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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알림 : JFK 국제 공항 -> WAS 로널드 레이건 국내 공항 편도 예약 완료]

        

        

        

       “경기하러 와서 미국 수도 가는 사람은 유진 씨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네요.”

        

        

        

       -??????????

       -이년 또 어디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그 거대한 꼬리랑 찌쭈가 여태까지 숨겨온 비밀주머니였나요? 그래서 그렇게 비밀이 이따만치 많은 건가요???????

       -이새1기들 유진 외형 밝혀진거 보고도 이런 겁대가리 없는 소리가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쿨하게 인정하는 게 더 웃기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6시간.

        

        내 인생 첫 번째 – 혹은 두 번째 – 미국 여행이 미국 출장으로 바뀌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는지를 다이스와 하모니를 비롯한 선수진 일원들에게 확실히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다들 어림짐작은 한 모양이었다.

        

        사실상 나도 그게 더 편했기도 하고.

        

        게다가 내일 다녀올 곳이 단순한 관광 랜드마크도 아니라는 점으로 인해 그 오해 아닌 오해가 조금 더 가속화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요컨대 이런 뜻이었다 – 미국의 수도가 철저한 계획도시이며,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의 중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 몰려있는 곳은 관광지 따위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정말 수많은 박물관과 기념관 등이 몰려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들만 보러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냐 하면 아니란 소리였다.

        

        

        워싱턴 D.C.

        

        말 그대로 미국의 심장이었으며, 이는 다른 말로는 미국을 지휘하는 수많은 관공서가 한 자리에 모여있다는 뜻이다. 간단하게만 나열하더라도 백악관과 미 국회의사당, FBI, 미 농업부, 에너지부, 펜타곤과 DARPA, 연방 법원, 국세청, 국토안보부 본부, 법무부 본부….

        

        이곳이야말로 말 그대로 미국의 머리요, 컨트롤 타워일지니. 그런 곳을 이 시점에서 방문한다는 것이야말로 일반인들은 짐작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암시했다.

        

        

        물론 그런 것과는 별개로, 꼭 요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은 있는 법이었다.

        

        

        

       “워싱턴 D.C 다녀오면 꼭 하나 사야 하는 기념품 같은 거 없나?”

        

       “국회의사당에서나 쓸 법한 나무 망치라도 하나 사올까요?”

        

       “으엑, 아뇨.”

        

        

        

       -이 사람의 ‘기념품’은 도대체 뭔 기준에서 골라지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기념품이란 게 사람 뚝배기를 깨고 나오는 토마토케찹이 아니에요 싯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이츠 현실에서도 기행만 골라서 해대는wwwwwwwwwwwww

       -미국가서 방송 많이 켠대매!!!! 끼에에에에에엑!!!!!

       -워싱턴가서도 vlog 올려줄거지? 그렇다고 말해!!!

        

        

        

        아휴, 정말.

        

        방송을 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 정도의 난리다. 이 시점에서는 디스트랙션 유발을 위해 재빠르게 드론캠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듯하여, 충전기에서 한가롭게 쉬면서 나와 다이스, 하모니를 담은 캠을 허공으로 띄웠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세 명이 한 번에 묵을 수 있는 방의 전경을 담는다. 방이라기보단 마치 다국적 기업 본사의 고풍스러운 집무실을 보는 듯한 느낌.

        

        하루에 백만 원이 넘는 – 물론 여기는 이카루스와 여러 합의가 되어 있었는지 그거보단 훨씬 쌌다고 한다 – 호텔의 방은 고급스럽게 단촐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긴 했다.

        

        이동 경로는 실내에서 욕실, 화장실. 물론 두 곳에는 프라이빗한 옷이나 물품들이 없다는 것을 두 번 정도 확인받고는 들어갔다.

        

        

        

       -오

       -밖에 비치는 거 뉴욕 건물임? 빌딩뷰에 센트럴파크 다 가려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건물을 철거해야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장실뷰 on

       -와 화장실 준내 커!!!!!!!!!

        

        

        

       “여긴 욕실, 그리고 화장실이네요. 샤워기도 있지만, 무려 물이 천장에서 떨어집니다. 신기하죠?”

