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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후우…”

         

       오우 씨.

       떨리네, 진짜.

         

       나는 손을 들어 가슴 위로 올렸다.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심호흡하였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서둘러 밑으로 달려 나가 1층에 도착한 지 약 1분째.

         

       발을 동동 굴리며 곧 마주칠 인연에, 쿵쿵! 하고 뛰는 심장을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약간 우습다고도 생각했다.

       아마 다른 이들이 보면 뭘 그리 긴장하냐고 물어보겠지.

         

       ‘누가 보면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줄 알겠어.’

         

       그래도 나는 단언 할 수 있다.

       현실 시간으로는 약 2주.

       그동안 체화했던 시간까지 합치면 약 한 달.

         

       겨우 한 달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1년과도 같았다고.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길지도 몰랐다.

         

       -콩, 콩!

         

       ‘…왔나!’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특유의 앙증맞으면서도 므다므다다! 한 말 그대로 천사 같은 발소리.

         

       나는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

       지켜보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쳤다.

       특유의 노란색 동공이 절로 므아므아한 감정을 일으켜 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내, 내가 입꼬리를 올리는 동시에 털 뭉치가 반응하였다.

         

       “므아아아!!! 세하야!!!!”

       “므냥아아아아아!!!”

         

       우리 므냥이.

       천사 같은 므냥이.

       그녀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양팔을 벌리고 므다, 므다다!

       두 개의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붕붕 회전하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누가 등을 떠민 것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곤 작고 앙증맞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보드라운 체온을 느꼈다.

         

       폭~

         

       “므아아. 세하야!”

       “므냥아!”

         

       나와 므냥이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나는 므냥이의 양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회전하였다.

         

       작고 가벼운 므냥이.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므아므아하게 날아오르며 붕붕 회전하였다.

         

       몸은 빙글빙글.

       엉덩이에 난 2개의 꼬리도 빙글빙글.

       말 그대로 빙글빙글 므아므아한 행복이었다.

         

       잠시 뒤 내려놓자, 므냥이는 정신없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므아, 므아아, 므아아”

       “므냥아.”

       “므아아! 세하야…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므냥이는 울먹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 또한 차오르는 눈물을 겨우 삼키며 그녀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므아~”

       “크흑!”

         

       그래, 이거다.

       이 세상 오로지 므냥이만이 가지고 있는 이 정수리 감각.

         

       나는 겸사겸사 말랑말랑한 볼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므아아~”

       “크흐흑!”

         

       찹쌀떡 그 자체.

       말 그대로 므냥떡!

       여기에 만졌다면 잡아당기는 것은 국룰이다.

         

       쭈우욱-!

         

       “므, 므브브! 므아아! 흐즈므아~”

       “흐흐.”

         

       나는 버둥거리는 므냥이를 보다,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자, 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자.”

       “자, 잠깐만 세하야. 사실 여기 주소 알려줄 때부터 의문이었는데…세하 집은 여기가 아니잖아.”

       “아니야. 여기 맞아.”

       “므아?”

       “여기 오피스텔 통째로 내 것이거든.”

       “…므, 므아아!?”

         

       *

         

       10분 뒤.

       나는 므냥이를 안으로 안내했다.

       휘황찬란한 내부.

       그녀는 고개를 휙휙 거리며 놀라움을 표했다.

         

       “세상에…여기가 전부 세하 집이라니…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음, 이번 토벌 보상으로 받았어.”

       “…토벌?”

         

       므냥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소파 위에 앉히고, 맛난 음료를 그녀의 입에 달아준 다음 설명했다.

         

       S급 괴수 기린.

       그리고 <교단>의 내부 배신자.

       여러 가지 음모가 얽히고 얽히는 사건.

       내가 목숨을 걸고 쓰러트렸다는 사실까지.

         

       나로서는 약간의 자랑도 조금 더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하는 건 부끄럽지만,

       우리 므냥이에게는 멋진 모습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므냥이가 보여준 모습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시무룩해하는 므냥이.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조금 슬퍼하는 것 같기도?

         

       “……”

       “므냥아?”

       “…S급 레이드. 그렇구나. 시내에서 버스 타면서 이야기는 들었어. 나는 산에서 수련만 해서 몰랐거든.”

