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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순간 머리가 새하얘져서 조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니. 그러니까.

   

   하?

   

   <…아하. 그렇군.>

   ‘뭐가요.’

   <공작 가문의 힘을 빌려서까지 병문안을 가려 한다는 걸 기이하게 여긴 것이겠지.>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이야?

   

   루시가 갑자기 버로우 가문으로 병문안을 가고 싶다며 공작에게 부탁을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저런 부탁을 할 리 없으니 저기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루시와 버로우 가문의 연관점은 열등공자 뿐이다.

   

   그러니 루시는 열등 공자에게 관심을 가진 게 분명하다.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말이 저 마지막 이야기였던 거구나.

   

   긴 고민 끝에 맥락을 이해하는 데 성공한 나였지만 그런다 한들 황당하다는 느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할 말이 엄청나게 많기는 한데.

   

   일단은 날 당혹스럽게 만든 대가를 치러야겠어. 조이.

   

   “뇌가 아주 핑크빛이네?♡ 아 혹시 질투 중?♡ 얼빵이가 열등공자한테 관심이 있었구나?♡”

   “…네? 아니에요! 전 그런!…”

   “걱정 마!♡ 난 그런 폐기물한테 관심 없으니까♡ 아.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폐기물이라 그럼 안 되려나?♡”

   “아니라니까요!”

   

   자신의 뇌만큼이나 얼굴이 벌게진 조이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저렇게 기겁을 하는 걸 보면 진짜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게 왜 너도 별 관심 없는 인간을 나랑 엮으려고 그러니. 얼빵얼빵아.

   

   조이의 나이대나 여고생스러운 성격을 생각해보면 연애담에 환장하는 거야 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거기에 날 엮지는 말아줄래?

   

   열 받거든? 진짜로?

   

   짜증을 견디기 어려워 한숨을 내쉬었더니 조이가 슬며시 내 눈치를 봤다.

   

   “…정말 관심이 없으신 건가요?”

   

   ‘아니 반대로…’

   “반대로 물어보자. 얼빵아. 내가 왜 그딴 녀석한테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그러니까. 저어.”

   

   응? 얘가 왜 말을 더듬는 거야?

   

   아무리 봐도 뭔가가 있는 반응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빛으로 질책을 했더니 조이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목소리를 냈다.

   

   “…그런 소문이 있었는걸요.”

   

   조이가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열등공자의 호감도를 올리려 할 때의 일이었다.

   

   난 그에게 목걸이를 건네려 했으나 매몰차게 거절당했었다.

   

   그리곤 열등공자의 호감도를 올리는 걸 포기했지. 내 입장에서 그 때의 일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발악에 불과했지만 소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저를 다

   르게 받아들였다.

   

   루시 알른이 자칼 버로우에게 호감을 표시했지만 차이고 말았다. 라고 말이다.

   

   “당시 영애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던 소문이랍니다. 그 후로 별 접점이 없어서 금방 사라졌지만요.”

   

   조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머리가 띵해졌다.

   

   저런 소문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얼빵이 입장에서는 소문인 줄 알았던 게 진짜였구나 싶었을 거 아냐.

   

   내가 저 소문을 듣지 못했던 이유도 명확하다. 저 소문이 사실이라면 내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 될 테니까.

   

   …설마 싶긴 한데 자칼 걔도 이런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 때 대차게 거절한 게 이런 이유야?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백하고 차인 거냐?!

   

   난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 호감도를 올리려고 한 건 맞긴 한데 그러니까 그게. 그.

   

   으아아악!

   

   캐묻지 말 걸! 괜히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개 같아 졌어!

   

   루카한테 가서 기억 좀 지워달라고 그래야 하나.

   

   “반응이 좋지 않으신 걸 보니 헛소문이었나 보네요.”

   

   ‘당연하죠!’

   “그딴 녀석이 나처럼 귀엽고 아름다운데다 능력까지 좋은 사람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얼빵이. 안경 맞춰줄까?”

   

   “…영애님. 어느 순간부터 뒤에 영애란 단어가 사라졌는데요.”

   

   조이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생각했다.

   

   결국 저런 소문이 퍼진 건 결국 내가 자칼에게만 선물을 줬기 때문일 거야.

   

   그렇다면 준비해 둔 선물을 서서히 주변인들에게 뿌리면 되겠지.

   

   어차피 주변 사람들 생일 때마다 건네 줄 선물은 경매장에서 모두 사 놨으니까.

   

   “영애. 진짜 관심 없으신 거 맞죠? 아무 일도 없는 거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이가 확인하듯이 저 물음을 던졌다.

