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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출발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격대’가 모여있는 곳에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국왕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다시 한번 그날 나와 대화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전했다. 다행히 샤를로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지붕을 탈 필요는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듯, 벨부르 국왕도 샤를로트의 고집을 꺾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날 밤중에 샤를로트는 내 방으로 찾아왔고, 다른 이들처럼 결정된 사안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후에, 이번에는 정말로 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명상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제대로 된 숙면이었다.

        

       안 그래도 수면 부족이었고, 심지어 지난밤에 늦게까지 몸을 썼기에 거의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던 것 같다. 해가 완전히 진 시간도 아니었는데도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전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한 머리로, 나는 유격대 후보를 불러 모았다.

        

       앨리스와 샤를로트.

        

       레오와 클레어.

        

       미아.

        

       제이크와 로티.

        

       그리고 레나와 소피아까지.

        

       이렇게 나까지 포함해서 루테티아 지하에 들어갔던 열 명.

        

       이 인원은 내가 직접 고른 인원들이었다. 내가 확실하게 믿고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확실하게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인원에 더해서 지원자들이 있었다.

        

       우선 제니퍼 윈터필드와 캐롤린 노스우드.

        

       제니퍼는 전장에서 이미 여러 번 자기 실력을 증명한 베테랑이었다. 일반적으로 베테랑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병사의 나이보다는 훨씬 어리긴 했지만, 그 실력 자체를 깎아내릴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다른 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나를 따라오는 아홉 명 전원을 합친 것보다 제니퍼 한 명이 더 믿음직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캐롤린은 사실 실전 경험은 없다. 적어도 사람을 상대로 마법을 사용해본 적은 없는, 귀족 집 규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실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캐롤린은 미아만큼이나 쓰기 유용한 캐릭터였다. 미아보다는 치유 마법 쪽에 더 특화된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극공세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두 사람이 합류하는 것은 내 기준으로도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원작에서도 이미 공격대원으로 쓸 수 있는 캐릭터들이었으니, 오히려 합류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놀라웠을 것이다.

        

       에이다는 후방에 남아서 우리를 지원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게다가 우리가 가고 나더라도 평민반 학생들 대부분이 루테티아에 남게 된다. 만약 모든 교직원이 자리를 뜨게 되면 그 아이들을 통제하고 보호할 어른이 한 사람도 없게 되니까.

        

       “저, 저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내가 ‘의외’라고 생각했던 지원자들도 몇 명 있었다.

        

       제일 먼저, 릴리 베이커.

        

       로티와 같은 반인, 말하자면 평민 학생이었다.

        

       사실 원작에서는 릴리 베이커 말고도 평민 파티원이 몇 명은 더 있었다. 각자 나름대로 뒷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꽤 흥미로운 캐릭터들도 몇 있었다. 귀족인 다른 파티원들과 마찰을 일으키며 스토리에 긴장감을 가지고 오는 캐릭터도 있었고.

        

       ……원래는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모두와 천천히 친해지게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야기가 너무 휙휙 날아가듯 진행되어버려서 제대로 말도 붙여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사실 그 ‘파티원’들이 이렇게 많다 보니, 원작에서도 개인 스토리를 제외하면 메인 스토리에서는 ‘공기’가 되어버리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특히 주인공인 레오가 귀족반 캐릭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민반 캐릭터는 메인 스토리에 전면으로 등장하기 어렵기도 했고.

        

       게다가 내가 플레이한 곳까지 진행된 스토리도 ‘팬그리폰 가’가 중심이었으니 더 그랬다.

        

       “……상황을 봐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릴리 베이커에게는 그렇게 말해두었다.

        

       릴리 주변에는 릴리 말고도 몇 사람 정도가 더 있었다. 아마 릴리와 친한 평민반 아이들이었겠지. 개중에는 원작에서 파티원으로 기용할 수 있는 인물들도 보였다.

        

       주요 등장인물을 모두 살리고, 제대로 된 해피엔딩을 보고 싶다.

        

       내가 이쪽으로 와서 내 능력을 확인한 다음 생긴 나의 목적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처 친해지지 못한 그 ‘파티원’들도 모아서 데리고 가는 것이 낫겠지만—

        

       —솔직히, 이미 나를 포함해 열 명이라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거기에 캐롤린과 제니퍼까지 따라오니 내가 커버할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적어도 제국과 왕국이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은 아니었으니 이들이 있는 곳에 포탄이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다. ‘시야 바깥’에 있는 이상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상, 억지로 수를 늘리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내 말에 풀이 죽는 릴리 베이커를 향해 나는 위로하듯 말했다.

