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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 ***

         

       뭐 사실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이들은 포달랍궁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들. 자신의 경지와 수라나한진에 대한 이해도에 충분히 자부심을 품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이들이 실제 정예인가? 아니다. 뭐 이론과 훈련에서는 성과를 냈겠지만 말이야. 실전에서 진법을 펼친 횟수 0회. 영수사냥 경험 0회의 응애들이란 말이지.

         

       실전경혐이 전혀 없는 이들이 스스로 진법의 대가라 여기고 있으니 일이 잘 풀리겠는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이 진법을 숙지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하, 정말 수준이 낮아도 정말 낮군! 자네들 때문에 진법이 자꾸 어그러지는 것 아닌가!”

         

       “아니, 자네는 뭐 잘 한 줄 아는가? 그렇게 혼자만 멀찍이 도망치면 피격범위에서야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진법의 흐름이 끊어지리라는 건 세 살짜리도 알 수 있는 사실일세!”

         

       “뭐라고! 자네 지금 말 다했나?”

         

       “말을 다 했냐고? 이제 겨우 백 마디 중에서 한 마디 했을 뿐일세!”

         

       “하, 나야말로 자네에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이백 곳이 넘네!”

         

       서로 니가 못났네 아니다 네가 더 못났네 옥신각신 다투는 수행자들!

         

       “흐음.”

         

       나와 라노징부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야 저런 수행자들이 알아서 화합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었다. 저들도 계속 연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시야가 트이고 진법을 구성하는 다른 이들의 고충 역시 하나 둘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호흡이 맞아들어갈 수도 있지만.

         

       지금 서로를 향한 분노를 품은 수행자들의 감정이 희석되고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걸 어느 세월이 기다리고 있는단 말인가?

         

       “확실히 하루이틀만에 봉합될 문제는 아니로군.”

         

       “예, 언제 봉합될지 모를 문제를 그냥 방치해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흐음…그러나 협동심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길러지겠는가?”

         

       “하하, 물론이지요.”

         

       어디 협동심이라는 게 그리 쉽게 뚝딱뚝딱 생겨난다면 피튀체조는 왜 있고 빨간 모자가 왜 필요하겠어.

         

       “하지만 제가 사용할 방법은 황국의 정예집단 금의위 훈련생을 상대로 성과가 검증된 방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친 이들은 누구보다 끈끈한 전우애를 가진 하나의 집단으로 탄생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죠.”

         

       “오…”

         

       라노징부가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라노징부 역시 궁주라는 높으신 분. 발전된 황국의 최신식 훈련기법을 도입해 수행자들의 협동심을 함양한다고 하면 군침이 돌 수밖에 없겠지.

         

       “실행하게.”

         

       궁주의 명이 떨어졌다.

         

       *** ***

         

       “뭐? 그래서 초절정 고수에게 부담이 될 법한 족쇄랑 수갑을 만들어 달라고?”

         

       “예.”

         

       당소열이 한 숨을 내쉬며 철괴 한 덩이를 화로에 집어 넣었다.

         

       “이런 해괴한 것은 처음 만들어보는지라 적정 무게를 모르겠군. 팔다리 한 쪽이 이십 근이면 충분하려나.”

         

       그래서 당도연을 데리고 왔다.

         

       “어떻습니까? 당도연 소저.”

         

       쇠사슬을 휘두르는 훈련 겸 흑갑토룡의 움직임을 흉내내며 수행자들과 함께 수라나한진을 연마한 당도연이라면 적정 무게를 알 수 있겠지.

         

       본인이 초절정이기도 하고 말이야.

         

       당도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두 배가 적당하겠군요.”

         

       당소열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두 배면 사지 한쪽에 40근이다. 팔다리에 24kg짜리 쇳덩어리, 총 96kg을 매다는 셈인데…

         

       “하하, 기껏 연습을 도와주고 있는데 말이죠. ‘채찍의 흐름이 불규칙하다’느니 ‘아까랑은 움직임이 다르다’느니 ‘실제 흑갑토룡이 이렇게 움직이는게 맞느냐’느니 따져대는 기운찬 자들이라면 이 정도가 딱이겠죠.”

