한 모양새였다.

   그만큼 병세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크라슈는 그의 옷소매 사이로 드러난 앙상한 뼈를 마주했다.

   확실히 상태가 꽤나 좋지 않다.

     

   장기가 제대로 작동 못 하고 있으니 육체가 소실 되는 것이다.

     

   크라슈는 시리우스를 직접 마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지금 그를 보니 말년에 황제가 왜 미쳐 버렸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 인간은 제정신을 가지기 힘들다.

   특히, 황제라는 불안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일수록 정신은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후에 스타론과의 전쟁이 일어난 거겠지.’

     

   백석증을 앓게 된 시리우스에 의해 황가가 불안한 틈을 타.

   황족들은 황제라는 자리를 찬탈하고자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들은 제국을 분열시켜 놓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이때다 싶어 세력을 갈라 내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내뱉었으며.

   그들의 지지가 필요했던 황족들은 기꺼이 그 제안을 승낙해주었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시리우스는 끝내 칼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그 칼의 방향은 다름 아닌 스타론이였다.

     

   스타론에 있었던 독왕의 하덴하르츠 몰살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백귀가 되어버린 비앙카가 독왕을 암살하게 되었다.

     

   무려 천하십강인 이가 살해당한 상황.

   제국 내에서는 한순간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스타론도 마찬가지였다.

   하덴하르츠에서 일어난 사건은 제국의 만행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시리우스는 제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스타론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선포된 전쟁 속에서 제국은 하나로 모일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된 만큼 갈 곳 없이 쌓이고 있던 귀족들의 힘을 소모 시킬 수 있음은 물론.

   제국을 갉아 먹는 정책을 제국의 승리를 위한다는 말 하나로 죄다 갈라 버릴 수 있다.

     

   더불어 제국이 하나로 모이게 되는 만큼 황궁이 지닌 힘은 커질 테고, 그때 황제의 자리를 물려준다면 제국은 영원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시리우스는 스타론을 향해 기꺼이 전쟁이라는 칼을 던진 것이었다.

     

   자신의 약혼자인 비앙카가 그의 뜻에 휘말린 적이 있어서일까.

     

   크라슈는 시리우스가 마땅치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죽은 이들부터 시작해.

   관리 되지 못한 세계 침식의 번성과 최흉의 씨앗들.

   더불어 익시온이 더더욱 판을 치는 상황까지 만들어냈으니.

     

   시리우스는 멸망을 앞당긴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니 크라슈는 말년에 그를 미쳤다고 평했다.

   제국을 위한다는 말 하나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며 말이다.

     

   “자네는.”

     

   그때 마침 시리우스가 이쪽을 보았다.

   크라슈를 본 적 없는 그이기에 의문을 보인 것이다.

     

   크라슈는 로브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발하임 특유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한차례 흩날렸다.

   

   

   

   

     

   “반갑습니다. 폐하, 폐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크라슈 발하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어떻게든 살려 놓을 테니까.

   죽기 전에 반드시 헛짓거리 못 하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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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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