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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GP허슬러의 연습실.

        

       “오, 도적? 저 형 도적도 해요?”

        

       “저번부터 열심히 하더라고. 웬일로 도적을 파냐고 물어보니까 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니 뭐니 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대회에서 꺼낼 정돈가? 모르겠네.”

        

       비시즌임에도 나와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지만.

        

       신입 코치의 대회 응원이라는 좋은 핑계가 생긴 마당이다. 고된 훈련을 피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얘들아, 마음은 고마운데……가서 솔랭이라도 안 돌리냐. 새 시즌 익숙해져야지.”

        

       “어- 이거, 격돌도 새 시즌 패치 적용 버전이잖아요. 관전에서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 훈련의 일환입니다 코치님!”

        

       “근데 형은 이거 16강 뚫을 정도면 진짜 그냥 다음 시즌도 뛰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벌써 코치하시긴 너무 아까운데……우승컵 하나 더 들고 가세요. 저기 저 무뢰배 다시 쫓아내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볼멘소리. 어딜 말을 돌리냐고 하려던 오소독스는, 사뭇 진지한 표정의 바이오를 보고 다시 입을 닫았다.

        

       같은 거절을 반복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그저 쓴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천천히 저어보일 뿐.

        

       지난 월드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직후. 마침 코치가 급하던 팀에서 자리를 제안해준 덕에, 오소독스는 자연스럽게 팀에 눌러앉았다. 고마운 일이었다. 성격상, 중간에 쉬는 시간 따위를 가지고 싶지도 않았으니,

        

       결국, 은퇴에도 불구하고 오소독스의 일상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늘 출근하던 연습실에 똑같이 출근해서, 늘 함께 훈련하던 동료들과 훈련하고- 늘 고민하던 전략을 연구하는 나날.

        

       너무나 똑같은 일상 탓에 은퇴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한번 끊었다 가자는 생각에 신청한 대회였는데.

        

       얼결에 16강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같이 출전한 선수들은 떨어졌는데도.

       

       정말로, 갤러리 등지에서 도는 밈마냥 전성기가 늦게 찾아오기라도 한 걸까. 아니, 예선이니……운이겠지. 오소독스는 다시금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코치님 이러다 진짜 우승하시고 인터뷰에서 복귀 선언할 기세긴 해. 코치님, 저 짐 싸야 되는 건 아니죠?”

        

       “어, 안 그래도 형이 진작에 싸놨어. 집에 가는 길에 우리 코치님 유니폼이나 싹 깨끗이 빨아서 네가 쓰던 옷장에 정리하고 가.”

        

       “뒤진다, 진짜로.”

        

       “사람 죽일 줄도 알아? 아유, 그러면 예선에서 만났던 애나 좀 죽이지 그러셨어요. 넌 진짜 블라인드 처리해줘서 고맙다고 패데에 절해야 돼. 2라 탈락한 거 걸렸으면, 어우. 나갤에서 얼마나 지랄났을지 상상도 안 가네.”

        

       “아, 걔도 백퍼 프로였다고! 쫄려서 출전도 안 해놓고 입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뛰던 선수였던 덕분일까. 선수들은 코치인 그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제법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코치를 바로 앞에 두고 서로 싸우려 드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지만.

        

       “잠깐만. 이번 경기는 좀 봅시다. 이거 재밌을 거 같은데.”

        

       “볼 거 있나? 파골이 쟤는 다혈질에 싸가지가 없는 게 좀 문제긴 한데, 피지컬은 원톱이여. 솔까 이런 일대일 대회에서 아마한테 질 리가- 아, 큼.”

        

       “대검기사 대 도적이라서 몰라. 격돌 좀 뛰어봤는데, 대검으로 도적 잡기 개빡이더라고.”

        

       “뱌오야, 너도- 아, 얘 또 여캠보고 있어. 진짜 팬들이 이 실체를 알아야 되는데.”

