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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이글거리는 열기가 주변을 짓누르고.

       

       지독하게 어둡던 밤의 숲이 피어오른 불꽃 탓에 조금씩 밝아진다.

       

       꾸우욱!

       붙잡힌 팔을 빼 내보려 하지만, 힘을 주어도 쉬이 빠지질 않는다.

       

       ‘이놈…?’

       

       전력을 다하진 않았으나, 암인은 알 수 있었다.

       만일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쉬이 빠져나올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상한 것이다.

       

       ‘이깟 어린 놈에게…. 내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평생을 뒷 세계에서 살아오며 암행을 일삼았다고 한들.

       그의 피는 황색이며 성씨는 황보이다.

       

       자신의 반의반도 못 살았을 것 같은 애송이에게 휘둘릴 힘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데 이게 대체 왜…!’

       

       눈앞에 놓인 상황에 암인에겐 많은 생각이 오간다.

       

       애당초 이를 들킬 줄도 몰랐던 건 둘 째 치고.

       어찌 나타나 자신을 붙잡았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붉은색 안광을 바라보던 암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우선은 말을 잡아뗐다.

       

       죽이지 않고 기를 납작하게 해서 입을 막으려던 계획이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과연 가능한가 싶은 생각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암행에 이르러선 자신보다 윗 경지의 이들을 죽이는 게 암살자였고.

       

       예시로 일류 무인이 절정에 닿은 무인을 죽이는 기적 같은 경우가 가장 많은 것도 암살자였다.

       

       물론 그런 상황과 순간을 만들어 빈틈을 찔러 죽이는 게 그들이지만 말이다.

       

       이 말은 같은 경지라면 패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과 같았다.

       

       이런 어두운 환경과 숲이라는 지형에서라면 말이다.

       

       “나는 그저….”

       “모르는 일이라고?”

       

       암인의 말에 진룡, 구양천의 입술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야밤에 빛나는 붉은 안광과 더불어, 주변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불길.

       더불어 사나운 얼굴까지.

       

       모든 상황이 아울러 구양천을 마치 마귀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이 구가의 영역임을 전선에 있는 무인이라면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그저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로다.”

       “오, 그래? 하필이면 황보가의 무인이 말이지. 이 밤에.”

       “…!”

       

       구양천의 말에 암인의 등줄기로 땀이 한 줄 흘러 내렸다.

       

       어찌 알았을까.

       

       자신이 황보세가의 인물임을.

       속으로 놀란 가슴을 감추며 암인은 표정을 관리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시치미 떼기에는 거기네 집안은 특유의 기운이 너무 거칠어서 모를 수가 없어요.”

       “나는 황보세가의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팽가만큼 정돈이 되어 있지도 않고. 아, 그러니까 사대세가에 못 들어간 거겠지만.”

       “…”

       “이거 봐. 팽가랑 비교하니 바로 표정이 썩잖아.”

       

       아차.

       

       암인은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그런지 쓸데없는 실수를 해버렸다.

       

       일을 나선지 너무나 오래 지났기 때문일까.

       

       “재밌는 아해로다….”

       

       암인의 말에 구양천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재미는 지랄. 야밤에 더러운 짓 하러 와놓고 왜 이렇게 고고한 척하지?”

       “명가의 혈족 치고는 입이 상당히 거칠도다. 네 눈앞에 있는 노부가 중원에서 몇 년을 활동 했는지 아느냐?”

       “그래서. 예의라도 차려달라고?”

       

       꾸우욱.

       

       붙잡힌 손에 점차 압력이 들어간다.

       

       “밤에 개수작 부리러 온 인간한테 예의를 차려달라고 하네. 어르신 나이를 그만큼 먹었으면 곱게 늙어야지. 썩어도 너무 썩었잖아.”

       “이놈이…!”

       “하기야.”

       

       구양천의 말에 노호를 터트리던 암인이. 비웃음을 머금은 구양천의 얼굴을 보며 순간 멈칫한다.

       

       “처맞고선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걸 일러바친 새끼나. 그걸 듣고 이 야밤에 찾아온 새끼나. 둘 다 모자라 보이긴 해.”

       

       비웃음을 가득 섞고 내뱉는 말에.

       암인이 끝내 못 참겠다는 듯 내기를 끌어올린다.

       

       ‘죽여야겠다.’

       

       놈이 후기지수 수준에서 상당히 뛰어난 것은 알겠다.

       

       저 나이에 벽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순간이라도 자신에게 기척을 숨기고 다가올 수 있었음만 보더라도.

       놈은 이미 후기지수 수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음이 맞을 것이다.

       

       ‘하나.’

       

       그래봤자다.

