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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한 여신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것인가?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입을 쩍 벌린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동공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진짜 이상한 소리라도 한 것일까?

       

        “후우! 후우! 아무튼! 당장 제 아이를 돌려주시죠!”

       

        분노를 갈무리한 여신이 나에게 소리쳤다.

        그런 여신의 요구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당신!”

       

        억눌렀던 분노를 다시 드러내기 시작하는 여신.

        그런 여신에게 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하급신은 나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 그러니 그냥 넘겨줄 수는 없다.”

       

        “……그게 무슨 소리죠?”

       

        내 말에 담긴 진실성을 느꼈기 때문일까?

        분노하려던 여신이 분노를 거두고 나에게 묻는다.

        그런 그녀에게 배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

       

        내 이야기를 듣는 여신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다 끝났을 때, 여신의 얼굴은 조금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엔델로…… 이 바보 같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뛰어난 감각을 가진 나에겐 똑똑히 들렸다.

        그리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몇몇 인간들도 들었을 거다.

        실제로 몸을 움찔거리는 몇몇 인간들이 보였다.

       

        여신 네페테르는 얼굴을 굳힌 채 자기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느긋하게 음식을 먹었다.

        음! 이 고기 요리는 식어도 맛있군!

       

        “……멸천룡님.”

       

        “왜 부르느냐?”

       

        “……아닙니다.”

       

        옆에서 날 불렀던 아케포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아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

       

       

        *            *            *

       

       

        – 아닠ㅋㅋㅋ

        – 분위기 파악좀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분위기 신경 쓸 필요가 없긴 함ㅋㅋㅋㅋ

        – 마이페이스 라나님!

        – 라나님은 참지 아나!!

        – ㅋㅋㅋㅋㅋ

        – 그런데 여신이 그래도 상황 파악은 할 줄 아네요?

        – ㄹㅇㅋㅋ

       

        “여신이 고민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단다.”

       

        시청자들 몇몇 의문에, 나는 간단한 예시를 들었다.

       

        “가령…… 인간들이 키우는 ‘닭’이라는 가축으로 예를 들어 보마.”

       

        닭들을 키우는 인간이 닭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인간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 예시가 무슨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예전에 본 스탑모션 영화 생각나넼ㅋㅋㅋ

        – 치킨런ㅋㅋㅋㅋ

        – ㅋㅋㅋ

       

        “요놈들! 웃지만 말고 답변을 해야지?”

       

        계속 ‘ㅋㅋㅋ’만 올라오는 채팅창에 나는 가볍게 시청자들에게 훈계했다.

        그제야 간단한 답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는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아마도 인간들은 인간을 공격한 닭을 죽여 고기를 얻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의 처지에서 ‘닭’이라는 짐승은 자신들이 키우는 ‘가축’에 불과하니까.

        이득을 얻기 위해서 기르는 짐승이 주인을 공격했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보복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닭들을 키우는 곳에…… 호랑이였던가? 그런 맹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거라. 그리고 그 호랑이가 인간을 공격했다.”

       

        그 경우에 인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호랑이에게 대항할 수단이 있다면 호랑이를 쫓아내거나 죽일 것이고, 그런 방법이 없다면 고민에 들어갈 것이다.

       

        “여신이 고민에 들어간 이유도 바로 그것이란다.”

       

        여신의 처지에서, 나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무시무시한 맹수였다.

        심지어 내가 갑자기 공격한 것도 아니었다.

        가만히 있던 나를 하급신이 먼저 건드린 것이다.

       

        “힘도, 명분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지.”

       

        – 아하

        – ㅋㅋㅋㅋㅋㅋ

        – 여신 오열

        – ㅋㅋㅋㅋㅋ

        – 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머리 개 아프겠네욬ㅋㅋㅋ

        – 그냥 빨리 머리 박는 것이 낫지 않으려나…

       

        “뭐, 너희의 생각대로라면, 잘못한 쪽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시청자들의 채팅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신은 나에게 사과를 할 수 없었단다.”

       

        – ?

        – ??

        – ?

        – ?

        – 왜요?

       

        “그 자리에 다른 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전에 잠깐 이야기했지만, 초월자들이 ‘신’이 되어서 하나의 차원을 다스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성체로부터 ‘신앙’을 수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인간들이 가축을 기르는 것’에 비유했다.

        실제로 둘은 비슷한 관계이긴 했다.

       

        “여기서 신들이 지성체에게서 얻는 ‘신앙’이라는 것은, 신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힘이란다.”

       

        즉, 지성체가 신의 존재와 강함, 힘을 강하게 믿으면 믿을수록 양질의 신앙을 얻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에 여신 네페테르가 인간들의 앞에서 나에게 사과를 할 수 없었다.

       

        “만약 인간들 앞에서 절대적 존재인 신이, 신이 아닌 나에게 사과한다? 그것은 인간들이 가진 신에 대한 믿음에 크나큰 흠집을 내는 것이란다.”

       

        – 아하!

        – 이거 뭔지 알겠음.

        – 정치인들이 사과 안 하고 억지 부리는 것과 같은 건가?

        – 오호라

        – 헐퀴

        – ㅎㄷㄷ

        – 회장들이 잘못해 놓고 사과 안 하는 그런 건가보네.

       

        시청자들이 이해한 것 같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 그런데 그냥 깔끔하게 사과하는 게 낫지 않나요?

        – 그냥 사과하면 깔끔하지 않나?

        – 꼭 그랬어야 했을까….

       

        하지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나의 설명으로 여신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알았으나, 그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만 더 설명하기로 했다.

