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45

       필사적으로 상대방의 뒤를 쫓던 엔리는 장애물 너머에 숨어 대기하는 상대를 보고 이를 꽉 깨물었다.

       

       니가와.

       

       지금 상황에서 엔리에게 가장 큰 짜증을 일으킬 수 있는 전략.

       

       상대에게 게임 잦같이 하네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전략이 대개 그렇듯 저는 지금 무척이나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지금 엔리는 아라라는 위협에 쫓기고 있다.

       

       현재의 그녀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인다 한들 아라가 오기 전에 결말을 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아라는 결코 쓰러트릴 수 없는 재앙이요 엔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일지니.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 그녀의 화살이 엔리나 상대 중 어느 쪽으로 날아가느냐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되고 엔리도 상대도 거기에 저항할 수 없을 터.

       

       그러니 엔리는 그 전에 결말을 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상대라 하여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알기에 저기에서 버티는 거다.

       

       선공을 맞아 체력이 깎인 그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

       

       불리로 기운 무게추를 5:5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지 않은가.

       

       만일 상대가 억지로 돌파를 시도한다면?

       

       그것도 반가운 일이다.

       

       조급함에 미끄러져 넘어진 상대의 얼굴에 총탄을 박아 넣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일 테니까.

       

       똑똑하네.

       

       엔리는 점차 줄어드는 시간의 앞에서 상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대로 뻐팅기다가 아라라는 재판관에게 판결을 맡길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갈지.

       

       엔리가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뻔했다.

       

       그녀는 이미 아라에게 운명을 넘기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으니까.

       

       물론 그렇다해서 무작정 돌진을 할 이유는 없다.

       

       엔리는 여태까지 자신의 유리를 믿고 무작정 돌진을 하다가 사망하길 몇 번이나 반복해왔다.

       

       그녀는 배우는 게 더딜 뿐 그래도 학습을 하는 인간이었기에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는다.

       

       어떡하면 좋을까.

       

       니가와를 하는 상대를 끄집어내는 방법이 뭐지?

       

       반대로 생각을 해보자.

       

       내가 니가와를 할 때 제일 열 받았던 게 뭐였더라?

       

       아피스에서 내가 지겹도록 했던 게 니가와잖아.

       

       그 때 어떤 상대가 껄끄러웠어?

       

       깊게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니가와의 거리 너머에서 견제를 하며 오히려 내가 왜 감? 니가 와야지를 실행하는 사람.

       

       오히려 나를 조급하게 만들며 판단을 뒤흔드는 사람.

       

       그 껄끄러움을 상대에게 똑같이 선사해주면 돼.

       

       자 그럼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조급함을 선사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파이어 앤드 저스티스!

       

       엔리는 즉시 수류탄을 까서 장애물 너머로 던진 다음 총구를 치켜들었다.

       

       어떡할거냐?

       

       그 뒤에 숨어서 폭발에 죽을래.

       

       아니면 바깥으로 나와서 내 총알에 죽을래.

       

       이지선다야.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으면 네 목숨을 바쳐야 할 거다!

       

       쉴드를 충전하던 상대는 폭탄에 어이없이 죽을 수는 없다 생각한 듯 다급히 장애물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그치. 네가 움직여야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엔리는 한치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상대는 최선을 다해 총알을 피하려 했으나 그는 아라가 아니었다.

       

       총알을 보고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을 비틀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안 그래도 체력적 불리를 안고 있던 상대는 엔리의 포화를 얼마 견디지 못했다.

       

       상대방의 몸이 바닥에 널부러진 것을 확인한 엔리는 떨리는 눈동자로 생존자의 수를 확인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3이었던 숫자는 어느새 2로 바뀌어 있었다.

       

       그게 증빙하는 것은 하나였다.

       

       “골드아아아아아아아!”

       

       엔리가 자신의 손으로 골드를 달성했다는 것.

       

       너무도 기뻤던 나머지 환호성을 지르던 그녀는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골드다.

       

       골드라고!

       

       내가 누구?!

       

       에픽 레전드 금장의 실력파 FPS게이머 엔리!

       

       – 엔황!엔황!엔황!…

       – 이게 골드의 판단?이게 골드의 판단?이게 골드의 판단?….

       – 프로문의는 DM으로 부탁드려요.프로문의는 DM으로 부탁드려요…

       

       “흐아아아앙! 드디어 골드다!”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ㄲㅂ. 엔리보다 먼저 골드 갈 수 있었는데.]