   

   아니 대체 왜 내 말을 못 믿는 건데! 내가 목걸이를 주려고 했다는 게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 인 거야?!

   

   알겠어! 알겠다고! 조이 너한테도 선물을 주면 될 거 아냐!

   

   짜증이 난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조이에게 내밀었다.

   

   “…이건?”

   

   그건 붉은 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평상시에 마력을 조금씩 담아 위급한 순간에 마력을 보충할 수 있게 해주는 녀석.

   

   귀금품으로써의 가치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보단 실용적인 목적이 더 큰 물건.

   

   ‘조금 있으면 조이의 생일이잖아요? 그래서…’

   “조금 있으면 얼빵이의 생일이잖아? 그래서 준비해 둔 건데 자꾸 닦달하니까 미리 줄게. 이제 만족해? 욕심 가득한 얼빵얼빵아?”

   

   “…네?! 아뇨. 전 그런 이유로 되물어 본 게 아니에요!”

   

   ‘그래요?…’

   “그래? 그럼 다시 가져가도 되지?”

   

   방금 전 조이 때문에 당황한 게 짜증나서 살짝 놀리듯 이야길 했더니 조이가 목걸이를 가로채듯이 들고 갔다.

   

   “생… 생일선물이라면서요! 못 돌려줘요!”

   

   소중한 듯 두 손으로 목걸이를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뭐. 어쨌든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고.

   

   *

   

   파트란 공작에게 부탁을 하고서 이 주에 가까운 기간 동안 난 버로우 가문에 갔을 때를 위한 준비를 거듭했다.

   

   대부분의 것은 이상을 감지하기 위한 방책이었고 몇 가지는 최악의 위험을 가정하고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였다.

   

   예를 들어서.

   

   버로우 가문의 영역 중 하나에 거주하는 흑마법사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라거나.

   

   그 근방 던전에서 생겨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비라거나.

   

   버로우 가문에 악의를 지닌 위험인물들에 대한 준비를 말이다.

   

   덕분에 나는 지난 번 아카데미 최초 공략 보상으로 받은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어차피 돈이야 나중에 구하면 된다지만 금화 몇 백 개가 휙휙 나가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

   

   덕분에 인벤토리의 가득 찰 정도로 철저한 준비를 하는 데에 성공했으니 아쉽지는 않지만.

   

   준비를 하는 이외의 시간에는 개인적인 수련에 전념했다.

   

   쉬이 말해서 평소처럼 지냈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인 단련을 거듭하고.

   

   연습모드에서 할배와 신성을 다루는 연습을 함과 동시에 2왕자를 상대로 사용했던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틈이 날 때마다 루카에게 찾아가 적당한 시련을 극복하는 것으로 스텟을 올리고.

   

   조이와 아서, 프레이가 강해질 수 있도록 내가 아는 여러 노가다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 다음 굴리고.

   

   자기도 단련에 참여하고 싶다는 페이비에게 체력단련을 시키고.

   

   아. 참. 2학기 중간고사에서 1등을 수성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당연히 내 실력으로 한 건 아니다. 실기는 그렇다 치고 필기는 여전히 어설픈 부분이 많으니까.

   

   할배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다. 급한 게 아니라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그러셔서 조언은 꿈도 못 꿨지.

   

   그럼 어떻게 1등을 수성하는 데 성공했느냐. 드디어 로그 기능을 제대로 써먹는 데 성공했지!

   

   후흐흐. 시험 바로 직전에 시험 범위를 로그에 기록시키는 걸로 기록이 사라지는 걸 방지하는 데 성공한 나는 보란 듯 압도적인 성적을 달성했다.

   

   참고 삼아 이야기하자면 2등이 아서고 3등이 조이더라. 분명 나 아서는 공부할 틈도 없을 만큼 빡세게 굴리고 있는데 언제 필기 공부를 한 걸까 몰라.

   

   얘 진짜 천재가 맞긴 하다니까.

   

   그리고 최근엔 조이, 아서, 프레이, 페이비. 이 네 사람을 엮어서 아카데미 던전을 공략하란 과제를 내어주기도 했다.

   

   언제까지 나란 치트키에만 의지하지 말라는 이유에서 말이다.

   

   조건은 쉬웠다. 아카데미 2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아카데미 던전을 완전 공략할 것.

   

   소울 아카데미의 늅늅이도 공략만 본다면 1회차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소울 아카데미의 1학년 2학기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멤버구성이 좋은데다, 그 멤버를 이끄는 사람이 능력자인 아서이니만큼 이 공략은 무척이나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생각했다만 예상외의 변수가 생겼다.