       

       순간.

       구양천의 손에 잡혀 있던 암인의 팔이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마치 기름이라도 칠한 듯 매끄럽게 말이다.

       놓칠 줄 몰랐다는 듯, 구양천의 두 눈이 크게 떠지지만.

       

       이미 앞에 암인은 사라진 다음이었다.

       

       ‘밤은 나의 영역이다.’

       

       암행을 수십 년 행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밤은 자신의 세상과 다름이 없다.

       

       어둠의 숨어드는 것은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며.

       불꽃에 순간 주변이 밝아졌다고 한들.

       

       어둠은 어딜 가나 있으니 상관없었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자신과 황보세가를 욕보였음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숨어든 어둠 속에서, 암인은 조용히 눈을 빛낸다.

       놈은 여전히 가만히 서서 주변을 천천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찾는 듯이.

       

       ‘죽이진 말라 하였으나. 이는 어쩔 수 없겠어.’

       

       이를 살피며 암인이 천천히 움직인다.

       

       기척은 죽였고.

       소리 또한 죽였다.

       

       자신은 지금 어둠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천천히, 구양천의 뒤로 다가간다.

       

       죽이지 않고 괴롭히는 건 무리였다.

       

       참으로 엿 같고 자괴감이 이르는 일이지만, 그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말년에 화경에 닿은 암인이.

       고작 저런 애송이 하나 어쩌지 못함은 참 한탄스러웠으나.

       

       상관없었다.

       

       지금 놈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니.

       

       ‘이놈은 위험하다.’

       

       암인이 구양천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황보가를 욕보이고 자신을 모욕했음이 컸으나.

       그 안에는 구양천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 또한 있었다.

       

       ‘이놈의 하늘은 너무나 거대하다.’

       

       팽가의 괴물이나. 무당의 잠룡등.

       

       세상에 천재란 천재는 너무나 많으나. 직접 마주하니 더 잘 알 수 있었다.

       

       이놈은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심지어 구양천의 머릿속에 황보가의 대한 적의를 품었다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지금 자리에서 지워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선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놈을 마주하러 온 것이 자신이었음이 말이다.

       

       ‘일 공자에겐 더 큰 것을 받아 내야겠어.’

       

       암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내기를 끌어 올린다.

       

       어느새 손에 들려있는 얇은 비수.

       내기가 둘린 비수에는 날카로운 예기가 서리고.

       

       암인은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구양천의 심장으로 비수를 꽂아 넣는다.

       

       비수가 구양천의 몸에 닿기 직전.

       

       탁-!

       

       “…!”

       

       암인은 벌어진 상황에 비명이라도 내지를 뻔 했다.

        

       구양천이 순간 몸을 돌려 암인의 팔을 다시금 붙잡았기 때문이다.

       

       “뭣…?”

       

       우득-!

       

       잡힌 순간 팔에서 무식한 소리가 들려왔다.

       직감했다.

        

       방금 잡힌 손목이 부서졌음을 말이다.

       

       “어…어찌.”

       

       하지만 암인은 자신의 손목의 뼈가 가루가 된 것보다.

       등골을 타고 느껴지는 격통보다 더.

       

       자신이 어떻게 다시금 구양천에게 기척이 잡혔는지가 더 알고 싶었다.

       

       눈치챌수 있는 거리도.

       

       뒤늦게 눈치챘다고 반응할 수 있는 순간도 아니었거늘.

       

       대체 어떻….

       

       “모를 수가 없지. 그렇게 잘 보이는데.”

       “뭐라?”

       

       구양천의 말에 암인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짓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콰앙!

       

       구양천의 주먹이 암인의 얼굴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끄르윽…!”

       

       암인의 고개가 큰 충격에 뒤로 젖혀진다.

       

       동작을 살피고 어떻게든 피하려 했으나.

       붙잡힌 팔이 도저히 빠지질 않았다.

       

       거대한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고작 일격에 정신이 흔들렸다는 말이다.

       

       투두둑…! 주르륵….

       

       한껏 젖혀졌던 고개를 겨우 아래로 숙이지만.

       

       입술에서 부서진 치아 몇 개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꺼으윽….”

       

       위험하다.

       

       무언가 잘못됐다.

        

       암인의 본능이 미친 듯이 반응을 내보이지만.

       

       ‘몸이…말을….’

       

       이상하게 몸이 말을 안 듣는 느낌이었다. 

       방금 맞은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으나.

       

       그로 인해 몸이 고장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다.

       

       “…끄으윽….”

       

       암인은 애써 고개를 들어 구양천을 바라봤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구양천의 눈은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놈…! 극독을…쓴 게냐?”

