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2

       

       ​

       모두가 눈치를 보며 비동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그때, 갑작스럽게 난입한 무림맹에 의해 분위기가 급변했다.

       ​

       ‘무림맹이 데려가 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다!’

       ​

       무림맹이 어디인가.

       ​

       서역에서의 오랑캐를 막아낸 공로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집단이 아니던가.

       ​

       숙적이라는 마교도 패퇴시킨 만큼 현 무림에서 무림맹을 상대로 감히 싸움을 걸만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

       즉, 무림맹이 끼어들면 전부 손가락을 빨며 돌아가야 할 처지.

       ​

       결국 남은 세력들은 시선만으로 암묵의 합의를 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그대들은 누구시오?”

       ​

       무림맹 호남성지부에서 온 무인들은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무인들을 노려보았다.

       ​

       ‘뭐 이리 많아?’

       ​

       명령을 따라 남하하길 이틀.

       ​

       전서구를 통해 전해진 소식을 따라 이동하고 있던 그들은 의문의 색목인을 추적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 상태였다.

       ​

       하지만 이건 너무 많아도 많지 않은가.

       ​

       눈대중으로만 확인해도 쉰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있다니.

       ​

       ‘골치 아프군.’

       ​

       이 사람들을 어떻게 세 명이 함께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

       작정하고 살인 멸구를 시도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숫자 차이가 있는데.

       ​

       ‘생각보다 더 많네요.’

       ​

       폭풍의 중심에 선 마들레르는 차분한 눈으로 무림맹과 벽력검제 비동 발굴 연합(임시)을 가라앉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

       ‘말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말.

       ​

       말이 있었다면 이렇게 귀찮은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리라.

       ​

       아무리 무림인들이 경공을 펼쳐도 무한정 펼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말의 속력을 따라잡으려면 경공에 조예가 있어야 했으니.

       ​

       “벽력검제의 비동을 무림맹에서 독점하고자 하다니, 이건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오!”

       ​

       “맞소! 권력을 남용해 이익을 취하려 하다니!”

       ​

       “무림의 질서를 지키는 자가 이리 비겁한 짓을 하면 어찌 무림의 법도를 바로잡는단 말이오!”

       ​

       머릿수가 많으면 생기면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

       그건 바로 머릿수를 활용한 압박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

       무림에는 절대고수라는 비대칭 병기가 있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어두운 산길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들은 마음껏 설득을 할 수 있었다.

       ​

       상대방이 설득될 때까지!

       ​

       “진정하시오. 우리들은 그저 무림맹의 명령받아 혈겁을 방지하기 위해 온 것이오!”

       ​

       “이제 와서?”

       ​

       “아시지 않소? 무림맹은 정보를 확인할 때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오. 아무리 순찰대가 많아도 임무를 위한 정보 하달에는 시간이 걸리니…”

       ​

       순찰대원이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보았다.

       ​

       ‘젠장! 어떻게든 사람을 더 불러왔어야 했는데!’

       ​

       적당히 무림맹의 권위를 세워서 쫒아내려 했건만,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이미 글러 먹은 상황.

       ​

       ‘저쪽이 우리와 협조를 해줘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겠군.’

       ​

       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으니. 

       ​

       순찰대 7조장 이영걸은 간절한 눈으로 송경을 쳐다보았다.

       ​

       “부디 협조해주시지 않겠소? 그대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오.”

       ​

       “저희야 그래 주시면 좋지요. 마침 무림맹으로 가던 터라…”

       ​

       송경안 재빠르게 순찰조장의 말에 대답했다. 그로서도 저 무뢰배들 보다는 무림맹과 함께하는 것이 이득이었으니 당연한 일.

       ​

       하지만 절대고수의 비급이 숨겨져 있는 비동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자들이 그리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

       “이미 저자는 비동의 위치를 발설했소!”

       ​

       누군가가 외친 말.

       ​

       7조장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깜짝 놀라 송경을 쳐다보았다. 송경은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마, 맞습니다. 저희는 비동에 관심이 없는데, 알려주면 알아서 떠나지 않을까 하여…”

       ​

       “그걸 말해버리시면…되려 독한 놈들은 더 붙을 수밖에 없소.”

       ​

       아무리 작은 산이라 한들, 산은 산이다.

       ​

       그만한 높이와 넓이가 있기에 비로소 산이라 불릴진대, 고작 비동이 있는 산 위치 하나만을 가지고 발굴을 시작한다?

       ​

       어지간한 대문파라도 엄두가 나지 않을 미친 짓이었다.

       ​

       하물며 중소 문파들이라면 더더욱.

       ​

       그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마들레르와 송경에게 한 글자라도 더 정보를 얻어내야만 했다.

       ​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

       “하지만 저흰 그 물건이 그저 고인의 개인 물건을 숨겨놓은 자리라 생각해서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습니다.”

       ​

       “송경, 설명 좀 해봐요.”

       ​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들레르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송경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

       “옙, 그러니까…”

       ​

       송경은 마들레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대부분은 대충 분위기로 짐작이 갈만한 부분이었지만, 마들레르는 묵묵히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

       “기억하고 있어요.”

       ​

       “예?”

       ​

       마들레르의 말에 송경이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

       그녀가 지도를 본 시간은 물 한 모금도 겨우 마실 정도의 시간. 그걸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

       ‘전장에서 지형을 숙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형은 그중에서도 손꼽히게 중요했다.

