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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243화. 와일드헌트 ( 2 )

       

       

       

       

       

       밤의 기병대가 한바탕 악마들의 본거지를 들쑤시며 학살과 유린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몬테그로스는 다른 의미로 발칵 뒤집혔다.

       

       “아빠. 나, 얘랑 결혼할거야.”

       “…그렇구나.”

       

       느닷없이, 아니 사실 정말 뜬금없는 말은 아니었다. 프리가가 그간 이스칼의 곁에 딱 붙어 다녔다는 사실은 북부의 모든 이가 알고 있었으니까.

       

       술집에서는 언제쯤이면 둘이 식을 올릴지 예측하며 내기하는 이도 있었으니, 루샨 공작은 당연히 제 딸의 혼인에 대해 염두하고 있었다. 정수리가 반짝거리는 루샨 공작이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단 하나.

       

       “아 맞다. 그리고 나 이제 처녀 아니야.”

       “…”

       

       당당하게 제 아비 앞에서 처녀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

       

       프리가의 옆에서 손을 꼭 잡고 있던 이스칼은 그만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질 뻔했으며, 루샨 공작은 저도 모르게 이스칼의 머리를 향해 술병을 집어 던질 뻔했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은 것은, 정말정말 희미한 그의 이성이 가까스로 몸을 통제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그… 그렇… 구나. 허, 허허…! 허허허! 그으, 래! 우리 딸이 젖먹이도 아니고! 허허허! 예비 신랑이랑 같이 자면서! 처, 처녀…! 허허! 그럴 수 있지!”

       “하하, 하…”

       

       루샨 공작의 억지웃음과 이스칼의 메마른 웃음이 뒤섞인다.

       

       알고는 있었다.

       제 딸이 언젠가 이스칼을 잡아먹으리라는 것쯤,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막상 제 딸이 당당하게 처녀를 잃었다고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아비로서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다. 일찍 잃은 제 어미를 대신해서 루샨 공작은 최선을 다해 프리가를 돌봤다고 자부했다.

       …머리가 좀 굵어진 다음에는 전사들과 어울리며 괄괄해져서 누가 데려갈까 속을 썩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하나뿐인 딸이었다.

       

       “뭐! 아무튼 그렇게 됐어!”

       “허, 허허… 그, 렇구… 나.”

       

       루샨 공작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뭐, 그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이스칼의 손에 매달린 프리가의 표정도 썩 밝아 보이고, 이스칼 사도 또한 그간 옆에서 지켜본 모습으로는 제법 괜찮은 남자였다.

       

       그래. 프리가는 괜찮은 남자를 만나 사랑으로 맺어지는구나.

       

       루샨 공작은 그리 생각하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허, 허허허. 그래. 그러면 이제, 식은 언제 올릴 거니?”

       “응? 결혼식?”

       “아, 저, 그… 공녀ㅡ 아니지. 프리가? 자, 잠시ㅡ”

       

       뭔가 당황한 표정의 이스칼이 프리가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 우리 아직 사귀거나 그런 건 아니야.”

       “…… 뭐, 뭐?”

       “첫 경험을 술 먹고 하기는 했는ㅡ”

       

       프리가가 그 뒤로 한 말은 지나친 충격 때문에 차마 들리지 않았다.

       

       루샨 공작이 입을 떡 벌렸다.

       

       뭐? 뭐라고?

       

       교제하지 않는다는 프리가의 말이 메아리치며 루샨 공작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귀는 거 아니야… 사귀는 거 아니야… 사귀는 거 아니야… 사귀는 거 아니야… 

       

       “허?”

       

       그럼 뭐지?

       둘이 교제하는 사이도 아닌데, 딸의 처녀를 가져갔다는 소리인가? 그것도 술을 먹고?

       

       내 딸을?

       

       시야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순박하게 웃는 듯 보였던 이스칼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이어이ㅡ 장인 어르신! 애지중지 키운 딸의 처녀, 잘 받았다구?”

       

       혀를 낼름낼름 핥으며, 비열하게 웃고, 한 손으로는 프리가의 가슴을 파렴치하게 주무르는 양아치의 모습으로.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는 저열한 한량의 그것이었고, 떡 벌어진 어깨는 폭력을 휘두르는 깡패의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루샨 공작의 눈에만 그리 보인 것이다.