   

   바로 프레이가 협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 프레이가 지닌 기행이 내 손을 떠나감과 동시에 도진 것이다.

   

   “그치만 왕자님 공략은 시시한 걸.”

   “…그 시시한 걸 보통 정석이라고 부른다. 켄트 영애.”

   “어쨌든 시시한 건 사실이잖아?”

   

   프레이와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아서는 마음 속에 생긴 화를 꾹꾹 누르고 있는 게 훤히 보였지만 난 저를 돕지 않았다.

   

   조별 과제의 조장이라면 한 번 씩 트롤러를 상대해봐야 하는 법.

   

   아서. 그것도 다 경험이 되어서 너를 성장시키고 있다 생각해.

   

   <그래서 본심은?>

   ‘저만 당할 순 없잖아요.’

   

   내가 프레이를 데리고 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느껴라. 아서!

   

   그리고 소울 아카데미의 유저들처럼 프레이가 트롤링을 하는 걸 보며 비명을 지르는거다!

   

   <거. 성격 참.>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파트란 공작에게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병문안을 갈 준비가 되었다고 말이다.

   

   *

   

   파트란 공작이 이야기한 당일 아침. 준비를 끝마치고 바깥으로 나온 나는 버로우 공작 가의 이상을 파악하기 위해 모아둔 멤버를 확인했다.

   

   “오랜만의 외출이구나.”

   

   우선은 얼빠여우.

   

   워낙에 변태성이 심대한지라 도저히 함께하고 싶지 않은 녀석이지만 이번에 한해선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멤버 중 이 녀석보다 여러 술법 혹은 정신과 관계된 수단에 전문적인 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버로우 공작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 다음은 페이비.

   

   신성마법에 한해 여전히 나와 비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그녀는 버로우 가문의 문제가 악신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솔직히 말해 페이비를 데려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교회 측에서 허락해줄지 아닐지 미지수였으니까.

   

   버로우 공작 가에 은혜를 입힐 수 있다면 이득이라 판단한 건지, 아님 요한에게 부탁을 한 게 효과를 본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허락을 받는 데 성공했지.

   

   덕분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영애님? 저 돌아가면 안 될까요?”

   – 맞아요. 알른 영애님. 진짜 성녀님의 옆에 있어도 괜찮은 거 맞나요? 정화 당할 것 같아서 불안해요!

   

   ‘무슨 부탁이건…’

   “무슨 부탁이건 하라고 한 건 너잖아. 들러리 영애. 이제 와서 취소하는 거야?”

   

   세 번째로 아드리.

   

   대륙 위에 현존하는 사령술사 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실력을 지닌 그녀다.

   

   버로우 공작가 저택에서 흑마법과 관계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면 바로 파악해줄 것이라 판단했기에 일행에 참여시켰다.

   

   그러니 되돌려 보내줄 수 없다. 흑마법 감지기가 당일에 도망치면 곤란하니까.

   

   비시? 비시는 아드리를 데리고 오기 위한 덤이지. 비시가 없으면 아드리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

   

   “진짜 그러겠다면 말리진 않을게. 그치만.”

   

   경고를 하다 말고 어미를 끌었더니 비시와 아드리 양 측에서 격한 수긍이 돌아왔다.

   

   하. 진짜. 페이비한테 미리 이야기 해뒀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몇 번을 말하냐.

   

   봐. 지금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눈웃음을 지어 주잖아. 좋은 사람이니까 기겁하지 말고 예의바르게 인사하라고. 알겠어?

   

   “비시라고 했나? 이 자리에 온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냥 해라. 저 녀석에게 미움을 샀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아서?…’

   “불쌍왕자님. 제가 왕자님께 뭘 했었나요? 아. 이제부터 뭘 해달라는 거군요. 가르치는 사람이 우둔하다 보니 저까지 우둔해진 모양이에요. 어쩔 수 없죠. 다음 주부터는 훈련 메뉴를.”

   

   “농담이다! 농담! 말 한 마디 했다고 사람을 죽이려 들지 마라!”

   

   그리고 마지막.

   

   아서.

   

   자칼 개인과 친분을 지닌 그는 분명 자칼을 만나기 위한 명분이 되어줄 테지.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버로우 가문으로 향해 이상을 확인하기만 하면 돼.

   

   ‘가죠.’

   “가시죠. 허접 여러분들.”

   

   제발 내가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길, 허접 주신이 짓궂은 장난을 친 것이기를 소원하고 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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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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