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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그러니까, 실습실 허용이 아예 안된다……?”

    “그래. 어쩔 수 없으니까 이번엔 네가 이해해줘.”

     

    마법실습시간, 실습실을 이용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일단, 시험기간이기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자습을 원하는 아이들이 많으며, 이미 실습에 대한 점수는 전부 매겨졌기 때문에 실습을 할 이유도 없었고, 선생들 역시 작성한 시험문제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나라도 이용하게 허용을 해줄 수는…….”

    “네가 아무리 마법 실습이 하고 싶다곤 해도 그건 안되지. 마나 더스트가 얼마나 위험한데.”

     

    게다가, 마나 더스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마법 실습은 반드시 실습교사의 주도하에 시행되어야 했다.

    따라서 자습인원과 실습 인원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루크는 혼자서 실습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설명을 들은 루크는 확실히 그것이 선생의 입장에서는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신도 납득을 했을 정도이니까.

     

    여기서 더 실습실을 열어 달라고 부탁해봤자, 루크의 입장은 고작해야 ‘마법실습이 하고 싶다’라는 말 말고는 할 수 없었기에,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듯이 의자에 앉는다.

    그런 루크에게 시루드가 말했다.

     

    “정말 마법 실습을 좋아하는구나, 너는.”

     

    루크는 마법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저 정도로 집착을 할 줄은 몰랐지만.

    실습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충격받을 만 한 일이었을까?

    이건 어떻게 보면 루크 답기도 하고, 루크답지 않기도 하다.

     

    ‘뭐, 어느 쪽이든 루크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웃겨서 피식 웃는 시루드였다.

     

    “저기, 듣고 있어?”

     

    “…….”

     

    하지만 그런 시루드의 말에도 루크는 대답 없이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루크는 이 방법과 계획이 그야말로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실패, 그 끝에서 간신히 찾아낸 하나의 방법이었거늘.

    이미 상당한 부분 뒤로 물러난 계획이었다.

     

    서클이 모자라고, 권한이 모자라고, 계산이 모자란 와중에 찾아낸 단 한가지의 방법, 마나 더스트.

     

    또 무슨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루크의 머릿속은 이미 어떻게 마나 더스트에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뒤늦게서야 초점이 맞지 않는, 멍한 표정의 루크가 이상하게 느껴진 시루드는 루크의 앞에서 손을 흔들며 묻는다.

     

    “저기?? 루크? 여보세요?”

     

    그럼에도 루크는 반응이 없다.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

     

    4교시의 자습시간이 끝나고, 약속의 시간.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메리는 곧장 루크에게 다가와 말했다.

     

    “루크! 밥 먹으러 가자!”

     

    하지만 루크는 그런 메리에게 고개를 저었다.

     

    “메리, 미안하지만 혼자 식사를 하고 싶구나. 오늘의 식사는 다른 아이들과 먹지 않겠느냐?”

    “왜? 무슨 일 있어?”

    “딱히 그런 건 아니란다. 밥 먹기 전에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응……. 그러지 뭐!”

    “고맙구나.”

     

    그러자 메리는 곧바로 다른 아이에게 달라붙어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떴다.

    메리는 원체 활발해서 친한 아이들이 많았기에 혼자 식사를 할 일은 없어 보였다.

     

    반면에 시루드는 엘프인 친구가 없어 언제나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뒷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보인다.

    그 모습을 보던 루크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길로 곧장 실습창고로 향했다.

     

     

    ——

     

    루크는 곧장 실습창고의 뒷편, 작은 창문이 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창문의 높이는 꽤 높아서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지만,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루크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이 주변에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러 점심시간에 이 뒷편으로 올 이유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좋아, 시작할까.’

     

    루크는 그것을 확인한 뒤 팔을 걷고는 빠르게 나무를 타고 올랐다.

    과거엔 해본 적이 없던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나무를 타는 것 쯤은 지금의 신체로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마법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로 손쉽게 나뭇가지에 올라간 루크는, 그렇게 높아진 시야로 창고 내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마나 더스트가 담긴 통을 찾아야 해.’

     

    그렇게 꽁꽁 싸매여진 마나 더스트 밀폐용기를 금방 발견한 루크.

     

    ‘좋아, 있군!’

     

    창고 안에 마나더스트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로는 쉽다.

    굳이 마력흔을 남기는 마법도 필요하지 않다.

     

    루크는 가볍게 나무에서 착지한 뒤, 이번에는 창고의 벽을 향해 달려간다.

     

    -탁.

     

    벽을 박차고, 창틀을 붙잡는 루크.

    창문은 당연히 잠겨 있는 듯 하나, 잠금을 푸는 것 정도는 루크에겐 너무나 쉬웠다.

     

    ‘되도록 흔적이 남지 않는 마법으로…….’

     

    미세하고 정밀한 컨트롤을 이용해, 창의 잠금장치에 1서클의 기초적인 마법, 그리스를 걸어 마찰력을 감소시켰다.

    그러자 저절로 툭, 떨어지듯 창틀을 막고 있던 걸쇠가 떨어지고 만다.

     

    ‘좋아, 간단하군.’

     

    사실 과거의 마법사들이 본다면 보통의 그리스는 그 좌표지정방식과 원리상 절대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거품을 물어 댈 장면이지만, 루크는 그런 마법사들의 의견은 언제나 무시하곤 했다.

