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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일이었다.

        

       우선, 지하에서 사용한 만큼의 탄약을 보충해야 했다. 나, 그리고 레나가 쓴 총알 중 대부분은 일반적인 납탄이긴 했지만, 미리 준비해간 마르마로스탄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가공 자체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하에는 짐승 시체가 널려있었으니까요. 어차피 전부 치워야 할 것이기도 했고요.”

        

       내가 장치를 부수는 순간, 조종당하고 있던 짐승 대부분은 죽은 모양이다. 살아있더라도 멀쩡하게 서서 사람을 공격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병사가 온종일 짐승 시체를 수습했다.

        

       “평소라면 시체에서 마르마로스를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원작에서처럼, 이상하게 변형되어버린 짐승의 시체 안에서는 마르마로스 덩어리가 그대로 나왔으니까.

        

       조금 깎아서 총탄 끝에 박아도 될 만큼.

        

       “정말이지, 방법만 알 수 있다면 저희가 활용해보고 싶은 마법이네요.”

        

       샤를로트는 그 정보를 전하면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 방법을 알아내려고 해도, 대답하는 이들이 무사하지 못할 테니 방법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리고 실비아가 말했던 전문가도 불러왔어요. 그때 입고 있던 장치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내가 입고 있던 강화복은 너덜너덜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뼈대와 구동부는 비교적 멀쩡했지만,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겉 부분이 죄다 비틀리고 구부러졌다. 구동부에서도 끼릭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보면 내부의 기어가 망가진 부분이 있는 모양이고.

        

       애초에 아직은 양산이 불가능할 만큼 복잡한 장치였으니 완벽하게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하나뿐인 장비라고 해도 예비 부품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이 써준 보고서를 읽고는 아주 신이 나서 왔다는 모양이에요.”

        

       “아마 그럴 겁니다.”

        

       현실의 ‘브라우닝’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모른다. 역사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사진도 남아있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니 그 사람 개인에 관한 이야기도 이곳저곳에 아주 퍼져있겠지만, 정작 내가 현실의 브라우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엄청나게 유명한 총기 제작자’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현실의 브라우닝이 어떻든, 내가 알고 있는 이 세계의 ‘제임스 브라우닝’은 확실한 무기광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배경의 세계관에 종종 등장하는 ‘무기 오타쿠’의 스테레오 타입이었다.

        

       평소에는 꽤 점잖고 상식적인 언행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특이한 걸 요구할 때마다 수상한 장치를 수상할 정도로 쉽게 턱턱 내준다는 점에서 그랬다.

        

       “저를 만나는 것보다 장비를 고치는 쪽을 먼저 선택한 것을 보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나는 샤를로트에게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그건 좋아요. 그 장비를 고칠 수만 있다면 전투에서 훨씬 큰 힘이 되겠죠.”

        

       샤를로트는 굳이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따져야 할 일이 한참 많았으니까.

        

       “인원은 이것으로 확정된 거죠?”

        

       “혹시 더 데리고 갈만한 인원이 있다면 추천받겠습니다.”

        

       “……데리고 간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하니까요.”

        

       사실 샤를로트가 추가로 추천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데리고 가는 모든 인원이 다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나도 그렇고.

        

       물론 내가 이쪽으로 오게 된 것에 정황상 여신의 힘이 엮인 것 같으니 내가 들어가지 못하면 여러모로 이상하기는 하겠지만.

        

       “후우.”

        

       샤를로트는 눈을 감고 한숨을 푹 쉬었다.

        

       눈 밑이 조금 거뭇했다. 평소라면 그 다크서클마저 열심히 관리해서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어두었을 텐데, 지난 3일 동안 샤를로트도 엄청나게 바빴으니까.

        

       주로 자기 아버지를 확실하게 설득하는 데 시간을 쏟았던 모양이다.

        

       “돌입하는 것은 내일이니, 조금은 쉬어두시는 쪽이 좋을 듯합니다.”

        

       “……그건 실비아도 마찬가지예요.”

        

       “…….”

