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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2

    <242 – 생사의 각오>

     

    데드캣은 떠올렸다.

    오크노디의 삼색볼에 담겼던 힘을.

     

    ‘환영스택 하나를 상실했어.’

     

    언제였을까.

    마지막으로 스택을 잃었던 적이.

    그래…

    2학년 1학기 상급반 중간고사.

    그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같은 상급반 학생 만델라.

    그녀의 손에 당했을 때에도 생각했다.

    아카데미는 참 재밌다고.

    밖에서라면 기껏 개발한 능력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따분함에 질렸을 텐데, 덕분에 열심히 능력을 개발하며 강해진 보람이 있다고.

    오크노디의 삼색볼을 받아낸 소감도 같았다.

    재밌는 힘이었다.

    지옥의 겁화처럼 암흑마나로 강화된 불이 손을 불태울 것이고, 청색의 빙결의 힘은 이를 저지하는 마나의 작용을 동결시킨다.

    마나를 일으켜야 막을 수 있지만 그 시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모순된 속성.

    그것을 충돌 없이 심어내는 재주부터 보통이 아니다.

    학년수석.

    1학년의 정점이라는 말에 걸맞은 자격이 있다.

     

    ‘거기에 셋을 더했어.’

     

    이번에 날아올 공격은 육색볼.

    세 가지의 속성을 더한 힘이다.

    그래봤자 대응은 같다.

    몸으로 받아내어 위력을 줄이고 공을 챙긴다.

    그 뒤에는 끝이다.

    살기에 압도당해 꼼짝도 못하는 칼잡이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학년수석 오크노디를 쓰러트릴 테니까.

     

    ‘이 일격, 받아내기만 하면 내 승리야.’

     

    데드캣의 몸이 꿈틀거리는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공에 강타당했다.

     

    퍼엉!

     

    이번에도 맥없이 튕겨나가는 데드캣의 몸.

    그러나 전과는 다른 차이가 있었다.

    환영을 없애며 제 자리에 도로 나타나는 데드캣.

    그녀의 위에 떠올라야 할 공이 없었다.

    몸을 치고 지나간 공이 다시금 그녀의 앞에서 튀어나와서 몸을 치는 것!

     

    “!?”

     

    데드캣은 깨달았다.

    오크노디가 아주 고약한 공을 던졌음을.

    <공간단절>과 <물질전송>.

    특정구간의 공간을 잘라 앞뒤를 서로 이어붙인 닫힌고리.

    저 공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

    자신의 모든 환영을 없애고 본체마저 날려도 그 힘이 남아있는 한, 계속해서 날아드는 공이다.

     

    <나인 라이브즈Nine Lives>

     

    아홉 개의 목숨을 지녔다고 이름 붙은 고양이.

    그 기술을 마법과 접목시켜 유사하게 구현해낸 데드캣.

    마치 죽은 고양이처럼 죽어나가는 환영의 너머, 제자리에 멀쩡하게 나타난 그녀의 손에 역습을 당한 제국기사는 말했다.

     

    -데드캣…

     

    소녀는 그날부로 자신의 이름을 정했다.

    나는 데드캣이라고.

    적조차 인정할 정도의 섬뜩한 기술.

    그녀의 환영은 아홉 개의 스택을 지녔다.

    그리고 지금, 그 두 번째 스택에 이어 세 번째 스택이 날아갔다.

     

    ‘조금도 저지하지 못했어.’

     

    육색볼에 담긴 <공간단절>과 <물질전송>과는 다른 또 다른 힘의 영향이다.

    <저지불가>와 관련된 종류의 힘.

    최고점에 도달한 물체의 속도와 작용을 계속되게 만드는 모종의 수단.

    그 정체와 비밀을 알아내지 못하는 한, 몇 개의 스택을 허비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지혜를 겸비하지 못한 자는 받아낼 수 없는 일격.

    이런 공을 고작 1학년이 던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자가 누가 있을까.

     

    ‘첫 일격에서 간파했겠지.’

