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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음악이 흐른다.

        

        공식적인 행사에서나 흐를 법한 엄숙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시크릿 룸 아래로 나지막하게 깔린다. 사회자도 누구도 없는 고작해야 다섯 명만이 있는 방 안이었기에, 크흠 하고 작게 목을 푼 헨리 브레이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하느님, 우리의 보호자이자 인도자이니. 이곳에 모인 모두가 기도를 올리나이다. 하느님의 가호를 통하여 오늘 이 행사를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상원의원의 목소리가 방 안을 낭랑하게 채우는 가운데, 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로건과 헨리, 로렌티나와 오웬스의 눈에 이전까지 깃들어있던 모든 장난기가 일제히 사라지면서 한 지점만을 나직히 직시할 뿐이었다.

        

        오직 어안이 벙벙한 유진만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럽게 헨리의 옆에 설 뿐.

        

        

        

       “유진 리 중사는 용감한 군인이며, 태스크포스 대거 팀의 훌륭한 일원이었고, 친구였습니다. 그녀는 오퍼레이션 노스피어스, 토치, 스틸 레인을 위시한 수많은 노력을 통하여 미국의 자유를 되찾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고, 이후 실종 전까지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였습니다.”

        

        

        

        사전에 몇 번이고 다듬어왔으며, 대선 캠프 헨리의 중핵으로서 수많은 토론회와 공부를 병행해왔음에도 간신히 시간을 쪼개어 연습했던 연설문.

        

        만약 그녀가 보여준 헌신이 이 세계에서 행해진 거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가 아직 대통령이 아니고, 이 자리가 만천하에 공표되는 공식적인 수여식이 아니라 그 아무 곳에도 밝혀지지 말아야 하는 비밀스러운 장소였다는 것이 한일 뿐이었다.

        

        

        하지만, 정면.

        

        MOH라고 적힌 단촐한 나무상자 안에서 꺼내지기만을 기다리는 저 훈장이야말로 그동안 육군부장이, 국방부 인적자원부가, 국방부 부장관 및 장관이 자신의 커리어와 인생을 걸고 고군분투한 증좌 그 자체였다.

        

        오로지 이 자리에 모인 네 명만이 당사자의 헌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까지도 그녀는 미국이라는 근간을 이루는 수천 명 이상의 중차대한 직위를 맡는 인원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계속해서 말이 이어진다.

        

        

        

       “…이와 같은 노력은, 우리에게도 가장 큰 영예인 명예 훈장을 통해서 인정될 것입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동료를 지키려 하였으며, 우리의 가장 높은 명예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이러한 귀감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침을 꿀꺽 삼킨다.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진다.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입술을 옴짝달싹해보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유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철저히 숨겼던 최초이자 최고의 선물이 당사자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애써 감추려고 하지만,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당사자의 표정을 이들 앞에서 전부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헨리의 한 마디마다 여지껏 숨겨놓았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며 마음의 빗장이 풀려간다.

        

        사전에 준비해두었던 공식 인사가 마무리로 향하고 있었다.

        

        

        

       “…자유와 축복에 대해, 자유를 지켜준 모든 분들께, 그리고 신의 가호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

        

        

        

        털썩.

        

        헨리를 제외한 모두가 앉는다.

        

        유진 역시도, 무어라 표현 불가능한 감정을 눈에 담은 채, 한층 거칠어진 숨소리와 함께 이번 수여식을 주관하는 헨리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준비해온 인사가 끝난 다음에는, 유진을 비롯한 모두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나라에서 머잖아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 한 명의 대선 주자이자 예비 대통령이 연설 준비를 위해 탄산수로 입을 적신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유진만큼이나 감회가 새로운 시점이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과거,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도탄에 빠진 미국에 다시금 자유와 정의의 횃불을 가져다주기 위해 최전선에서 분투한 대거 팀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유진의 손을 잡는다.

