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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243 – 룰 없는 싸움>

     

    ━━━

    인코트 생존시간 45초.

    자리배점 9점.

    합계 405점.

    ━━━

     

    싱의 검이 부러지는 모습에 손오천은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을 했는지 실감했다.

     

    “저거, 나한테 같은 공격이 날아왔으면 손이 다 잘려나간 거 아니냐…?”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으하핫. 그렇지? 괜한 걱정이겠지?”

    “손이 아니라 양팔이 뜯겨져나갔을 거야.”

    “…”

     

    헤스티아의 팩트폭력에 손오천은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는 말을 몸소 실천했다.

    고작 한 학년 차이임에도 이 정도의 실력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저런 괴물 같은 선배를 몰아붙인 쥐방울은 대체 뭐지…?”

     

    고양이수인을 쥐 잡듯이 잡는 쥐방울이라니.

    먹이사슬의 천적관계가 뒤집혔다.

    상식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다.

     

    “헤에~ 이것도 버티셨구나!”

     

    싱의 일격을 받아치느라 피구공에 신경 쓸 수 없었던 데드캣.

    통 통 바닥을 구르던 공이 오크노디의 발치에 닿았다.

     

    “선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제 진심어린 필살볼을 받아내는 것도!”

    “…아직도 다음 단계가 남아있어?”

    “아이 참. 선배도 당연한 소릴 하시기는. 삼색볼이랑 육색볼 다음에는 무지개볼 차례가 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키이잉.

    공에서 나서는 안 될 소리와 함께 형형색색의 빛무리가 겹겹이 양손에 감싸인 블루메탈볼에 맺혔다.

    누가 봐도 그 위력은 육색볼 그 이상.

    공간을 절단하여 무한히 날아들던 공 이상의 파괴력과 살벌한 기믹이 들어있는,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미친 살인공이 틀림없다.

     

    “무지개색~~ 총공격~~!”

    “…기권!”

     

    감당 못할 힘이 실린 공이 날아오기 직전, 데드캣은 다급히 기권을 외쳤다.

     

    ━━━

    데드캣

    인코트 생존시간 58초.

    자리배점 10점.

    합계 580점.

    ━━━

     

    2초.

    불과 2초만 버티면 최고점수로 승리할 수 있음에도 데드캣은 꼬리를 말고 달아났다.

    그 짧은 시간조차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승자 오크노디.”

    “엥? 제가요?”

    “생존보너스 포함이다.”

    “격파보너스는 데드캣 선배가 3개나 받잖아요!”

    “기권자는 최종포인트가 십분의 일로 감소한다.”

    “아하!”

     

    ━━━

    데드캣

    인코트 생존시간 58초.

    자리배점 10점.

    격파보너스 인당 100점(×3)

    합계 880점.

    기권페널티 최종합계 88점.

    ━━━

     

    ━━━

    오크노디

    인코트 생존시간 60초.

    자리배점 4점.

    격파보너스 인당 100점

    생존보너스 500점

    합계 840점

    ━━━

     

    ━━━

    개인전 피구 최종순위

    1위 – 오크노디(840점) – 운동회 점수 10점

    2위 – 싱(405점) – 운동회 점수 8점

    3위 – 손오천(150점) – 운동회 점수 5점

    4위 – 헤스티아(105점)

    5위 – 데드캣(88점)

    ━━━

     

    최종결과는 2학년 선배가 꼴찌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

    아니, 어쩌면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는 표현은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손오천은 딱 한 사람만은 이 모든 결과를 예측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에에~ 그냥 피하면 어떡해요!”

    “…방해만 없었다면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럼 단체전 피구에서 저랑 다시 붙는 거예요? 약속한 거 맞죠?”

     

    데드캣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슬금슬금 발을 뒤로 뺐다.

     

    “방에 두고 온 생선인형을 침대 위에 뒀는지 밑에 뒀는지 알아보러 가야겠어.”

     

    호다닥!

    창턱을 딛고 폴짝 뛰어내려 사라진 데드캣 선배.

    살기의 영향에서 벗어난 1학년 일동(오크노디 제외)은 비로소 긴장의 끈을 내려놓았다.

     

    “쳇쳇.”

     

    한참 타오를 부분에서 마지막 승부를 피했다며 분해하는 오크노디의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고, 상처만 남은 시합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 손오천이 저 삐돌이에게 말했다.

     

    “쥐방울아.”

    “왜요.”

    “나 손 아픈데 이만 해산해도 되냐?”

     

    피가 뚝뚝 흐르는 손오천의 손을 발견한 오크노디가 살짝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상자잖아. 그만 보내달라고. 이게 고민씩이나 할 일인가?

     

    “오천아저씨.”

    “왜.”

    “원숭이수인은 출혈저항이 몇 등급이에요?”

    “…진짜 왜.”

    “의료동 안 가고 출혈내성작 하기엔 역시 출혈량이 많나요?”

     

    이거 순 무친련 아니야.

     

     

    * *

     

     

    계약사기꾼 벨로카시오는 붕대를 칭칭 감고 소파에 엎어져있는 익숙한 신형을 보고 모순을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부상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저 막장 고양이수인이 부상을 입다니.

    이게 말이 되나?

     

    “오크노디를 상대하고 왔냐?”

     

    빳빳하게 솟구친 꼬리가 답이 되었다.

    된통 깨지고 왔구나.

    역시 그 꼬맹이는 탈 1학년이었다.

     

    “불리한 규칙이었어.”

    “그래그래.”

