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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캇피 내놔! 네놈들이 숨겼지!”

         

       패티가 사신의 낫을 위협적으로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그가 발로 바닥을 찰 때마다 암반이 쩍쩍 갈라졌다.

         

       허수아비는 긴장했다.

       말투나 행동은 전에 드발체프에서 만났던 사신보다 모자라 보였지만, 그 힘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방금도 그의 낫질 한 번에 동산 꼭대기의 절반이 날아갔다.

         

       패티는 허수아비와 루미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친구의 냄새는 그 둘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이곳에 배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첸 호크에게 적의를 집중했다. 그가 경비대 조장의 완장을 차고 있는 것도 그러한 판단에 한몫했다.

         

       “너냐? 사도도 아닌 녀석이 어떻게……. 내 친구 어쨌어!”

       “진정하게.”

         

       호크는 사신 앞에 서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매 가면 아래로 비웃는 듯한 미소를 내비치며 상대를 도발하기까지 했다.

         

       “자네 친구는 우리가 탕으로 끓여 먹었다네. 건더기라도 좀 남겨줄 것 그랬나?”

       “이 자식이!”

         

       패티가 다시 낫을 휘둘렀다. 호크는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풍압에 맞춰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공중으로 도망가면 내가 못 쫓아갈 줄 알았냐!”

         

       패티의 몸을 휘감고 돌던 검은색 천이 활짝 펼쳐지더니 박쥐 날개의 형상을 취했다. 그는 재빨리 호크의 뒤를 추격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신에 비해 몸무게가 상당히 많이 나가는 데다가 칠흑 마술을 다루는 것도 미숙한 편이었다. 그는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으로 호크를 잡으려고 애썼지만, 워낙 행동이 굼뜬 탓에 상대의 깃털 하나 스치지 못하고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그런 속도로 날 잡을 수 있겠나?”

         

       호크의 빈정거림에 패티는 더욱 광분해서 달려들었다.

         

       “으아악! 이 자식!”

         

       허수아비와 루미는 호크가 사신의 공격을 피하는 중간중간에 그들을 향해 눈짓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자신이 사신을 붙잡아 두는 동안 어서 도망치라는 것이다.

         

       허수아비와 루미는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그의 마지막 남은 혼을 불태우는 공연을 허사로 만들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품에서 퇴장권을 꺼내 찢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티켓을 쥔 손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 뭐야, 이게 왜?”

       “이건……설마……?”

         

       허수아비는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서리가 새하얗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패티가 허공에 떠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흥. 내가 그 정도도 눈치 못 챌 줄 알았냐?”

         

       사신의 시선에 담긴 빙결의 저주.

       패티는 호크를 쫓던 도중 그가 일부러 시간을 끌며 두 사람을 피신시키려는 것을 알아채고 그들이 방심할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별 상관없는 놈들이라 생각했는데, 인질로는 쓸 수 있겠지.”

       “이봐! 네 상대는 나 아니었나!”

         

       호크는 다시 패티의 주의를 끌려고 했으나, 사신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루미 앞에 내려섰다. 어차피 시체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일어서지도 못하는 허수아비보다는 그녀를 제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신이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자 그녀의 몸에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마야의 것만큼이나 새하얗게 질렸다.

         

       “컥, 커억!”

         

       패티는 그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기회를 엿보는 호크에게 소리쳤다.

         

       “얘가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내 친구가 있는 곳을 어서 말해!”

         

       그의 협박에 호크는 낭패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당연히 그의 친구 따위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뭔가 알고 있는 척 그를 도발한 것은 오즈와 루미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역으로 작용해 도리어 상대가 그들을 인질로 잡도록 만들었다. 지금 와서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발뺌해봤자 상대가 수긍할 리 없었다.

         

       그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허수아비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환상 문자를 바라봤다.

         

       그것은 루미가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일전에 ‘렌티큘러’라고 해서 투명화 마법과 굴절을 조합하여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환상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걸 응용하면 같은 공간 안에서 특정 인물에게만 비밀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네 티켓을 찢어줄게.

