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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그레이 지브롤터 바르셀로나 총독에 대한 테러에 대하여, 지브롤터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온갖 테러와 암살 시도.

     총독부에서 먹는 빵가루에 독극물이 섞여들어온 적이 있었다.

     

     기존 바르셀 후작가에 밀가루를 납품하던 자가 짤린 것에 대한 앙심을 품고 밀가루를 바꿔치기했다가 걸렸다.

     그 자는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독극물이 섞인 빵가루를 흡입하다 죽었다.

     빵을 반죽하기 전에 은으로 된 넓은 국자로 밀가루를 포대에서 퍼낸다는 걸 몰랐기에, 그는 독 반응이 일어난 은국자 그대로 밀가루를 뱃속에 집어넣은 채 처형되었다.

     

     어떤 때는 총독부에 화재가 난 적도 있었다.

     영지전 당시 살해당한 황금여명 기사단의 내연녀 중 하나가 연인(불륜)의 죽음에 앙심을 품고 총독부에 들어와 불을 질렀다.

     불은 금방 진압되었으나, 그녀가 총독부로 몰래 들어온 방법 때문에 불은 다른 방향으로 번지기도 했다.

     총독부에서 일하던 기존 후작가 가솔들이 전원 경질되었다.

     나는 총독부의 임시 운영을 위해 후작가에서 일하던 이들 중 총독부에서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줬었고, 그 중 일부가 방화미수범 내연녀와 또 그렇고 그런 관계여서 총독부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줬다고 하더라.

     방화범을 들여온 마구간지기는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했으나, 나는 내연녀와 함께 마구간지기를 사형시키고 덩달아 총독부에서 일하던 ‘구 후작가 인간들’을 모조리 잘라냈다.

     명분이 필요했고, 명분이 발생하도록 상황을 만들었다.

     죽일 때는 확실하게 죽이는 걸로 ‘공포에 의한 위압’을 보여, 그 어떤 이들도 감히 바르셀로나 총독을 향해 함부로 고개를 치켜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건 그 싫어하는 황제의 방식 아니냐고?

     이런 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건 ‘아스타시아가 싫어하는 것’이고, 아스타시아가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내가 직접 칼을 들고 처형장에 오를 수 있다.

     아스타시아는 현 상황에 대하여, 분명히 ‘싫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위협에 처한 상황.

     이미 마스터라는 게 어느정도 밝혀졌고, 바르셀 총독부를 다스리고 있고, 수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고, 테러는 독이든 마법이든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게 널리 퍼지고 있다.

     

     이쯤되면 ‘슬슬 암살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려야 할 때가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노스트럼이 이 모양이 되지는 않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암살을 시도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암살을 저지르려고 하는 이들은 전부 ‘암살이 통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암살이 통한다는 건 내가 그들에게 쉽게 당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 

     즉, 나를 얕잡아보고 있다.

     이미 어느정도 마스터의 역량을 보였고, 지브롤터의 핏줄이며, 백작위를 받은데다가, 지브롤터의 땅이 되었지만 일단 옛날에는 후작가의 땅이며, 그곳을 이전보다 훨씬 잘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살이니까.’

     아직 미성년자에 성인이 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나는 무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네 집 자식이랑 비교해서, 아직 나를 애새끼라고 보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

     세상이 19살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미묘하다.

     1년 뒤면 성인이 될 나이지만 19살이라는 이유로 ‘아직은 어리다’라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는 자신의 19살, 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19살-자신의 가족이나 자식이 되기 마련. 

     오로솔 아카데미에도 입학하지 못한 19살인 아들과 그레이 지브롤터라는 인간을 비교할 때, 그저 그레이 지브롤터는 ‘지브롤터에서 태어나 황제의 눈에 들어 운 좋게 마스터가 된 어린놈’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편이다.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

     그레이 지브롤터가 암살에도 끄떡없다는 게 퍼지면 퍼질수록 어중간한 암살은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에 독을 섞는 자를 잡아내어 처형하면 음식에 독을 쓰는 방법을 머뭇거리게 될 것이며, 심야에 비룡으로 공중 테러를 일으킨 자를 역으로 잡아내고 밤에도 비룡 순찰을 돌고 있으면 비룡을 통한 기습은 선택지에서 지우기 마련이다.