       

       “저 자를 쓰러트린 것으로 엔리가 골드를 달성하게 된 게냐?”

       

       – 확정임

       – 아. 우리도 한 판 남았었는데.

       – 내 추억이…

       – 그럼 엔리는 최초로 화령을 상대로 이긴 사람이 되는 건가?

       – 이걸 이겼다고 해야 하나.

       

       게임이 끝나지도 않았거늘 바닥에 주저앉아서 우는 엔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여럿 떠올랐다.

       

       몇 주 동안 그 고생을 하며 바라던 목표를 달성했으니 감정이 북받치는 것은 이해하겠다마는 본인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좀 그렇구나.

       

       본인이 진즉부터 구경을 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감동의 한가운데에서 검은 화면을 보게 되지 않았겠느냐?

       

       그 광경을 생각해보니 재밌을 것 같구나.

       

       감동에 북받쳐 울다 목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며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은 말이다.

       

       – 화형당하는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ㄴㄴㄴㄴㄴㄴㄴㄴ]

       

       어디 한 번 장난을 쳐볼까 하고 활시위를 당기기 무섭게 후원이 날아들었다.

       

       저는 꼭 본인의 생각을 읽고 있었던 것만 같구나.

       

       – 악질 짓 멈춰!

       – 당신은 양심도 없습니까!

       – 감동 부수지 마세요!

       

       “그치만 너무 무방비하지 않으냐.”

       

       이럴 때에 충격적인 일을 겪어야 다음에도 조심스러워지지 않겠나.

       

       내 온전히 엔리를 걱정해서 하는 행동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구라 ㄴ]

       

       “들켰나.”

       

       본인의 방송을 오래 봐왔던 이라 그런가 본인의 심리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군.

       

       칭찬해주마.

       

       – 들켰나 ㅇㅈㄹ

       – 이 사람 은근히 깬다니까.

       – 말없이 싸우기만 할 때는 진짜 멋있는데.

       

       이토록 반대의견이 많으니 일단 활은 접어두어야겠구나.

       

       허나 조금 있으면 구획이 줄어들지 않나.

       

       어차피 저 감동은 얼마 안가 끝을 맞이하게 될 터.

       

       기왕에 끝을 낼 것이라면 내가 끝내는 편이 낫지 않겠나.

       

       숨겨두었던 발소리를 일부러 내었지만 엔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의 칭찬과 자신의 안에서 차오르는 자부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가.

       

       바로 뒤까지 도착했음에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그 모습에 이 녀석이 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확신했다.

       

       슬며시 어깨를 건드렸더니 엔리가 천진무구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갸악?!”

       

       그리고는 기겁을 하면서 뒤로 자빠졌다.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연기를 하는 모양새는 아니고 정말 본인의 존재를 몰랐나 보구나.

       

       “화… 화령씨?”

       “그래. 승급을 확정지었다더구나. 축하한다.”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더니 엔리가 의심어린 눈으로 손바닥을 살폈다.

       

       본인의 순수한 호의를 왜곡하려 들다니.

       

       참으로 기분이 미묘하구나.

       

       본인이 그토록 나쁜 인간처럼 보였는가.

       

       “엔리.”

       “네?!”

       “생각해보거라. 본인이 그대를 죽이고자 했다면 진즉에 죽이지 않았겠느냐?”

       

       지금도 그대는 빈틈투성이이지 않은가.

       

       본인이 바란다면 언제라도 그대의 멱을 딸 수 있을 터.

       

       괜한 수작질을 부릴 이유가 어디 있겠나.

       

       “…그것 참 믿음이 가네요.”

       

       엔리는 이내 한숨과 함께 웃음을 흘리더니 내 손을 붙잡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번 내기에선 제가 이긴 거네요?”

       “무슨 내기를 말하는 건가?”

       “누가 먼저 골드에 가냐 하는 거요!”

       “그것이 내기였던가?”

       

       단순히 본인이 장난삼아 설정한 목표이지 않은가.

       

       서로 간의 합의도 없이 시작된 무언가를 내기라 부르지 않을 터인데?

       

       뻔뻔하게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엔리가 볼을 부풀렸다.

       

       거 녀석.

       

       다 큰 성년의 여자가 그런 짓을 하면 귀엽게 보일 줄 알았느냐?

       

       그런 것은 말이다.

