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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당연하게도.

        

       시훈 역시 나름 실력방송을 표방하는 스트리머로서, 큰 고민 없이 격돌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솔직히, 그리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자신하기는 어려웠던 고로.

        

       애초에 프로게이머들도 대거 참여한 대회 아닌가. 평범한 스트리머들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생각 이상의 성과였다.

        

       신규 출시된 모드의 특징을 나름 파고들어 연구한 덕분일까.

        

       아니, 평소 – 그러니까, 격돌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 일대일 결투의 구도 연구나 빌드 개발에 시간을 제법 투자하며, 꾸준히 훈련해온 덕분이리라.

        

       상시 도발이 패시브에 가까운 누군가 때문에, 일대일 실력을 갈고 닦을 유인이 차고 넘쳤던 탓이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 시훈의 1차 예선을 통과에는 예나의 지분도 자그마하게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훈 스스로는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말이었지만.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만족스러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성과였다. 일대일 승부가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바닥에서, 국내 32인에 들었으니. 시청자들의 관심도 폭증하고 있었다.

        

       승부예측에서 장렬하게 꼴찌를 차지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봐도 아웃라이어인 이예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30명은 현직 프로게이머들이었으니.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녕하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0.4%의 사나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뭔가 스포츠 영화 주인공 같아서 조금 멋지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99.6%의 사람들은 그의 탈락을 점쳤다’같은 포스터도 나올 거 같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부러워요]

        

       투표 결과가 날아오자 마자 날아온 메시지가 이 모양이더랬다.

        

       저 나름의 축하……비슷한 무언가겠지. 그냥 축하만 하기에는 민망하니, 쿡쿡 찌르며 놀려대는.

        

       그나마 방송 중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표정관리를 할 자신이 없었으니. 핸드폰을 보고 피식거리는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청자들한테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

        

       조심할 일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갈수록 그를 예나와 억지로 엮어대는 시청자의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마당 아닌가.

        

       ‘……도댓형이랑 엮어대는 미친년들이 있던 때보단 백배 낫긴 한데.’

        

       시훈으로서는 기분이 나쁠 건 없는 일이었으나- 예나의 방송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자 스트리머가 자꾸 특정 남자와 엮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으니.

        

       흑화한 팬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걸, 시훈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여러 남자 스트리머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 좀 나을 텐데. 무심해보이는 주제에 낯을 상당히 가리는 그 성격 탓에, 예나가 교류하는 남자 스트리머라고는 시훈 자신 뿐이었다.

        

       그녀가 다른 스트리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진심으로 싫냐, 고 하면……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레반: 하]

       [레반: 진출은 모르겠고, 댁 만나기 전엔 절대 안 떨어질 거야]

        

       아무튼, 으름장은 놓고 볼 일이었다. 웃음이 새어나온 것과 별개로, 승부욕을 건드리는 말이었던 고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헉;]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거 플래그 아닌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을 처참하게 죽여버린 상대를 제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회상씬으로 해맑게 나무하시는 모습 나오고……]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레반: 진짜 죽는 한이 있어도 만나서 한대 때리고 죽을 거니까]

       [레반: 기대해요 진짜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알겠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럼 기대할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레반: 그 이모티콘 좀 진짜]

       [레반: 뭘 어떻게 하면 안 쓸 겁니까]

       [레반: 유료 서비스여도 살 의향 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생각 못해봤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럼 대신 말 놓는 건 어떤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어차피 화날 때마다 반말 쓰잖아]

        

       [레반: 화나게 한다는 자각은 있었구나]

       [레반: 대진표 언제 나오지]

       [레반: 진짜 꼭 만나야 되는데]

        

       그 아따먹이다. 이기기는 쉽지 않겠지.

        

       그래도, 들인 노력이 있다. 그때의 굴욕적인 패배 이후로, 절치부심하며 깎아온 맞춤 빌드들은……어째서인지 이예나가 온갖 캐릭터를 오가기 시작한 탓에, 벌써 다소 무력화됐지만.  

        

       ……그래도, 한 방 정도는 제대로 먹여줄 자신이 있었다. 최소한 1세트 정도는 따낸다거나……어쩌면, 깜짝 전략이 제대로 먹힌다면, 승리까지도. 고작 3판 2선승이다.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그렇게, 혹시라도 승리를 따내게 된다면.

        

       열과 성을 다해서 놀릴 때, 그녀의 표정이 보고 싶었다. 분명 제법 볼만 하리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도 만나고 싶네요]

        

       “하.”

        

       이예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아서. 시훈은 그저 여러 말을 삼키고 또 삼킬 뿐이었다.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 * * *

        

       각 서버별 32명. 예선을 통과한 이들의 명단을 천천히 훑었다.

        

       한국 서버에서는, 그나마 아는 이름들이 조금 보이는데. 다른 서버들은……전혀 모르겠더라.

