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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깊은 밤중의 밀회.

         

       그 안에서 나눈 대화는 그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백우진이 금여울을 조종하여 금가의 재산으로 백가의 배를 불리려 한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섣불리 손을 쓰지 않았다.

         

       이는 복면인이 제기한 의문 때문이었다.

         

       “혹시 함정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함정? 흐음….”

         

       이는 사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함정이라.

         

       그들이 보여준 모습들이 전부 함정이라면 대체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해서일까.

         

       “우리가 목적이겠군?”

       “저 모든 것들이 연기라면…, 그럴 테지요.”

       “흐음, 섣불리 다가갔다간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군.”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가문을 이끌어가는 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고는 하나, 그녀의 속에 제 아비를 쓰러지게 만들고, 오라비를 행방불명되게 만든 흉수를 향한 원한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일단 상황을 좀더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겠지요. 가령….”

         

       부복하고 있는 복면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실제로 자금의 흐름이 백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다든지요.”

       “놈이 금가의 자금을 뒤로 빼돌리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부터 잡아보자, 이거로군.”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에는 흡족함이 담겨 있었다.

         

       “자네의 말대로 하지. 지금부터 금가에서 쓰이는 모든 자금의 흐름을 조사하게. 만약 일부 자금이 백가 또는 석연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그 증거 또한 확보해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는 사내의 눈이 한층 깊어졌다.

         

         

       * * *

         

         

       백우진은 낮마다 조원들과 함께 어여쁘게 조성된 금가의 정원을 거닐었다.

         

       “오랜만이네, 당신이랑 이렇게 단둘이 걷는 거.”

         

       오늘의 산책 상대는 당선영이었다.

         

       “그러게.”

         

       백우진은 미안하다는 투로 그녀에게 답했다.

         

       최근 바쁜 탓에 그녀를 비롯한 다른 이들과 보낸 시간이 극히 적었다.

         

       “그래도 이제는 좀 괜찮을 거야.”

         

       요 며칠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간도 이제는 끝이다.

         

       만날 사람은 전부 만났고, 해야 할 말도 전부 다 해두었으니.

         

       그래.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떡밥도 넉넉하게 뿌려두었고, 혹시나 미끼인 걸 알아차릴까 싶어 실제 행동으로도 옮겼다.

         

       행동으로 옮긴 건 다름 아닌 금가의 재산 일부가 백가로 향하는 것을 의미했다.

         

       ‘십중팔구 추적이 붙겠지.’

         

       떡밥만으로 들썩일 정도로 가벼운 엉덩이라면, 금가를 도모할 자격도 없는 놈들이다.

         

       그러니 놈들은 신중하게 나설 것이다.

         

       금가의 밖으로 나서는 자금의 흐름을 모두 조사하여 실제로 백가로 이동하는지, 그걸 확인하고 또 증거로 삼으려 할 게 뻔하다.

         

       ‘녀석들이 잘 해줘야 할 텐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백우진은 장삼과 구왕수를 끼워 넣었다.

         

       그들이 어떤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웬만한 일은 묵인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나 만약 녀석들이 행렬을 습격하려 한다면 가차 없이 응징하고 제일 높아 보이는 한 놈만 살려서 데려오라고.

         

       그리 지시를 내렸다.

         

       최근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을 함께 보낸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할 때는 하는 놈들이니 잘하겠지.’

         

       그걸 이번에 크게 느꼈다.

         

       그 뺀질거리던 녀석들의 경지가 크게 상승한 것을 보며 마냥 어린놈들은 아니구나, 하고.

         

       그러니 이번에도 잘할 것이다.

         

       딱히 불안해할 만한 요소는….

         

       “저기요, 낭군님?”

         

       상념 속으로 하염없이 빨려 들어가던 찰나.

         

       당선영의 부드러운 손길이 백우진의 뺨을 쓰다듬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우리 돌아갈까요?”

         

       속절없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이 기분 좋은 손길이 왜 이리도 위험하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고개를 세차게 내저을 뿐.

         

       이것만이 살길이라며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바쁜 건 알겠는데…, 이럴 때만이라도 날 좀 더 봐줬으면 하는 건 내 욕심이니?”

         

       백우진은 쓰게 웃으며 재차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최근 머릿속이 복잡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고, 또 복잡한 탓에 그것들을 순서대로 풀어내는 일에만 집중했다.

         

       거기에 몰두하는 만큼, 그녀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없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더군다나 그녀가 바라는 건 그 모든 일들을 내버려 둔 채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게 아니다.

         

       아주 잠깐.

         

       하루로 따져도 얼마 되지 않는 이 짧은 산책 시간 동안만 봐주면 된다는 것뿐이지 않은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해도 정말 눈과 코를 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뜬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백우진은 애써 서운함을 내비치지 않으려 의젓한 척 웃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다시 산책 출발하실까요, 임자?”

       “푸흣…, 좋아요, 영감.”

         

       두 사람은 다시 산책을 나섰다.

         

       이번에는 아주 여유롭고, 미소가 만연하는 시간이었다.

         

         

       * * *

         

         

       깊은 밤중.

         

       백우진은 금가의 내당 담벼락을 넘었다.