         

       ….자세히 보니 당도연의 웃는 얼굴 위쪽으로 관자놀이에 핏줄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당소열은 말없이 주괴를 화로에 추가했다.

         

       음.

         

       수행자들 다 뒤졌네.

         

       *** ***

         

       수라나한진을 연습하는 연무장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당도연이 말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똬리를 틀며 움직이는 쇠사슬의 크게 궤적을 그렸다.

         

       촤르르르!!

         

       “가루라의 보!”

         

       기본 자세만큼은 기가 막혔건만 당도연의 쇠사슬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진의 흐름이 난잡해졌다.

         

       진의 흐름이 당장이라도 흐름이 끊길 것 같은 위태한 상황이었지만 입을 여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소통의 부재!

         

       촤라라라라락!

         

       당도연이 휘두르는 쇠사슬의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묵직한 쇠사슬이 복잡다난한 포물선을 그리며 진을 이루고 있는 수행자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칫!”

         

       “큭!”

         

       수행자들이 불만 어린 신음성을 내지르며 쇠사슬을 피했다. 당도연은 수행자들과 같은 초절정의 경지였으나 평소 사용하는 채찍에 비하면 훨씬 무겁고 길고 두터운 쇠사슬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

         

       홀몸이었다면 가볍게 피할 공격이지만 진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에 제약이 걸리다보니 쉽지 않았다.

         

       뿐인가.

         

       누군가 쇠사슬의 공격대상이 되고 그 쇠사슬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다보면 진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을 피하기 어려운 위치로 걸어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공격이 날아오는 것이 뻔한데도 진법의 유지를 위해서 사지로 걸어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른 수행자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으면 다른 이들이 그에 따라 진법을 조율해야 했으니까.

         

       ‘제길!’

         

       수행자 오르하는 다른 수행자가 진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공격을 피해낸 탓에 너무 벌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떨어지는 쇠사슬.

         

       쩌어엉!!

         

       오르하는 혀를 차며 쇠사슬을 받아쳤다. 실제 받아낸 것은 쇠사슬이지만 실전 상황이라면 영물의 몸뚱이와 부딪혔을 터. 진법을 펼치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수행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오르하에게 날아들었다. 오르하는 그 시선을 바라보며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빌어먹을! 못해먹겠군!”

         

       방금 전 진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회피동작을 한 상게린진이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그 시선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타인에게 미루고도 수치를 못 느끼는 자가 있다니!”

         

       “….지금 나를 말한 것인가?”

         

       “하! 그래도 제 잘못은 아는 모양이군!”

         

       상게린진은 어이가 없었다. 주변 사람에게 공격이 날아오면 그 사람이 움직일 것을 고려해서 미리 거리를 좁히며 대비를 해야지 멀찍이 떨어진 채 그대로 구경만 하다가 황급히 움직인 탓에 이리 된 것을 내 탓을 하다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진법의 이해도가 그리 떨어지는 것을 남을 탓하나?”

         

       “뭐라고?”

         

       그렇게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되려는 찰나!

         

       “지금 무엇을 하는 건가!”

         

       갑자기 울려 퍼지는 궁주의 목소리.

         

       본격적으로 언성을 높이려 했던 수행자들이 황급히 합장을 해 보였다.

         

       “하라는 합격진 수행은 하지도 않고 싸움박질만 벌이다니!”

         

       “…죄송합니다. 궁주님.”

         

       수달차와 수행자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본 궁주는 수행자 여러분들에게 실망했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수행자들. 궁주의 질타에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어찌 이런 참담한 협동력으로 하나의 진을 운용할 수 있겠는가! 오늘부터 수행자들은 호천안 마술사가 지도하는 협동심 특훈에 들어갈 것이다! 알겠는가?”

         

       협동심 특훈? 그게 뭐지?

         

       수행자들의 얼굴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으나 감히 그 의문을 입 바깥에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궁주를 치료하기 위한 영약이 걸린 영물사냥을 나가야 할 정예들이 훈련은커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궁주에게 걸린 상황이니까.

