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4

   황제 시리우스의 병을 치료한 뒤.

   크라슈는 황궁에 배정 받은 방에 쉬게 되었다.

     

   중간에 텔레포트 시설을 이용했다고는 해도 마차로 꽤나 이동했다.

   그러니 크라슈 또한 하루 정도는 쉬고 갈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크라슈는 자기 몸에 자리 잡은 백룡왕의 알로 시도해볼 것이 있었다.

     

   만약 이걸 성공하는 순간.

   크라슈는 전에 없던 힘을 얻게 될 터였다.

     

   마침, 시간이 필요했는데 잘된 이야기였다.

     

   똑똑-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열린 문 앞에 노크한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가 서 있었다.

     

   “방은 괜찮느냐?”

   “여기가 안 괜찮으면 세상에 괜찮은 곳은 없다 봐야겠지.”

     

   크라슈의 말대로 방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황궁에서 극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방인 만큼.

   당연히 가장 고급진 가구들과 방 구성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즐리도 부정은 안 한다는 듯 잠시 키득거렸다.

     

   “그래서 방을 찾아온 이유는?”

     

   본래라면 자기 방으로 쉬러 갔어야 할 시즐리가 온 이유를 묻자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오는 길이 급하여 그다지 많은 대화도 못 나눠보지 않았느냐. 대화나 좀 해볼까 해서지.”

   “내가 보기에는 이미 충분히 대화한 것 같은데.”

   “과정을 논하던 대화와 과정이 끝난 후 결과를 놓고 하는 대화는 다르지 않으냐.”

     

   시즐리는 아무렇지 않게 방문을 닫아 버리곤 방 안 내부에 쇼파에 엉덩이를 깔고, 털썩 앉았다.

   철면피도 저런 철면피가 없었다.

     

   하지만 크라슈도 이야기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었던 만큼 그녀를 따라 쇼파 앞에 앉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 게냐.”

   “어쩌다니?”

   “백석증을 훔쳐 간 건 다 뜻이 있어서지 않으냐.”

     

   눈치챘나.

     

   “나원, 황가에 내려오는 병을 이용하려는 이는 너밖에 없을 게다.”

     

   시즐리는 어지간하다는 듯 크라슈를 보았다.

   물론 좋은 게 좋은 거니 그리 타박하지는 않았다.

     

   “폐하를 구해줘서 고맙다.”

     

   그녀가 이곳에 온 주된 이유는 다름 아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아버지와의 정을 그렇게 깊이 나눈 것은 아니나.

   시즐리에게 있어 시리우스는 부모였다.

     

   자식 된 도리로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라슈가 짧게 미소를 지었다.

     

   “시즐리, 너가 아니었다면 못 들을 감사 인사였겠네.”

     

   황위를 원하는 황족들은 모두가 하루빨리 시리우스가 명을 다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자리가 비어야 황제의 자리도 오를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크라슈가 살려 버린 만큼 그들이 황제에 오를 가능성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니 그들은 크라슈에게 진실한 감사를 전할 리 없었다.

   오직 황제위와 거리가 먼 시즐리만이 할 수 있는 감사 인사였다.

     

   “우리 형제들을 뭐로 보느냐.”

     

   시즐리는 옅게 웃으며 타박하면서도 크라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황족은 이미 너무 오래전부터 내부적으로 썩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부끄럽구나. 다들 어린 시절부터 황제라는 자리만이 전부라 주입 받으니. 거기에 묶여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어.”

     

   다른 형제들과 같이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황족의 같은 핏줄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런 면에서 네가 부럽더구나. 크라슈, 넌 네 누이와 친하지 않으냐.”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는 잠시 뒷목을 매만졌다.

     

   “나도 얼마 전에야 깨달았을 뿐이야.”

     

   자신을 아끼는 샬롯의 마음은 조금도 알아주지 못한 채.

   그저, 그녀라는 존재를 원망하고 시기하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늦든 이르든 깨달았다는 건 중요한 게다.”

     

   시즐리가 평소와는 다른 살짝 힘 빠진 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은 머리 탓에 이른 아침에 누구보다 어른이 되어 버린 그녀이니.

   황가의 사실들이 애석한 한편 이해하고 말았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는 말하였다.

     

   “차라리 황제가 되어 버리지, 그러냐.”