     

    자신이 개발한 <나인 라이브즈>가 앞선 공격으로 간파 당했으며, 오크노디가 이를 저격하는 완벽한 대응법을 꺼냈다.

    이것은 도전이다.

    내가 당신의 수를 파훼했듯이 당신도 내 수를 파훼할 수 있겠냐고.

    네 번째 스택이 사라졌다.

    그래도 알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소모는 위험해.

    양손 가득 마나를 밀집한 채 공을 받았다.

     

    펑!!

     

    당했다.

    블루메탈볼에 실린 화염이 폭발하며 튕겨나갔다.

    삼색볼과 같은 속성들은 같은 작용을 하리라는 인식의 허를 찌른 변칙이다.

    외부마나와 닿는 순간 폭발하는 트랩을 숨겨두다니.

    다섯 번째 스택이 사라졌다.

    여유가 사라졌다.

     

    쿵쿵

     

    손으로 받아내는 공격과 거의 동시에 저만치 뒤편에서도 충돌음이 들렸다.

    예민한 청력은 그것이 공과 벽이 충돌해서 난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상한 일이다.

    공은 눈앞에 있는데.

    어째서 뒤에서 소리가 들린단 말인가.

    그건 마치 자신의 <나인 라이브즈>와 유사한…?

     

    “!!!”

     

    여섯 번째 스택이 사라졌다.

    그리고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간파당하는 정도를 넘어섰다.

    완전히 읽혔다.

    고작 한 번 눈앞에서 보여줬을 뿐인데.

    능력의 원리.

    발현방법.

    그 전부를 따라잡혔다.

     

    ‘재밌지 않아.’

     

    이런 건 즐겁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강자를 꺾는 쾌락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사냥은 여기에 없다.

    있더라도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눈앞의 강적.

    바로 저 괴물을 위한 것이다.

     

    ‘버거워.’

     

    느꼈다.

    저 아이에게 ‘다음 기회’를 허락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부 빼앗긴다.

    단 하나도 남김없이.

    보여준 모든 것을 자신의 기술로 사용한다.

    한 번밖에 없다.

    저 아이를 넘어설 기회는.

    두 번째 기회 따위는 결코 허락하지 않을 최강의 필살기로 끝내야 한다.

     

    ‘원리 따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일격으로 마주 응수한다.

    일곱 번째 스택의 소멸.

    여덟 번째 되풀이되는 공세.

    이와 동시에 데드캣이 힘을 개방하였다.

     

    <마나과발현>

    <영역화 선포 – 마나공백지대>

     

    모든 마법적 이능의 발현을 허락하지 않는 폭발적인 규모의 힘의 개방.

    이에 통상환경에서라면 마법의 발현을 거들어야했을 자연마나가 역으로 발현된 마법으로부터 마나를 빼앗아 마법발현을 캔슬한다.

    진공상태를 방불토록 하는 완벽한 마나사용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상급 마나제어술 테크닉!

     

    <마나차단>

     

    자연마나가 살아있는 생명체의 체내로부터 빼앗을 마나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마나를 감춘다.

    이 또한 오직 적의 마법만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상급제어술의 일종.

    그 난이도는 일전에 오크노디가 선보였던 <고통차단>의 상위기술 <암흑차단>에 필적했다.

     

    푸스스.

    공에 깃든 기운이 흩어진다.

    이걸로 됐다.

    물리력은 높지만 고작 그 정도뿐인 공이라면 환상스택 하나로 저지할 수 있다.

     

    ‘완벽해.’

     

    여덟 번째 스택으로 공을 저지하고 진짜 목숨이 위협당하기 전에 확실한 일격으로 오크노디를 꺾는다.

    교관이 개입할 새도 없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계산은 끝마쳤다.

    성공률은 70% 이상.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오크노디는 대결에서의 패배가 아니라 정말로 목숨을 잃는다.

    어쩌면 퇴학을 당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재능을 꺾고 떠나니까.

    졸업까지의 시간.

    그 전부를 일순간의 승리와 맞바꾼다.

    이 교환… 결코 나쁘지 않다.

    오크노디.

