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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242화. 와일드헌트 ( 1 )

       

       

       

       

       

       타닥타닥- 키보드와 마우스가 바삐 움직이며 소리 없이 외친다.

       

       ‘나 지금 되게 바쁘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ㅡ’

       

       마치 누구에게 보라는 것처럼 말이다.

       

       찌리릿ㅡ

       

       ‘아니, 거참. 되게 째려보시네.’

       

       말해 무엇할까. 아침부터 뒤뜰에서 농땡이 피다가 딱 걸렸기에 부장님이 파티션 너머로 부리부리한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쳐다보는지 이러다 얼굴에 구멍 뚫리겠어.

       

       물론 이 상황을 만든 건 나의 사소한 실수다. 사람이 출근하고 농땡이 좀 부릴 수도 있지. 누가 보면 내가 출근하고 일을 하나도 안 하는 줄 알겠어.

       

       손은 기계적으로 타이핑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밤의 기병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기 바쁘다. 

       

       ‘일단 탄탈로스 증축하는 건 잠깐 멈추고, 비명으로 밤의 기병을 둘 정도는 더 뽑아야겠어. 그 둘한테는 일단 사냥개랑, 종자를 붙여서ㅡ’

       

       갈래를 치며 뻗어나가는 생각이 사무실 천장에 닿을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점심시간이 됐다.

       

       “끄윽ㅡ”

       

       구내식당은 늘 적당히 맛있다.

       

       이쑤시개로 이빨 사이를 쑤시며,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혀 반쯤 눕다시피 한다.

       

       그리고 게임을 켰다.

       

       나를 반겨주는 거대한 신전과 이베르,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들. 하라는 일을 안 하고 한곳에 모여 무언가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뭐 하는 거지…?’

       

       드디어 이놈들이 파업을 해버렸나? 부당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면서 노조를?

       

       부리부리하게 눈을 뜬 드워프가 양손에 망치와 낫을 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그 뒤로 붉은 깃발이 펄럭였다. 당장이라도 만국의 노동자를 단결시킬 것 같은 모습.

       

       ‘뭐야, 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엘프와 밤의 일족도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마치 무언가 굳게 결심한 표정인데, 심지어 평소라면 온천을 즐기기 바빴을 이베르마저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더 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혁명의 파도가 나를 덮치겠다는 예감에 황급히 화면을 돌렸다.

       

       – “위대하신ㅡ!”

       

       뭐라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난 아무것도 못 본 거야. 

       

       붉은 혁명의 아우라가 넘실거리는 신전에서 도망쳐 향한 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탄탈로스. 오늘도 뜨끈한 유황불 서비스에 감동한 죄수들의 리뷰는 별 다섯 개가 가득하다.

       

       – “끄그그그그극ㅡ!!! 주, 죽여!! 차라리 나를 죽여어!!”

       

       ‘안 되지. 그렇게 쉽게 죽으면.’

       

       죽여달라 몸부림치는 녀석을 바라보며 잠시 정신을 집중하면, 시야 위로 한 꺼풀 껍질이 씌워지는 것처럼 색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느껴졌다.

       

       ‘이 새끼 이거… 강간을 밥 먹듯이 한 놈이네.’

       

       업보, 죄업, 악행.

       

       녀석이 살아있을 적의 행적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마치 소리 없는 무성영화를 뇌에 내리꽂는 기분. 볼 때마다 적응하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괴상한 능력 덕분에 일상생활도 힘들 지경이었다. 누군가를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인생과 죄업, 걸어온 흔적이 보인다는 건… 썩 유쾌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얼마 전부터 통제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인간 불신에 대인기피증이 왔을지도 몰라.’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낱낱이 보인다고 생각해 봐라. 누군가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누구는 몸을 사고팔고 있다. 그런 걸 보자면 소소한 도둑질은 귀여운 수준. 그나마 다행이라면 살인은 없었다는 걸까.

       

       ‘보이는 게 나쁜 것만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나쁜 것들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어.’

       

       세상 모든 사람이 나쁜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당연히 착한 일, 좋은 행동도 함께 보였다.

       

       사람의 발자국은 좌우가 번갈아 보이는 것처럼, 악행과 선행 적당히 섞여서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찰칵.

       머릿속에서 보이지 않는 버튼 하나를 누른다고 상상한다. 나름대로 이 능력을 컨트롤하기 위한 트리거였는데, 썩 괜찮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우, 눈 뻑뻑해.’

       

       살짝 건조해진 눈을 비비며 탄탈로스에 집중한다.

       

       일단 ‘밤의 기병’ 두 마리를 새로 만들었다. 이 기병 놈들이 왜 하나씩만 잡아오는가ㅡ에 대한 고찰을 시작해 볼 때다.

       

       우선 종자와 사냥개부터.

       

       .

       .

       .

       

       황금 같은 점심 시간이 흐른다. 나는 총 스물의 기병을 뽑았으며, 각각의 녀석들에게 종자, 사냥개, 창, 채찍, 사슬, 검, 밧줄… 온갖 무기를 쥐여줬다.