       ​

       싸우는 곳이 평야냐, 산맥이냐, 협곡이냐, 해안이냐에 따라 기사단이 취해야 할 전략은 판이하게 달라지곤 했으니까.

       ​

       이제는 전장을 떠나 한 명의 귀족 영애로 돌아간 그녀였지만, 전장이라는 강렬한 경험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는 없으니.

       ​

       그녀는 지도를 훑어보는 순간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

       “그, 그걸 기억하고 계신단 말씀이십니까?”

       ​

       “이보게, 무슨 뜻인가?”

       ​

       “조, 조장님. 이분께서 지도의 내용을 기억하고 계신다고…”

       ​

       송경은 제 딴에는 코앞이 아니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지만, 문제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무림인이었다.

       ​

       내공을 사용해 청력을 강화하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

       의도치 않게 도화선에 불을 붙인 송경의 발언에, 무인들의 시선이 전부 마들레르에게 꽂혔다.

       ​

       당연한 일이었다.

       ​

       비동의 열쇠를 그녀가 쥐고 있었으니.

       ​

       “젠장.”

       ​

       ‘좆됐다!’

       ​

       7조장의 긴장한 얼굴 가죽 아래에서 혼돈이 몰아쳤다.

       ​

       하필이면 개판인 상황에서 폭탄을 하나 더 터트리다니!

       ​

       “어, 그, 그게…”

       ​

       송경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비오듯이 흐르기 시작했다. 

       ​

       마들레르는 어디까지나 게르만어로 말하고 있으니, 송경이 그걸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면 되지 않았을 터.

       ​

       하지만 계속된 상황에 정신이 완전히 갈려버린 그는 검열에 실패하고 말았다.

       ​

       “저 여인을 데려간다는 건 무림맹이 비동을 독점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소?”

       ​

       “아니, 아니요! 우리는 그저 비동으로 인해 일어날 혈겁을 막고자 한 것뿐, 그럴 의도는 없었소!”

       ​

       “그럼 알려주면 될 것 아니오? 우리끼리 알아서 합의를 볼 테니-”

       ​

       “그건 아니 되오!”

       ​

       혼란으로 치닫는 상황.

       ​

       ‘보물이 뭐길래 다들 저러는 거지?’

       ​

       그녀라고 보물을 탐하는 도굴꾼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기사단의 업무 중에는 도굴꾼들을 처리하는 것도 있었으니.

       ​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

       보물이라 함은 보통 무덤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무덤을 파헤치는 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천인공노할 짓이었으니.

       ​

       “송경, 그 지도가 가리키는 보물이 뭐길래 다들 이러는 거예요?”

       ​

       “그게…저도 잘…”

       ​

       “전전전대, 아니 전전대? 아무튼 옛 절대고수인 벽력검제의 비급이 적힌 비동입니다.”

       ​

       “송경.”

       ​

       “절대고수의 비급이랍니다.”

       ​

       “비급?”

       ​

       “무술이 적힌 서책을 말합니다.”

       ​

       “절대고수는…”

       ​

       “번역하면 그랜드 마스터, 라고 하면 될 듯 합니다.”

       ​

       완벽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이해시키는 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

       “대단한 물건이긴 하네요.”

       ​

       “…무인이셔서 놀랄 줄 알았습니다.”

       ​

       “굳이 새로운 걸 배울 필요는 못 느끼거든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것도 아니고.”

       ​

       그녀에게 중요한 건 윌리엄을 어떻게 만나냐지, 비급 따위가 아니었다.

       ​

       “송경, 저들에게 말하세요. 남곤산의 북쪽 산기슭의 가장 큰 나무, 산 중턱의 동굴, 산꼭대기, 곡괭이 같은 모양의 봉우리.”

       ​

       “그, 그건…”

       ​

       “어차피 우리는 저 일에 관심이 없어요.”

       ​

       마들레르가 단호하게 말하자, 송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장을 쳐다보았다.

       ​

       조장은 폭삭 늙은 얼굴로 송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이대로 시간을 끌어봤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확정된 수순이었으니까.

       ​

       “이보시오! 마들레르님께서 위치를 알려주셨소! 위치는-”

       ​

       송경은 목청껏 남곤산의 특정 지점을 알려주고는 눈치를 살폈다.

       ​

       무인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눈빛이었지만, 상당수는 길을 떠났다.

       ​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당연히 먼저 선점하는 쪽이 유리했으니.

       ​

       “그게 정말 사실인가? 저 여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보장은?”

       ​

       “그래서 납치라도 하겠단 말이오?”

       ​

       조장의 성난 목소리에 무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

       확연하게 줄어든 숫자. 

       ​

       무림맹 순찰 조장.

       ​

       무림맹이 멍청이도 아니고, 순찰 조장이 사라지면 그걸 명분으로 더 강하게 개입을 해오리라. 

       ​

       순찰 조장을 살인 멸구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

       “이쯤하고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소?”

       ​

       “…알았소.”

       ​

       남은 무인들마저 흩어지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마들레르와 송경을 향해 있었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딴게 중요함? 지금 내 짝사랑이 무림맹에 있는데?
    다음화 보기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소설 속 중세기사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two years of being reincarnated as a medieval knight, he finally realizes that he's been reincarnated into a martial arts nove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