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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245 – 무슨 짓>

     

    1.

    학년대항전이 열리는 금요일.

    1학년들과 2학년들은 거대한 운동장에 나오자마자 바닥 가득 펼쳐진 무수한 금들을 보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이거 설마…?”

    “어디서 많이 본 금인데.”

    “사이즈만 다르지 저 모양의 코트는…”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 교수는 모두의 추측을 긍정하였다.

     

    “올해 학년대항전은 학생회의 논의 결과, 단체전 피구로 결정되었음을 알립니다. 다들 좋으시죠?”

    “와! 피구!”

     

    기프트 아카데미의 피구를 겪어본 손오천과 헤스티아, 싱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철없이 좋아하던 학생들은 세 사람을 비롯한 다른 유경험자들의 정색하는 표정에 뭔가 매우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다들 왜 그래…?”

    “피구 안 좋은 거야…?”

    “…겪어보면 알 거야.”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경험자들의 씁쓸한 웃음!

    2학년들은 반대로 잔뜩 신이 났다.

     

    “우리 새내기들 참교육하기 딱 좋은 종목이네.”

    “안 그래도 981기는 우리 980기보다 잘난 애들이 많다고 비교 당해서 스트레스 받던 참이었어.”

    “아무리 잘난 재능도 입학 1년 차이는 좁힐 수 없음을 보여주자고.”

     

    일방적인 양학을 꿈꾸며 코트 위로 올라서는 2학년들!

    평범하게 반으로 땅을 나눠가지며 하는 피구가 아닌 수천 개의 크고 작게 쪼개진 각 칸마다 골라서 들어가는 피구이기에 혼란스러움은 더했다.

     

    “지젤. 우린 어떻게 서는 게 좋을까?”

     

    상급반 내에서도 브레인으로 손꼽히는 지젤.

    지젤의 사악한 랜덤가챠에 포인트를 혹독히 털려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나 곁에서 암흑상회 설립과정을 지켜본 친구들은 그의 의견을 구했다.

     

    “우선 하급반은 머릿수 채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이 피구는 1학년과 2학년 상급반 학생들의 실력대결입니다.”

    “하급반도 나름 이천명이 넘는데?”

    “여러분은 하급반 학생 이천명이 모인다고 오크노디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그건 좀.”

    “싱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좀 그래!”

    “도로시는?”

    “어… 내가 말하긴 좀 민망하지만 나는 열 명만 붙어도 이길 자신이 없는데…?”

     

    이사벨의 머리에 지젤이 꿀밤을 쥐어박았다.

     

    “지형특화형 학생 말고 범용적으로 무력이 강한 상급반 학생을 말하는 겁니다.”

    “그럼 2학년 상급반 선배들에 맞서서 어떤 자리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전담마크진영>이 있습니다. 이번 학년대항전에서는 같은 칸에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으니 작정하고 같이 낙오될 작정으로 우겨 들어가는 겁니다.”

     

    지젤의 신박한 전략에 즈앙이 헤에 하고 감탄했다.

     

    “암흑상회의 상회주는 과연 다르긴 하네. 귀찮으면 찔러죽일 생각이나 했지, 그런 괴팍한 발상은 생각도 못해봤어.”

    “…누가 누구보고 괴팍한 발상이라는 거야?”

     

    도로시의 황당한 반응에도 즈앙은 새침하게 제 얘기 아닌 것처럼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딴청을 부렸다.

     

    “물론 이 전략은 2학년들도 구사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진지구축진영>을 이루어야 합니다. 상급반 학생이 들어간 칸을 하급반으로 지키거나, 상급반끼리 서로 가까운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식이죠.”

     

    광활한 판 위에서 안심할 수 있는 진영을 구축한다.

     

    “뭉치면 뭉칠수록 단단하게 힘을 발휘하기는 좋겠네. 데드캣 선배의 공격에 허무하게 리타이어 당하지 않으려면 공격을 대신 막아줄 하급반도 필요하고.”

     

    지난 패배를 교훈삼아 헤스티아는 지젤의 전략에 적극 호응했다.

     

    “그래서 어디를 차지할 거야? 중앙? 변두리?”

    “중앙은 득점이 높지만 그만큼 적의 상급반이 다수 포진해있습니다. 테두리의 고득점 구간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그 사이를 차지할 겁니다.”

    “그럼 전담마크진영은?”

    “1학년 중에 개인전 종목에 참여하려고 사리는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어차피 빠르게 기권할 몸, 2학년 상급반과 동반탈락을 노려보라고 자폭조를 모으죠.”

     

    분명 무질서하게 놓인 판 위에서 점수를 따라 아무 곳에나 들어가는 시합이라고 여겼건만, 제대로 된 전략이 세워지니 진형선정에 의미와 작전이 생겼다.

     

    “판을 짜는 실력이 굉장하네요. 지젤씨 같은 분이 제 밑에 있으면 그 가문은 크게 번성하겠어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카디아 영애님이야말로 백작령으로 격하된 세비체 가문을 다시 공작령으로 부흥시킬 역량을 지닌 분이시지 않습니까.”

    “후후. 그랬으면 좋겠네요.”

     

    바둑판처럼 놓인 피구장 위에서 지젤의 지시를 따르는 1학년 변방 주력들은 남쪽에 대거 자리했다.

     

    “나름 괜찮은 전략이지만 들을 필요는 없어♡ 제국은 제국만의 진영을 갖출 거니깐☆”

     

    매스각키 황녀는 제국학생들을 이끌고 1시와 11시, 두 개의 모서리 고득점 자리에 제국진영 학생들을 다수 배치하였다.