         

       “따르겠습니다! 궁주!”

         

       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호천안 마술사가 시행하는 협동심 특훈 과정은 본 궁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할 것이다!”

         

       “예!”

         

       수행자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수행자들은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궁주님께서 모든 시시비비를 지켜보고 계시다면 누가 문제인지 확실히 밝혀지겠지!

         

       그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한 수행자들이 사방으로 눈을 부라리고 있을 때.

         

       저벅. 저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수행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헛숨을 삼켰다.

         

       피처럼 붉은 상의와 모자!

         

       그리고 모자의 챙 때문이 가려진 그늘을 뚫고 나오는 호천안의 눈빛!

         

       그 눈빛에는 도무지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광기와 위압갑이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수행자 여러분. 본관은 호천안입니다. 여러분들은 본관을 마술사로 알고 있겠지만 이 모자를 쓰고 있는 지금만큼은 여러분들의 교관입니다.”

         

       “지금부터 본 교관이 지도하게 될 협동심 향상 훈련은 여러분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모든 가능성을 끌어내는 훈련이 될 것입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열종대로 본 교관 앞에 모입니다.”

         

       수행자들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호천안과 궁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리 언질을 받은 궁주가 헛기침을 하며 수행자들을 다그쳤다.

         

       “무엇들 하는가? 호천안 교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네!”

         

       “이열 종대로 헤쳐 모여!”

         

       벼락같은 호천안의 목소리!

         

       궁주의 채근과 호천안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수행자들은 우르르 호천안 앞으로 몰려갔다.

         

       “앞으로 모든 대답은 악으로 통일합니다. 알겠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알겠습니까악!”

         

       “아, 악..!”

         

       “훈련 도중에는 수행자들의 이름은 없습니다! 모두 구로로 대체합니다! 앞에서부터 1번 훈련생부터 12번 훈련생 까지입니다. 알겠습니까?”

         

       “악!”

         

       “그럼 본 교관과 함께 협동심을 기르기 위한 아주 간단한 체조를 시작하겠습니다. 체조의 이름은 피튀체조이며 18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름이 뭐라고?

         

       수행자들은 잠시 귀를 의심했지만 호천안은 그들의 의문과 상관없이 곧바로 진도를 뺐다. 열 여덟 개의 동작이라지만 애초에 간단한 동작이니만큼 숙지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옥수수 조교! 이들에게 장비를 배급합니다!”

         

       “악!”

         

       훈련생 시절 기억을 자극당해 빠릿빠릿해진 옥수수가 재빨리 수갑과 족쇄를 보급했다.

         

       “으음…”

         

       “무겁군.”

         

       “본 교관이 진행할 훈련은 간단합니다. 훈련생 여러분들이 진법을 펼치는 것에 실패하면 피튀체조 한 동작을 시행하고 다시 진법훈련에 돌입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눈 앞에 있는 족쇄와 수갑을 차고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이게 기합이지 왜 협동심…”

         

       무어라 투덜거리던 수행자들은 호천안의 광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고 입을 다물었다.

         

       “본 교관은 본디 악마도 천사도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이미 본 교관은 악마가 되었습니다. 훈련생들이 진법 연습에서 보여 준 모습들이 본 교관을 매우! 많이! 실망시켰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들은 찍소리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불만 따위는 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펼쳐야 할 진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대가로 체조 하나 소화하지 못하는 훈련생은 영물 사냥에 나설 자격도 없습니다! 이해했습니까! 훈련생!”

         

       “…악!”

         

       수행자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뒤에서 궁주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진법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위치로!”

         

       “악!”

         

       수행자들이 각자의 위치에 서고 호천안은 당도연에게 신호를 보냈다. 호천안의 손짓을 본 당도연은 빙그레 웃으며.

         

       슈와아아악!!

         

       전력으로 쇠사슬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감정이 담긴 쇠사슬의 움직임! 평소보다 배는 빠른 쇠사슬의 움직임에 대경한 수행자들이 허둥대다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진법의 흐름이 깨져버렸다.