   “……내가?”

   “그래, 황제가 되어버린 다음에 앞으로 황족끼리는 다투지 않게 만들면 되지. 너라면 할 수 있지 않냐. 그거라면 나도 도울 수 있다.”

     

   어차피 시그린은 어떻게든 추락시킬 생각이고.

   크라슈는 1황자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시즐리가 황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폐하의 병은 치료했다지만 나머지들은 여전히 병을 지니고 있어. 그걸로 협박 좀 해서 물러나게 해줄 수 있지 않겠냐.”

     

   시즐리가 풋하니 웃었다.

   분위기를 환기해 주기 위해 한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크라슈를 빤히 바라보던 시즐리는 이내 평소와 같이 잔망스러운 웃음을 거닐었다.

     

   “그렇다면 아까 폐하께서도 말하지 않았느냐. 너와 내 아이를 황제로 만드는 것 말이다.”

   “너까지 그 소리냐. 다시 말하지만 난 약혼자가 있어.”

   “능력 있는 자가 여자 여럿 둔다고 해서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있더냐? 오히려 선망의 눈빛을 보냈으면 보냈지.”

     

   시즐리는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며 자신의 양손에 턱을 괴었다.

     

   “지금 마침 방에는 둘뿐이구나.”

     

   시즐리는 크라슈를 직시했다.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을 한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 보장할 수 있다마는?”

     

   잠시동안 시즐리를 바라보던 크라슈는 이내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볼에 천천히 손을 가져 대더니.

     

   “꺙!”

   

   

     

   이내 그녀의 볼을 손으로 콱하니 꼬집었다.

     

   “그만 해라.”

   “화녀의 보를 자바 다기다니이 무어하다.”

   “그래, 황녀나 된 녀석이 그런 말이나 하는 것도 문제다.”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시즐리를 잡아당겼던 볼에서 손을 떼었다.

   시즐리가 꼬집힌 볼을 열심히 쓰다듬으며 불만스러운 눈을 했다.

     

   “성욕이 없는 게냐?”

   “누구나 가진 정도는 가지고 있다.”

   “가졌으면 써먹어야지. 가진 것도 못 써서 어떻게 하느냐.”

     

   왜 혼나고 있는 걸까.

   시즐리는 한숨을 푹푹 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약혼자라는 애나 보고 싶구나. 어쩜 그리 예뻐하는지. 얼굴이라도 봐야 성이 풀리겠어.”

   “내년에 입학할 거다.”

     

   내년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크라슈는 곧 비앙카와 다시금 보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런 크라슈를 힐끗 보던 시즐리는 몸을 돌렸다.

     

   “그 애도 운 한번 좋구나. 미리 선점해 두다니. 다른 아이들도 어지간히 부러워하겠어.

   나중에 귀띔해주거라. 주위에서 시기와 질투를 잔뜩 받을 테니까.”

     

   크라슈는 비앙카가 시기와 질투를 받는 모습을 떠올렸다.

     

   비앙카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조금도 타격 입지 않을 것 같았지만.

   크라슈로서도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참고해둘게.”

     

   시즐리는 여러모로 못마땅히 크라슈를 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가버렸다.

     

   파락-

     

   그때 마침 창문 밖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거기에 시선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까마귀 하나가 있었다.

     

   황궁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세계 침식자의 종이라니.

   어떨까 싶지만, 황족조차 원래 세계 침식자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싶었다.

     

   크라슈가 창문을 열어주자 까마귀는 터벅터벅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침대 위에 쫑하고 올라오더니 그대로 앉았다.

     

   “왜 너도 한 소리 하려고 왔냐?”

     

   크라슈가 창문을 닫아주며 묻자 까마귀는 가만히 크라슈를 응시했다.

     

   평소와 다르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어색했다.

     

   “걱정하지 마. 백색증은 나한테 진짜 아무런 문제도 못 되니까. 도움 되면 도움 됐지.”

     

   그러니 크라슈가 대충 몇 마디 건네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까마귀는 가만히 크라슈를 볼 뿐이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크라슈가 다시금 까마귀를 보았다.

   그리고 곧 크라슈는 녀석이 평소 보던 까마귀가 아님을 눈치챘다.

     

   크라슈의 눈빛이 미묘해지던 순간.

   곧 그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너 누구냐.”

