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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화살이 쫓아온다.

       

       활시위를 떠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뜻만을 따라야 할 화살이 자신의 뜻을 가진 것처럼 나를 쫓는다.

       

       이건 도대체 무슨 종류의 악몽이지?

       

       왜 저 화살은 나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등 뒤에 실이라도 달려있던 것일까?

       

       그래서 저 화살은 실의 끝에 있는 나를 쫓아오는 거고?

       

       “크읍!”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던 나의 어깨에 화살이 박히며 눈앞의 풍경이 붉게 물든다.

       

       쉴드가 모두 다 깨졌다.

       

       이제 화살 두 발.

       

       운이 나쁘면 한 발에도 죽을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건물 안에 들어왔으니까.

       

       아무리 화령이 쏘아내는 화살이라 할지라도 건물의 벽을 관통하지는 못하리라.

       

       치밀어오르는 공포에 다급해진 호흡을 다스리며 쉴드를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령을 저격한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저 괴물 같은 인간이 쓰러트리고 싶었을 뿐.

       

       지금 방송을 보고 있을 많은 시청자들의 앞에 나를 증명하고 화젯거리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저격러들과 함께 화령의 큐에 매칭 되었을 때 환호했다.

       

       아무리 화령이라도 에픽 레전드 속에서는 다른 유저들과 똑같은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FPS 배틀로얄에서 수적인 우위는 압도적인 유리이니.

       

       자신들이 뭉치면 아무리 화령이라 해도 버틸 재간이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이용해 현프로를 사냥해 본 적도 있었기에 화령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허나 그건 너무나도 커다란 착각이었다.

       

       상식 바깥에 존재하는 괴물을 사람의 상식으로 재단하려하니 그 틀이 들어맞을 리가 있나.

       

       토끼를 사냥할 때와 사자를 사냥할 때에 필요한 무기가 다른 것처럼.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무기가 필요했다.

       

       그렇지 못하면 사냥꾼에게 남은 것은 사냥감이 되는 결말뿐일지어니.

       

       나는 지금 상대를 과소평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었다.

       

       시작을 할 때 여섯이었던 사냥꾼의 숫자는 벌써 나를 포함해 셋으로 줄어들었다.

       

       어느 하나 의미 있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는 화령이 연달아 쏜 세 발의 화살에 춤을 추다 화령의 위험을 알려준 채로 사망했다.

       

       다른 하나는 화령을 향해 총알을 쏘아내다 한 발도 맞추지 못한 채 머리를 꿰뚫리고 죽었다.

       

       마지막 하나는 방금 전 화살에 공격당하며 살려달라 소리치다 목소리를 잃었다.

       

       모두가 개죽음이었다.

       

       세 명이 희생당하는 동안 우린 화령에게 상처다운 상처 하나 선사하지 못했고,

       

       그녀나 그녀의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은 무언가를 남겨주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유의미한 정보를 득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 죽음의 어디에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남은 저격러 셋은 이미 서로 대화도 나누고 있지 않다.

       

       셋이 뭉쳐도 모자랄 마당에 각자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으니 화령이라는 사냥꾼의 안전은 더욱 공고해진 상태.

       

       이대로 가면 버티다가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반격하자.

       

       죽을 때 죽더라도 총알 한 번은 꽂고 나서 가자.

       

       아무리 피지컬이 뛰어나더라도 사용하는 캐릭터는 똑같잖아.

       

       눈 먼 총알에 맞으면 골로 가는 건 똑같은 거야.

       

       자신이 가장 애용하는 총기를 손에 쥔 채 결심을 다지던 순간 저 멀리서 활시위가 튕기는 소리가 났다.

       

       나는 맞출 수 없는 상태니까 다른 사람을 노리는 거겠지.

       

       좋아. 화령의 시선이 돌아간 지금이 기회다.

       

       다른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를 노려서…

       

       어?

       

       화면이 붉게 물들었다.

       

       뭐지?

       

       어디서 화살이 날아온 거야?

       

       진짜 벽을 관통하기라도 한 거야?

       

       도대체 어떻게.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화면을 보던 내게 허락된 것은 그저 의문을 품는 것뿐이었다.