    이 천재를 해치우는 쾌감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남은 건 재현뿐.’

     

    머릿속으로 그려진 정답을 고스란히 재생하듯이 되풀이하는 순간.

    자신의 정답이 옳았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온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이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그런 완벽한 계산속에 애초부터 배제했던 불순물이 끼어들었다.

     

    <동방살인검술>

    <섬격>

     

    번뜩이는 광채와 함께 내질러지는 일검.

    그 속도와 궤적은 틀림없이 자신의 목을 노렸다.

    선택해야만 했다.

    여덟 번째 스택으로 공을 막고 오크노디의 목숨을 빼앗을 필살절초를 펼친 뒤, 싱의 칼에 맞고 죽을 것인가.

    여덟 번째 스택으로 공을 막고 반격을 포기한 뒤, 싱의 일격에 대비할 것인가.

     

    터엉!

    여덟 번째 스택이 사라졌다.

    모든 스택이 사라진 대신, 육색볼에 실린 물리력이 해소되었다.

    공중에 떠오른 공을 가격해야 했을 손은 공을 외면하였다.

     

    캉!

     

    검신이 반으로 부러졌다.

    데드캣은 싱의 일격에 대비하기를 선택했다.

     

     

    * *

     

     

    죽는다.

    죽는다.

    어떻게도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데드캣.

    2학년 상급반 학생.

    저 고양이수인의 강함은 예측불허였다.

    싱은 두려움을 느꼈다.

    덤비는 즉시 살해당한다.

    그 사실을 직감으로 깨달으며 싱은 도저히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어째서 받아칠 수 있는 거지?’

     

    헤스티아의 망치를 보며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받으려 들 수 있는 거지?’

     

    손오천의 두 손을 이용한 저지를 보며 그는 혼란에 빠졌다.

    약한 자들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과의 차이 또한 크지 않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이기는 건 자신이라는 확신도 있다.

    그의 감은 날카로운 편이니까.

    한 번 칼을 뽑을 때를 잘못 고르면 죽음으로 치닫는 동방제국에서 살아왔으니까.

     

    “한 방 먹여줘. 후배 괴롭히는 낙으로 사는 저 건방진 선배한테.”

     

    의문에 대한 답은 손오천의 당돌한 웃음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다고 믿고 나선 것이 아니다.

    저 멍청이는 살기를 감지하지도 못했다.

    상대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

    그런 어설픔이 역으로 예측불허의 결과를 내었다.

     

    ‘그런가.’

     

    할 수 있는 것과 정말로 실행에 옮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헤스티아는 인사치레였다.

    그녀는 진짜 살기를 직면하지 않았다.

    손오천은 우연이었다.

    그가 감히 방해가 될 것을 데드캣은 계산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자신은 어떨까.

    인사치레도 끝났다.

    우연한 방해도 겪었다.

    두 사람과는 경우가 다르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지.’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죽여야 할 자들을 죽이기 위해.

    지금은 이 칼을 접어두어야 한다.

    순순히 오크노디에게 일격이 날아가는 광경을 두 눈에 담고 2등으로 안주해야 한다.

     

    ‘허나 거절한다.’

     

    공이 데드캣의 몸을 강타하는 타이밍에 맞춰 보폭을 넓혔다.

    검이 뻗어나갔다.

    다음 순간, 검날이 깨지고 가슴팍에 커다란 세 줄기의 선혈이 새겨졌다.

     

    ‘이것이었나.’

     

    죽음의 예감.

    쉼 없이 느껴졌던 피하고 싶던 순간.

    그러나 피했다.

    검은 부러지고 가슴에는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잃지 않았다.

    자신의 직감이.

    데드캣의 살의가.

    계산과 다른 결과를 일으켰다.

     

    “싱. 탈락이다.”

     

    강제송환.

    코트 밖에서 나타난 싱은 헛웃음을 지었다.

    필사의 각오로 최적의 보폭을 잡는 순간.

    그는 코트의 선을 넘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이 이 결과를 불렀다.

    생사에 초연한 각오가 도리어 목숨을 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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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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