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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당찬 발언을 입에 담은 금여울을 바라보는 황군의 시선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네가 금가를 수습하겠다…, 이 말이냐.”

       “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평생 아비와 오라비의 품에 안겨 힘든 일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으려던 아이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금가를 이끌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대견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대견스러운 마음보다 딱 두 배 더, 걱정이 앞섰다.

         

       “여울아.”

       “예, 숙부님.”

       “가문을 이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는 아느냐?”

       “그것은….”

         

       금여울은 잠시 망설였다.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였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나도 섣불렀음을 깨달았다.

         

       백우진이 가문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이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보았어야 했다.

         

       ‘가문을 이끈다는 건….’

         

       아비는 수십, 수백의 가솔들을 지휘했고, 오라비는 이를 배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가문을 이끈다는 건…, 지키는 거예요.”

         

       그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비와 오라비가 어째서 그리도 많은 서책을 읽었고, 무공 수련에 열을 올렸겠나.

         

       “아버지가 깨어나시기 전까지…, 오라버니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대답은 단 하나였다.

         

       “가솔들을 지키기 위해, 저는 가문을 이끌겠어요.”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이들을 지켜내는 것.

         

       그것으로 시작하여, 오직 그것으로 끝나는 일이었으니.

         

       황군은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애써 가라앉혔다.

         

       죽음의 위기가 사람을 성장시켰는가.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네 실수로 인해 가문 사람들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 이 또한 각오하였느냐.”

         

       뜨겁게 타오르던 금여울의 두 눈이 차게 식었다.

         

       거세게 흔들리는 동공에 싸늘한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맺혔다.

         

       ‘내 실수가 가솔들을….’

         

       평화로운 한때라면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문에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

         

       막말로 가문을 습격했던 자객들이 다시 쳐들어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가솔들이 떼죽음을 당한다면….

         

       자신은 과연 그러한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무릎 위에 올려둔 그녀의 두 손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졌다.

         

       가솔들을 지키기 위해 호기롭게 나섰는데 그것이 오히려 죽이는 길이면 어쩌지?

         

       더군다나 자신은 아비나 오라비와 달리 가문을 이끌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등 뒤에 숨어 피하기에만 급급했던 나약한 인간이 가솔들을 이끄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녀는 잔잔하게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자객들이 습격해왔을 때.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목숨을 바쳐 시간을 벌어준 호위들 덕분이었다.

         

       그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즉에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이번엔 내가 지키면 돼.’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십중팔구 실수를 할 거라고 보는 게 맞을 터.

         

       만약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또 한 번 가문에 위기가 닥쳐온다면.

         

       “제 모든 걸 바쳐서라도, 그들을 지킬 테니까요.”

         

       이번에는 그들 대신 제 몸을 내던지리라고, 그녀는 다짐했다.

         

       절대 자신의 실수로 인한 피해를 그들이 보게 두지 않으리라고.

         

       제 목숨마저 내건 결연한 의지에 황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수, 숙부님…?”

         

       당황한 금여울의 시선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이나 웃고 난 뒤에야 비로소 멈추었다.

         

       “미안하구나. 네 성장이 너무도 기특하여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구나.”

       “숙부님도 참….”

       “하하, 이해해다오. 내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지 않겠니.”

       “그야, 그렇지만요….”

         

       그녀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기쁜 마음으로 네가 금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지켜보마. 다만, 하나만 약속해다오.”

       “무엇을요…?”

         

       황군은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이 숙부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거라면 제 쪽에서 부탁드리고 싶은걸요.”

       “하하! 그래, 그거면 되었다.”

         

       그는 흡족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옆으로 비켜섰다.

         

       “자, 이제 네 자리다.”

       “아….”

         

       그녀는 쭈뼛거리며 일어나 조금 전까지 황군이 앉아 있던 자리에 몸을 앉혔다.

         

       뒤늦게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중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을 것임을.

         

       * * *

         

       금씨세가의 총관이 백우진을 비롯한 신룡조원에게 거처로 내어준 것은 작은 정원까지 있는 거대한 별채였다.

         

       “이곳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새삼 그들의 금력이 놀라웠다.

         

       수십 명은 너끈히 지낼 수 있을 법한 별채를 고작 여덟 명에게 내어주다니.

         

       “…너무 큰 거 아닙니까?”

       “하하! 저희 가문에서 가장 큰 별채이기는 합니다만, 아가씨를 무사히 모셔다 주신 은인 분들께 이 정도는 해야지요.”

         

       통이 커도 너무 컸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만 하셔요.”

         

       사용인들의 친절 또한 과분했다.

         

       그들 전부를 게으른 인간으로 만들겠다는 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수발을 들었다.

         

       “아니, 이 정도는 내가….”

       “부디 은혜를 갚게 해주셔요.”

       “…….”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느꼈다.

         

       “금가의 금 소저 사랑이 어마어마하군….”

       “그러게나 말이야.”

         

       금씨세가의 가솔들이 금여울을 얼마나 아끼는지 말이다.

         

       단지 아리따운 외모만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사용인들이 주인을 이리도 아낀다는 건 그녀 또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존재였다는 뜻이겠지.

         

       조원들이 여독을 풀기 위해 저마다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백우진은 도리어 밖으로 나왔다.

         

       때마침 제 방에서 나온 설수연이 이를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영웅님, 쉬지 않고 어디 가세요?”

         

       다시 시작된 ‘영웅님’이라는 호칭에 백우진이 쓰게 웃었다.

         

       그녀가 그리 부를 때마다 이세계에서 용사님이라 따르던 성녀가 떠오른다.

         

       심지어 생김새나 느낌까지 비슷해서 더더욱.

         

       ‘가슴 한 번 보면 그런 느낌이 싹 사라지긴 하지만.’