       

       *

       

       “본인을 사냥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이라 실력에 자신이 있는 줄 알았거늘 어느 하나 괜찮은 녀석이 없구나.”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주제를 알지 못한 양들이 사냥꾼이 되겠다 나섰으니 웃기기보다도 불쌍하지 않은가.

       

       그나마 필사적으로 도망을 칠 줄은 알았기에 나름 사냥을 하는 맛은 있었지만 그렇다 하야 본인에게 위협을 준 이는 없었다.

       

       숫적인 우위를 저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다니.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격러가 불쌍한 건 처음이야.]

       

       – 참교육 오졌다.

       – 화령 시점에서도 존나 무서운데 상대 시점에선 어떤 느낌일까.

       – 공포영화 한 편 찍었을 듯.

       – 결국 40킬 넘겼네 ㅁㅊ

       – 이번에 천 점 넘게 먹는 거 아님?

       

       “자아 그럼 숨어있는 자를 마주하러 가볼까.”

       

       본인 이외에 남은 생존자는 둘.

       

       어느 쪽이던 간에 본인이 남들을 죽여주기를 기다리는 듯 건물 안에 숨어 시간을 버티고 있구나.

       

       아직까지 채팅창에서 엔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떠드는 이는 없으니 두 생존자 중 하나는 엔리겠지.

       

       살아있는 둘 중 누가 엔리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생존자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보면 구분할 수 있으니까.

       

       엔리의 주변에 흐르는 것은 매일 같이 마주하고 있으니 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까.

       

       허나 이번에는 그런 수작은 부리지 않고 순전히 우연에 맡겨보도록 하자꾸나.

       

       앞으로 마주하는 게 엔리건 엔리가 아니건 간에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으냐.

       

       마침 둘 다 같은 건물에 있는 듯 하니 먼저 만나는 쪽이 누구일지 내기나 걸어보자.

       

       *

       

       창밖으로 슬며시 아라와 다른 사람들의 전투를 구경하던 엔리는 이게 자신이 하던 에픽 레전드라는 게임이 맞는 지에 대한 의심이 차올랐다.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화살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 활을 다루면 저렇게 화살이 날아갈 수 있는 걸까.

       

       아피스에서 신궁이나 정령궁수를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활을 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FPS게임인 여기에서 저런 기행이 펼쳐지고 있는 거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화령 핵 쓰는 거 아님?]

       

       “미안한데요. 화령 씨에게는 그럴 수 있는 지능이 없어요! 얼마 전까지 셀카 찍는 법을 몰라서 헤매던 사람이 핵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 ㄹㅇ?

       – 와 ㅋㅋㅋ ㅁㅊ.

       – 좀 심하네.

       – 현실의 화령은 할머니인 거야?

       

       “나이만 따지면 저보다 어린데 묘하게 어르신 같은 부분이 있긴 하죠.”

       

       꼭 평생 전자기기를 손에 쥐어본 적이 없는 사람 같다고나 해야 할까.

       

       이외에도 여러 특이한 부분이 있긴 하다. 글씨를 쓰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고풍스럽다거나.

       

       식사를 할 때 마구잡이로 먹는 것 같은데 묘하게 기품이 있다거나.

       

       옷을 입는 건 엄청나게 촌스러운데 또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다거나.

       

       할머니라고 불러도 이상하진 않긴 해.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저거 화살 쏘는 거 다 화령 능력인 거임?]

       

       “그렇겠죠?”

       

       – 그게 더 신기하네.

       – 양궁 국대라도 됨?

       – 양궁 국대도 물리법칙을 무시하진 못 해요.

       – 대체 화령은 뭐 하는 사람인거야.

       – 화령이잖아. 이해해.

       

       “그래요. 화령 씨잖아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저희만 피곤하다구요.”

       

       – ㅋㅋㅋㅋ

       – 당신이 할 말이야?

       – 현실 친구가 그런 말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런데 좀 궁금하긴 하네.

       

       아라 씨는 현실에서도 저런 식으로 화살을 쏠 수 있는 걸까?

       

       나중에 기회 될 때 양궁 카페에 한 번 데리고 가볼까.