        

        세월이 배어 있는 단단한 손. 결코 발현자의 압도적 근력에는 따라갈 수 없었지만, 반대로 헨리의 손에 서려있는 것은 단순한 나이가 아닌 세월 그 자체였다.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유진의 손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그 모든 감사가 그녀를 향한다. 상원의원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보낼 수 있는 믿음과 신뢰를 넘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한 나라의 수장이 보낼 수 있는 엄숙하고도 진심어린 경의였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림 이외의 그 아무 것도 걸려있지 않던 팔각형 방의 백색 벽면에서부터 난데없이 홀로그램이 출현한다.

        

        마치 예견되었다는 듯이, 헨리가 입을 열었다.

        

        

        

       “부통령 님, 국무장관님, 합참의장님, 국방장관님, USSOCOM 사령관님, 그리고 미군 관계자 분들까지…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진정한 영웅을 기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이 자리는 결코 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넷 국방장관님….”

        

        

        

        태스크포스 대거.

        

        이카루스의 가장 날카로운 검, 최전선의 소방수, 자유의 횃불점화자…태생적 인력 부족이 야기한 중과부적으로 인해 미국의 행정력이 매일, 매 시간, 매 초마다 후퇴하는 와중에도, 초창기 팀을 구성하던 네 명의 핵심 멤버들은 단 한 번의 인명 손실 없이 수많은 작전을 성공시켰다.

        

        박살난 뉴욕을 얼기설기 기워맞추고, 코네티컷과 메인 주를 다시금 미국의 품 안에 안겼으며,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를 넘어 워싱턴 D.C의 혼란을 수습하였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네 명의 인원들이 팔각형의 방 안에 모여있었다 – 사실상, 이는 유진을 대표로 대거 팀 전원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는 것과 그닥 다를 바 없었다.

        

        홀로그램의 뮤트가 끝나며,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을 이끄는 수많은 인사들이 대거 팀을 향해 입을 연다.

        

        부통령과 국무장관을 이어, 자넷 G. 하퍼, 미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연다.

        

        

        

       “…유진. 그리고 로건. 저는 여전히 임시 국방부 청사가 습격당했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비록 이 몸에는 흉터와 수술 자국이 없지만 철근이 소장을 관통하여 척추를 간신히 비껴나간 것 또한 기억합니다. 그리고 두 분이 날아오는 로켓탄을 몸으로 막아낸 것 또한 기억합니다.”

        

        

        

        꿀꺽.

        

        정적이 찾아든 순간, 자넷은 한 장의 종이를 들어보인다.

        

        명예 훈장 수여 동의서였다.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마지막으로 필요했던 것은 단 한 자루의 만년필과 제 손가락이었지만, 사인을 하기 위해 사용했던 잉크는 미국이 다시금 걷는 것을 도우며 여러분들이 흘린 피였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와 명예, 그리고 신의 가호가 앞으로도 함께하길.”

        

        

        

        하나씩 홀로그램이 꺼지는 가운데, 허공 위로 전자서명이 부유한다.

        

        유진의 손목에 매여있던 이카루스 기어가 허공 위에 투영한 것이었다. 헨리의 눈 앞에서 반짝거리는 그것이 당사자만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본래라면 그는 아직 대통령조차 아니었을 것이었지만, 이카루스 기어의 인식은 달랐다.

        

        해당 시계의 세팅은 헨리가 여전히 미국의 48대 대통령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맞춰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그는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대통령 권한을 획득하였고, 내후년부터 자신의 손아귀에 잡혔을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의 조타권을 1년 하고도 1개월 먼저 휘둘렀다.

        

        

        엄지손가락 지문이 스캔되며 이카루스 기어가 나지막히 덧붙였다.

        

        

        

       -[알림 : 지문 인식 완료 //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알림 : 대통령 권한으로 유진 ‘바이퍼’ 리 중사에 대한 명예 훈장 수여를 승인하시겠습니까?]

        

        

        

       “승인하겠네.”

        

        

        

        그와 동시에 전자서명은 허공에 녹아들었고, 그리하여 유진은 정식으로 훈장을 목에 걸 자격을 거머쥐었다.

        

        헨리와 오웬스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가 조심스럽게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여전히 주인 없이 고요히 잠들어있던 명예 훈장을 살포시 양손으로 집어들었다.