       “극독? 아, 대충 비슷하려나.”

       

       구양천이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이내 다시금 고쳐먹고 고개를 끄덕인다. 

       

       “독이라면 독이지.” 

       ‘독인가….’

       

       그제야 암인이 자신의 몸이 이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독에 중독되었다면 당연한 일이었으니.

       

       다만.

       

       대체 어느 틈에?

       

       언제 자신에게 독을 넣어 중독 시킬 수 있었는지.

       또, 대체 무슨 독이기에 자신이 이렇게 무능력하게 중독이 됐는지 모를 일이었다.

       

       암행을 하기 위해 웬만한 독에 대해선 면역력을 갖추고 있었고.

       

       전설 속에서나 전해지던 당문의 무형지독이 아닌 이상은 이처럼 쉬이 중독될 리 없을 터인데.

       

       문제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암인은 거친 숨을 내쉬며 구양천에게 말한다.

       

       “살…려주게….”

       

       우선은 목숨을 구걸 해야 했다.

       

       이를 본 구영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다.

       

       “포기가 빠르시네? 좀 더 으르렁 거릴 줄 알았는데.”

       

       정녕 극독에 걸린 상황이고. 

       도망칠 수 없도록 붙잡힌 상황이라면.

       당장은 살고 봐야 했다.

       

       암살자가 암행 도중에 잡혔을 경우.

        

       스스로 혀 아래에 깔아 놓은 독을 씹어 자결하거나.

       세가를 위해 고문을 당하다 죽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자신은 이제 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세가의 대한 충성심 같은 건 진작 떨어졌고.

       지금은 장로 자리를 지키며 남은 생을 살아갈 생각만 잔뜩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 일 공자의 부탁을 들어주려 한 것이거늘…!’

       

       갈대처럼 흔들거리는 암인의 삶을 끝내고.

       뒤늦게 부여 받은 장로직을 지키며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그 자리를 좀 더 굳건하게 하고자 한 것인데.

       

       이런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암인의 말에 구양천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굳이 따지자면 귀찮아 보인다는 게 맞을까.

       

       “왜 이러실까 추잡스럽게.”

       “소 형제…. 아니 구 공자, 내…. 다 말하겠네…. 누가 이런 일을 시킨 건지. 바란다면 증언도…읍!”

       

       마음을 돌리고자 모든 걸 뱉어내려던 암인의 입이 구양천의 손에 잡혀 막혀버린다.

       그다지 거대한 손도 아닌데, 제 입을 붙잡은 손은 어째서인지 너무나 커다랗게 느껴진다.

       

       “네가 말 안 해도 누가 부탁했는지는 진작 알고 있고.”

       

       치지직.

       

       “으으읍…읍!”

       

       제 입을 막고 있는 손바닥에서 열기가 느껴지니.

       암인이 다급한 신음을 내뱉지만,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증언 따윈 필요 없어. 지금이 그딴게 필요한 시대는 아니잖아?”

       “끄읍…읍.”

       

       화르륵-!

       

       이내 손바닥을 타고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암인의 얼굴과 몸에 들러붙는다.

       

       “끄르릅!!”

       

       온몸에 타오르는 불길에 암인이 버둥거리지만.

       그마저 힘이 없어 제대로 발버둥도 치지 못했다.

       

       불길은 암인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타올랐고.

       버둥거리던 손끝이 잠잠해지자 순식간에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 뒤에 구양천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잿더미 뿐이었다.

       

       투둑.

       

       손에 힘을 푸니 바닥으로 잿더미가 풀썩 떨어지고.

       툭툭 손을 대충 털어낸 구양천이 바닥을 보며 뒤늦게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는다.

       

       “아.”

       

       맞다.

       

       이름을 물어본다는 걸 깜빡 하고 있었네.

       

       “…별로 상관 없나?”

        

       어차피 황보 뭐시기겠지 뭐.

       

       구양천은 고개를 살짝 숙여 시꺼멓게 타버린 시체의 품에서 무언가를 잡아 끌더니 뜯어내 제 품에 집어 넣었다.

       

       그 뒤에 가만히 시체를 내려다 보다가.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원래 있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시체는 그대로 둬도 상관없을 것이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물이 나타나 먹어 치울 것이니.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전선의 숲이란 그런 곳이었다.

       

       

       

       

       

       ******************

       

       

       

       

       

       구양천이 잠깐 어디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다음.

       

       비연섬은 극한의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이러다가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어색한 상황을 말이다.

       

       ‘제발…살려줘.’

       

       바짝 긴장한 육체를 꼿꼿이 세우고.