       

       바루 같은 여자아이가 해야 귀여운 것이다.

       

       그대 같은 사람이 해봐야 주책맞다는 느낌을 줄 뿐.

       

       내가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으려니 엔리 본인도 부끄러움을 느낀 듯 볼에서 바람을 뺐다.

       

       “화령 씨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덕분에 저도 엄청 고생했거든요! 그러니까 내기라고 쳐줘요!”

       

       귀여운 척을 멈추었다고 투덜거리는 걸 멈춘 것은 아니었으니 조금 있으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바닥에서 뒹굴 기세인 엔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목을 주무르게 되었다.

       

       “하아. 그래. 알겠다. 이긴 것으로 해주마.”

       “와아! 여러분 들었죠! 제가 이긴거에요? 이제부터 누가 화령 씨를 상대로 승리하더라도 첫 승리자는 저인 거라고요!”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바닥에서 방방 뛰는 엔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기분을 슬며시 끌어내리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시청자들이 이런 것을 보면 악질적인 행동이라 그랬던가.

       

       그 말대로라면 본인은 악질이 맞는 모양이야.

       

       “그런데 말이다. 엔리. 본인이 듣기로 그대가 방송에서 본인의 뒷담화를 했다고 하더구나.”

       

       슬며시 말을 꺼냈더니 폴짝폴짝 뛰던 엔리의 움직임이 멈췄다.

       

       혼이 난 강아지마냥 일부러 눈동자를 돌리는 엔리의 앞에 계속해서 말을 늘어놓았다.

       

       “본인이 할머니마냥 키오스크 앞에서 잔뜩 헤맸다거나, 복잡한 프로그램을 다룰 지능이 없다거나. 그대가 했다는 어록이 잔뜩 후원으로 날아들었는데 어찌 생각하느냐.”

       “그… 그거 다 음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정말로?”

       “…”

       “본인이 그대의 다시보기를 봐도 괜찮으냐?”

       

       본인이 언제까지 터렛이란 사이트의 시스템에 무지하리라 생각지 말라.

       

       최근 여러 영상 편집자를 고용하며 이것저것을 알아보는 중인 나다.

       

       응당 그대가 했던 방송을 확인할 방도도 있다.

       

       “제 방송 다시보기는 구독자 전용인데요.”

       “지난번에 그대가 선물해주지 않았나.”

       “아!”

       

       더 이상 입 밖으로 내뱉을 변명도 마땅치 않은 지 엔리가 입술을 부들부들떨었다.

       

       자아 이 입 싼 녀석에게 어떤 벌을 내려주면 좋을까.

       

       그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더니 엔리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네! 말했어요! 그래서 어쩔건데요!”

       “허?”

       “어차피 화령씨가 뭘 하더라도 전 이미 골드거든요?! 화령씨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 말이에요! 더 이상 뭘 하실 수 있는데요! 저를 상대로 짜증내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느냐고요!”

       

       이렇게 당돌히 나올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잠시 머리가 굳었다.

       

       호오. 엔리. 생각보다 강단이 있구나.

       

       그래. 때로는 자신의 미래가 어찌 될 것을 알고서도 반항을 하고 싶은 때가 있지.

       

       이해한다. 본인도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거든.

       

       허나 본인의 경험상으로 이야기를 해주자면 그 반항의 결과물은 대개 좋지 못하더구나.

       

       내 입꼬리가 점차 올라가는 것이 불안한 것일까 엔리는 눈을 감고 소리를 질러 놓고는 슬며시 입을 뜨더니 얼굴을 창백히 물들였다.

       

       “농담! 농담이에요! 화령 씨! 이게 요즘에 유행하는.”

       “엔리.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마. 본인은 그대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다.”

       “히끅.”

       “그대의 업보가 어찌 돌아올지 참 궁금하지 않으냐?”

       

       편안하거나 웃긴 표정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무섭고 위압적인 표정에는 자신이 있는 본인이다.

       

       마음을 먹고서 엔리를 위협하자 그녀가 울상을 짓더니 이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녀석. 겁먹은 연기도 잘 하는 구나.

       

       누가 보면 진짜로 울음을 터트리는 줄 알겠어.

       

       “흡! 히끅.”

       

       …진짜로 우는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의 살기! 효과는 굉장했다!

    ——-

    키린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의 후원 감사드립니다! 더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시크한크시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제 이야기가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 쓰도록 힘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