         

       “아니, 무슨…”

         

       “이건 너무 하지 않는가!”

         

       수행자들의 불만을 토했지만 당도연은 태연하게 귓구멍을 후볐다.

         

       “집합! 집합해 장비를 착용합니다!”

         

       삑! 삐빅! 삑비! 삑비삑비빅!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지고 수행자들은 투덜거리며 호천안의 앞에 모여 족쇄와 수갑을 착용했다.

         

       “피튀 체조 1번! 높이뛰기! 시행 횟수는 32회! 알겠습니까?”

         

       “악!”

         

       “시작!”

         

       “하나! 둘!”

         

       호천안의 호루라기 소리에 높이뛰기를 반복하던 수행자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고 할지라도 팔다리에 찬 쇳덩이들의 무게를 다 합치면 족히 성인 한명 분이었다.

         

       ‘이번 한 번은 할 만 하겠지만…’

         

       ‘계속해서 틀린다면 쉽지 않겠군.’

         

       1번 높이뛰기를 마친 수행자들의 숨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다시 원 위치로 복귀합니다!”

         

       투덜거리며 수갑과 족쇄를 풀고 진을 구축한 수행자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진지함이 깃들었다. 초절정의 무인인 그들이 어디서 기합을 받아 봤겠는가! 거기에 궁주 앞에서 진법 구축에 실패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또 없었다.

         

       촤르르르르!

         

       한번 분을 풀어낸 당도연 역시 정상적으로 쇠사슬을 휘둘렀고 그런 쇠사슬의 움직임에 맞추어 진법을 펼치기 시작한 수행자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조금씩 공격을 피하기 시작한 수행자들. 라노징부의 얼굴에 이채가 서리고 수행자들의 얼굴에도 살짝 자신감이 차올를 때 즈음이었다.

         

       “앗!”

         

       “엇!”

         

       두 수행자가 사슬을 피해 몸을 움직이다가 서로 충돌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 덕분에 두 사람 근처의 수행자들은 황급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한번 흐름이 출렁인 진법은 정신없이 요동치다가 결국 깨져버리고 말았다.

         

       “자네는 왜 그쪽으로 피하나!”

         

       “그건 내가 할 말일세!”

         

       “하, 오른쪽으로 피하는 것이 진법의 흐름에 알맞은 회피법이었네!”

         

       수달차가 두 사람을 말렸다.

         

       “그만! 그만! 궁주님 앞에서 무슨 추태인가!”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삑! 삐빅! 삑비! 삑비삑비빅!

         

       계속해서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더 이상 싸우기도 애매해진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호천안 앞에 서 족쇄와 수갑을 착용했다.

         

       “2번 굽혀닿기! 시행 횟수는 78회!”

         

       갑자기 크게 늘어난 시행 횟수!

         

       수행자 한 명이 항의했다.

         

       “아니 어째서 갑자기 이리 숫자가 늘어난 게요?”

         

       “8번 훈련생, 수행 횟수는 합리적으로 결정됩니다. 여러분들이 본 교관 앞에 모여 모든 장비를 착용하기까지 78초가 걸렸으니 78회입니다. 알겠습니까?”

         

       수행자들은 경악했다. 어쩐지 호루라기를 계속 불고 있더니만 그게 다 체조 횟수에 반영되는 것이었다니!

         

       “그리고 본 교관에게 토달지 않습니다. 2번 굽혀닿기 88회! 알겠습니까?”

         

       “….”

         

       “100회! 알겠습니까? 훈련생들?”

         

       “악!”

         

       뻗대 봐야 본인들만 손해라는 것을 깨달은 수행자들이 그제야 대답했다.

         

       “시작!”

         

       “하나!”

         

       옥수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2번 굽혀닿기를 시행하고 있는 수행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수행자들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 ***

         

       협동심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당연히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 급한 사람이 행동에 나서게 되는 법이었다. 조별과제라는 놈도 그렇지.

         

       성적에 가장 목마른 놈이 배를 째는 놈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악명이 높은 것 아니겠어.