       

       스물이나 되는 밤의 기병을 뽑을 ‘비명’이 어디서 나왔냐고 묻는다면, 카드로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답하겠다.

       

       – [WEB발신] 카드 28,500원 일시불 승인.

       

       상점은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었다.

       

       깡재화는 진짜 전설이다…

       

       그렇게 해서 밤의 기병이 보여준 ‘1기병=1악마’라는 기적의 사냥 효율이 개선됐냐? 또 그건 아니었다.

       

       종자를 붙여줘도, 사냥개랑 함께해도, 창을 들고, 채찍을 들고, 포박용 밧줄까지 구해서 줘봤지만. 

       

       이 미친 기병들은 꿋꿋하게 1기병=1악마의 공식을 지키더라.

       

       이쯤 되니 아무리 나라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이 등신 새끼들은 태생부터가 한 마리씩 잡아 오는구나.’

       

       깊게 몰려오는 현타.

       

       밤의 기병이 보여준 아우라와 외형이 너무 위협적이라 그랬을까. 나도 모르게 밤의 기병을 너무 고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이 아득해진 나는 밤의 기병을 모조리 탄탈로스 밖으로 내쫓은 다음 게임을 꺼버렸다.

       

       저 스무 마리의 기병이 한 번에 악마를 스물씩 잡아온다고…? 내가 비명이랑 현금을 이렇게나 썼는데…?

       

       “하…”

       

       등신같은 기병들!

       

       

       

       

       

       *****

       

       

       

       

       

       영광스러운 탄탈로스의 악마 수확자들, 밤의 기병대.

       

       그들은 꼭 맞춰 통일한 양식의 갑옷을 뒤집어쓴 채 밤을 아우르며 달렸다. 숨소리도 없이, 일체의 대화도 없다. 아득한 달빛만이 살며시 그들을 비췄다.

       

       갑옷은 찍어낸 듯 똑같이 생긴 그들이었지만, 들고 있는 무기는 저마다 달랐다. 누구는 길쭉한 창을 들고 있었고, 가시 돋친 채찍을, 질기고 단단한 밧줄을 늘어뜨린 이도 있었다.

       

       스무 개의 무기를 가진 기병들이 무리 지어 밤을 달린다.

       

       향하는 곳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방향.

       

       위대하신 분께서 친히 세상을 돌아보시며 악마들을 단죄하고 계시지만, 더러운 미물 하나하나에 시간을 할애하시기에는 그분께서 너무나 고귀하시다.

       

       신을 대신하여 더러운 구더기들을 단죄하고, 탄탈로스에 처넣는 것.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고, 삶의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

       “…”

       “…”

       

       스물의 기병이 소리 없이 멈췄다. 

       

       부글부글… 퐁!

       

       바로 앞에는 거무튀튀한 보랏빛의 늪지대가 있었다. 커다랗게 일어난 공기 방울이 퐁ㅡ하고 터지며, 극독의 가스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평범한 생물이라면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극독의 환경.

       

       허나, 악마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쉼터이리라.

       

       처억.

       

       종자를 거느린 기병이 손짓하자, 고개를 깊이 숙인 종자가 스르륵 땅으로 사라졌다.

       

       달이 구름 뒤에 숨었다가 다시 얼굴을 꺼낼 시간이 흐르고, 사라졌던 종자가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나타났다.

       

       “…이 늪에, 악마들이 있습니다… 그 수는 잔챙이가 열다섯, 큼직한 놈이 셋입니다.”

       “…”

       

       정찰을 마친 종자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악마가 있다는 걸 확인한 기병들의 기세가 흉악하게 부풀었다. 덩치가 황소만한 사냥개는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올 사냥의 흥분에 취했다.

       

       척.

       

       창을 든 기병이 앞으로 길게 가리켰다.

       

       사냥. 사냥의 시간이다.

       악마에게는 오직 고통과 죽음만이 허락됐다.

       

       이히히힝ㅡ!

       

       군마가 밤하늘 높게 울부짖었다.

       

       

       

       *****

       

       

       

       “크허억, 흐윽! 허업… 흐으읍!”

       

       독무가 가득한 늪지대를 열심히 헤엄치는 존재가 있었다. 양팔과 다리에는 물갈퀴가 달려있었고, 머리는 생선의 것이요, 몸통은 뱀처럼 길게 뻗은 형태였다.

       

       그리고 머리에 길고 멋들러지게 굽은 네 개의 뿔.

       중급 악마라는 표시였다.

       

       네 개의 뿔은 그가 인간 좀 먹어 봤다는 상징이었고, 힘의 원천이었다.

       

       그러한 네 개의 뿔이 이제는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 생선의 대가리에서는 까만 피가 철철 흘렀고, 뱀의 비늘은 부서진 지 오래다.

       

       ‘뭐냐, 뭐냐 뭐냐! 저, 저 괴물 같은 놈들은 대체 뭐냔 말이다!!’

       

       그는 중급 악마였지만, 누구보다 눈치 하나는 빠르다고 자부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라.