         

       허수아비는 퇴장권을 쥐고 있는 손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작은 칼날들이 구현되고 있었다. 루미가 얼어붙어 가는 와중에 가까스로 기력을 쏟아부어 짜낸 환상이었다.

         

       -루미 씨는 어쩌고요?

         

       허수아비는 음향실의 기능을 통해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소리쳤다. 그녀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서리가 낀 눈꺼풀을 깜빡이더니 곧 그에게 문자로 답장을 보냈다.

         

       -이대로라면 둘 다 죽어. 한 명이라도 살아야지.

       -그러면 루미 씨 목숨부터 구하세요.

       -난 사신의 저주 영역 안에 있잖아.

         

       루미의 주변은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사신의 저주는 물리적인 온도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 안에서는 마력조차 얼어붙어 버렸다.

         

       -손을 펼쳐. 티켓을 내밀어.

       -싫습니다.

         

       허수아비는 그녀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녀를 내버려 두고 혼자 돌아갈 수 없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

         

       점점 퍼져나가던 단단한 얼음은 그녀의 코와 입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깟 솜뭉치 따위 그냥 베어버리고 들어갈 수 있어.

         

       구현된 칼날들은 그의 손 주위를 빙빙 돌았다. 여차하면 진짜로 그의 손등을 뚫고 들어갈 기세였다.

         

       허수아비는 자신의 무력함에 화가 났다.

       이대로 그녀를 두고 떠나야 하나?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데볼루트는 오직 생체를 대상으로만 힘을 발휘했다. 그나마 사지라도 멀쩡했었더라면 사신 놈에게 달려들어 뭐라도 먹여볼 텐데 현재 상황은 그것도 여의치 못했다.

         

       내게도 적에게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둘 다 살 수 있는 방법!

         

       “이익.”

         

       그는 온 힘을 짜내어 주먹과 무릎으로 몸을 일으켰다. 후들거리긴 했지만 한 번의 도약은 가능했다.

         

       -야, 무슨 짓이야! 그런 몸으로 뭘 어쩌겠다고…….

       -루미 씨, 저를 믿고 몸을 맡기세요.

       -뭐? 무슨 소리야? 뭘 하려고…….

         

       허수아비는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순간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나 돌아봤던 사신은 그가 그녀를 끌어안더니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것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방패막이라도 될 생각이냐?”

         

       허수아비는 사신의 저주를 루미 대신해서 몸으로 받아냈다. 그와 루미의 덩치 차이는 상당했기에 그녀에게 가는 저주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너, 너, 무, 무슨……생각이야………?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윽, 이러면 둘 다 죽어…….”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에게 고맙다기보다 화가 났다.

         

       자신의 티켓은 얼음덩이가 된 주먹 안에 쥐어져 있었고, 그의 티켓도 방금 막 그렇게 되어버렸다. 사신의 저주 영역 안에 들어온 터라 칼날 환상도 마력이 얼어붙으면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둘 다 끝이었다.

       허수아비는 그녀를 향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혼자 도망치기는 싫었거든요.”

       “너……멍청이냐?”

         

       그녀의 입은 그를 비난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미소를 그렸다.

         

       “기어코 나랑 함께 죽겠다는 거야?”

       “응?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같이 살아서 나가겠다는 거죠.”

       “뭐?”

       “절 믿으세요.”

         

       그의 말과 함께 그녀의 몸속으로 뭔가가 밀려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그것에 저항하려고 했던 루미는 허수아비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마력의 운용을 멈추었다.

       어차피 죽을 마당에 뭐가 두렵나 싶었다.

         

       그녀는 데볼루트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허수아비가 그녀의 몸에 건 개조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도 예전에 한 번 사용한 적 있는 특성이었다.

         

         

       특성: 손바닥 입

       적용 부위: 손

       효과: 손바닥에 입을 만듭니다.

