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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켁켁 숨막힌다에요 빨리 꺼내달라에요】

        

       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 같은 내용의 도네이션이 벌써 6번째 들려오는 거 같은데……버그 아닌가.

        

       그래도……그만큼 강한 바람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바삐 옮겼다.

        

       “……후으, 후. 집에 도착하면 꺼내 드릴게요. 조금만 참으세요.”

        

       한 손에 장바구니를, 한 손에 우산을 든 상태다. 그러니 세 번째 손을 뻗어내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핸드폰까지 꺼내는 건 무리인 고로. 저리도 간절하게 원하는 걸 이루어주려면, 결국 서둘러 집에 가는 수밖에 없겠더라.

        

       솔직히 말하자면……애초에 내 캠을 왜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진희나 아리처럼 표정이 다채롭기라도 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텐데. 스스로 모니터링해본 내 캠 화면은, 시종일관 큰 변화가 없어서- 솔직히 사진이라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지경이었다.

        

       정말로.

       

       그냥 각자 알아서 원하는 사진을 띄워놓는 거랑 별 차이 없겠던데.

        

       마침, 그……신설한 사진 게시판의 게시글 리젠 속도가 심상치 않았으니. 차마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거기서 적당히 각자가 원하는 사진을 구해서 띄워두면 되지 않을까. 굳이 내가 뭔가를 송출할 필요도 없이.

        

       각자 자급자족하는 느낌으로……응.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으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켁켁 숨막힌다에요 빨리 꺼내달라에요】

        

       ……7번짼가. 이건 진짜 버그 맞는 거 같은데.

        

       * * * *

        

       《그러면……투표 한번 해볼까요. 아니, 함정 아니고……투표하면 밴 된다니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음해가 심하네요.》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급작스럽게 길거리에서 시작되어, 단지 장을 보고 오는 과정을 송출한 방송이었다.

        

       그럼에도, 시청자수는 언제나와 같이 고공행진 중이었다. 팬카페 등지의 게시글 리젠율과 함께.

        

       동네 마트 특유의 소리들을 배경으로, ‘음……다 비싸졌네요. 애호박은 무슨 코인같아. 엊그제까지 2천원이었던 것 같은데……심하네. 대신 비밀 재료 하나 살게요.’ 같은 말이나, ‘요리할 줄 아냐……그럼요. 요리가 뭐 별거라고. 1인분 만드는 거 싫어해서 잘 안 하기는 하는데……같이 먹을 사람 있었으면 자주 했을 거예요. 계속 혼자 살아서 그렇지.’ 따위의 하소연을 하다가, ‘아. 민트초코……슬슬 살 때 됐네요. 좀 쟁여둘게요.’ 같은 말을 할 뿐인 방송이었음에도.

        

       그 아따먹이 동네 마트에서 재료를 사고, 또 요리를 한다는 것만으로 생겨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불과 전날, 무표정한 얼굴로 뭇 전프로들의 목을 날려대고는, ‘음……단검은 처형모션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요. 패러데이의 뿌리깊은 도적 혐오가 느껴지는 지점이에요. 최소한 단검과 머리를 함께 저글링하는 모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따위의 말을 하던 여자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인지 제법 신난 목소리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작성자: ㅇㅇ]

       [제목: 얘 왜케 신났냐]

       [요리 진짜 좋아하나보네

        

       장보면서 신난 거 좀 귀여움ㅋㅋㅋㅋ]

       –     부추전 다 태우고 ‘잘 보면 먹을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라고 해도 귀여울까?

       –     ㄴ 바로 너? 라고 말하고 들어올려서

       –     ㄴㄴ 헉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플레이만 보면 생고기 뜯고 선지 마실 거 같은데]

       [왜 갑자기 여자력 어필함

        

       왜 진짜 장보러 다님

        

       왜 진짜 요리 좋아함

        

       그리고 왜 진짜 문신했음]

       –     문신??

       –     ㄴ 그건 팔토시라

       –     ㄴㄴ 제발 지랄 ㄴ 그럼 왜 슈퍼 아줌마도 문신 물어봄? 뭐 이레즈미 팔토시 끼고 슈퍼까지 갔다고?

       –     ㄴㄴ ㄹㅇ 다른 문신 있는 거라 본다

       –     얼굴 보면 천상 여자임 그냥

       –     ㄴ 무시당하기 싫어서 센척하고 또라이짓하는 느낌 들긴 해

       –     ㄴㄴ 그런 애들은 보통 약점이

        

       [작성자: ㅎㅇㅎ]

       [제목: 신혼 망상 500배]

       [요리 못하는데 허세부리면서 장보는 느낌 쩐다

        

       이제 이러다가 위생용품 코너에 들어갔다가 ‘그거’ 발견하고 얼굴 빨개지면서……으흐흐]

       –     ???: 이거 필요……없지 않나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사지 마요. 필요 없어.

       –     ㄴ 오……

       –     ㄴ 후 시발 나쁜 말 마렵네

       –     ㄴㄴ 어허 칭찬입니다.

       –     ㄴ 하 시발 못참겠다

        

       흔하다면 흔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는 건 왜인지.

        

       아크, 진희는 조금은 착잡한 심경으로 스크롤을 굴렸다.