         

       그럼 구성원 전체의 협동심을 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구성원 전체를 목마르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아, 진법이 깨졌군.

         

       곧바로 호루라기에 입을 댔다.

         

       삑! 비빅! 삑비삑비빅!

         

       우르르르!!

         

       협동심 훈련도 삼일차에 접어 들었다. 진법이 깨지자마자 후다닥 달려와 족쇄와 수갑을 차는 훈련생들.

         

       “8번 온몸비틀기! 30회!”

         

       “악!”

         

       “시작!”

         

       “하나!”

         

       춤추는 열두 쌍의 발을 바라보며 호루라기로 박자를 맞춘다.

         

       수행자들이 진법을 펼치며 태평하게 남탓이나 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뭐 사실 하나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본인의 방식이 올바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옆 사람이 부족하다 여겼을 수도 있고.

         

       뭐 훈련생들의 생각을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 방법도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개개인의 생각이 결국 진의 완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시이입!”

         

       “훈련생들, 준비합니다.”

         

       “악!”

         

       수련자들이 다시 진법을 갖추고 당도연의 쇠사슬이 움직였다.

         

       협동심 훈련을 시작한지 3일.

         

       수련자들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다. 3일 전의 그 오합지졸과는 조직력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지경.

         

       “전방 3보!”

         

       “좌측! 2보!”

         

       그저 입을 꾹 틀어막은 채 나만 잘하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이기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대신 자신의 회피 경로를 동료들에게 알려준다. 동료들은 그런 회피자가 말해주는 정보를 토대로 미리미리 진법의 흐름을 조율하거나 진법의 흐름에 적합한 위치로 이동한다.

         

       적극적인 의사소통이야말로 제대로 된 협력체계를 구사할 수 있는 기본 중 기본.

         

       소통의 부재가 해소된 것만으로도 진의 움직임은 유기적으로 변했다.

         

       “정말 놀라운 성과로군…”

         

       라노징부가 곁에 와서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솔직히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네. 어디 초절정 고수들에게 기합을 준다고 성과가 나올까 싶었는데…과연 대국의 최신식 훈련은 다르군. 이런 강압적인 훈련이 성과를 거둘 줄이야.”

         

       사실은 K식 군대의 훈련법이지만, 음…황국의 훈련법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팔각모를 가져간 강추모루가 훗날 도입할 훈련법이니까.

         

       딱히 거짓말은 아니지. 암.

         

       촤르르르르!

         

       “간달바의 익!”

         

       파바바밧!

         

       수달차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진이 변형된다. 3일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행자들. 그 모습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토하는 라노징부.

         

       음.

         

       어째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이 포달랍궁의 진법 훈련의 일부로 채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왜일까.

         

       포달랍궁에서도 K식 훈련이 자리잡을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주제를 돌렸다.

         

       “수행자들의 움직임도 무르익었겠다, 슬슬 출정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음.”

         

       촤라라락!

         

       “벼텨!”

         

       “주변 사람들은 집중해!”

         

       “나머지 인원들은 거리를 좁혀서 압박을 줘라!”

         

       한 명의 수행자를 집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당도연. 그 수행자가 회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진의 유지 부담을 덜어주고 나머지 수행자들은 거리를 좁혀 당도연을 압박한다.

         

       수행자 하나에게 쏟아지는 압박을 진 구성원 전체가 협력하여 받아내고 있다. 미숙한 부분이야 당연히 있지만 이제야 진법을 진법답게 운영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수행자들.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저 정도의 유대감이라면 어떤 영물도 극복해 낼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수련생들이 자랑스러운 사단장, 아니 궁주의 기분을 망칠 이유는 없었기에 적당히 맞장구 쳐 주었다.

         

       “예, 저들이라면 할 수 있겠지요.”

         

       “그래. 부탁하겠네. 호천안. 흑갑토룡을 물리치고 사라를 치료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해와 주게.”

         

       궁주의 허가가 떨어졌다.

         

       현실이 된 무림천하의 첫 영수 사냥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앗 5분 지각했네요.

    고봉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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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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