        

        이제 숫제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고, 이미 몇 방울 정도 눈물을 흘리던 유진이 굵은 눈물방울을 본격적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제…영광스럽게도, 유진 리 중사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헨리가 조심스럽게 훈장을 넘겨받는다.

        

        어떻게든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앙 물었지만, 끝도 없이 주룩주룩 떨어지는 눈물과 새빨갛게 변해버린 얼굴, 눈물범벅이 된 눈가가 유진의 감정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었다.

        

        훈장을 건넨 후 빈 손이 된 오웬스의 손이 유진의 머리 위를 살포시 쓰다듬는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흐윽, 감사…합니다…!”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감정의 격류 속에서, 눈물조차 닦지 못한 얼굴 아래, 그녀의 뒤에 선 헨리가 조금 떨리는 손으로 유진의 목 너머에 훈장을 가져다댄다.

        

        사전에 보냈던 검은 캐주얼 정장 위, 목을 조심스럽게 감싸는 푸른색 목끈. 그 아래 열세 개의 별이 반짝인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별을 매단 독수리 모양의 쇳조각이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메달 오브 아너.

        

        살아서 받은 사람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미국 최대의 영예가 유진의 목에 걸리는 순간이었다.

        

        

        

       ───!

        

        

        

        네 명의 박수 소리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거대한 소음이 하나가 되어 울리는 가운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유진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준 헨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훈장도 퍽 잘 어울리는군. 그만 울게나. 딸내미만한 아이를 울리는 취향은 없단 말이지.”

        

        

        

        스윽.

        

        유진이 먼저 손을 뻗고는, 품 안으로 헨리를 끌어당긴다. 186cm의 거구가 유진을 감싸는 사이, 그녀는 양복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모든 마음의 응어리가 눈물이 되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이들이 떼어내고자 시도할 수조차 없었다. 이미 로렌티나와 로건 역시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오웬스와 헨리는 그런 모든 광경을 아련한 눈빛으로 직시 중이었다.

        

        유진이 그칠 기색 없이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이거,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가겠구만. 다들 메인 디쉬는 조금 늦게 먹어도 괜찮겠나?”

        

        

        

        물론,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진이 간신히 울음을 멈추기까지 20분 전의 일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메인 디쉬인 미야자키 와규입니다.”

        

       “미안하군. 정리해야 할 일이 좀 많았거든. 그나저나 다시 허기가 좀 생겼는데, 발현자 분들과 똑같은 크기로 갖다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상원의원의 농담 아닌 농담에, 불과 십수 분 전까지 눈물을 훔치던 이들이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른 손바닥보다도 큰 스테이크를 받은 로건과 유진, 로렌티나와는 다르게, 헨리와 오웬스는 상당히 초라한 크기의 고기 조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서버가 두 명 분의 접시를 가지고 다시 나가는 동안, 머쓱한 듯 헛기침을 한 헨리가 덧붙였다.

        

        

        

       “한 시간 가량 떠들다보니 배가 좀 꺼지더군. 이런 코스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한 번쯤은 이렇게 먹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이런 기회를 얻게 되는구만.”

        

       “꽤 돈 좀 쓰시겠네요, 오늘.”

        

       “불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되는 직위에서는 영수증에 얼마가 찍혀나오는지를 일일히 확인하지는 않는단 말이지.”

        

        

        

        특히나 이번 선거는 무난하게 이길 것 같으니, 다들 미리부터 자금줄을 대려고 하는 못난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 그렇게 껄껄 웃는 헨리를 보며 다들 묘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정치란 완전한 문외한의 영역이었으므로.

        

        물론 그 정도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눈이 팅팅 불었지만 그래도 이젠 많이 안정을 되찾은 유진이 여전히 따뜻한 고기를 냠냠 씹고 있는 사이, 헨리가 슬그머니 다음 안건을 꺼낸다.