        

       “유진 씨는 호텔 리뷰 영상은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무슨 원시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하죠?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참 별게 다 신기하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쯤 외모에 감탄할법도 한데 여전히 괴상한 소리만 해서 몰입이 전혀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ㅋ

       -다이스 통렬한 일침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개인적으로 봐도 정갈하고 단촐하다는 느낌 외에는 이게 무지하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못 받겠는데, 어째서 나의 의견 피력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는 걸까. 슬픈 세상이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타깃으로 잡아낸 욕조의 바로 뒤에 센트럴 파크 뷰를 간직한 창문이었기에 다들 거기서는 후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 물론 쉬러 온 게 아니었기에, 추후에는 디브리핑을 위해 3주간 빌린 호텔 지하의 다목적실과 식사 시설도 보여줄 수 있겠지.

        

        그 외에도 이번 본선이 치뤄질 예정인 메디슨 스퀘어 가든 역시도 선수로서 이곳저곳 보여주게 될 예정이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점을 피력했을 때 시청자들이 잘 듣는지의 여부이다. 사람이란 언제나 단기적인 재미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니까.

        

        

        

       “그럼 다른 곳이라도 좀 보여줘야겠네요. 곧 나갈 예정이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얼마 없는데, 피트니스 클럽이라도 간단히 보여줘야 하나.”

        

        

        

        물론 이 시점에서 다들 난리법석을 부려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사를 제공하는 세션과 수영장은 전부 다 사람들로 가득찬 상태였고, 전자든 후자든 – 특히 후자는 더더욱 – 최소한의 허락이라도 받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미국까지 날아와서 본선 경기도 못하고 소송에 걸리고 싶지는 않으니, 사실상 이번에도 시청자들이 그냥 적당하게 만족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소리였다.

        

        보기 싫으면 하모니가 방송하면 되고.

        

        그리하여 수많은 원성들을 씹어대고 피트니스 클럽을 잠깐 보여주었다.

        

        

        

       “오, 상당하네요.”

        

        

        

        일반적으로 피트니스 클럽 하면 생각날 그런 직선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바닥은 깔끔하면서도 아름다운 고무로 마감되어 있었고, 통유리창으로는 끝없이 내리는 눈을 배경으로 한 뉴욕의 야경이 보였다.

        

        이를 배경으로 깔린 여러 대의 트레드밀 머신. 그리고 반대편에는 여러 대의 운동 기구들과 수많은 원판, 덤벨, 그리고 고요와 눈에 파묻힌 센트럴 파크가 보였다. 사실상 거의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용하는 인원들은 제로였고, 이는 다르게 말하면 마음대로 운동하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디 보자. 현재 시간은 6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으며, 식사 시간까지는 1시간 반 정도 남은 시점.

        

        

        

       “간단하게 운동이나 좀 해보겠습니다.”

        

        

        

       -오

       -발?현자?운동????????

       -와 오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욕까지와서 처음으로 하는 게 게임도 아니고 무슨 무산소운동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사람의 생각은 이해를 못하겠슴ㅋㅋ

        

        

        

        시작하기 전 트레드밀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는 탓에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자주 다니던 한국의 피트니스 클럽조차도 내게는 그냥 사이클이나 로잉 머신을 추천했지 트레드밀을 타라는 말은 안 했거든.

        

        아마 전력질주하다가는 트레드밀이 먼저 부서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선택한 것은 사이클. 복장은 상당히 간소하게 입고 왔다. 몸에 딱 붙는 의상은 당연히 절대로 아니었고, 헐렁헐렁하여 신체 곡선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옷.

        

        다행스럽게도 사이클 머신에 조심스럽게 올라서자 생각보다 큰 무리 없이 나의 몸무게를 견뎌낸다.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5분 정도 워밍업을 한 뒤, 주변에 걸린 밴드 등을 이용하여 빠르게 스트레칭.

        

        등이나 살짝 하고 가야겠다.

        

        

        

       <일절은외설없다알겠지 님이 1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호떡련은 최근에 3대 1200 찍든데 눈나는 얼마인지 궁금하그등요???

        

       “저는…음, 글쎄요. 막 운동을 열심히 한 적은 없어서.”

        

        

        

        있는 대로 원판을 전부 쓸어모은 다음, 대략적으로 무게를 확인하고는 덧붙였다.

        

        

        

       “3개월 정도 적당히 했을 때, 3대 2200 정도 찍었던 것 같네요.”

        

        

        

       -??????????????????????????

       -네?

       -??

       -2톤이요? 시1발? 네?

       -내가 뭘 잘못들은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장난이 아니었다.

        

        덧붙여서 그나마 나에 대한 정보를 여럿 아는 이들도 착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 내 맥시멈이 2.2T인 건 맞지만, 그건 제대로 된 기구와 트레이너조차 없었을 때, 작전 등등을 병행하면서 설렁설렁 재었을 때의 말이었다.