        

       아예 대군이 들어가는 거라면 오히려 섞여 들어갔을 때 안전할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까.

        

       소수로 들어가는 이상 확실하게 합이 맞는 소수만이 모여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확신하는 것이 있었다.

        

       원작에서 ‘파티원 사망’은 주인공이 손쓸 수도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닥치게 해 스토리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장치였다.

        

       만약 이 세계가 ‘원작’을 따라가고 있다면, 차라리 우리와 거의 엮이지 않았던 평민반 아이들은 죽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사망하는 ‘플래그’를 가진 인원들은 전부 귀족반 애들이었으니까. 원작에서는 어떻게 해도 그 플래그를 가진 캐릭터들을 전부 꾸려서 갈 수 없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달랐다.

        

       그러니 저 아이들은 따로 떨어져 있어도 비교적 안전하리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뒤쪽에서 여러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게요.”

        

       릴리는 내 말에 마음이 조금 편해진 모양이었다.

        

       릴리의 시선이 잠깐 로티를 향했다.

        

       그만큼 로티와 친하다는 뜻일까?

        

       ……이번에는 미처 가깝게 지내지 못한 아이들이었지만,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그동안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르지. 중간에 그만두는 애들만 없으면 말이다.

        

       “부탁하겠습니다.”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와 함께 모여 있던 평민반 애들은 아쉬운 표정과 홀가분한 표정을 동시에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크흠.”

        

       그리고 내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이가 한 사람.

        

       머리는 희게 세어버렸고, 얼굴에는 노인 특유의 주름이 있고, 수염도…… 아, 수염은 그래도 조금 정리했네. 그래도 여전히 덥수룩한 편이기는 하지만, 산속에 살고 있을 때보다는 훨씬 깔끔해진 모습이었다.

        

       얼굴만 보면 완벽한 노인의 얼굴이었지만, 그 등은 전혀 굽지 않았다. 노인 특유의 거북목도 없이 꼿꼿이 서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을 떠올리게 했다.

        

       노인이면서도 어깨가 딱 벌어지고 옷 아래의 몸은 튼튼해 보였다.

        

       검성 프레데릭.

        

       이런 상황에서—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검성은 얼굴에 흉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대되십니까?”

        

       구태여 가시겠습니까, 라고 물어보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 검성이라는 사람은 ‘가지 마시죠’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이였으니까.

        

       내가 산에서 검성을 설득할 때도, ‘당신보다 강한 이가 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반응했던 인물이다. 검성이니 뭐니 하는 대단한 이명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정작 실제로는 이 나이 먹도록 ‘철저하게 흥미 위주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철이 들지 않았다, 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하지만.

        

       “저 안에, ‘루카스’ 그 놈도 있으렷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에는 황제의 다른 아이들도 모두 모여 있겠죠.”

        

       황제가 사라진 뒤, 나에게 연락해온 ‘황제의 아이’는 없었다. 게다가 움직임까지 보이지 않는다.

        

       황제가 진짜로 ‘혼자’ 안으로 들어갔을 리는 만무하다. 그 중심까지 침투할만한 핵심 병력은 이끌고 들어갔겠지.

        

       그리고 그 핵심 중 핵심이 바로 황제의 아이들이고.

        

       “그렇군.”

        

       나의 말에 검성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이 사람은 그 빛기둥에 다칠 위험이 있어도 그냥 뚫고 들어가 버릴 것 같다. 결국 인간의 몸인 이상 심각한 화상을 입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건 이 사람도 마찬가지일 텐데, 정작 내 머릿속에는 이 사람이 쓰러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검성이라는 거겠지.

        

       원작에서 검성을 베어내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검성을 볼 때마다 그렇게 느낄 정도니까.

        

       “어차피 살 만큼 살았으니, 마지막에 목숨을 걸만한 일이 있다면 걸어볼 만하겠지. 잃을 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뿐이지 않느냐.”

        

       그렇게 말하며 씩 웃어 보이는 검성의 모습은…… 음, ‘검성다웠다’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을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작에서의 사망플래그는 실비아가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었던 제이크 말고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어떤 파티원을 어떤 식으로 놓고 가는지에 따라 그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통 공략에서는 ‘죽는 이는 신경쓰지 말고 최종적 조합을 생각해 파티를 짜라’라고 쓰어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비아는 그 모든 플래그를 전부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둔 몇 안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죽은 파티원’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작중에서도 여러번 나왔듯 ‘그 모든 선택지를 게임에 적용할만큼 대기업이 아니니 그냥 죽은 이를 살리는 쪽으로 스토리를 진행할거다’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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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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