     그렇게 노스트럼의 수많은 충성병자들이 그레이 지브롤터를 향한 고전적인 암살 수단과 창의적인 테러 방법이 하나둘 지워지다보면, 결국에는 암살 시도도 어느정도 정제되기 마련.

     ‘참 익숙한 상황이야.’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

     그리고 나는 이 암살과 테러들이 반갑다.

     나에게 있어서 지금의 암살 시도들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일상 생활 속 활력증진에 지나지 않다.

     하나.

     ‘죽으러 와주는 이들 덕분에 백은 원자재 수급이 가능하지.’

     죽은 자의 시체는 한 달 정도 경과를 본 뒤, 적당히 문제 없이 치워도 되겠다 싶으면 백은으로 만들어 재활용한다.

     화장장을 지어 대외적으로는 화장을 통해 시신을 불태우는 것처럼 만들었지만, 화구에서 불타는 건 죽기 전 흡혈귀가 된 자의 목을 제외한 잔여물일 뿐이다.

     

     흡혈귀의 뼛가루는 그대로 지브롤터 본가로 이송된 뒤, 캐롤라인으로 재탄생 되어 지브롤터와 바르셀로나의 예산에 기여하고 있다.

     둘.

     ‘지금 노스트럼의 충성병자들을 죽여놔야 나중이 편해.’

     어차피 찾아올 쓰레기들이라면 지금 미리 숫자를 줄여놓는 게 좋다.

     아스타시아는 공식적으로 오로솔 아카데미를 졸업 때까지 다녀야 하고, 나는 총독부에서 우리가 함께 편히 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

     황제를 죽인다.

     그리고 황제 뿐만 아니라, 나를 죽이러 올 수많은 암살자들도 죽인다.

     그렇게 해서 더 이상 나를 죽이러 오는 이들이 없을 때, 비로소 아스타시아와 둘이 같이 편하게 여행을 다니고 쉴 수 있는 셈.

     어디를 가더라도 암살자가 나타난다면, 그들이 그 여행지에서 나타나기 전에 미리 지금 줄여놓아야 훗날이 편한 법.

     귀찮을 정도로 많이 나타나는 건 분명 짜증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사냥감이 덫에 스스로 대가리를 들이밀고 죽는 걸 느긋하게 즐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국노 그레이 때는 1주일에 한 번 정도였는데, 사흘에 1번은 좀 과하지.’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고 지금까지 보여준 게 널리 퍼지지 않아서 그런지, 암살 시도는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암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기 지브롤터 성이나 오로솔 아카데미 장학재단 건물로 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차라리 여기 있는 게 낫긴 해.’

     셋.

     어차피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사람 죽고 그럴 거라면, 나의 본거지인 지브롤터보다는 바르셀로나가 더 낫다.

     ‘테러에 휘말려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휘말리고, 그마저도 빈도가 적겠지.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그냥 순순히 테러범에 협력하겠지만, 지브롤터 주민들은 그걸 신고하려다가 살해당할 수도 있으니.’

     나를 죽이기 위해 지브롤터의 주민을 죽여 거점을 마련하거나 아카데미 학생을 인질로 잡고 죽이거나 그럴 테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피해를 봐도 상관없는 바르셀로나가 훨씬 낫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암살이 다가오는 걸 즐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이미 아스타시아에게 설명했기에, 아스타시아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오로솔 아카데미에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아카데미를 향한 암살시도는 줄어들었다.

     이제 노스트럼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암살과 테러는 바르셀로나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암살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합법적 백은의 양은 늘어난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자동으로 사냥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반갑지만-

     “[네 어머니, 여동생들이 걱정이 많다.] 인가.”

     아버지가 보낸 편지의 내용 덕분에, 나는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다.

     얕보인다거나 하는 그런 것과 별개로, 내가 계속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불안감.

     심지어 아버지의 편지지 뒤, 마구잡이로 쓴 것 같은 필기체가 여럿 섞여있다.