       이스칼은 혀를 낼름거리지도, 비열하게 웃지도 않았고 얌전히 프리가의 손만 잡고 있었다.

       

       텁.

       

       순간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가 까맣게 변하더니, 어느새 루샨 공작의 손에는 꽉 찬 술병이 쥐어져 있었다.

       그것도 딱 던지기 알맞은 모양새로.

       

       정신 차려보니 프리가가 필사적으로 팔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빠 뭐해! 내려놔!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래. 내려놔야지.

       만신전의 촉망받는 사도이자, 연인도 아니면서 술김에 딸의 처, 처처처처녀를 가져가ㅡ

       

       팍!

       

       실핏줄이 터지며 순간 시야가 붉게 변하는가 싶더니.

       

       “죽어라, 이 악적!!”

       

       루샨 공작은 참지 못하고 이스칼의 머리를 향해 술병을 던졌다.

       

       

       

       *****

       

       

       

       “정말, 정말 미안하네 예비 사위… 내가 뭐라 할 말이 없군… 정말로 미안하네…”

       “하하. 아닙니다 공작님. 고개 드시지요. 제가 어찌 공작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였어도 그리 행동했을 것입니다.”

       “아니네. 아무리 그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노인네가 이리 주책을 부리다니… 정말로 미안하네. 내 얼굴을 들 수가 없군.”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구태여 따지자면, 이 상처는 공녀, 흠! 프리가 때문에 생긴 거니까요.”

       

       루샨 공작은 머리에 혹이 난 이스칼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루샨 공작의 손을 떠난 술병이 허공을 부유하는 그 찰나, 이스칼은 신성력을 움직여 이마 쪽에 둘렀다.

       그대로 술병을 맞았다면 상처 하나 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허공을 쇄도하는 술병보다 빠르게 움직인 프리가가 있었다.

       

       파앗ㅡ!

       

       프리가가 제 몸을 내던져 이스칼을 덮쳤다. 마치 날아오는 화살에서 장군을 지키는 표범 같은 몸놀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프리가의 팔꿈치가 이스칼의 머리를 강하게 찍은 것이다.

       

       “아아아아아악! 아, 으아악! 내 머리ㅡ!! 끄흐으윽, 아파! 으그그극! ”

       “어, 어?! 야! 왜 그래! 왜 그렇게 엄살인데!”

       “…헛! 예, 예비 사위! 괜찮은가!! 내, 내가 정말 미안하네!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어!”

       

       루샨 공작이 있는 힘껏 던진 술병보다, 프리가의 팔꿈치가 훨씬 위험했다.

       

       이 모든 희극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프리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참 나. 말은 끝까지 듣고 움직여야지. 사람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러면 어떡하자는 거야.”

       “네가 말을 이상하게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 네가 프러포즈를 거절했다는 얘기를 먼저 했어야지!”

       “얘가 먼저 개떡같이 굴었잖아. 왜 거기서 반지를 꺼내냐고.”

       “그… 건 그렇긴 하지.”

       

       되려 프리가가 당당하게 대꾸하니, 루샨 공작도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알몸인 상태로 꺼낸 반지?

       아, 그건 좀….

       

       “하하, 전 정말 괜찮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상처도 아닌 걸요. 프리가와 대련할 때면 이보다 더 심하게 다칠 때도 있었으니.”

       “허, 참.”

       

       다친 당사자가 이리 말하는데 뭐를 더 말하겠나.

       

       다만 루샨 공작은 떨떠름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오해로 이성을 놓고 예비 사위에게 술병을 던졌다는 것, 그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에게 없는 건 머리카락이었지, 양심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자네에게 크나큰 결례를 저지른 것은 맞지 않나. 내가 이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도록 해주게. 그건 가능하겠지?”

       “저는 정말 괜찮지만… 그리 말씀하시는데, 거듭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요.”

       

       이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이자 예비 장인어른에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는 법이다.

       

       방 안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도란도란 오고 갔다.

       

       “그래서 말이지, 그때 프리가가 난생처음 받은 도끼로 반달곰의 머리를 반으로 갈랐는데ㅡ”

       “보여줄까? 내 첫 사냥감이라서 아직 두개골을 보관 중이거든.”

       “그때가 열 살 무렵이던가…”

       “하, 하하…”

       

       주로 어린 시절 프리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수와 드잡이질하는 땅 아니랄까 봐,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참으로 범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쾅ㅡ!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불청객의 난입과 함께 깨졌다.