       

       심연을 휘어잡던 대악마 둘이 허무하게 소멸했고, 역겨운 ■이 벼락으로 악마를 잡아 감옥에 가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세상 흉흉하기도 하여라.

       

       그래서 그는 아무도 없는 이 늪지대에 숨었다. 중간중간 식량 조달을 위해 인간을 잡으러 갈 때를 빼면, 조용히 늪지대에 처박혀 살았단 말이다.

       

       성기사도 차마 접근하기 힘든 독무가 가득한 늪지대다. 팔라딘을 제외한다면 그 누가 와도 거뜬하다ㅡ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 괴물들은 멀쩡한 거냐!’

       

       새까만 갑옷의 기병들.

       그들은 괴물이었다.

       

       타고 있는 말은 비쩍 말라서 뼈가 보일 지경이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지 발길질 한 번에 하급 악마의 대가리가 뻥뻥 터져나갔고, 기병들은 온갖 괴상한 무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학살했다.

       

       “크흐읍ㅡ! 아니, 아니지… 헉, 후윽!”

       

       학살?

       아니다.

       

       그건 유린이자 사냥이었다.

       

       무자비한 늑대 무리가 단번에 들이닥쳐 양 떼를 휘젓는 것처럼.

       그를 포함한 악마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쓰러졌다.

       

       … 이히히힝ㅡ! 

       

       흠칫!

       

       “흐으으읍!! 더, 더 빨리… 도망쳐야, 더 멀리! 도망쳐야 해…!”

       

       멀리서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까만 어둠은 늘 악마의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욱한 어둠을 뚫고 넘실거리는 안광이 보일 것 같다.

       

       중급 악마가 반쯤 울먹이며 늪지대를 황급히 헤엄쳤다. 

       

       녀석들은 자신이 도망친 걸 모른다. 그래, 그러니까 이대로 조용히 도망치면… 살 수 있다. 

       

       파악!

       

       “크히이익!”

       

       어둠 속에서 날아온 화살 한 발이 악마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길게 벌어진 상처에서 주륵 뭔가 흘렀으나, 신경 쓸 틈이 없다.

       

       도망쳐야 된다. 도망쳐!

       더 빨리, 더 더 멀리!

       

       악마가 정신없이 늪을 헤엄쳤다. 녀석들에게 붙잡히면 심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른 악마들의 모습을 보지 않았나!

       

       악마의 턱이 정신 없이 떨리며 딱딱거렸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 악마를 지배한다.

       

       공포.

       악마가 공포에 떨고 있다.

       

       아마 그에게 희생된 인간들이 마지막까지 느꼈을 그것을, 악마는 이제야 느끼고 있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사방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뒤에서 들려오다가 어느 순간 왼쪽에서 들렸고, 정면에서 향하기도 했다.

       

       숨통을 조여온다.

       기병들이 진을 이뤄 악마를 유린하며, 천천히 목을 조르고 있었다.

       

       천천히, 급할 것 없이 구석으로 몰아세운다.

       

       이윽고.

       기병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들며 악마의 등을 후려쳤다.

       

       촤악ㅡ!

       

       “끄르르르릅!! 끄하아악! 아아악!”

       

       길게 늘어진 채찍이 등을 훑고 지나갔다. 작열하는 고통이 신경을 불태운다.

       

       그 뒤를 이어, 곧장 다른 기병이 달려들었다. 

       

       촤악! 푹! 차르륵!

       

       창이 그의 몸에 구멍을 내고, 검이 오른팔을 잘랐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왼쪽 눈에 박혔고, 커다란 사냥개가 뒷다리를 뜯어 먹었다.

       

       “아그으으으윽!! 크아악! 이, 이 빌어먹을 놈들이ㅡ!!”

       

       분노한 악마가 제 아가리를 벌려 기병을 물으려 했지만, 쏜살같이 지나간 기병에게 스치지도 못했다.

       

       콰자자작! 우직! 촤악!!

       

       스물의 기병이 악마를 가운데 두고 정신없이 몰아쳤다.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잠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고통을 선사했다.

       

       천천히, 아주 느리고 섬세하게.

       

       밤의 기병대는 악마를 천천히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섬세할 정도의 고통을 녀석에게 새기면서.

       

       “….끄, 흐으… 아, 윽… 주, 죽…”

       

       죽여달라.

       

       팔다리가 잘리고 네 개의 뿔이 박살 난 악마가 바닥을 꿈틀거리며 그리 더듬거렸다.

       

       그 최후의 바람마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니.

       

       푸욱!

       

       창의 기병이 악마를 꼬챙이처럼 꽂아 당당하게 들어 올렸다.

       

       악마에게는 오로지.

       끝없는 형벌만이 주어질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참하겠습니다’님…!! 후원 감사합니다…!!! 주문하신 따뜻한 연참 한 접시입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신선우’님…!! 후원 감사합니다…!!! 19금 외전…!! 열심히 써봤지만….!!! 작가의 절망적인 떡신 재능에 손가락을 부러뜨릴 뻔 했습니다…!!! 대신 연참 한 접시… 준비했습니다…!!! 부디 이걸로, 참아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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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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