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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가문을 이끌겠다 선언한 이후.

         

       우려 섞인 시선은 상당히 불식되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녀가 목숨까지 내걸며 열변을 토했다는 점.

         

       언제나 어리기만 할 줄 알았던 금여울의 맹세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일각에서는 역시 대행수의 딸이라며 지금까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 거라고 일단 응원해주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단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금철군을 대신해 가문을 이끌어오던 황군이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가.

         

       금철군과 함께 현 황금상단의 성세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 이 아닌가.

         

       두 사람이 숙부와 조카로 사이가 친밀하다곤 하나, 황군은 정에 휘둘릴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그녀를 지지한다는 건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백우진의 존재였다.

         

       여러 사람이 목격했다.

         

       금여울이 선언 도중 백우진을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던 것을 말이다.

         

       그 뒤로 일각에서는 그녀의 자신감은 백우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두 사람이 여정 도중에 눈이 맞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실상은 어떻던가? 그 두 사람이 정말 눈이라도 맞았느냐는 말일세.”

         

       사내가 언짢은 시선으로 제 앞에 부복해 있는 복면인에게 물음을 던졌다.

         

       좋지 않은 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 복면인은 더욱 고개를 낮추었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금여울은 물론이고, 백우진에게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두 사람에게 넌지시 물었다.

         

       둘이 어떤 사이냐고, 혹 미래를 약속한 것은 아니냐고.

         

       두 사람은 꽉 막힌 하나의 대답 대신 가능성을 암시하는 열린 대답을 내놓았다.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식의, 무궁무진한 미래를 연상시키도록 말이다.

         

       “쯧…, 자네가 판단하기엔 어떤가.”

       “사견을 더하자면, 이미 어느 정도 깊어진 관계임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무언가 보기라도 했나?”

       “밤중에 만나는 것을 몇 번인가 보았습니다.”

       “허어….”

         

       탄식을 터뜨리는 사내.

         

       “벌써 물고 빨고 할 것 다 했다는 얘기 아닌가.”

         

       복면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건 아닐 것입니다.”

       “자네는 요즘 젊은 친구들의 남녀 관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 걸세. 요즘 친구들이 얼마나 진취적인지 안다면 그런 말을 담지 못할 텐데, 쯔쯔.”

       “금여울은 백우진을 연모하는 듯하나, 백우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호오…?”

         

       이어지는 복면인의 말에 짜증으로 가득 차 있던 사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더 말해보게.”

       “두 사람의 대화를 조금이나마 엿들었습니다. 백우진이 금여울에게 가문을 이끄는 데에 여러 조언을 해주더군요.”

       “그거야 연인으로서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단순한 조언이라면 그렇겠습니다만, 말투며 분위기가 꼭 조종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종? 조종이라.”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입을 닫았다.

         

       이따금 앙다문 입술 사이로 옅은 숨이 새어 나오는 걸로 보아 생각에 잠긴 모양.

         

       시간이 제법 흐른 뒤.

         

       생각을 마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만약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백우진은 정략적인 차원에서 금여울과 만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잠깐의 침묵.

         

       그리고 사내가 들뜬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우리에겐 기회가 되지 않겠나?”

       “기회…, 말입니까.”

       “그래, 기회. 결국 놈이 얻고자 하는 것은 금여울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금가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겠나.”

       “그렇겠지요.”

       “그럼 우리가 굳이 적대할 이유도 없지 않겠냐는 걸세.”

         

       적의 적은 친구라.

         

       사내의 말은 제법 그럴싸했다.

         

       이쪽도, 백우진도 금여울에게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기 위함이라면 구태여 이를 두고 싸울 이유는 없다.

         

       적당히 합의를 통해 서로 원하는 걸 얻어내면 그뿐이니.

         

       “허나 놈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하겠습니까?”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미 금여울을 꽉 틀어쥔 백우진이 굳이 자신이 가진 거나 다름없는 것을 나누려 하겠느냐는 것.

         

       허나 사내는 자신만만했다.

         

       “놈은 모르지 않나. 황금상단과 금가가 숨겨둔 재산이 어디에 있는지.”

         

       황금상단과 금가.

         

       그들이 쌓아둔 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금가를 얻었다고 하여 그 모든 걸 단숨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금철군은 만약을 대비하여 재산을 곳곳에 숨겨두었으니까.

         

       이를 모두 회수하려면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도움 없이는 힘들 터였다.

         

       “자네도 알잖나. 금가라는 거대한 덩어리는 혼자 먹기엔 몹시도 커다랗다는 거.”