       

       “주, 주인님! 흐읍, 허억! 시, 실례지만! 지금, 지금!”

       

       항상 의젓하고 강철같은 자세를 유지하던 늙은 집사가 굵은 땀을 한가득 흘리며 들이닥쳤다.

       

       노크도 없이 이리 급하게 문을 벌컥벌컥 열다니.

       

       굉장한 무례였지만, 루샨 공작은 거의 반평생을 알고 지낸 집사를 믿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리 행동할 인물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마수가 쳐들어오고 있나?”

       “후, 크흡… 헉, 바, 밖에! 기병! 기병들이!”

       “기병이라니?”

       “후윽… 타, 탄탈로스의 기병들이!! 지금 도시 앞에 나타났습니다!”

       “뭣이?! 또?”

       

       마수 떼가 쳐들어오는 건가 싶었던 루샨 공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차라리 물리치면 끝인 마수 떼가 낫지. 탄탈로스의 기병은 어떻게 막을 수도 없다.

       

       “뭐 때문에 또 나타난 건지… 젠장. 혹시 도시로 들어오려는 건가? 저번처럼?”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방향은 똑바로 마수의 산 쪽인데, 아마 저번처럼 도시를 가로질러서 탄탈로스로 향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겠군.”

       

       반질거리는 정수리를 박박 긁었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탄탈로스의 기병이 시장을 한바탕 엎어버리고 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만약 돈에 미친 누군가가 탄탈로스의 그림이나 조각상을 팔고 있다면, 그걸 기병이 본다면…

       

       부르르.

       

       “일단 저번에 기병이 갔단 길을 싹 단속하게! 당장! 탄탈로스의 그림이나 조각상을 파는 녀석들을 모조리 치워버려.”

       “그, 그런데… 주인님.”

       

       늙은 집사가 줄줄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꾹꾹 찍어 누르며 말을 떨었다.

       

       “그… 탄탈로스의 기병이 이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가 아니다? 그럼 몇이나 되는가?”

       “……스물… 입니다.”

       

       저번 기병은 홀로 온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단 한 번의 창질로 도로를 반파시켰다. 혼자서도 그 정도의 무위를 떨치는 존재가, 자그마치 스물?

       

       “……여섯신 맙소사. 일단 주민들에게 전파하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그리고… 혹시나 또 탄탈로스의 그림을 파는 작자가 있을지 모르니, 상인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두게.”

       “알겠습니다!”

       “나는 전사들을 준비하지.”

       

       집사가 뛰쳐나갔다.

       

       다름 아닌 탄탈로스의 기병이다. 하나하나가 막강한 무력을 갖춘 존재들. 

       

       루샨 공작도 설마 별다른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도시 내로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들어오는 것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공작님.”

       “별 일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나도 도끼 챙겨올게.”

       

       이스칼과 프리가도 저마다의 무기를 챙겼다. 

       

       몬테그로스가 때아닌 손님맞이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치 불시에 사단장이 들이닥친 부대와도 같은 풍경이었다.

       

       “모두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집에 들어가십쇼! 어서 들어가쇼!”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주민들을 집 안으로 몰아넣었다.

       

       와장창ㅡ!

       

       “너 이 미친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탄탈로스 그림을 팔아! 다 같이 죽자는 거야?!”

       “아이고! 이, 이것만 팔고 접으려고 했습니다요!!”

       “헛소리 집어치워!”

       

       터져 올랐을지도 모르는 불씨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각ㅡ 다각ㅡ

       

       저마다의 무기에 사냥한 악마를 전시한 밤의 기병들이 몬테그로스의 성문에 들어섰다.

       

       팔다리가 잘린 악마, 구더기처럼 바닥에 질질 끌고 오는 악마, 꼬챙이처럼 꿰뚫린 악마…

       

       저마다의 사냥감을 자랑하며, 밤의 기병들이 위풍당당하게 도시에 입성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밤을 감시하라…!! 그야말로 완전 심연의 감시자들…!! 대장격으로 둠 슬레이어라니…!! 악마들은 그야말로 벌벌 떨면서 지푸라기처럼 쓰러지겠군요…!!!

    – ‘연참하겠습니다’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연참 한 접시… 만족스러우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틀 연속 2연참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걸 밥 먹듯 하는 다른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지는군요…!! 분발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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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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