     

    “공이란 주고받아야 효과가 나오는 것. 한쪽에 다 몰려있으면 맞추고 새는 공을 어떻게 회수할 작정이야~? 푸푸~ 생각이 짧아♡ 배움도 짧은 것처럼♡”

    “…저 나쁜 기지배. 오크노디랑 다를 바 없는 애면서 심보는 왜 저리 나쁜 거야?”

    “상대해봤자 손해입니다. 참으십시오, 이사벨. 어차피 이사벨의 턱밑에도 머리가 안 닿는 어린애입니다.”

     

    하긴 오크노디와 진지하게 티격태격이 성립될 정도의 정신연령이 낮은 황녀님을 상대로 진지하게 싸워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오크노디. 이리로 와!”

     

    아무튼 진영을 짰으니 이제 오크노디만 이리로 오면 된다.

    진영을 다 갖추고 오크노디를 중앙에 들여보낼 준비까지 끝마친 지젤과 학생들.

     

    “넹? 전 여기에 있을 건데요?”

     

    오크노디는 그런 모두의 생각과 작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총총 2학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저 바보.”

    “으하핫. 쥐방울 상대로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봤자 들이대는 사람만 괴로워질 뿐이다.”

    “하아. 뭘 위해서 머리를 쓴 건지 모르겠군요.”

     

    그런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깃발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교관들의 지팡이에서 쏘아져 올라가는 파이어볼들.

    화려한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서 피구공이 떨어졌다.

     

    “어?”

    “지, 지젤. 이거 어떡해?!”

     

    하늘에서 피구공이 떨어졌다.

    굉장히 많이.

    적어도 삼십 개 이상.

     

    “조심해. 위만 보다가 2학년들의 태클에 당해서 넘어지면 금을 밟을 거야.”

     

    헤스티아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2학년 선배의 허리춤을 집어들고는 번쩍 들어올렸다.

     

    “으아앗! 놔, 놔줘!”

    “선배가 원하신 겁니다.”

     

    헤스티아가 선배를 집어던지자 옆칸에 있던 2학년들이 우르르 도미노처럼 넘어져 빛에 휩싸였다.

    코트 밖으로 전송된 허망한 얼굴의 2학년 하급반 선배들!

     

    “에잇, 에잇!”

    “앗 따가!”

    “누구야, 바닥에 가시나무를 뿌린 녀석이!”

     

    상급반은 괜히 상급반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1학년 상급반 사이에서도 약체 취급을 당하던 도로시조차 다수의 2학년을 가볍게 따돌렸다.

    다리에 힘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이들에게 도로시의 페어, 고속검의 록펠이 질풍처럼 검을 휘둘러 선배들을 쓰러뜨렸다.

     

    “크악!”

    “분하다…”

    “피구공을 잡기도 전에 탈락하다니.”

     

    하지만 상급반은 적고 하급반 학생은 많다.

    2학년 하급반 학생 몇 명이 운 좋게 근처로 떨어지던 피구공을 낚아챘다.

     

    “핫햐! 두려움에 떨어라, 1학년. 이제부터 2학년의 실력을 보여주…!”

     

    타앙!

     

    “으아아아악!”

     

    팔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는 선배의 밑으로 통 통 피구공이 바닥을 굴렀다.

     

    “아? 두려움이 뭘 어쨌다고?”

    “미, 미친년아. 피구에서 누가 총을 쏴!!”

    “교관은 쏴도 된다고 했는데?”

     

    근처에 있던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2학년들이 눈치를 보며 공에 다가가자 지고쿠의 총이 또 다시 불을 뿜었다.

    탕!

     

    “야이 미친년아! 이딴 건 피구가 아니야!”

    “갸하핫! 알게 뭐야. 나는 총만 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아까 그거 다시 해봐. 두려움에 떨게 해주지? 2학년이잖아. 선배들이라고? 자, 빨리 떨게 해줘!”

     

    진짜 광기 지고쿠의 만행에 공을 던지지도 못하고 제압당하는 옆 칸 선배들.

     

    “에이잇, 죽어라!”

     

    참다못한 선배들의 마법폭격이 지고쿠를 덮쳐들자 같은 칸의 하급반 학생들이 몸으로 지고쿠를 감쌌다.

     

    “으아악!”

    “빨리 저 선배들 다 쏴죽여!”

    “갸하하핫! 마음에 들어. 오늘부터 피구가 좋아질지도 모르겠어!”

     

    절대로 피구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를 즐기기 시작하는 지고쿠.

    그녀만큼은 아니어도 지젤의 <진지구축진영> 효과를 톡톡히 본 상급반 학생들은 초반을 무사히 넘겼다.

     

    “오크노디는?”

    “탈락했겠죠. 저 인파 너머에 있는데.”

    “그래도 본인은 즐기다 갔겠지?”

     

    씁쓸한 미소를 주고받던 이사벨과 지젤에게 손오천이 저 너머, 2학년들로 이루어진 인파의 벽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들립니까?”

    “비명소리.”

    “설마 오크노디의!?”

    “아니, 2학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2학년 하급반 학생들이 낭패를 보듯이 자폭테러를 하러 넘어간 1학년들도 대차게 깨지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단 한 명만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주변의 2학년들을 역으로 공포에 떨게 만드는 주인공은 당연히 오크노디.

    2학년들의 인파의 벽이 뻥 뚫리며 저편의 광경이 보이는 순간, 1학년 상급반 학생들도 오크노디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깨달았다.

     

    “저거 지고쿠보다 심하지 않아…?”

     

    도로시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공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총으로 팔을 쏘는 것보다 나쁜 짓을 한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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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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