         

       므냥이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 감도는 것은 틀림없이 걱정.

       그리고 미안함이었다.

         

       “…미안해 세하야.”

       “응?”

       “…아프고 힘들고 괴로웠을 텐데…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나는 세하의 방패인데…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

         

       나는 말없이 냥무륵하는 므냥이를 바라보았다.

       꼬리는 물론이고, 앙증맞은 고양이 귀까지 접힌 게 상당히 낙심한 모양.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는 생각.

       동시에 미안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므냥이는 나를 질타하거나, 나무라지는 않았다.

       왜 위험하게 S급 괴수에게 도전했냐는 말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기린’을 잡을 때 옆에 없었다는 그 사실만을 괴로워할 뿐이다.

       이는 곧 나의 선택을 믿어준다는 소리이며.

       어디를 가도 나와 함께하겠다는 그녀의 결의였다.

         

       “……”

         

       나는 잠시 므냥이를 바라보다 정수리에 손을 올렸다.

       윤기가 흐르는 흑색의 정수리에서 므냥이 특유의 보리싹 내음이 폴폴 풍겼다.

         

       “므아아? 세하야?”

       “……”

       “므, 므응앙…그, 그렇게 만지면 가, 간지러워.”

         

       나는 므냥이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딱히 어디를 향해 말을 건넨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였다.

         

       ‘므냥이를 만나게 해줘서…’

         

       그녀와 깊은 인연을 쌓을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였다.

         

       *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는 므냥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일으켰다.

         

       “뭐,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므냥아. 사실 보여줄 게 있어.”

       “므아? 보여줄 거?”

         

       나는 실실 웃었다.

       그녀를 조심히 옆방으로 안내하였다.

       큼지막한 방.

         

       그 안을 열자 보이는 2개의 구조물.

       그것을 본 므냥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세하야. 이거 설마?”

       “응, 맞아.”

         

       구조물의 정체는 바로 캣타워와 캣휠.

       수옥빈이 특수 제작을 의뢰하여 만들어 준 물건.

         

       정확하게 무슨 소재를 쓴 건지는 모르지만, 저거 2개 무려 등급이 달려있었다.

         

       각각, 레어(Rare)급의 물품.

       시중에 나간다면 억은 족히 호가하겠지.

         

       나는 므냥이의 손을 잡고 먼저 캣타워부터 안내했다.

       크기가 상당한 캣타워.

       당연했다.

       애초에 진짜 고양이가 아닌 묘인족 전용으로 제작된 거니까.

       므냥이가 나를 한번 보고, 캣타워를 한번 보며 므아아한 놀라움을 표했다.

         

       “도, 도대체 이걸 어디서…”

       “아는 지인이 만들어주셨어. 마음에 들어?”

       “물론이야. 세하야!”

         

       해맑게 웃는 므냥이.

       곧 겉옷을 벗고 쭉쭉! 스트레칭 한 다음 므샤샥-! 거리며 종횡무진 캣타워 안을 돌아다녔다.

         

       “므아, 므아아!”

         

       즐거운지 므냥이는 요리조리 안을 돌아다녔다.

       이따금 빼꼼하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정말이지.

         

       ‘천사네 천사.’

         

       나는 코피가 흐를 것 같은 마음을 겨우겨우 숨겼다.

       아, 아 맞다! 사진 촬영!

       혜자 누님에게도 보내드려야 한다. 이건.

         

       그렇게 촬영하는 동안 계속해서 샤샤샥-! 거리며 돌아다니는 므냥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휘릭, 탁-!

         

       곧, 몸을 빙그르르 말며 멋지게 착지하는 므냥이.

       캣타워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쪽 구석을 잡고 몸을 비비적거렸다.

         

       하지만 아직 비장의 무기가 더 남아있었다.

         

       “므냥아. 캣휠 타자 캣휠!”

       “므아~응!”

         

       캣휠은 총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치 러닝머신처럼 마력을 주입하면 무게와 바퀴의 크기.

       달릴 때 느끼는 촉감까지 설정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

         

       나는, 그중 첫 번째 캣휠 안으로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안으로 들어가는 므냥이.

       나와 므냥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아! 므냥아. 달리기 경주해 볼까?”