       얼어붙은 등을 기둥 삼아 정면 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자신의 옆을 향하고 있었다.

       

       옆에 가만히 앉아 숲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에게 말이다.

       

       힐끔.

       

       비연섬이 곁눈질로 순간 옆을 바라보고 꿀꺽 침을 삼킨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네.’

       

       여인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달빛을 받아 빛이 나는 것 같은 백발과.

       정면을 바라보는 게슴츠레한 눈과 거기 안에 담긴 푸른 눈동자는. 

       

       외모와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에 설봉을 보았을 때.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싶었으나.

       지금 보는 여인은 수준이 달랐다.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먼저일 지경이었으니까.

       

       ‘저 사람이 검무희….’

       

       비연섬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검무희 남궁비아.

       

       뇌룡의 누이이자 지지난번 용봉지회에 느닷없이 나타난 신예 무인이었다.

       당시 비무제에선 맹주의 아들인 신성에게 아쉽게 패배했으나.

       

       그때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모습과 마치 검을 들고 춤을 추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었고.

       

       그러한 모습들 덕에 검무희라는 별호가 붙은 여인.

       

       비무제에서 아무 힘도 못 쓰고 패배한 게 너무나 창피해 문파로 도망치듯 떠났던 비연섬은.

       그때 남궁비아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이제와서 마주한 여인은. 

       자신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외모뿐 아니라 무위도.’

       

       직전에 보여주었던 일검.

       

       비연섬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지금도 눈 앞에 펼쳐진 만연한 숲 사이 뻥 뚫린 공간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당대의 뛰어난 검수들이라면 저런 일들이 분명 가능하겠지만.

       

       자신과 또래인 남궁비아가 저 정도 수준의 무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작은 자괴감이 몰려온다.

       

       더불어 구양천에 대한 부러움도 물씬 올라왔다.

       

       저렇게 예쁘고 강한 여인이 약혼자라니 말이다.

       

       그렇게 부러움을 담아 옆에 남궁비아를 힐끔힐끔 바라보길 얼마나 지났을까.

       

       숨은 쉬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게 있던 남궁비아가.

       

       스륵.

       

       문득 몸을 일으키더니 앞을 보며 예쁜 입술을 달싹인다.

       

       “…어디…갔다 왔어?”

       “예…?”

       

       혹,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비연섬이 당황스럽게 대답하지만.

       

       “쥐새끼가 있어서.”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어 대답을 대신한다.

       

       곧이어 수풀 사이로 목소리의 주인이 나타난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까 사라졌던 구양천이었다.

       

       “…쥐…?”

       “어, 좀 많이 크더라고.”

       

       아까 사라지던 모습과 동일했으나, 어쩐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나저나 쥐라니?

       

       갑자기 무슨 쥐를 잡았다는 거지.

       

       비연섬처럼 가만히 의미를 달싹이던 남궁비아는 구양천을 향해 묻는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걸까.

       비연섬은 알 수 없었다. 혹, 구양천이 쥐를 무서워 하기라도 하는 건가?

       

       갑자기 쥐를 잡으러 간 구양천이 더 이해가 안 가지만 말이다.

       

       남궁비아의 말에 구양천이 씨익 웃는다.

       

       그 미소가 너무 무서워 비연섬은 몰래 몸을 살짝 떨어야 했다.

       

       “안 괜찮을 건 뭐야. 그냥 잠깐 다녀온 건데.”

       “…”

       

       정말 괜찮다는 듯 말하지만.

       그 대답이 남궁비아는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을 바라본 구양천 또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남궁비아가 뭐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지 눈치 챘기 때문인가.

       

       “그런 뚱한 표정 좀 짓지 마. 진짜 괜찮아서 그런 거니까.”

       

       적당히 말을 넘기던 구양천이.

       이내 비연섬 쪽을 바라봤다.

       

       눈을 마주친 비연섬은 자기도 모르게 흠칫해야 했다.

       자기도 모르게 겁을 좀 먹었기 때문이다.

       

       너무 티 나게 놀랐나 싶지만, 다행히 구양천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야.”

       “예, 예!”

       “내려가자.”

       

       구양천의 뜬금없는 말에 비연섬의 눈이 커진다.

       

       “예…?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요?”

       

       당번은 적어도 해가 뜰 때 까지는 주어진 위치에서 주변을 돌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비연섬의 말에 구양천이 피곤한지 목을 매만지며 답을 해준다.

       

       “막사로 돌아갈 명분이 좀 생겼거든.”

       

       명분?

       

       구양천의 말에 비연섬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핸드폰으로 작업한 부분이 많아.

    집으로 도착한 다음. 놓쳤을 오탈자를 마저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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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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