       

        “너희 인간들의 말에 따르면, 이런 말이 있다지? ‘내가 물을 포도주라고 한다면, 이것은 포도주다’라는…… 말이었던가?”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거 아닌뎈ㅋㅋㅋ 맞긴 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서둘러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밤새 너희들이 말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것을 살펴보았단다. 그리고 그 신화 속에서 이런 사례를 보았지.”

       

        그리스에 존재하는 아테네라는 도시에서, 아라크네라는 인간 여자와 아테나라는 여신이 베짜기 승부를 벌였던 일화 말이다.

       

        – 아

        – 뭔지 알겠네요.

        – 솔직히 2, 30대 중에서 그리스 신화 모르는 흑우는 없을 듯ㅋㅋㅋ

        – ㅋㅋㅋㅋ

        – 아이들의 망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솔직히 아이들보기엔 너무 야하긴 했음ㅋㅋㅋㅋ

        – ㅋㅋㅋ

       

        “음?”

       

        시청자들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살짝 무시한 채, 나는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 일화를 아는 이들이 있다면 설명하기 편하니까.

       

        “그 일화에서, 베짜기 실력 만큼은 인간이었던 아라크네가 직조의 여신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보였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부는 흐지부지되었다.

        아테나라는 이름을 가진 직조의 여신…… 아니, 전쟁의 여신이었던가?

        아무튼 그 여신이 아라크네가 ‘베’에 그려 넣은 그림이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베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너희 인간들의 상식대로라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여신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지.”

       

        그것은 신이 인간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절대적인 존재가 ‘넌 틀렸다’라고 말했기에, 그에게 절대적인 신앙을 가진 인간들에겐 그것이 ‘틀린 것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라크네라는 인간이 승부에서 진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실력 자체로 보자면, 그 아라크네라는 인간이 더 뛰어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상대는 ‘직조의 여신’이었단다.”

       

        ‘직조’에 관련된 신격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떤 필멸자도 그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직조 실력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 아

        – 라나님이 더 예쁜데, 그 미의 여신이 무조건 더 예쁘다고 했던 것처럼요?

        – ㅎㄷㄷ

        – 신들 개 깡패네

        – 어우씨.

        – 아라크네 신화 자체가 부패한 정치에 희생당한 일반인이라는 상징성이라고 들었는데…. 그 이상이네.

        – 허미.

       

        “이야기가 조금 많이 엉뚱한 곳까지 튀어 버렸구나.”

       

        어쨌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신은 나에게 함부로 사과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자칫하다가는 인간들이 가진 ‘신에 대한 절대성’이 훼손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나를 계속 몰아붙이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라크네’가 아니었으니까.

        아라크네라는 인간은 신이 억지를 부려도 힘이 없었기에 그대로 당해야 했으나, 나는 이미 신들을 끝장낸 전적이 있는 존재였다.

        나를 건드리는 순간, 상대는 가진 모든 것들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여신은 마침내 선택했단다.”

       

       

        *            *            *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던 여신이 버럭 소리 질렀다.

       

        “이 일은 페르제스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분께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시겠지요!”

       

        “흠?”

       

        여신 네페테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서 갑자기 전혀 관계도 없는 다른 신을 불러온다고?

       

        “여신 네페테르여. 이것은 어디까지나 너와 나 사이의…….”

       

        “시끄럽습니다! 감히 주신님을 무시하는 겁니까?!”

       

        “히익?!”

       

        “히이이익!!”

       

        여신이 슬쩍 기운을 드러내며 소리친다.

        그리고 그런 여신의 호통에, 애꿎은 인간들만이 덜덜 떨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시간이 되었을 때,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그때는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겁니다!”

       

        우우웅!

       

        슈욱!

       

        그렇게 외친 여신의 모습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등장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퇴장이었다.

       

        “오오오! 여신이시여!”

       

        “나의 여신! 나의 아름다움! 당신과의 하룻밤을 받을 수만 있다면…….”

       

        “아름다우신 여신이시여! 저에게도 아름다운 여자를…….”

       

        “…….”

       

        여신이 사라지자마자 인간들이 감격에 찬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한다.

        아직 여신이 남기고 사라진 신격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의 말로 하자면…… ‘약에 취했다’라고 하던가?

       

        당연히 여신의 신격에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이들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아케포라스는 자기 수염을 매만지며 나에게 물었다.

       

        “신수시여. 괜찮으신지요?”

       

        “그래. 괜찮다. 옴뇸뇸.”

       

        마지막 남은 고기 요리를 우물거리며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생각했다.

       

        여신은 내가 자신의 아이를 먼저 건드렸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아이가 먼저 나를 건드린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들 앞에서 자신의 절대성을 훼손할 수 없었던 여신은, 차마 나에게 먼저 사과를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힘으로 압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여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하늘의 주신을 이 일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너무 짧게 줄인 것 같으나, 핵심만 말하자면 이렇다.

        그리고 거기까지 정리한 나는, 여신의 행동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도망쳤군.”

       

        이 여신…… 상황이 난감하니 하늘의 주신에게 떠넘기는 핑계로 도망쳤다.

       

        나는 여신의 잔머리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아케포라스에게 말했다.

       

        “아케포라스여. 이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겠느냐?”

       

        “지금 음식이 넘어가십…… 아니, 아닙니다. 더 드리겠습니다. 에휴~!”

       

        아케포라스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도망쳤엌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나라도 도망칠듯ㅋㅋㅋ

        – ㅋㅋㅋㅋ

       

        “뭐, 그랬단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중간계 나들이는 조금 더 길어지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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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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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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