        

       내 조언에, 샤를로트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뭐, 좋아요. 지친 상태로 전투에 돌입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니까요. 확인은 전부 끝난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 하죠.”

        

       샤를로트는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양팔을 들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내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다시는 다른 나라에서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어.”

        

       샤를로트와 함께 온갖 확인 사항을 하나하나 다 체크한 앨리스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그 말에는 나도 백 퍼센트 동의했다.

        

       “사실 이런 작업은 황제나 왕이 직접 하는 작업이 아니죠. ‘진짜로 전장에 투입될 병사들’이 할 일이니까. 단지 이번에 전장에 투입될 병사들이 바로 우리일 뿐인 거고요.”

        

       ……으음.

        

       나 때문에 휘말린 사람이 직접 저렇게 말하니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그다음 날의 일이다.

        

       미리 이야기 나누었던 대로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출발해, 심지어 여기까지 오는 기차 안에서도 최대한 긴장을 풀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도착하기 몇십 분 전쯤 깨서는 그대로 쭉 명상에 돌입했다.

        

       덕분에 머리는 맑았다.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후련하기까지 했다.

        

       만약 정말로 스토리가 원작대로만 굴러갔다면, 이번에 일이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소피아도 내년이 되어서야 만났을 것이고, 그때 만났을 소피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소피아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었겠지.

        

       ……고작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빡침을 무사히 넘기고 소피아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 차라리 지금이 낫다.

        

       클레어도 자기 진짜 정체를 알고 있고, 앨리스도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으니까.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을 것 같다는 신호를 본 적도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좋습니다.”

        

       왕도에서 보았을 때는 말 그대로 ‘빛기둥’ 수준이었던 것이, 가까이서 보니 말도 안 되게 넓고 높은 ‘빛의 벽’으로 보였다.

        

       이곳에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병사들도 직접 만나봤고, 불길을 피하려고 철판을 깔거나 방호복을 두껍게 입어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전부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화상을 입었다는 결과도 들었고.

        

       “아무리 마법이라도 너무한 거 아냐?”라고, 에이다 선생은 말했다.

        

       사람을 태우는 불빛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이렇게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기억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아마 LED 랜턴에서 나오는 빛보다도 훨씬 차가운 빛이리라.

        

       “그렇다면, 제가 먼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뒤쪽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표정으로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어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와서 나 대신 들어갈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레오가 뒤에서 꽉 잡고 있었고, 샤를로트는 몹시 신중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면 바로 밖으로 나오도록 해.”

        

       “저도 제 목숨이 귀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흠.”

        

       앨리스의 말에 내가 대답하자, 제니퍼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듯 콧소리를 냈지만 나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 위로 끝없이 올라가는 빛의 벽을 보았다.

        

       그리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가락 끝을 그 안으로 살짝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경이 타버려서, 는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한순간이나마 통증이 느껴졌을 테니까.

        

       나의 몸은 그저 그 빛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빛처럼 내 손에 가로막힌 것도 아니다. 빛은 마치 투명한 빛을 통과하듯, 내 손 위쪽으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여전히 나는 상처를 입지 않았다.

        

       왼팔이 전부 안으로 들어가고, 다리가, 가슴이, 머리가 안으로 다 들어갈 때까지도 나를 저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이 부시지도 않고, 그저 그곳에 자기가 있다는 것만을 알리는 듯한 신비로운 빛.

        

       그 빛무리 안에서 바깥을 돌아보았다.

        

       바짝 긴장한 친구들이 나를 보고 있었고, 그 빛에 들어간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직접 본 병사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두꺼운 빛의 끝을 지나 법국의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축복이라도 내리는 것 같은 화사한 빛의 끝에서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

        

       그저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아니, 평범하다기에는 이질감이 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아무런 생기가 없었으니까.

        

       바깥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보초도 없고, 순찰대도 없다. 명백하게 이상한 상황인데도 밖으로 나와 확인하는 이도 없었다.

        

       마치 저 빛의 벽을 사이에 두고 도시 전체가 기능을 멈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최대한 빠르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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