       

       만약 아라 씨가 허락하신다면 현실 브이로그 같은 것도 찍으면 재밌을 것 같긴 하네.

       

       엔리가 시청자와 잡담을 나누고 있던 때에도 화살은 쉼 없이 계속해서 날아갔고 생존자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아라가 활시위를 당기길 멈추었을 때 남은 생존자의 수는 셋.

       

       아라가 엔리를 먼저 찾아오느냐.

       

       아님 다른 유저를 먼저 찾아오느냐에 따라 엔리의 순위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이는 지금 엔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엔리에게 필요한 점수는 80점.

       

       그녀는 이번 게임에서 아무도 죽이지 못했으니 처치점수 없이 순위 기본 점수만을 받게 된다.

       

       에픽 레전드에서 2등을 하게 되면 기본 점수로 95점을 지급하고 3등을 하게 되면 70점을 지급하니.

       

       아라가 먼저 그녀를 찾아오면 그녀는 한 번 더 게임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찾으면 골드에 승급하게 된다.

       

       지금 엔리의 운명과 성패가 아라에게 달린 것이다.

       

       제발 아라 씨. 다른 사람 먼저 찾아가 주세요.

       

       저 또 골드를 목전에 두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아라 씨에게 패배해서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기고 싶지 않다구요!

       

       그러니까 그냥 절 골드에 보내주세요!

       

       그럼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다 잊어드릴 테니까!

       

       엔리가 그런 소원을 빌거나 말거나 건물 안을 울리는 발소리는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라 씨인가?

       

       으으. 이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안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엔리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총기를 치켜 들었다.

       

       아라 씨가 극복할 수 없는 악몽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게임 캐릭터잖아.

       

       운이 좋으면 쓰러트릴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래! 나의 운명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는 거야!

       

       내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고 말겠다!

       

       내 골드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올라가겠다 이 말이야!

       

       그리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자니 흥이 오른 엔리는 이내 몸을 일으켜서 싸울 준비를 했다.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오른 쪽 길목으로 오고 있어.

       

       아무 의심 없이 온다면 선공권을 붙잡을 수 있겠지.

       

       헤드라인을 잡고서 얼굴이 보이자마자 머리에 갈겨버리자.

       

       공격이 실패하면 뒤 쪽으로 물러나서 수류탄이건 연막탄이건 마구잡이로 던져서 시간을 끈 다음 도망치는 거야.

       

       터벅.

       

       발소리.

       

       터벅. 터벅.

       

       점차 다가오는 발소리.

       

       터벅. 터벅. 터벅.

       

       바로 옆에.

       

       온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걸 모르는 건가?

       

       아냐. 아라 씨라면 알고도 아무 위협이 안 된다 생각하고 오는 거겠지.

       

       절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닌가요!

       

       저는 무능하지만 제 손에 들린 돌격 소총은 결코 무능하지 않다고요!

       

       심호흡을 하고 숨을 멈추고 헤드라인을 붙잡고 있던 엔리는 갑작스레 등장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순간 당황했다.

       

       그건 아라가 아니었다.

       

       엔리와 마찬가지로 아라를 피해 움직이고 있던 다른 생존자였다.

       

       “엑.”

       

       서로가 서로를 보고서 패닉에 질린 순간 먼저 당혹 속에서 빠져나온 건 엔리였다.

       

       어느 누가 오더라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그녀는 무작정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런 FPS게임에서 유리한 쪽은 선공권을 붙잡은 쪽.

       

       엔리가 발사한 총알에 피해를 입은 상대는 다급히 다른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뭐해!

       – 쫓아가!

       – 저거 죽여!

       – 골드가 코 앞이다!

       

       그랬다. 지금 아라와 관계되지 않고도 골드를 찍을 방법이 존재했다.

       

       아라 이외의 남은 생존자 하나를 이 손으로 죽여버리면 엔리는 자연스레 골드가 되는 것이다.

       

       “거기서라! 얌전히 내 골드의 제물이 되라!”

       

       그 사실을 깨달은 엔리는 이를 꽉 깨물고서 도망치는 이의 뒤를 쫓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리는 자기 힘으로 골드에 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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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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