         

       혼란이 찾아올 때면 그는 은근슬쩍 그녀의 가슴으로 시선을 옮기곤 했다.

         

       성녀의 절망적인 절벽과 대비되는 풍만하게 융기한 두 개의 산봉우리.

         

       이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혼란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냥 잠깐 둘러보려고.”

         

       그때가 떠올랐다.

         

       이따금 새로운 도시에 들렀을 때마다 호기심 많은 성녀와 함께 거닐던 때가.

         

       그래서일까.

         

       “같이 갈래?”

         

       생각에 앞서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백우진이 아차 하는 사이, 이를 들은 설수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먼저 같이 가자고 제안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크게 놀라는 표정.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설수연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네, 좋아요!”

         

       얼떨결에 동행이 생겨버렸다.

         

       별채를 나선 두 사람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똑같이 사람 사는 집이건만, 하도 넓어서 그런지 볼 만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안채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연신 풍겨오고 있었다.

         

       저녁에 잔치를 열겠다더니, 음식 장만을 하고 있는 모양.

         

       “스읍….”

         

       옆에 있던 설수연이 연신 코를 큼큼거리며 군침을 삼켜대고 있었다.

         

       이대로 뒀다간 정말 침이 밖으로 흘러나올 지경이라 백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데리고 안채로 향했다.

         

       그곳에선 사용인들이 저마다 불에 달라붙어 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백우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곳으로 가 바삐 일하는 여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전 몇 장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기 몹시도 시장해 하는 사람이 있는지라.”

       “아유, 실례라뇨! 아가씨를 구해주신 분들에게 그 정도도 못 드릴까요.”

         

       그리 말한 여인은 곧장 접시에 큼지막한 전 몇 장을 겹쳐 올려주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백우진의 시선이 설수연에게로 향했다.

         

       만족한 듯 웃고 있는 표정.

         

       “충분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부족하면 또 오세요!”

         

       주변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저마다 음식들을 들고 있는 걸로 봐선 뭐라도 더 얹어주려고 하는 모양새였다.

         

       제 존재 자체가 방해임을 깨달은 백우진은 곧장 설수연의 손을 잡고 안채를 벗어났다.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 찾은 곳은 연못가 근처의 커다란 바위.

         

       “여기서 먹자.”

       “전 어디든 좋아요!”

         

       전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 젓가락을 쥐여 주자 설수연이 허겁지겁 전을 뜯어 먹었다.

         

       바삭한 끄트머리와 쫄깃한 반죽, 거기에 양껏 들어간 속재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그녀의 취향에 부합했다.

         

       “으으음! 너무 마시써효!”

       “많이 먹어.”

       “영웅님도 드세여…!”

       “어, 먹고 있어.”

         

       실상 한 젓가락도 손대지 않았다.

         

       하도 맛있게 먹고 있으니 뺏어 먹는 느낌이 들어 손 대기가 괜히 미안했다.

         

       대신 술을 마시며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금 신기했다.

         

       평소에는 그리도 다소곳한 여인이 맛있는 음식만 눈앞에 두면 돌변하는 모습이.

         

       그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금까지 쭉 산 속 깊은 곳에서 살았다고 했지.’

         

       현천문이 그런 문파란다.

         

       영웅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는 문파.

         

       그래서 별이 찬란하게 빛나 영웅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나.

         

       ‘뭐 그딴 게 다 있어?’

         

       설수연의 기록이 백우진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영웅비록을 통해 남긴 이야기가 곧 그에게 힘이 되어주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빠른 성취는 꿈도 꾸지 못했을 테지.

         

       다만 굳이 영웅이 나타나기까지 산속에서 기다려야만 했냐는 것이다.

         

       과거 현천문은 영웅을 도와 중원을 구하고 구파일방을 능가하는 위세를 자랑했다고 하던데, 그대로 눌러앉았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랬다면 지금처럼 현천문이 영락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 더러운 삼류 작가 놈은 정말….”

         

       삼류 작가가 괜히 삼류 작가겠나.

         

       의도가 뻔히 보인다.

         

       등장인물 늘리기 싫어서 일부러 영락한 문파로 등장시키려고 한 거겠지.

         

       그러면서 성녀와 같은 느낌의 히로인은 넣고 싶었던 거고.

         

       놈에게는 단순히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설수연에게 있어 그러한 설정은 삶이었다.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산 깊숙한 곳에서 살아왔으니, 속세의 음식을 보고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설 소저.”

       “네…?”

         

       우물거리며 대답하는 설수연.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전부 나한테 말해. 뭐든지 해줄 테니까.”

         

       삼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작가 놈이 싸지른 똥을 대신 치우는 것 같아 기분이 영 별로기는 했지만, 어쩌겠나.

         

       결국 자신을 돕기 위해 그녀가 제 삶을 헌신했음은 분명한 사실인데.

         

       꿀꺽!

         

       입에 한가득 담겨 있던 음식을 단숨에 목구멍으로 밀어 삼킨 설수연이 되물었다.

         

       “정말…, 다 해주실 거예요…?”

         

       기대어린 표정으로 되묻는 걸로 봐선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보다.

         

       “응, 다 해줄게.”

         

       백우진은 그것으로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바랐다.

         

       대답을 들은 설수연이 침을 꼴깍 삼키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러면 저…!”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잠시 실례하오.”

         

       뒤에서 들려온 한 사내의 음성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윽고 드리워지는 인영(人影).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나이는 이립쯤 되었을까.

         

       호방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인상적인 사내.

         

       “혹 그대가 금 소저를 여기까지 호위한 옥면신룡이오?”

         

       백우진에겐 그 미소가 접시에 덕지덕지 묻은 기름보다 더 느끼하게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배후는,,, 누구일까요,,,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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