       “므아, 므아, 므아! 좋아!”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캣휠을 달렸다.

       물론, 내 시선은 오로지 므냥이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작지만, 늘씬한 몸으로 쫙쫙~ 달려 나가는 므냥이.

         

       “므아아~”

         

       행복한지 해맑은 미소와 함께 2개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갔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자가 만든 캣휠’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묘인족’이 사용하면 행복도, 만족도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일부 상승합니다.]

       [마하나의 속도가 1 상승합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옵션.

       놀라지는 않았다.

         

       <검천동부>를 떠나기 전 수옥빈이 모두 설명했던 부분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므아, 므아, 므아아~므냐오오옹!”

         

       우리 므냥이가 구슬땀을 흘리는 지금 이 장면이 중요한거다!

         

       발에 므다다 효과음이라도 달렸는지, 므냥이가 달릴 때마다 앙증맞은 므다다가 들려왔다.

         

       장담하는데, ‘고스라’에서 보여준 므냥이 특수 모션보다 지금, 이 모습이 100만 배는 더 귀여웠다.

         

       ‘크흑. 소원 성취했다.’

         

       이곳에 빙의되고.

       처음으로 므냥이를 만나고.

       그녀가 머무는 집에 가면서 다짐했던 캣타워, 캣휠 소원.

         

       솔직히 이걸 이룰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나는 다시 한번 수옥빈 누님에게 감사를 표했다.

         

       “좋아, 므냥아. 속도 더 올릴게!”

       “므아! 얼마든지 오라고!”

         

       *

         

       몇 시간 뒤.

       광란의 캣휠 레이스를 마치고.

       가볍게 식사하고.

       서로 씻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

       욕실이 5개가 넘으니, 각자 마음에 드는 곳으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당연히 먼저 나온 것은 나였다.

       대충 머리를 말리며, TV 속 여러 뉴스거리를 듣던 찰나.

       특유의 고소한 보리싹 냄새가 나며, 므냥이가 걸어 나왔다.

         

       “므아, 세하야~”

       “어, 나왔…”

         

       나는, 잠시 말을 흘렀다.

       걸어 나온 므냥이를 보며 약간 움찔했다.

         

       다 씻고 나온 므냥이는 얇은 흰색 셔츠에 돌핀 팬츠 차림을 하고 있었다.

       두개의 꼬리 끝에는 앙증맞은 분홍색 리본도 달려있었다.

         

       사실 저 차림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므냥이랑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잘 때 한번 보았으니까.

         

       다만 그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므냥이 성장했구나.’

         

       신장이 커진 건 아니다.

       키는 여전히 150대 중반.

       아마 155cm.

         

       다만 그…여성적인 부분이 조금, 생각보다 많이 부푼 것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동시에 이런 걸 눈치채는 나 스스로에 대한 약간의 환멸감이 몰려왔다.

         

       그런 내 모습에 므냥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므아~하고 웃으며 다가오더니,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워낙 작은 체구라 그런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처럼 내 품에 폭~하고 안겼다.

         

       “므냥아?”

       “헤헤. 여기 있을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므냥이가 건네준 빗과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머리를 말려주었다.

         

       “므아아~”

       “흐흐.”

         

       말리는 동안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서로 방학 동안 겪었던 이야기에 대해 나누었다.

         

       차여주 교수와의 1대1 전문 수업을 마친 므냥이.

       놀랍게도 짧은 기간인데 <칼라스 방패술>를 거의 숙달했다고 한다.

         

       “그럼, 사실상 <궁극스킬>만 못 배운 거네?”

       “응. 방패술과 육체 강화술, 강체술 등등 모두 다 터득했어. 궁극스킬도 시간문제일 거래. 언니…가, 아니라 교수님도 놀라시더라고. 역시 자신이 보는 눈이 있었다고.”

         

       언니라고 말하려 했던 거 보면 서로 많이 친해진 모양이다.

         

       약간 다행이라는 생각.

         

       여기에 므냥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시켜 준 것에 대해 속으로 감사를 표하는 그때였다.

         

       므냥이는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더 말해주었다.

         

       “…뭐 4★이라고? 지금?”

       “므아아, 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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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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