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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

        “결국 저지르는 놈들이 나올 줄이야…”

        ​

        송경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나는 데 성공한 순찰조장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

        ‘비급에 눈이 완전히 멀었군.’

        ​

        들키지만 않으면 돼!

        ​

        라는 생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번 습격으로 장보도 사건은 한층 더 복잡해지리라.

        ​

        “저, 저희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우리 만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소.”

        ​

        “허면…”

        ​

        “상대가 계속 습격해올 작정이면 일이 아주 골치 아파질 거요.”

        ​

        ‘가장 걱정되는 건…’

        ​

        그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가능성.

        ​

        이번 사태에 소극적인 무림맹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 한다는 거라면?

        ​

        처음부터 비동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

        판을 크게 벌여 시선을 돌리기 위한 거였다면?

        ​

        온갖 가능성이 순찰조장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

        ‘끙. 습격자의 배후를 알아냈다면 좀 더 일이 수월했을 텐데.’

        ​

        터무니없는 가정이 머릿속에서 군웅할거를 시작한 상황.

       

       만약 그 중에 하나라도 진실이라면 상황이 상상이상으로 복잡해질 터.

       

       그리고 그건 일개 순찰조장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하필이면 내가 왜 이쪽 담당이어서 이런 개고생을…’

        ​

        어떻게든 호남성에 도달해서 정보를 전달해야만 하리라.

        ​

        “이보게, 역관. 아무래도 일이 꼬여도 단단하게 꼬인 것 같다네.”

        ​

        “후우…단순한 길잡이 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왜 이런 일이…”

        ​

        ‘오늘 식사가 돌처럼 딱딱한 빵과 질긴 육포라는 걸 들은 윌리엄 같은 얼굴인 걸 보니 심각한 일이 벌어진 건가요.’

        ​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

        마들레르는 천으로 정성스레 닦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마들레르님. 어딜 가십니까?”

        ​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요. 배고프거든요.”

        ​

        “아 예…”

        ​

        일행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마들레르님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

        “걱정보단 짜증이 나네요. 사랑에는 시련이 필요한 법이라지만, 막상 겪고 보니 귀찮기만 하고.”

        ​

        ‘윌리엄이 맞이하러 올 것 같지도 않고.’

        ​

        ‘태평하시군.’

        ​

        장보도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건가. 

        ​

        “허허…”

        ​

        순찰대와 송경은 서로를 바라보곤 고개를 저었다.

        ​

        ‘어쨌든 저 색목인이 우리 중에 가장 고수라는 건 확실하다. 결국 임무를 완수하려면 도움이 필요해.’

        ​

        어차피 일에 휘말린 이상 서로 협력하는 것이 최선.

        ​

        생각을 정리한 순찰대장은 차를 마시고 있던 송경에게 넌지시 물었다.

        ​

        “역관, 이제부터는 힘을 합쳐야 하오.”

        ​

        “…어떻게 말입니까?”

        ​

        “상황 자체가 심각하게 꼬였으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남성으로 향해야 하오.”

        ​

        습격이 한 번이라도 단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마을을 벗어나면 또다시 습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

        상대가 작정하고 고수를 동원한다면 일이 아주 꼬이리라.

        ​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

        “송경. 혹시 여기에는 돈만 주면 정보를 팔거나, 일을 대행해주는 곳이 없나요?”

        ​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

        송경은 슬쩍 순찰대를 쳐다보았다. 

        ​

        순찰대 앞에서 하오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졌던 탓. 하지만 마들레르가 재촉하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그 단체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냈다.

        ​

        “하오문이라는 곳입니다.”

        ​

        “하오문…돈만 주면 뭐든 다 해주나요?”

        ​

        “…살인청부 같은 것만 아니면 괜찮을 겁니다.”

        ​

        “잠깐, 갑자기 하오문은 왜 꺼내는 것이오?”

        ​

        “마들레르님께서 물어보셨습니다.”

        ​

        ‘갑자기 무슨?’

        ​

        하오문.

        ​

        예상치 못한 이름에 모두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어차피 휘말릴 수밖에 없을 거라면 아예 판을 엎어버리는 쪽이 낫다고 전해줘요.”

        ​

        “예.”

        ​

        송경은 마들레르의 의견을 순찰조장에게 전달했다. 

        ​

        순찰조장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좋은 생각이오.”

        ​

        ‘이렇게 된 거 아예 판을 망가트려서 골탕 먹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

        어차피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 거, 하오문을 이용해 상황을 타개한다면 어떨까.

        ​

        “허나 하오문과 접선하려면…”

        ​

        “제, 제가 압니다.”

        ​

        “이보게,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

        “아무래도 역관 일을 하다 보면 하오문과 엮일 일이 종종 있습니다.”