        

       이 중에 J. Dox가……있을 것 같진 않네. 북미 서부는 죄다 챌린저 출신들이니.

        

       ……출전 안 한 거겠지. 떨어진 게 아니라.

        

       설마.

        

       아무튼, 생각보다 수준 높은 대회였다. 프로게이머들도 한둘이 아니었고. 솔직히, 선량한 나무꾼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정말로 놀랍고- 어떤 의미에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역시, 실력으론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그런 마음을 담아서 투표도 해줬는데. 0.4%의 소수파 중 한 명으로써,

        

       그와는 별개로, 쿡쿡 찔렀을 때 반응이 너무 흥미로워서- 멈추기가 쉽지 않더라.

        

       자제해야지. 친한 사이일수록 선을 잘 지켜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예선 결승전은 오프라인이라고 했으니까.

        

       놀릴 기회는 차고 넘칠 터였다.

        

       그러고 보면, 16강부터는 공식방송에서 중계를 한다고 했던가.

        

       ……혹시 올라가면, 레반 경기는 방송 켜고 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호스팅이랑 간접호스팅은 금지당했지만, 도방은 금지당하지 않았으니까.

        

       티 안 내고 몰래 보면 되지 않을까.

        

       응. 그러자. 

        

       대회 중계는 시청자들이 은근히 바라는 것 중 하나기도 했다. 대회가 시작되자, 여지없이 카페에 도배되는 내용이었으니.

        

       어째서인지, 내가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말하기를 바라는 이들의 숫자는 항상 일정량 유지되는 기분이었다. 중계……잘 할 수 있으려나. 중계 방송 자체는 몇 차례나 했지만, 모두 합방이었고.

        

       중계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부담스러지만……응원, 하는 느낌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렇게 하는 걸로.

        

       * * * *

        

       2차 예선 첫날.

        

       32강을 통과한 참가자들이 몸을 풀거나, 연습경기를 치루며 영점을 조절하는 시간.

        

       《자! 두 선수 모두 준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어서, 16강 전의 5경기! 레반 선수 대 파골 선수의 시합입니다!》

        

       이예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공식 중계 방송을 관람하고 있었다.

        

       [대회 같이 응원]

        

       도저히 참가자라고는 볼 수 없는 방제를 걸어둔 채.

        

       『아니 참가자가 왜』

       『연습하러 가자』

       『남친 응원방인가요』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캬 육수들 15,000명 데리고 남친 응원ㄷㄷㄷ 레반 우월감으로 무발기사정하겠네』

       ㄴ 영구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응~ 절대 못 이겨~』

       『챔피언의 여유 ㄷㄷㄷㄷ』

       『아까 존나 멋있던 기사는 어디가고 또 10련만 남았구나』

        

       “음……제 차례는 한참 후여서요. 여유가 남았을 때 경쟁자를 미리 살펴두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다다다음 경기가 너예요 이 미친년아】

        

       “그러니까요. 한참 후예요.”

        

       -흐흫

        

       조금 전, 32강전으로 치른 첫 경기에서 가벼이 승리를 쟁취한 덕분일까. 아니면, 게임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것저것 트집이나 잡는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퍽 기분이 좋은 듯한 목소리였다.

         

       “진짜, 저, 저……외관부터가 약해보이지 않나요. 진짜 광전사라는 이름이 너무 아까워. 역사 속 광전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레반님한테 말씀드려주세요.”

        

       그리 말하며 빙글빙글 커서를 돌리는 화면의 하단에는, 두 선수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집중하는, 긴장된 표정의 레반과- 제법 여유로워 보이는 상대방, 파골.

        

       정규 시즌에서 2위를 기록한 팀의 탑기사이자, 패기 넘치는 신인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격돌 대회의 승자 예측에서 무려 3위를 달성했을 정도의 실력자였으니- 레반이 긴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레반 선수는 아마추어 광전사 고수로 유명하죠. 제가 선수들이랑 이야기하다보면, 광전사 빌드 고민이 있을 땐 레반 선수랑 상의한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꽤나 있었거든요. 과연, 32강에서는 그 명성에 부합하는 정교한 빌드와 전략으로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레반 선수가 어디까지 약진할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맞습니다. 또 이런 언더독, 재능있는 아마추어의 반란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게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야……산 넘어 산이라고, 난관이 보통은 아닙니다. 이번에 맞상대하는 파골 선수는 이, 정통파 탑기사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일대일 구도가 자주 일어나고, 지하 개입이 비교적 적은 탑의 특성상, 격돌에 적응하기 쉬웠을 거거든요!》

        

       《네, 이번 시즌 KS의 탑에서 파괴적으로 날뛰었던 파골 선수! 과연 설산에서도 그 악마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자, 말씀드리는 순간, 두 선수, 정상에서 마주칩니다!》

        

       그리고, 격돌.

        

       “……뭐지.”

       

       이예나의 텐션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불과 몇 분 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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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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