        

       “여캠 아니라 아따먹이에요. 부정타니까 그런 말 하지 마요. 언제 캠 끌지 불안해죽겠구만.”

        

       “코치님, 신성한 연습실에서 여캠 보는 거 이거 금지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쉿- 시작한다.”

       

       정신없이 왁자지껄하던 연습실에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7쌍의 눈이 저마다 화면에 고정된 상태. 장난기 어린 표정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오나에 인생을, 청춘을 건 사람들이다.

        

       한 명은 기껏 마련된 커다란 스크린을 두고 자기 핸드폰을 보는 중이었지만- 괜찮았다. 아마, 아따먹 방송이겠지.

        

       ‘아예 아따먹님 방송 트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여기서 틀었다가 감독님이 보면 난리나겠지.’

        

       혼자 세 걸음은 앞서 나가있는 듯한, 비상한 게임 개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오는 사람 아닌가.

        

       ‘나중에 다시보기로 챙겨보자.’

        

       “……가죽에 공이속 트리네요? 대검에 한 방 맞으면 죽을 텐데?”

        

       “도적으로 뭔 짓을 해도 대검에 한 방 제대로 맞으면 게임 끝나는 건 마찬가지니까 뭐.”

        

       “오, 붙는다.”

        

       화면 속, 슬금슬금 접근하던 도적이 먼발치에서 멈춰 섰다. 아슬아슬한 대검의 사거리. 휘두르면 가까스로 닿을 위치다.

        

       그럼에도, 대검을 먼저 뻗기는 어렵다.

        

       사거리를 이용하여 선공권을 쥘 수 있으나, 느릿한 대검의 일격이 빗나갔을 때 내어줘야 하는 손해는 상상 이상인 고로.

        

       실력상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면- 굳이 최대 사거리에서 선공을 취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며, 최적의 거리까지 거리재기 싸움을 하면 그만이니.

        

       대검으로 일단 짓쳐들어가는 짓을 하는 건 이예나 정도다.

        

       자세를 몇 번이나 고쳐 잡으며, 천천히 접근해가는 기사의 움직임이 제법 위협적이다. 리스크 높은 공격을 최소화하고, 움찔거리는 어깨만으로 페인트를 넣으며 이루어지는 전진.

        

       자로 잰 듯이 같은 거리를 물러나는 도적의 뒤로 점점 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약 20초 내외로 벽에 부딪힐 지점까지 몰렸을 때.

        

       “……어?”

        

       도적은, 저글링을 시작했다.

        

       “와- 파골이 개빡쳤다. 표정 살벌하네.”

        

       시간이 멈춘듯한 순간이었다. 이를 악문 파골과, 느긋해보이는 표정의 레반. 그 둘의 얼굴이 교차하듯 편집된 화면을 배경으로, 도적은 여유롭게 손으로 단검을 놀리고 있었다.

        

       방심을 유도하는 걸까. 아니면, 흥분을 이끌어내려는 걸까. 어느 쪽이든 성공인 듯 보였으나- 과연 그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상대일지. 지켜보는 오소독스로서는, 긁어 부스럼으로 보일 뿐이었다.

        

       기사가 빠르게 두 걸음을 더 접근하며,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몇 차례 반복된, 페이크 모션과 절묘할 정도로 유사하지만- 

       

       ‘아니, 이번엔 실초다. 당장 헛짓거리 멈추고 피해야-‘

       

       경기장이었다면, 소리라도 질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오소독스의 내적 비명은 닿지 않았기에- 도적은, 여전히 여유로이 저글링을 이어가고 있었다.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고.

        

       그리고 다시, 단검 한 자루는 허공에 띄운 채, 던져질 차례인 단검은 손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쾅!

        

       도발 모션 도중에 앞으로 돌진기를 시전한 도적이, 삽시간에 기사의 코앞에 나타났다.