         

       남들 몰래 도둑고양이처럼 내당 안으로 숨어든 이유는 간단했다.

         

       가문으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쓰러졌다던 금철군.

         

       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경계가 제법 삼엄했지만, 백우진은 아주 수월히도 금철군의 침소에 도달했다.

         

       제아무리 수가 많다고 한들, 지금의 그를 잡아내려면 어지간한 경지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드르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침소.

         

       그곳에는 금철군이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음.”

         

       사실 금여울이 가문으로 복귀한 이후로 몇 번이나 금철군을 진찰했다.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고 소문난 이들을 데려와 그들이 보는 앞에서 진맥하게 했으나, 발견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할 정도.

         

       혹 독인가 싶어 당선영에게 직접 진맥을 부탁하기도 했으나, 역시나였다.

         

       중독되었을 때 발현되는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보아 독에 의한 것도 아닌 듯했다.

         

       ‘그래서 더 이상하단 말이야.’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다.

         

       인간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건 무언가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도 금철군은 진맥 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대체 왜 쓰러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를 진찰한 의원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그는 건강했다.

         

       덕분에 금여울의 속은 타들어 갔다.

         

       건강하다는데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자식으로선 그럴 만도 했다.

         

       ‘맥문을 쥐는 정도로는 파악이 안 되는 문제.’

         

       그들이 모두 괜찮다고 하여 금철군에게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가에 대해선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만 했다.

         

       어쩌면 흉수가 그 정도로는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은밀하게 숨겨두었을 지도 모를 일이니.

         

       그래서 백우진은 조금 더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진맥이 안 된다면 직접 관조하는 수밖에.’

         

       그의 몸에 제 기운을 직접 밀어 넣어 체내를 관찰하기로.

         

       이는 깨어 있는 사람의 명문혈에 손을 대 기운을 집어넣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인간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외부의 침입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이는 기운 또한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더욱 격렬하다.

         

       제 것이 아닌 외부의 기운이 들어오면 일단 반발하고 본다.

         

       더군다나 금철군의 경지는 깨달음만 뒷받침되면 언제 화경에 올라서도 이상하지 않은 완숙의 초절정.

         

       고절한 경지에 오른 이의 방비를 뚫고 체내를 관조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어디가 아팠으면 그나마 수월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니….’

         

       그의 체내에 문제가 생겼다면 오히려 수월했을 터다.

         

       병든 신체의 회복을 위해 기운이 소진되는 만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둔감해졌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정신은 잃었어도 건강한 상황.

         

       외부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주 날카로운 순간이라는 뜻.

         

       이 정도면 제아무리 화경에 오른 백우진이라고 해도 각오를 해야만 했다.

         

       “네가 힘들겠다면 내가 할 수도 있다만.”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서서 고심하고 있을 때, 별안간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마음을 애써 숨긴 그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기척 좀 내고 다니시면 안 됩니까?”

         

       그러자 혈수마녀가 피식 웃으며 대답하길.

         

       “밤중에 남의 집 담을 넘는데 기척을 내라…, 혹 본녀가 들키기를 바라는 게냐?”

       “…….”

         

       그것도 그렇네.

         

       “아무튼, 누이는 안 됩니다.”

         

       혈수마녀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누이라는 호칭.

         

       그러나 구태여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녀는 서서히 그 누이라는 호칭에 적응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묘하고도 낯선 감각에 적응이 되는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일단 그대로 둬보기로 했다.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그렇기에 혈수마녀는 그것 대신 다른 것을 따져 물었다.

         

       “왜 나는 안 된다는 게냐.”

         

       경지만 놓고 보면 현경에 다다른 혈수마녀가 몇 수는 더 위였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존재했으니.

         

       “누이의 기운은 너무 거칠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세심하게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혈수마녀가 사용하는 무공의 근간은 패(霸).

         

       유연함과는 거리가 먼, 상대방을 깨부수는 게 몇 배는 더 익숙한 성질의 기운이었다.

         

       “그런 걸 감안하면 누이나, 나나 비슷할 겁니다.”

         

       반면 백우진의 기운은 한없이 유연하다.

         

       음주선공을 통해 쌓은 그의 기운은 평소에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곳으로 단숨에 기울어질 수 있었다.

         

       결국 그러한 차이가 두 사람 간의 경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별 차이가 없다면 굳이 그녀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누이보다 내가 아픈 게 낫지.”

       “뭐, 뭣…!”

         

       혈수마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아무런 방비조차 못 하고 그의 표현에 얻어맞은 탓이었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어버버하는 상태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제가 문제없이 관조를 끝낼 수 있게 기도하면서 호법이나 서줘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가 죽일 듯이 노려보긴 했지만, 백우진은 애써 무시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근에 한 편, 한 편 쓰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네요…

    팔 상태도 상태인데, 환절기만 되면 비염에 감기에 왜 이리 한 번씩 꼭 고생을 해야만 적응이 되는지…

    어떻게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떼서 운동도 하는데 아직 초기라 그런지 체력만 더 쭉쭉 빨리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최대한 건강 관리 잘 하면서 연재 더 빡세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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