    마력시를 갖지 못한 그들이 보는 세상과 자신이 보는 세상은 다르니, 당연히 마법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간단히 창고에 들어간 루크는 치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월영석과, 공간의 파편을 꺼내 바라보았다.

    다른 교사들이 시범을 보일 때 사용하는 실습용 지팡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환경.

     

    아직까지는 너무나 순조롭다.

    문제 따위는 전혀 생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왠지 조금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부터 생각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하던 루크였지만, 이번엔 거의 처음으로 그것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하고 있다니…….

     

    ‘알고도 행하는 것은 죄, 그러니 오늘 나는 죄인이 되는 군…….’

     

    처음으로 하는 도둑질이 아닌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절대 아니었다.

     

    하늘을 우러러, 굉장히 부끄러우니까.

     

    “여신이여, 부디 내 죄를 용서해주겠나…….”

     

    루크는 아직 있는지 모를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 여신이라는 자는 그대에겐 항상 자애로웠으니 말이다.

     

    ———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시루드는 메리가 평소와는 달리 루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메리, 루크는 혹시 같이 밥 안 먹었어?”

    “응? 안 먹었는데. 루크가 나중에 혼자 먹고 싶다고 그랬거든.”

    “그럼 지금 루크는 어디 있는데?”

    “글쎄, 나도 그건 모르지. 딱히 물어보지는 않았는 걸.”

    “그래……?”

     

    그럼 루크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시루드는 한번 루크를 찾아보기로 했다.

     

    뭐, 사실 루크를 찾는 건 그닥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냥, 눈을 감고 잘 집중해서 루크의 마나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되니까.

     

    그렇게 걷고 있으니, 시루드는 금방 자신의 발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깨달았다.

     

    ‘이 방향은 실습창고 쪽이네.’

     

    실습창고라.

     

    그렇게 실습에 미련이 남은 것 같더라니…….

     

    그런데 루크는 대체 실습창고에서 뭘 하려고 그러는 걸까?

    문도 잠겨 있어서,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텐데.

     

    ‘뭐, 가보면 알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시루드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실습창고의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흔들어보고 있는 모습의 루크였다.

    그 흔들림을 따라, 루크가 입은 치맛단과 꼬리도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다.

    꽤나 민망하고 당혹스러운 모습에 시루드는 고개를 홱, 돌리며 외쳤다.

     

     

    “루크, 너 지금 뭐해?!”

    “흐약! 시, 시루드? 네가 어떻게 여길……!”

     ‘보, 보일뻔했잖아!’

    —————-

     

    루크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시루드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 혹시 다 봤느냐?”

     

    자신은 잘못을 했다.

     

    죄를 짓는 것은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시루드에게 비친 자신은 그야말로 도둑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겠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추한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루크는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도 사실은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을 뿐.

    조금 더 생각해보면 조금 더 늦지만, 분명히 정직한 방법도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마나 더스트를 훔치는 것은 조금 더 생각했어야 했다.

     

    게다가, 그 장면을 들킨 것이 바로 항상 정직하라는 가르침을 내리던 자신의 제자라니.

    심지어, 너무 놀라서 계집아이 같은 비명을 내지르기나 하고 말이다.

    스승으로서의 위엄이 산산조각나다 못해 소멸한다.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숨고 싶을 지경이었다.

     

     

    반면에, 시루드는 그 질문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저 물음은 아마도 속옷을 봤느냐고 묻는 거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봤다.

    일부러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보일까봐 바로 시선을 틀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부끄러움을 겨우 참아내고 있는 루크의 모습을, 시루드는 도저히 마주할 수가 없었다.

    ‘봤어?’라고 묻는 루크의 모습이, 너무나 여자애 같아서 말이다.

    얼마나 실습에 미련이 남아있었으면, 그렇게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안을 보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드물게도 루크가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못 봤어.”

    “정말인가……?”

    “정말이야. 그러니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시루드의 표정과 감정을 살펴보니, 자신을 향한 감정에 경멸이 섞이지 않은 것을 보아 다행히 그의 말은 사실인 듯 하다.

     

    루크는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루드는 자신이 창문을 닫아 잠그고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장면만 보았던 모양이다.

    루크는 속으로 기도까지 올렸다.

     

    마치 여신이 자신의 죄를 사하여 준 것 같아서.

     

    ‘다음부턴 내 절대 죄를 짓지 않으리라.’

     

    죄인의 심정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배운 루크였다.

     

     

     

    속옷을 안 보였다는 것이 그렇게도 다행스러운 일인가?

    시루드는 그런 루크의 모습이 꽤나 낯설었다.

    그동안 루크가 한 짓을 생각해보면, 이번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축에 속하는 일이 아닌가 해서.

     

    ‘그 루크도 속옷을 남한테 보이는 건 부끄러운가 보네.’

     

    의외의 모습이랄까.

     

     

    그렇게 앉아있기를 잠시, 곧 루크가 표정을 굳히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시루드. 실은, 네게 할 말이 있다.”

    “응? 뭔데?”

     

    대체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루크를 올려다보는 시루드.

    루크는 그런 시루드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오해하지 말고 듣거라, 시루드. 너는 정말 괜찮은 아이다. 용모도 준수하고, 영특하며, 사려깊지.”

    “가, 갑자기 칭찬을…….”

     

    시루드가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피하자, 루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역시 너를 이성으로서 사랑할 수는 없어.”

    “……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속옷 안 봤다고 했더니 갑자기 차인 시루드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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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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