        

        

        

       “여력이 있었더라면 워싱턴으로 가는 가장 편한 길을 마련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가 그 정도로 편리한 마술같은 직위는 아니지. 적어도 JFK 공항까지 가는 차편 하나 정도는 마련해줄 수 있네.”

        

       “…감사합니다.”

        

       “아무튼, 내 손수 그걸 귀관의 목에 걸어주긴 했지만, 아쉽게도 대외적으로는 절대 달고 다닐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으리라 믿네.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비밀이지.”

        

       “물론 이해합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는 존재하지조차 말아야만 하는 수여식. 그 이유는 이들 전원이 알고 있었다.

        

        농담 아닌 농담처럼 이어지는 말.

        

        

        

       “미군에 재편입된 후, 공정한 방법을 통해 정식으로 받아볼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친 놈이 되겠군. 그렇지 않나?”

        

       “우리 막내더러 파키스탄 같은 곳에 가라는 말씀이시군요. 이 자리에서 응징 한 번 당해보시겠습니까?”

        

       “하하, 무섭구만. 농일세, 농이야. 그 정도로 안타깝단 말이지. 기왕이면 만천하에 공표하고 싶었으니.”

        

        

        

        물론,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

        

        맹하게 고기를 씹고 있던 유진이 슬그머니 덧붙였다.

        

        

        

       “…일이 대충 마무리되고 나면, 별 일이 없을 시에는 본업으로 복귀할 수도 있겠죠.”

        

       “하하, 농담도.”

        

        

        

        나름 생각해서 했던 말이 로렌티나에 의해 즉각적으로 빠꾸당했지만 어쩔 수 있나. 물론 당사자인 유진 역시도 크게 반발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들은 그녀 자신이 앞으로는 누구보다도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워싱턴 D.C에 가면 자넷이 기다리고 있겠지. 간만에 인사 잘 나누고 오면 되겠어. DARPA에 양말이 터져나갈 정도의 거대한 선물을 던져버렸으니 호텔도 아닌데 VVIP로 모시겠군.”

        

       “이카루스 기어에 있던 그것 말입니까?”

        

       “그게 아니면 뭐겠나? 장관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아마 마무리지을 건 마무리짓고, 다음 장관이 기억자가 아니라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전히 숨겨버린 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준비를 하게 될 테니.”

        

        

        

        메인 디쉬가 끝나고, 하나둘씩 나오는 디저트들을 뒤로 한 채, 그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이번에 뉴욕까지 온 건 그 다크 존이라는 게임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파이널 챔피언십 참가지만, 다크 존이라는 게임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소식이나 한 번 듣지. 개인 연락처를 남겨놓을 테니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하고. 1년 2개월만 묵혀두면 미국의 대통령과 직통 라인이 생기는 거니 꽤나 묵혀볼만한 종이쪼가리 아니겠나?”

        

       “이베이에 올리면 되겠네요.”

        

       “하하! 이거야 원, 무섭구만.”

        

        

        

        어느덧 서로 농담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모습이 돌아온 것을 보며, 그가 크림이 잔뜩 떠있는 달달한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짤막한 정적 이후 입이 열린다.

        

        

        

       “딱히 더 할 말은 없을 듯하니 이만 말을 좀 줄이지. 다들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나. 앞으로도 좋은 일로만 볼 수 있으면 좋겠군.”

        

       “물론입니다, 원내대표님.”

        

       “편히 쉬다들 가게. 늙어서 그런지 먼저 일어나야겠어. 미리 서버에게 말은 해놨으니 나갈 때는 편히 나가면 될 게야.”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힌다.

        

        유진은 목에 걸린 명예 훈장을 한 번 만지작거리더니, 살그머니 웃으며 그 자리에서 일어선 후 – 훈장을 벗고, 모두의 목에 한 번씩 둘러주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명예 훈장을 담은 고풍스러운 목함이 부드럽게 닫히고, 유진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덧붙였다.

        

        

        

       “…잊지 못할 밤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역시도.”

        

       “자넷 국방장관한테 안부 남기고 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목함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은 채, 텅 빈 접시와 컵을 뒤로 하고, 네 명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눈발은 그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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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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