     

   크라슈가 까마귀를 향해 물었다.

     

   까마귀는 분명 세계 침식의 힘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분명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아니었다.

     

   크라슈의 질문을 들은 까마귀는 잠시동안 날개를 고르더니 이내 부리를 열었다.

     

   “네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인물.”

     

   앳되고 어린 여성의 목소리.

   다음 목소리를 들은 순간 크라슈는 표정을 겨우 유지했다.

     

   목소리의 정체.

   그건 다름 아니라.

     

   ‘아벨라.’

     

   아서의 여자 중 한 명.

   붉은 마녀 아벨라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경계하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지.”

     

   크라슈는 애써 표정을 유지했다.

   왜냐하면 어떤 식이든 아벨라가 접근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귀하고 난 이후 아벨라는 늘 변수 덩어리였다.

     

   스스로 모습을 감춰 버린 거부터 시작해.

   3인 중 아서를 향한 집착이 가장 강하며 더불어 가장 빨리 강해질 수 있는 이.

     

   그리고 익시온과 가짜 아서에게도 손을 댄 여자.

     

   그런 지금.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가 드디어 나타났다.

     

   이쪽의 정보는 주지 않으며.

   저쪽의 정보는 얻어야 한다.

     

   “넌 누구냐.”

     

   그러니 크라슈는 그녀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녀는 분명 이쪽을 의심하고 있다.

   의심은 확신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떠보기에서 얻을만한 게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아벨라, 이 시대의 너와는 만난 적 없는 사람이야.”

   “아벨라?”

     

   다음 말을 들은 순간 크라슈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이그리트 가문에서 찾고 있던 녀석이지 않냐?”

     

   크라슈는 천연덕스럽게 그녀를 처음 본 연기를 했다.

     

   “그런 녀석이 왜 세계 침식의 힘을 쓰고 있지?”

     

   더불어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도 함께 던졌다.

     

   “오늘 내가 여기 온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그녀는 크라슈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크라슈는 혀를 찼다.

   이래서 아벨라와는 대화하는 것부터가 짜증 난다.

     

   그녀는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하니까.

     

   “경고라면.”

   “네 섣부른 행동들이 불러올 일들의 결과.”

     

   크라슈의 눈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뭘 안다고 멋대로 지껄이는 거냐?”

     

   이건 진심이었다.

   아벨라는 멸망하는 세상의 앞을 두고, 엉엉 울며 아서의 곁에 붙어 있는 것밖에 못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할 소리냐고.

   크라슈는 진심을 담아 아벨라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벨라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너에게 무슨 비밀이 있든. 상관없어. 그렇지만 네 행동은 나를 방해하고 있어.”

     

   까마귀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라슈를 올려 보았다.

   그 말대로 그녀는 경고하러 왔다.

     

   “앞으로도 내 방해를 하겠다면 죽일 거야.”

     

   그건 진심이었다.

     

   이래서 크라슈는 아벨라를 변수 취급한 것이다.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는 다른 두 명과 달리.

   이 여자는 순수하게 오직 본인을 위해 살아가며 행동에 손속이 없다.

     

   죽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진짜 그 말 그대로 행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경고.”

     

   그 순간 아벨라가 보낸 까마귀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썅!”

     

   그것을 본 크라슈가 욕설을 내뱉은 순간.

   까마귀는 어느새 달아올라 새하얗게 빛났다.

     

   “죽기 싫으면 방해 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한 까마귀와 함께 방이 통째로 날아갔다.

   무려 황궁에서 일어난 폭발에 주위가 난리가 났다.

     

   그러한 소란 속.

   타들어 가는 방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휘익!

     

   그리고 연기 안에서 뻗어 나온 손이 검은 연기를 날려버렸다.

     

   거기에는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변한 크라슈가 서 있었다.

   폭발하는 순간에 맞춰 멸화침식을 강제로 끌어 올려 폭발을 막은 것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폭발로 부서져 버린 벽 쪽에 바깥이 비추었다.

   그 밖을 크라슈는 스산한 눈빛으로 보였다.

     

   “네가 죽는지 내가 죽는지. 어디 보자고.”

     

   저쪽이 선전포고를 때려왔다.

     

   그렇다면 응해주는 게 인지상정.

     

   오늘 죽이지 않은 걸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