        ​

        “그럼 자네가 접촉하면 되겠군. 헌데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는 건지 물어봐 주지 않겠나? 우리도 뭘 알아야 협력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

        송경의 고개가 다시 마들레르에게로 돌아갔다. 마들레르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우아한 동작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

        ————————–

        ​

        “하오문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

        “이곳이, 하오문…”

        ​

        “무림맹에서 하오문에게 먼저 접촉을 하실 줄은 몰랐소이다.”

        ​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말이오.”

        ​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알고 있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하오문이 아주 훌륭한 구명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도 말이오.”

        ​

        ‘이 여인의 소문의…’

        ​

        지부장의 눈이 하오문 지부를 둘러보고 있는 마들레르를 훑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은 다름 아닌 그녀라는 예감이 든 탓이었다.

        ​

        “자자, 그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앞서 말하지만 우리를 고용하는 값은 꽤 비싸오.”

        ​

        “제가 말하겠습니다.”

        ​

        마들레르에게서 언질을 받은 송경이 앞으로 나섰다. 

        ​

        마들레르가 직접 말을 해도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당연한 인선. 

        ​

        “저희는 적당한 말 두 필과 한 가지 소문을 내줄 것을 원합니다.”

        ​

        “흠, 흥미롭구려. 어떤 소문을 말이오?”

        ​

        “저희가 양산으로 향했다는 소문을 내주십시오. 크게는 아니고, 알음알음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로 말입니다. 마치 우연히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만약 하오문에 놈들이 방문한다면, 아닌 척 하면서 정보에 확답을 해주십시오.”

        ​

        “양산이라?”

        ​

        ‘재밌구려.’

        ​

        광동성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산.

        ​

        광동성에서도 특별히 유명하다거나, 관심을 받는 산은 아니었다.

        ​

        그도 그럴 게, 광동성의 구석에 있을뿐더러 산이 특출나게 웅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으니.

        ​

        그저 동네 뒷산보다는 크고 이름난 명산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그런 곳. 하지만 그런 곳이기에, 되려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기엔 좋은 곳.

        ​

        ‘절대 고수들은 대게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름난 산에 비동 숨기기를 좋아하지만, 벽력검제는 절대고수라는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소탈한 분이라는 기록이 있으니.’

        ​

        그 사실을 알건 모르건, 비동을 노리는 자는 갑작스레 양산으로 향하는 일행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

        ​

        저놈들이 우리를 속이고 진짜 비동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

        ​

        ‘그런 생각을 한 치들은 양산으로 향하겠지요.’

        ​

        늦든 빠르든, 아직은 무림맹이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니 더더욱.

        ​

        무림맹이 본격적으로 개입을 시작하기 전에 비동을 파헤치고 비급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숨죽이고 무림맹의 분노를 피할 수 있으리라.

        ​

        작정하고 숨으려 하면 찾기 어려운 곳이 바로 이 중원이란 땅이었으니.

        ​

        ‘아주 재밌는 손님이셨군.’

        ​

        “보수는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

        “그럴 필요는 없소.”

        ​

        “예?”

        ​

        “이미 보수는 받았으니 말이오.”

       

       ‘이틀 정도가 지나면 정보가 무림맹에 닿을 터…’

        ​

        갑작스러운 지부장의 대답에 마들레르를 뺸 일행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

        그 돈을 밝히는 하오문이 돈을 받지 않는다고?

        ​

        “그게 무슨 뜻이오?”

        ​

        물어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의문.

        ​

        지부장은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마들레르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

        “장사를 함에 있어 하수는 눈앞에 있는 재물만을 탐하지만, 고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재물까지 탐하는 법. 저 분에게 약간의 빛을 얹어두는 쪽이 우리 하오문에게 있어서 더 이득이오.”

        ​

        “그 말은…”

        ​

        모두의 시선이 마들레르에게 꽂힌다.

        ​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지부를 구경하던 그녀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시선이 꽂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

        ‘윌리엄을 만나면 중원어를 배우든가 해야지. 도대체 윌리엄은 이 나라 말을 어떻게 배운 거야?’

        ​

        “송경, 무슨 일이에요?”

        ​

        마들레르는 자신의 생체 통역기 송경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

        “그게…”

        ​

        송경이 간단하게 대화 내용을 설명하자, 마들레르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주머니를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

        ‘돈을 받지 않는다라…’

        ​

        “뭐 그렇다면야…말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달라고 전해줘.”

        ​

        “옙.”

        ​

        그렇게, 일행의 새로운 경유지가 정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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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소설 속 중세기사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two years of being reincarnated as a medieval knight, he finally realizes that he's been reincarnated into a martial arts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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