        

        내 최대 중량은 나조차도 아직 모른다.

        

        그러고 보니, 로건은 최대 3600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시청자들은 내가 데드리프트 750kg을 드는 것을 보고야 말았고, 나는 그날 음식점에 가기 전 호텔 로비에서 휘어버린 탄력봉의 가격만큼을 배상해준 뒤 떠나야만 했다.

        

        

        

        

        

        

        

        

        

        

        

        

        

        

        

        

        

        

       “반갑습니다. 예약하셨나요?”

        

       “TFD라는 이름으로 4명, 패닉 룸. 확인 부탁드립니다.” 

        

       “…확인했습니다. CCTV 일시 점검 예정이오니, 잠시 복도에서 대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근사근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말투에서 무미건조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레스토랑 중앙에서 예약 확인을 돕던 직원이 사라짐과 동시에, 어디선가 스르륵 튀어나온 인원 한 명의 안내를 받아 들어왔던 길을 정확히 반대로 되짚는다.

        

        그렇게 그들이 얼마 정도 대기 중이었을까, 엘리베이터 홀의 옆쪽, 자세히 보지 않으면 뒷문이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꼼꼼하게 가려놓은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당연히 비상구는 아니었고, 레스토랑 안으로 통하는 일종의 예비 통로 같은 곳이었다.

        

        어둑어둑하고 좁다란 길을 지난 네 명이 다시금 밝은 빛을 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레스토랑 안쪽에 숨겨진 방과 정확하게 이어진 길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자마자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 선객이 한 명.

        

        모두가 아는 얼굴이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며 외부와의 소음이 차단된다.

        

        

        

       “들어오게. 바깥이 많이 춥더군.”

        

       “차기 대권주자 분께서 이런 음흉한 곳을 좋아할 줄은 몰랐군요. 벌써부터 이런 밀실을 좋아하시면 있던 지지율도 빠져나갈 텐데.”

        

       “하하, 총알 빗발치는 곳에 뛰어들어서 구출 작전 하던 사람들 아니랄까봐 농담부터 살벌하구만.”

        

        

        

        그러나 그 사이 깃든 분위기는 전혀 냉랭하거나 살벌함이 없는 유쾌함 그 자체.

        

        방음까지 철저히 이뤄진 탓에 그 아무리 소음을 내어도 새어나갈 일이 없었고, 잇따라 들어온 네 명이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대화가 이어진다.

        

        당연하게도, 주 타깃은 유진이었다.

        

        

        

       “…헨리 브레이튼, 대통령 님.”

        

       “유진. 유진 리 중사.”

        

        

        

        억겁에 달하는 듯한 길이의 짧은 정적.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상원의원 헨리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하, 기어코 만나게 되었군! 유진!”

        

       “…에, 네?”

        

       “내가 기회만 됐다면 남아있는 총상이라도 보여주고 싶네만, 아쉽게도 지금 몸에는 총에 맞은 자국조차 없단 말이지. 자자, 앉게.”

        

       “아, 그. 알겠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네. 아니면 내가 너무 주책인가?”

        

        

        

        한 쪽은 당황,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반가움. 두 가지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유진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헨리의 옆에 앉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통분모가 효과를 발휘하며, 이들 사이에 있었던 심리적인 장벽이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 특유의 능글맞음과 사람 좋은 인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주된 키워드는 그 무엇보다도 진실성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3분 정도 대화가 이어진 끝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험담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릴 걸세. 귀관들의 특이한 체질을 감안하여 앞으로 나올 모든 코스의 양을…좀 많이 부풀렸거든. 아마 오늘 이 레스토랑이 비축해둔 식재료가 거의 동날 예정이야.”

        

       “그거 좋군요. 배 곯으면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군. 그러니까…스펙터. 코드네임 스펙터 맞나? 헬기 후방에서 엄호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력도 좋으시군요, 상원의원 님.”

        

       “중요한 건 외워둬야지. 특히 이런 자리에선 말이야.”

        

        

        

        똑똑.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대량의 식전빵과 버터, 오르되브르, 그리고 몇 개의 와인 보틀과 와인잔이 각자의 앞에 놓여진다. 하부에 잘토라고 써있는 글라스 안으로 황금빛 샴페인이 따라지는 사이, 벽면을 가득히 둘러싸고 있던 가변 투과형 유리가 작동하며 바깥의 전경이 보였다.

