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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어? 루크다.’

     

    시루드는 저기서 문득 루크의 모습을 발견했다.

    인사를 건네기 위해 다가가던 순간, 루크의 모습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왠지 모르게 볼이 빨갛고,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으며, 수줍은 듯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건지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루크에게 다가가는 한 인물이 있었다.

     

    서드.

    바로 루크가 자신의 두번째 제자라고 말하던 그였다.

     

    서드가 가까이 다가온 것을 깨달은 루크는 마치 ‘이쪽이야’라는 듯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 후, 루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너무 가깝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될 때 즈음.

     

    그리고는, 아예 팔짱까지 끼면서 밝게 미소 짓는 것이 똑똑히 보인다.

    그렇게 루크는 그와 다정하게 마치 연인처럼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모습에 시루드는 넋을 놓을 뻔 했다.

     

    그러다 문득, 루크가 자신을 발견하더니, 여전히 그와 팔짱을 낀 채로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살짝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준다.

     

    “시루드, 좋은 아침이야.”

    “조, 좋은 아침이야. 그런데, 그 옆에는……?”

     

    아까부터 시루드의 시선은 저 의미모를 팔짱에 고정된 상태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루크는 살짝 웃으며 잠시 그를 올려다보더니, 자신에게 고개를 향하고는 말했다.

     

    “보다시피. 서드 오빠랑 나는 이제 둘이 사귀기로 했어. 너 같은 남자‘아이’는 내 취향이 아니거든.”

    “뭐라고?”

     

    시루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대체 저게 무슨 소리지?

     

    그리고, 시루드의 시야가 암전했다.

     

    ——–

     

    -번쩍!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뭐, 뭐야……. 꿈이었잖아…….”

     

    얼마나 충격적인 꿈이었는지, 숨이 가파르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다.

    조금 가슴도 답답한 것 같다.

     

    별 이상한 꿈이 다 있네.

    대체 나는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루크는 분명히 남자아이들 중에서 자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아.’

     

    그래, 남자‘아이’들 중에서……라고 그랬었다.

     

    때문에 ‘아이’가 아닌 서드는, 루크의 말에서 예외로 취급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은 ‘아이’중에서 좋아할 뿐, 실제로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했다.

    고백받은 것 치고는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뭐, 주말에 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는다거나, 같이 만나서 논다거나, 뭐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그냥 평소대로.

    마치, 루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사실은 별 뜻이 없는 루크식 화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이런 꿈을 꾸게 된 건가?

    난 그게 불안했던 건가?

    “설마, 그냥 개꿈이겠지.”

     

    그런데,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자꾸만 생각나는 걸까?

     

     

    ——

     

     

    루크가 도착한 아카데미는 꽤나 고요했다.

    꽤 성대한 지각이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 마법식의 수치를 계산 하는데 시간을 꽤 썼다.

    제라드가 지각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긴 했지만, 그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자율출석을 허락받았기에 지각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별 말 없이 넘어가주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엔 반드시 와야만 했다.

    그 이유는 4교시에 있을 마법실습.

    거기에 있을 마나 더스트가 바로 자신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 응축된 대량의 마나.

    세피로-02 발전소에 쌓아 둔 고압마나 수준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거대한 마법 실습장 전체에 수많은 학생들이 마법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가 아닌가.

    그런 장치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도, 구할 수 없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마나를 쓰는 것은 딱히 도둑질이 아니니까.

    그 때 살짝 마나를 빼돌리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마법 실습 시간은 맞춘 것 같군.’

     

    시간을 보니, 아직은 3교시 도중인듯하다.

    지금 걸어서 반에 들어가면 4교시에 있을 수업을 준비하게 되리라.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발전소에서 빠져나온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시루드에게도 이야기할 것이 있고 말이지.’

     

    루크는 주머니에 넣어둔 월영석을 꺼내 쥐고는 한숨을 쉬었다.

    마르코와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보면서.

     

    ———

     

    마르코가 루크에게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준 뒤의 일이다.

     

    “그런데, 너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길래 날 피하지 못한거야? 내가 달리고 있기는 했지만, 너도 날 봤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까 보니까, 네 표정도 저번에 버스 정류장에서 봤을 때 같았고. 뭔가 걱정하는 거라도 있어?”

    “아, 그건…….”

     

    문득, 루크는 마르코에겐 이런 말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예르나와도, 세레나와도 접점이 없는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견 없이 정확히 해법만을 알려주지 않겠는가.

    루크는 대략 자신의 처지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은, 나를 좋아한다는 남자아이가 하나 있다.”

     

    루크의 말을 들은 마르코는 루크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꽤 귀여운 여자아이니까,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고백을 받는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으리라.

     

    ‘에휴, 이런 꼬맹이도 연애를 다 하는데 난 대체 뭐냐.’

     

    자신은 여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그저 부럽기만 하다.