        

       《저거……카나리아가 암흑진화했네요. 저래도 되는 건가.》

        

       바이오가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부드러운 미성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앞발을 크게 내딛은 도적이 아래로 쓰러질 듯 몸을 깊게 숙이며 허리를 비틀었다.

        

       온 몸의 탄성을 끌어내는 공격. 기사의 코앞에서 할 짓거리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폼멜로, 방패로- 하다못해 주먹으로라도 카운터가 날아오는 것이 정상이니.

        

       그러나 그 가장 치명적인 1초. 기사, 파골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가,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단검에 가려져 있었던 고로.

        

       저글링 모션이 유지된 단검이, 이동을 마친 도적의 위치를 기준으로 다시 생겨난 탓이다.

        

       -푸욱!

        

       일격. 시야의 허점을 노린 공격이 기사의 허벅지를 파고들었다가, 비틀듯 뽑혀나온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가 눈밭을 적셨다.

        

       새하얗던, 순수한 눈밭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퍽 의미심장했다.

        

       “……방금 그 단검 뭐야? 관전 버근가?”

        

       “아닌 거 같은데요. 파골 피지컬로 못 피할 공격은 아니었어서……진짜 시야 가린 거 같아요.”

        

       “아니, 저딴 기술이 있었어? 기술이긴 한가?”

        

       “뭐 이론적으로는……아니, 알면 대처 가능하긴 할 것 같긴 한데요. 오히려……저글링하는 단검이 딱 기사 얼굴 높이에 도달했을 때 돌진해야되니까, 돌진 시점 읽혀서 카운터 맞기 딱 좋아요. 그냥 모르면 한번 당하는 기술이네요. 이런 게 이런 대회에서 나오네. 몰래 우리한테 가르쳐주지.”

        

       “뭔 소리야. 누가 봐도 버그지. 무기 던지고 돌진기 쓰면 무기도 돌진하냐?”

        

       “그건 아예 던져서 무기가 분리된 판정이니까 안 오는 거고. 장착된 상태에서 돌진하면 당연히 따라와야지.”

        

       선수들이 갑론을박을 나누는 사이. 일격으로 기사의 기동성을 앗아간 도적은, 서서히 그 숨통을 죄어가고 있었다.

        

       -푸욱!

        

       가벼운 찌르기지만, 누적되는 데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평소 레반이 쌍도끼로 선보이던 견제 솜씨가 유감없이 펼쳐지는 상황.

        

       조금씩, 조금씩. 기사 주변을 횡으로 돌며, 페인트를 넣고- 작은 틈이 열리면, 가볍디 가벼운 공격을 우겨넣는다.

        

       평소라면, 묵직한 대검의 응징에 머리가 쪼개졌을 전략. 그러나 대검을 휘두를 축이 되어줄, 빠져나가는 도적을 추격할 다리가 죽었다. 분에 못 이긴 듯한 파골은 이를 악문 채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나- 지켜보는 모두는, 무의미한 저항임을 느끼고 있었다.

        

       봉인당한 먹이감일 뿐이다.

        

       “끝났네. 와, 파골이 쪽 좀 팔리겠는데? 아마한테 세트 내준 건 진짜 두고두고-”

        

       질척거리는 눈밭에 마지막까지 서있는 건, 도적이었다.

        

       * * * *

        

       익숙한 기술이었다. 저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도적의 저글링 모션에서 파생되는 기술들은 지금도 이것저것 사용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저건……음. 언젠가는 사용할 예정이기는 했지만, 카나리아의 검증부터 받으려 했는데.

        

       ……이제 누가 카나리아 해주냐.

        

       “음……봐요. 역시, 역시 나무꾼 버리니까 얼마나 잘 해요. 그- 음. 저런 기술은 어디서 배웠지.”

        

       화면은 한껏 집중한 표정의 레반을 비추고 있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저거……내 탓……인 거 같기도 해서, 조금.

        

       “내기는 하지 말 걸 그랬나.”

        

       

       왠지, 불안해지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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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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