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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잠깐의 소요가 있었으나, 재판은 속행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속행될 수밖에 없었다.

       

        = 저 괴물이에요! 저 괴물이 절……!!

       

        “…….”

       

        = …….

       

        = …….

       

        = ……후우~!

       

        엔델로라는 이름을 가진 하급신이 재판의 속행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를 제외한 다른 신들이 그를 말리긴 했다.

        일단 그의 어머니인 여신 네페테르.

       

        = 엔델로! 그만하거라!

       

        = 어머니! 어머니가 어찌 저에게 그러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벤마.

       

        = 네페테르의 아이이자, 행운과 불행을 가져오는 악동 엔델로여. 신중하게 결정하거라.

       

        = 신중하게 결정한 것입니다! 전 지극히 냉정하다고요!

       

        마지막으로는 페르제스.

       

        = 엔델로. 그게 무슨 추태냐? 진정하거라!

       

        = 하늘의 주신이자, 모든 이들의 어버이신 분이시여! 전 저 괴물의 진정한 목적을 알고 있습니다!

       

        = ???

       

        “???”

       

        진정한 목적? 그건 나도 궁금한데?

       

        어쨌든 이렇게 소란이 벌어진 결과, 재판이 속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짙은 한숨과 함께 다시금 자리에 선 벤마가 재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휴우~ 재판을 속행하겠습니다.

       

        어딘가 의욕이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 된 벤마가 재판의 속행을 선언했다.

        그 후 엔델로를 향해 물었다.

       

        = 엔델로는 발언하도록 하시오.

       

        = 네!

       

        그렇게 앞으로 나온 엔델로가 말했다.

       

        = 저 괴물은 저희 신들을 잡아먹을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

       

        = ???

       

        = ??

       

        = ????

       

        나와 신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            *            *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

        – 저게 뭐얔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순식간에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시청자들이 조금 진정한 후.

        나는 잠시 고민하던 것을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 엔델로라는 하급신의 발언 말이다. 전부 듣고 싶으냐?”

       

        – ㅇㅇㅇㅇㅇ

        – 넹

        – 안 들어도 될 것 같은데.

        – 글쎄요?

        – ㅇㅇ

        – 시간도 없는데 빨리 넘기죠?

        – 어차피 그게 그거일 것 같기도하고.

        – 라나님 이야기에서 하나라도 놓치기 싫음.

       

        시청자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듣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다는 이들과, 혹시 모르니 전부 듣고 싶다는 이들.

       

        “음. 난감하구나.”

       

        – ?

        – 왜요?

        – 뭔가 문제 있나요?

        – ??

        – 왜 그러심?

        – 진짜 뭐 있는 거 아닌가?

       

        “이번에는 정말로 별일 없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엔델로의 이야기는 거의 그의 망상밖에 없었다.

        뭐랬더라…….

       

        “내가 신들을 잡아먹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 이유가 여신 네페테르의 미모를 질투했기 때문이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더 이상 떠올리기를 포기했다.

        왜냐하면 그 이상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워낙 허황된 망상을 떠들어 대서, 따로 기억하지 않았단다.”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기억에서 지우셨엌ㅋㅋㅋ

        – 나라도 그랬을 것 같긴 함ㅋㅋㅋ

        – ㅋㅋㅋㅋㅋ

       

        “사실…… 자세히 이야기 해주고 싶어도 기억이 안 난단다.”

       

        나는 슬그머니 진실을 밝혔다.

       

        그렇다.

        내가 그때의 이야기를 하기 꺼려 했던 것은, 사실 그때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워낙 허황된 이야기라서, 그때 일이 끝난 이후에 빠르게 잊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 ㅋㅋㅋㅋㅋ

        – ㅇㅋㄷㅋ

        – 그럼 인정이죸ㅋㅋㅋ

        – ㅋㅋㅋ

        – 아! 오케이! 패스! 인정!

        – ㅇㅈ

        – 이건 인정 줘야 한닼ㅋㅋㅋㅋ

        – ㅋㅋ

        – 헛소리는 쩔 수 없음ㅋㅋㅋㅋ

       

        “큼큼! 고맙구나.”

       

        헛기침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튼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무리 그때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내용까지 기억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엔델로라는 하급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벤마와 페르제스의 추궁이 이어졌단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논리로 팬다’라고 하던가?

        엔델로라는 하급신이 한 말들을 하나하나 나열한 후, 그 내용들을 조목조목 따지며 진실로 반박하는 벤마의 모습은, 그가 왜 법과 재판의 신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엔델로라는 하급신도 나름 반박은 했지만, 그에겐 근거와 논리가 부족했지.”

       

        그렇기에 엔델로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무논리’였다.

       

        “그냥 떼를 쓰기 시작했지.”

       

        – 엌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            *

       

       

        = 진짜라고요! 저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괴물이란 말이에요!!

       

        엔델로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것들이 논리와 근거로 반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기 말이 맞다는 듯 비논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엔델로! 그만하거라! 이게 무슨 추태냐!

       

        = 어머니는 아무것도 몰라! 전 안단 말이에요!!

       

        “…….”

       

        자기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하는 엔델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 벤마와…….

       

        부들부들…….

       

        = …….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몸을 부들부들 떠는 페르제스의 모습이 보였다.

        저 반응으로 보아서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우두머리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을 텐데…….’

       

        기본적으로 ‘우두머리’는 무리의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다.

        무리의 생존을 위해서 먹잇감이 많은 환경을 찾아 무리를 이끌어야 하고, 강대한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는 앞장서서 포식자를 격퇴하거나 무리를 피신시켜야 한다.

        게다가 무리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났을 때는 그것을 중재하고, 따돌림당하는 구성원을 보살피기까지 해야 한다.