        

        콜럼버스 서클 위를 느릿느릿하게 도는 수십 대의 자동차와, 그 위로 흩뿌려지는 눈. 어제부터 계속해서 내리는 것이었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뉴욕에 내린다는 이야기가 근 며칠 전부터 뉴요커들의 귀에 맴도는 시점이었다.

        

        가변성 유리가 잘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내인이 입을 연다.

        

        

        

       “이 장소에 계신 분들은 외부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외부에서 안은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조정된 상태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식사 되시길.”

        

        

        

        모두의 앞에 세 개씩 놓여진 연어 타르타르 콘. 마치 작은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 그것을 다들 입에 넣고 바삭거린다. 그 옆에 놓여진 것은 피미에토 리츠 크래커.

        

        간단한 전채 음식을 맛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저기에 추락한 게 오스프리였었나? 언젠가 상신된 작전 계획 중에서 얼핏 봤었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당시 개떼처럼 무장 죄수들이 몰려든 탓에 상당히 난감했었죠.”

        

       “둘러보는 모든 곳마다 세상에서 사라진 과거의 상흔이 배어있군.”

        

        

        

        후우.

        

        작게나마 이어진 한숨을 뒤로 하고, 모두가 충분히 아페리티프와 오르되브르를 즐긴 시점에 스프가 나온다. 배와 트러플을 곁들인 코코넛 스쿼시 수프. 기존에 제공되는 것보다도 상당히 큰 그릇에 여럿 담겨 나온 그것이 모두의 목구멍으로 넘어간 뒤, 다음 음식이 나온다.

        

        굴, 캐비어, 차이브 등이 들어간 젤리 같기도 하고 수프 같기도 한 미묘한 경계선에 선 음식에 이어, 참치와 캐비어, 고수 오일이 도포된 보충 요리까지. 그 다음으로는 입가심할 칩과 포테이토 수프.

        

        정말 많은 종류의 요리들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는 몰라도, 발현자들 앞에 놓여지는 접시는 하나하나가 메인 디쉬급 양이었으나, 선임관과 헨리 상원의원의 앞에 대령된 것은 평범한 크기였다.

        

        그 후로도 대략 세네 개의 음식이 나오고 나서야 잠시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자그마한 노크 소리.

        

        그와 동시에, 상당히 큰 접시 위에 무언가가 담겨 나온다.

        

        뚜껑을 열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서버가 재빠르게 퇴장함과 동시에, 헨리가 조심스럽게 목을 풀었다.

        

        

        

       “메인 코스가 나오기 전, 잠시 한 가지 양해를 구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그 배려 받도록 하지.”

        

        

        

        커흠.

        

        공간 위로 퍼져나가는 짤막한 소음과 함께, 그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방 안에 빛이 휘몰아쳤다.

        

        

        

       “긴급 코드 발령. FTPOUSA-01-CB-NEE, 발령권자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기이잉!

        

        유진의 왼쪽 손목에 매어져있던 시계가 화려하게 홀로그램을 토해내는 가운데, 순식간에 붉은 경고창에서 녹색 알림창으로 변한 무언가를 허공 위에 투영한 이카루스 기어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음성 합성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알림 : 코드 수신 // 보이스 변동폭 측정 // 신체 스캔 // 생체 고유 코드 인식 완료 — 긴급 코드 확인. 생체 신호 양호 – 코드 자동 해지됨.]

        

       -[알림 : 이카루스 프로토콜 발령권자 / 제48대 대통령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인식 완료.]

        

        

        

       “잠깐, 헨리 씨! 도대체 무슨 짓을!”

        

       “그동안 나와 태스크포스 대거, 그리고 펜타곤까지 연루되어 벌였던 일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지. 이카루스, 훈장 수여용으로 괜찮은 전자 양식 하나만 깔끔하게 뽑아주겠나?”

        

        

        

       -[알림 : 요청 허가됨.]

        

        

        

        달칵.

        

        그와 동시에 여지껏 개봉되지 않은 접시가 열리며,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실로 이질적면서도 고풍스러운 상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M, O, 그리고 H.

        

        메달 오브 아너.

        

        명예 훈장.

        

        그것을 본 순간, 유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듯하니, 빠르게 시작하겠네.”

        

        

        

        상자가 열리며, 단촐한 훈장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말문이 막혀버린 유진의 귀청을 헨리의 준엄한 목소리가 관통했다.

        

        

        

       “지금부터 명예 훈장 수여식을 시작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구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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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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