        

       알고는 있었다. 어느 정도는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녀 스스로도, 방송에서 최소한의 어필은 하고 있지 않나.

        

       무엇보다- 생업을 두고 무어라 말하는 건, 우스운 일이리라. 매력적인 이성으로 보이는 건 여자 스트리머가 인기를 끌기 위해서 필연적인 요소이기도 했으니. 수위가 과하지 않은 이상에야, 그러한 매력에 관한 이야기가 도는 건 오히려 고마운 일이란 정도는, 그 누구보다도 진희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예나가 그렇게……언급되는 것이 눈에 밟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무슨, 여캠처럼. 이런, 예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얘기는…….’

        

       조금, 싫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었고-

        

       그리 말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냐고 묻는다면, 더더욱 할 말이 없었지만.

        

       애초에, 진희 본인도 불과 어제 코스프레 방송을 한 마당 아닌가.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공약을 건 탓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싫었다.

        

       감히 입밖으로 낼 생각이 없었을 뿐.

        

       《……이렇게 할까요. 1번은 손, 2번은 얼굴로. 자유롭게 투표해주세요.》

        

       그러나, 투표 정도야 해도 되는 것일 테니까.

        

       캠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투표가 올라온 즉시, 진희는 1을 연타하고 있었다. 이어서, 본계정으로도 로그인해서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이.

        

       《음……2번이 많네요. 왜지. 이러면 오늘 방송 취지가 조금 퇴색되기는 하는데……. 아니, 투표를 무시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면 카메라는 얼굴에 비출게요.》

        

       예나는 이미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들어, 화면 가득 얼굴이 담길 위치에 핸드폰을 배치하고 있었다.

        

       대체 왜 카메라 앵글을 이따위로 잡는 건지.

        

       조금 피곤해보이는- 그러나, 생기어린 입꼬리가 살며시 끌어올려진 상태.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붉은 생기어린 입술이 눈에 띄었다.

        

       매혹하는 듯한 그 화면에도 불구하고, 진희의 시선은 화면 속의 눈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는 예나는 거짓된 미소를 짓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눈은 항상 솔직했으니.

        

       그리고, 지금은 살짝 처진 눈꼬리가 움찔거리며 길게 휘어지려 들고 있었기에- 진희는, 예나가 제법 만족스러운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추전 ㅇㄷ?】

        

       《아. 지금 만들고 있어요. 설명해드려야 하나. 카메라가 얼굴을 비추고 있는게, 제 생각에도 조금 별로긴 한데……준엄한 투표 결과니까요. 대신……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전달되지 않나요.》

        

       또다시, 정작 요리하는 장면은 단 1초도 송출하지 않는 방송이었다. 이미 요리를 시작했단 걸 과시하듯이, 서걱거리는 칼질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음에도.

        

       카메라는 고집스럽게 예나의 얼굴만 비추고 있었다.

        

       《창작 레시피……여서요. 여기에는 이거랑, 이거 넣고……아. 이건 넣지 말까요. 고민되네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원숭이손 같은 년】

        

       《아. 저 부추전 다 만든 다음에는 나오나 하려 했는데……그때도 화면은 이대로 가야 하겠네요. 게임이 안 보일 거라……조금, 조금 아쉽기는 한데. 대신 채팅창은 잘 볼 수 있어요. 핸드폰 위치가 그래서.》

        

       -치이익

        

       화를 내는 이들과, 체념하는 이들. 부추전이 구워지는 소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감정을 채팅창에 토해내는 사람들 속에서, 진희는 다만 화면에 가득한 예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왜 저런, 저런 구도로 굳이 얼굴을 찍고- 또, 기껏 준비한 컨텐츠를 송출조차 안 하고 있는 건지.

        

       진희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렴, 저런 얼굴이면 그 자체로 컨텐츠 아닌가.

        

       ‘부추전이야, 뭐. 나중에 내가 직접 해서 먹여……먹게 해주면 되지.’

        

       간헐적으로 귀에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도, 아무래도 좋았다.

        

       * * * *

        

       [공지: 서리 왕좌의 주인을 맞춰보세요!]

       [친애하는 전사 여러분!

        

       각 서버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전사들이 선별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누군가는 어렵게 그 자리에 도달했으나- 누구 하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없습니다.

        

       그래야지요. 이제부터, 당신의 대전사가 될 이들이니.

        

       그러니, 정할 시간입니다.

        

       과연, 서리 왕좌의 주인이 될 자가 누구일지. 영지의 깃발을 드높이 세우고, 영광과 명예를 한 몸에 받을 이가 누구인지.

        

       지금부터 32인의 전사들이 벌여온 혈투의 상세한 기록이 공개됩니다. 선호하는 무기부터, 승리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상대를 쓰러트린 비장의 한 수까지.

        

       진정한 강자는 누구일까요.

        

       왕좌의 주인이 될 자를 예측하시고, 넘치는 상품을 받아가세요!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

        

       .

       .

       .

        

       (한국 서버 투표 현황)

        

       1위: GP 오소독스(20.1%)

       .

       .

       .

       7위: 아따먹(7.2%)

       .

       .

       .

       

       32위: 레반(0.4%)]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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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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