    마르코는 영혼없이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거 잘 됐네. 축하해.”

     

    마르코의 감정 없는 축하에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잘 된게 아니야. 나는 그 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하지만, 매몰차게 거절해서 사이가 멀어지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대체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가 문제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

     

    루크의 질문에, 마르코는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여친 한번 사귀어 본 적이 없는 그에겐 그야말로 기만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는 것과 더불어서, 저 말을 들으니 뭔가 정확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너, 그거 어장관리 아니냐?”

     

    루크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뭔지 모르는 듯한 모습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하다니!

     

    지금이야 어려서 괜찮다곤 해도, 나중에 다 커서까지 저러면 언젠가 큰일이 날게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하지만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장관리?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딱히 물고기를 키우지는 않네만…….”

    “아, 어장관리라는 말은 그러니까, 니가 물고기를 키운다는 말이 아니라…….”

     

    ———

     

    “어장관리라…….”

     

    그것은 이성에게 접근했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여 상대가 자신에게 벗어나지 못하게, 마치 어장에 물고기를 키우는 것처럼 다룬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루크는 꽤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그저 귀여운 제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한 일인데, 몇 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면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어장관리‘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거절할 거라면 단호하게 여지를 주지 말라니…….”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다.

    애매하게 이야기해서 제자리걸음이 될 바에야,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을 건네는 편이 나았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역시 그는 도움이 되는 조언을 잘 해준단 말이지.’

     

    어쩐지 그와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걱정하던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것 같았다.

     

    ‘좋아, 이번에 시루드에게 나의 사정을 확실히 설명하고 이 월영석도 돌려주어야겠군.’

     

    4교시의 실습수업을 마치면 바로 점심시간이니까, 그때 따로 불러내어서 이야기를 하면 되리라.

    실습에서 달그림자를 완성시킨다면 그럼 월영석을 돌려주는 것에 미련도 없으니까.

    아주 완벽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는 교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언제나 활기찬 아이, 메리였다.

     

    “안녕! 루크, 오늘은 늦었네!”

    “안녕 메리. 너는 오늘도 참 밝구나.”

    “그러는 너는 오늘도 느긋하네! 부러워!”

    “하하, 부러울 것 까지야.”

     

    메리는 저런 모습이 꽤나 귀여운 아이다.

    보고만 있어도 활기가 전해지는 것 같달까.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루크, 오늘은 엄청 늦게 왔네.”

    “어……. 시루드? 오늘은 왜 그렇게 낯빛이 어둡지?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시루드는 반갑게 루크를 맞이했지만, 왠지 고민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어, 어디 아픈데가 있냐 물어보니 시루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냐.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했잖아.”

    “아, 미안하다. 내가 늦어서 걱정을 했던 거로구나.”

    “그래. 왜 이렇게 늦었어?”

     

    답을 원하는 것 같아, 루크는 자신의 자리에 짐을 풀며 대답했다.

     

    “그냥, 잠깐 마력 발전소에 들러 할 일이 있어서 그랬다.”

    “마력 발전소? 거기는 왜 갔는데?”

    “계산해야 할 마법식이 있어서. 그걸 계산하느라 늦었구나.”

    “아……. 계산.”

     

    시루드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난 또, 서드 형이랑 만난 줄 알았어.”

    “아침부터? 하하. 내가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그도 아카데미에 가야 하거늘.”

    “그랬구나……. 하하. 하.”

     

    그제서야 안심이 된 시루드였다.

    역시 꿈은 꿈일 뿐이었나.

     

    그렇게 한바탕 웃어넘기니, 시루드는 이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발전소라는 곳, 그렇게 맘대로 가도 되는 거였어?”

    “친한 마법사가 있어서 나는 쉽게 출입할 수가 있거든. 그래서 계산할 마법식을 가져가서 발전소 컴퓨터로 계산해왔다.”

    “그래? 그거 참 신기하네…….”

     

    루크의 생활은 언제 들어도 참 기묘한 구석이 있었다.

    보통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마나 발전소라는 곳에 갈 일이 없으니까.

     

    “근데 대체 뭘 계산하러 발전소엘 가?”

    “정말 궁금한가? 공간과 차원의 융합에 대한 마법식이었는데…….”

     

    시루드는 순간, 보았다.

    과거 별자리에 대해 설명을 했을 때 처럼,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마법적 지식을 주입 받는 미래를.

     

    “그 정도면 됐어, 사실 별로 안 궁금해.”

    “……그래?”

     

    루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4교시는 마법실습이 아니던가?

    어째서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느긋한 것이지?

     

    “그런데, 왜 아이들이 실습실에 갈 준비를 하지 않는 게지? 보통 이쯤 되면 슬슬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

     

    루크가 의아한 듯이 묻자, 시루드가 대답했다.

     

    “아, 루크는 못 들었구나. 이번 주 실습은 시험기간이라 자습이래.”

    “뭐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건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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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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