         

       혼자 먹으려 들었다간 둘 중 하나다.

         

       입이 찢어지거나, 어찌어찌 삼켰다가 배탈이 나거나.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욕심을 조금 덜어내는 것뿐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배가 터지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갈 테니.

         

       “물론 당장 일을 처리하자는 건 아니야. 조금 더 지켜보자고.”

         

       시간이 필요했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돼지인지, 아니면 현명한 여우인지.

         

       백우진이 어느 쪽에 속한 인간인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시간이.

         

       사내는 복면인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제부터 두 사람을 향한 감시를 강화하게. 하루에 몇 번이나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알아보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가능하면 현명한 곰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사내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 * *

         

         

       잔치 이후 백우진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의 수가 부쩍 늘어났다.

         

       평소였으면 귀찮아 만나지 않았을 이들이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는 성심성의껏 그들을 맞이했다.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잔치에서 그녀와 진하게 눈을 마주친 것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금여울과 깊은 관계에 놓여 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게끔 만들기 위해서.

         

       동시에 이따금 그녀와 밤에 만나 무언가를 지시하듯 말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당연히 금가의 통솔에 자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넌지시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며칠이나 흘렀을까.

         

       “옳거니.”

         

       백우진은 올 게 왔음을 깨달았다.

         

       자신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감시 인원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는 그들의 상급자가 자신을 더욱 궁금해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 수가 절정에 달한 것은 늦은 밤 금여울과 밀회를 가질 때였다.

         

       제게 쏠린 수십 쌍의 시선을 느끼며, 백우진은 연기를 시작했다.

         

       “금 소저…, 아니, 금 매.”

         

       더욱 친밀한 호칭.

         

       “네, 네엣?!”

         

       난데없이 들려온 애칭에 금여울 또한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나 그것도 잠시.

         

       “네에, 백 가가….”

         

       백우진의 의도를 알아차린 금여울이 황급히 그의 연기에 호응했다.

         

       금 매와 백 가가.

         

       그것은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감시 인원들의 귀에도 또렷하게 들렸다.

         

       “미안하지만, 잠깐 가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아니, 갑자기 무슨 일로…?”

       “사실 가문에 좀 일이 생겼나 봐.”

       “일이라뇨?”

       “금 매도 알다시피 섬서백가는 지금 오대세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잖아?”

       “네, 가가께서 그리 말씀하셨잖아요.”

       “그것 때문에 전장에서 돈을 좀 빌려다 썼나 본데, 거기서 문제가 좀….”

         

       백우진이 연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제비의 모습이었다.

         

       온갖 핑계로 졸부 여인의 돈을 뜯어내는 바로 그 제비 말이다.

         

       “내가 직접 가서 얼굴을 비추고 기한을 연장해달라 부탁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금여울이 백우진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을 받았다.

         

       “걱정 마셔요, 가가! 굳이 가실 필요 없이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아니야, 금 매! 기한 연장만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읍.”

         

       듣고 있던 금여울이 손을 들어 그의 입을 가로막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백우진이 놀란 눈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연기가 이어졌다.

         

       “그런 말씀 말아요. 이미 우리는 한 몸이나 다름없잖아요.”

       “그, 금 매….”

       “전 가가께서 빚으로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아요. 그러니 부디 제가 해결하게 해주세요.”

         

       완벽했다.

         

       남자는 한사코 거절하는데 푹 빠져버린 여자 쪽에서 돈을 안겨주는 전형적인 제비와 이에 빠진 졸부 여인의 연기!

         

       “금 매.”

       “네, 가가.”

       “그대와 같은 여인을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일 거야.”

         

       두 사람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졌다.

         

       “가, 가가….”

         

       이번엔 금여울이 당황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백우진의 얼굴은 언제나 그랬다.

         

       잘 뛰는 심장을 고장 내고, 생을 단축시키는 듯한 느낌.

         

       그것은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또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 강렬했다.

         

       본디 드러난 그의 수려한 외모에 그를 알아갈수록 분위기가 깊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상상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그가 내뱉은 말이 연기가 아닌 사실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지.

         

       “약속할게.”

       “뭐, 뭐를….”

       “평생 금 매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아아, 정말.”

         

       금여울의 연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녀는 곧장 백우진의 품에 파고들었다.

         

       옆구리 사이로 제 손을 집어넣어 그의 등허리를 꽉 끌어안고서 단단한 가슴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약속하신 거예요?”

       “어? 어, 응.”

         

       뭐지.

         

       이거 연기 맞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벽에 글을 쓰다가 또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읍니다.

    다음 편은 좀 더 빨리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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