     [큰오빠, 죽으면 안 돼!]

     [죽는 거예요?]

     [다치지 마!]

     “곤란해졌군.”

     솔직히, 조금 많이 곤란해졌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가족이 내게 걱정을 끼치는 경우는 많았어도, 내가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었기에.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내가 회귀 전 누아르나 레타르 같은 상황이라는 거잖아.’

     물론 그 원인은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곳곳에서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는 누아르나 레타르와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매국노 그레이는 누아르를 지키기 위해 주변에 황금여명 기생충들이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걸 방치했다.

     

     기생충들이 함께 있다면, 적어도 누구 하나는 암살자를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 나는 누아르의 친구들을 묵인했다.

     레타르의 경우에는 에단 세자르 전까지는 가문의 기사를 붙였고, 에단이 나타난 이후에는 레타르가 에단의 목에 목줄을 채워 데리고 다니는 걸로 나는 안도했다.

     적어도 에단에게 죽게 되더라도, 에단 말고 다른 이에게 암살 당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때도 걱정은 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그래서 지금이 더 어색하다.

     ‘내가 누아르와 레타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지금의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회귀 전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똑똑똑.

     

     오늘 사실상 처음 들리는 노크 소리.

     노크에도 사람마다 그 특징이 있는데, 이 울림은 집무실에서 일하는 이의 노크가 아니다.

     “바토리 소장?”

     “문을 열기도 전에 알아차리다니.”

     하얀 가운에 검은 안경을 쓴 바토리 소장이 문을 열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휴, 다행이네. 나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고 암살자 아니냐고 바로 칼질 당하는 줄 알았는데.”

     “암살을 하려고 왔으니까 칼질한 거지, 그냥 왔으면 그냥 돌려보냈을 겁니다.”

     “무서워라.”

     열흘 전, 실제로 그런 이가 있었다.

     “한창 연구 중일 시간 아닙니까? 이렇게 바르셀로나까지 찾아오다니. 혹시 채광에 문제라도?”

     “채광에는 문제가 없어. 제국에서 열차에 싣고 온 굴착기들은 아무런 이상도 없고, 금은 제국 중앙은행 사람들이 연일 회의를 거듭할 정도로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지.”

     바토리 소장이 소파에 앉았고, 나는 그녀를 위해 솜누스 차를 차에 듬뿍 담아 건넸다.

     “으윽, 솜누스 말고 다른 건 없어?”

     “꿈 깨십시오.”

     “하아. 이러다 나중에는 솜누스로 와인이라도 만들겠어.”

     “고려해보도록 하죠.”

     “…농담인데 진짜로 하려는 건 아니겠지?”

     바토리 소장이 솜누스 차에 대한 기묘한 적의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그녀의 앞에 마주앉았다.

     “그래서 오신 이유는?”

     “암살 건에 대해서,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

     “어느 쪽의 이야기입니까? 협곡? 제국?”

     “협곡 쪽은 크림슨 후작께서 직접 편지 보내지 않았어?”

     “황제 폐하의 말씀이시군요. 그분이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바토리 소장에게 전령 역할을 맡긴 겁니까?”

     “사람들에게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하셨어.”

     바토리 소장이 검지를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건드렸다.

     “그레이 지브롤터를 암살하려고 하는 자, 자기 가족의 목숨까지 걸어야 할 것이다.”

     “…….”

     “싫으면 그만두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할래?”

     “그러니까….”

     “황제 폐하께서는 말씀하셨지.”

     바토리 소장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치를 떨었다.

     “그레이 지브롤터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자기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던데.”

     “…피 한 방울이 아니고요?”

     “응.”

     “…….”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그러면 가만히 누워서 자기 가족들까지 걸고 암살하러 오는 놈들만 기대하겠습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다.

     * * *

     소문이 퍼졌다.

     그레이 지브롤터를 향해 암살이나 테러를 하려고 하는 이에게는 사신이 찾아간다는 소문.

     그 사신의 실체는 제국의 그림자이며, 그 뒤에는 황제가 서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격 사위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주는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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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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