    “시체가 바닥에 닿아도 패배판정이었어.”

    “그래그래.”

    “방해꾼들의 간섭도 배제해야 했어.”

    “그래그래.”

    “그래그래 한 번만 더하면 네 목을 딸 거야.”

    “아니아니.”

     

    소파쿠션이 얼굴 옆을 스쳐지나가 벽과 충돌했다.

    콰앙.

    소파쿠션과 벽이 충돌해서 날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저리가.”

    “…우리 고양이 공주님은 삐질 때도 참 살벌하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으면 목이 부러지고도 남았을 위력이다.

     

    “캣닢 줄까?”

    “…조금만.”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저 못된 고양이를 어떻게 달래야할지 고민하는데 드르륵 소리와 함께 폐공장 입구를 누군가가 세차게 열어젖혔다.

    청각에 날카로운 데드캣에게 저 소리는 <누구든 좋으니 절 죽여주세요>라는 뜻이나 다름없으니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말라고 경고했건만…!

     

    “…”

    “엥?”

     

    성질머리 나쁜 고양이가 웬일로 짜증부터 내지 않고 저리 죽상인가 했더니,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앗~~핫핫핫하하━!”

     

    드넓은 폐공장의 2층 가장 안쪽 닫힌 방문 속까지 전해지는 목소리.

    아름다운 미색에 더하여 건물골조를 타고 흐를 정도로 시원스러운 발성.

    이만한 <귀족영애>력을 지닌 인물은 2학년에서는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델라 카스테라!”

    “여기가 1학년에게 패배했다는 2학년 상급반의 수치가 숨어든 쥐새끼 소굴인가요~~? 당당하게 먼저 시비를 걸고 도망친 패배한 개의 개집인가요~~~?”

    “…만델라씨. 데드캣도 상심이 클 텐데 너무 그러시는 것은…”

    “아아~~? 덜 떨어진 하급반 노예들이나 착취하는 악덕상인의 말은 안 들리는데요~~~?”

    “…”

     

    금발귀족영애의 트윈드릴머리가 전투적으로 보란 듯이 흔들린다.

    기선제압의 의미로는 제 역할을 아주 훌륭히 완수하고 있는 헤어스타일이었다.

     

    “닥쳐… 실력으로 진 게 아니야…”

    “우풉풉~ 실료그로진게아니야~”

    “코트 밖에서 붙었으면 달랐어…!”

    “아아~~? 1학년 상대로 코트 밖에서 진심으로 싸우지 않으면 못 이기는 2학년이라구요~~?”

     

    죽일 듯이 노려보는 데드캣의 모습에 오늘도 난장판이 벌어지겠거니 비상용 철판을 들고 철판 뒤에 숨은 벨로카시오.

    뜻밖에도 교전을 벌이지 않는 양측의 모습에 그는 살짝 놀랐다.

    성질머리 나쁘기로는 둘째가라 서러운 이 두 여자가 무슨 일로 싸우질 않지?

     

    “조금 놀랍네요. 이 정도로 도발을 해도 덤벼들지 않다니. 당신의 <나인 라이브즈>를 모두 소진할 정도의 싸움이었다는 건가요?”

     

    대꾸하기도 싫었던 데드캣은 고개를 틀고 외면했다.

    …그러다가도 다시 경계심을 보이며 슬쩍 곁눈질로 만델라 후작영애를 째려봤다.

     

    “푸푸. 귀여우셔라.”

     

    째릿!

    한층 더 진해지는 눈초리.

    어쩌면 저 반응을 즐기느라 더욱 데드캣의 신경을 건드리는 건 아닐까.

    벨로카시오는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만델라 후작영애는 귀족스러운 드릴머리를 좌우로 흔들 줄만 아는 헤어스타일만 전투적인 영애가 아니었다.

     

    ‘놀리는 재미가 있긴 해도 실력만큼은 <진짜>인 아이에게서 목숨스택을 전부 빼앗다니. 꽤 하는데~?’

     

    만델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1년간 신나게 가지고 놀 데드캣이라는 장난감을 처음 발견한 그 날처럼 환한 미소였다.

     

    “좋아요. 오늘은 이만 물러나죠.”

    “…드릴머리. 미쳤어?”

    “푸푸. 도발은 통하지 않는다고요? 당신, 어차피 스택도 다 떨어졌잖아.”

    “!!”

    “그리 쫄지 마요. 힘 빠진 고양이를 도축하는 것은 고상한 귀족의 취미가 아니니.”

     

    또각또각 돌아가던 걸음이 문가에서 멈추었다.

     

    “아참. 이번 학년대항전에서는 왠지 <피구>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딱히 제가 그랬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요~~?”

    “…?”

    “그러니 학년대항전이 열리는 금요일까지는 스택, 열심히 충전해두어요. 1학년한테 진 2학년이라는 설욕은 해야 하잖아요? 아앗~~핫핫핫하하~~~!”

     

    신나게 또각또각 구둣굽으로 철제계단을 밟으며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에 이어 드르륵 쿵 요란하게 닫히는 입구소리까지.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만 골라서 들리는데도 데드캣은 사나운 성깔을 드러내는 대신, 제 손을 혀로 햝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벨로. 연료 줘.”

    “후작영애의 말대로 정말 학년대항전 종목이 피구가 될 거라고 생각하냐?”

    “상관없어.”

     

    되면 되는대로.

    되지 않으면 되지 않는 대로.

     

    “룰 없는 싸움에서는 누가 이길지 증명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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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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