       요구 자원: [데볼루트 6]

         

         

       그는 거기에 단발적인 명령도 심었다. 손에 쥔 종이를 이빨로 찢어버리라고.

         

       환한 광채가 루미의 손에서 터져 나와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감각에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야, 너!”

         

       그녀는 재빨리 칼날을 구현해 그의 손에 든 티켓도 찢어주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빛이 터져 나와 놀란 사신이 시선을 집중하자, 마력은 아까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허수아비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위에 가서 기다리세요. 바로 뒤따라갈게요.”

       “야, 이 바보…….”

         

       루미의 몸이 빛에 삼켜지며 사라졌다.

       그녀는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 자식!”

         

       패티는 호크를 견제하는 것도 잊고 허수아비를 향해 사신의 낫을 휘둘렀다. 위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호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몸을 1자로 펴고 급강하를 해 패티의 뒤통수를 매의 발톱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으악, 이 날벌레 같은 놈이!”

         

       허수아비는 사신이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자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방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양자택일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원격이지만, 몸은 저주 영역 안에 있었고, 자신의 능력은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직접 접촉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도 그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비장의 수단이 있었다.

         

         

       *서브 퀘스트-가면극

       : 원더랜드에서의 당신은 토치 댄서입니다.

         

       달성 조건

       : 아르노를 제외한 일행들이 원더랜드에서 모두 나갈 때까지 그들에게 당신의 정체를 들키지 마십시오.

         

       성공 시 보상

       : 페르소나 1기를 원더랜드 밖으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아까 뜬 퀘스트 성공 알림.

       자신은 그 보상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으로 원더랜드를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그녀를 버리고 도망칠 바에는 가능성이 있는 것에 걸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허수아비는 퀘스트의 성공 보상으로 ‘토치 댄서’를 지정했다.

       그러나 상태창은 부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자신은 지정할 수 없습니다. 다른 페르소나를 선택하세요.]

         

         

       퀘스트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페르소나 1기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했다.

       탈출 방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아직 수는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호크 씨, 들립니까?

         

       사신을 약 올리며 그의 공격을 피하던 호크는 잠시 시선을 돌려 허수아비를 바라봤다.

       물론 그가 대답하는 건 불가능했다. 음향실의 기능은 단원만 이용할 수 있었다.

       허수아비는 자신의 목소리를 일종의 지향성 마이크처럼 특정 대상에게만 전달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제 손을 두 동강 내주십시오.

         

       그의 말에 호크는 잠시 당황한 듯 비행경로가 흐트러졌다. 허수아비는 재빨리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제 얼어붙은 손안에 있는 티켓을 잘라내달라는 말입니다.

         

       퀘스트 보상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그게 최고였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진 이상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호크는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는 발에 달린 발톱을 단단히 가다듬었다. 하지만 사신의 공격을 피하느라 좀처럼 틈이 생기지 않았다.

         

       -제가 셋을 세면 놈을 잠시 마비시키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허수아비는 마이크의 지향성을 패티에게 돌리고 음량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소리쳤다.

         

       “나도 사신 뚝배기 나 깨봤어! 이 토끼 새끼야!”

       “끄아악!”

         

       두개골을 뒤흔들 정도로 쩌렁쩌렁한 울림이 패티의 귓구멍을 가득 채웠다. 그는 두 귀를 막고 제자리에서 비틀거렸다.

         

       호크는 기다렸다는 듯 날개를 접고 오즈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날카로운 발톱은 허수아비의 허약한 손 따위 충분히 잘라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티의 지능을 너무 얕봤다.

         

       그는 호크가 저 허수아비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달려들기 직전에 허수아비 근처에 칠흑 마술로 함정을 설치해 두었다.

         

       “걸렸다.”

         

       허수아비 주변의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검은색 연기인지 천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튀어나와 호크의 몸을 묶었다.

         

       “크윽!”

         

       패티는 공중에 멈춰선 그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NKE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 화가 에피소드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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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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