        말하자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야 하는 위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무리를 만들지 않지.’

       

        군체의 경우에는 정반대가 되지만, 어쨌든 무리의 우두머리는 힘든 자리다.

        그렇기에 우두머리에겐 강력한 권한이 주어진다.

       

        그리고 우두머리의 강력한 권한 중에서는, 무리의 생존을 위해 문제가 되는 구성원을 쫓아내는 것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기형아로 태어난 새끼들을 버린다든가,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을 쫓아낸다든가 같은.

       

        = 그만!!

       

        콰르르르릉!!

       

        결국 참다못한 페르제스의 호통이 천둥번개가 되어 연회장의 주변을 내리쳤다.

        비유가 아닌, 그의 호통 소리 자체가 번개로 변환되어 주위에 내려친 것이었다.

        아마도 그의 신격과 신앙에 의한 현상이겠지.

       

        그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이.

        페르제스는 앉아 있던 신좌에서 일어나 엔델로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 엔델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아느냐?!

       

        = 주신 페르제스시여!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지금 모두가 저 교활한 괴물에게 속고 있습니다!

       

        “저런…….”

       

        빠드득!

       

        엔델로의 말에 페르제스는 이를 갈았고, 나는 한탄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방금 엔델로가 한 말의 의미를 분석해 보자면, ‘하늘의 주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을 나는 알고 있다!’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무리 생활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엔델로의 말이 아주 헛소리는 아니다.

        고대신인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모르는 사실을, 하급신인 엔델로가 알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원래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일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단지 그 확률이 너무 낮을 뿐.

       

        만약 엔델로가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한 후 저렇게 말했다면, 그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아무런 논리와 근거 없이, 그냥 ‘내 말이 맞아요!’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의 권위까지 침범한 상황이다.

       

        실제로 여신 네페테르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던 벤마의 얼굴도 새파랬지만, 어머니인 여신 만큼 새파랗지는 않았다.

        

        = 이이…… 멍청한 것!

       

        퍽!

       

        = 억?!

       

        결국 참다못한 여신 네페테르가 자기 아이에게 손찌검했다.

        바닥에 쓰러진 엔델로가 자기 볼을 붙잡은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기 어머니를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신 네페테르는 페르제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 하늘의 주신이시여! 이, 이건 그저… 제 아이가 아직 뭘 모르고 있기에…….

       

        = 뭘 모르다니요! 저도 이제 300살입니다!

       

        “…….”

       

        300살이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순간 그런 말이 튀어나오려 했으나, 나는 분위기를 살피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원래 눈치를 보는 동물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리를 이루는 이들 사이에서 통하는 ‘눈치’라는 것 정도는 조금 배웠다.

        그리고 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여기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내가 존재감을 비춘다면, 반드시 성가신 일이 벌어질 것 같았으니까.

       

        다시금 엔델로를 때려서 조용히 만든 여신 네페테르가 페르제스를 향해 소리쳤다.

       

        = 아이의 죄는 제가 처벌하겠습니다. 대가가 부족하다면, 제가 치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 …….

       

        =…….

       

        “…….”

       

        여신 네페테르가 절절히 소리친다.

        어떻게든 자기 자식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태도다.

       

        ‘신기하군.’

       

        일반적으로 어미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보통은 어느 정도의 선이 존재한다.

        어지간하면 자신과 자식의 목숨을 모두 챙기려 하나,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선 보통 자식을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미가 희생해 자식을 살린다고 하더라도,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의 새끼들이 야생에서 홀로 생존할 확률은 크지 않다.

        즉, 어미의 죽음은 곧 자식의 죽음이라고 봐도 된다는 소리다.

       

        그러나 새끼를 희생시킨다면, 살아남은 어미는 나중에 또다시 새끼를 가질 수 있다.

        종의 보존과 효율성에서 따져 보자면, 새끼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 것이다.

       

        ‘인간들은 아마 이 생각을 매정하다고 말하겠지.’

       

        실제로 전생의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으로서 살아오며, 그런 나의 사고방식은 효율적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생존’을 위해서는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기에 여신이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있는 장면은 나에게 퍽 특이한 광경이었다.

        아무리 ‘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저들도 ‘인간’과는 다른 종족에 불과할 텐데…….

       

        ‘하는 짓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는군.’

       

        그렇기에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을 ‘인격신’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에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신 네페테르의 호소에도 분노를 거두지 않은 페르제스가 신격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 네페테르는 물러서라!

       

        = 주신님! 제발……!!

       

        = 시끄럽다! 자식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년이, 무슨 얼굴로 내 앞에 선단 말이냐!

       

        콰르르르르릉!!

       

        = 꺄악!

       

        페르제스가 내뱉는 목소리가 그대로 천둥번개가 되어 네페테르를 후려쳤다.

        일반적인 번개가 아닌, 초월이 실린 번개는 여신의 몸을 순식간에 저 멀리 날려 버렸다.

       

        = 어머니!

       

        = 죄인 엔델로는 들어라!

       

        콰르르릉!!

       

        페르제스의 목소리가 그대로 번개로 변해, 엔델로의 주위를 감옥처럼 옥죄기 시작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린 엔델로를 향해, 페르제스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텅 비어 있던 그의 손에, 어느새 인간들이 ‘검’이라고 부르는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신앙과 신비, 그리고 신이 가진 자기 초월을 깃들어 만들어낸 도구.

        신을 섬기는 지성체들이 ‘신기(神器)’라 부르는 물건.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의 무기이자, 그의 일부.

       

        = 페르제스시여! ‘단죄’는…….

       

        = 엔델로! 네놈의 죄를 내가 직접 처벌하겠다!!

       

        그와 동시에 페르제스의 검, ‘단죄’가 엔델로를 향해 휘둘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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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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