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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실비아.”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나를 따라서 일행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법국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은 내 바로 뒤에 있던 앨리스였다. 빛의 밖으로 나와서도 한동안 자기 손과 다리를 살피고, 제자리에서 몇 번 정도 콩콩 뛰어본 뒤 얼른 내 쪽으로 와 근처에 섰다.

        

       양손에 검을 든 채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법국의 상황을 보고 나서는 다소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

        

       아마 나처럼 법국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지.

        

       나도, 앨리스도 법국에 진짜로 와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니 평소에 법국이 얼마나 조용한 곳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용한 도시였다고 하더라도, 죽은 도시는 아니었을 터였다.

        

       성직자가 중심이 되어 굴러가는 도시라지만 그 성직자들도 사람이다. 먹고, 싸고, 버린다. 그 모든 것을 다른 성직자들이 모두 처리할 수는 없다. 자급자족하는 작은 수도원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라에 추기경이라는 이름의 대사까지 보낼 ‘국력’을 지닌 나라라면 사회의 기반이 되어줄 이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법국의 모습은, 그 모든 기능을 상실해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종교적인 의미에 장엄한 침묵이 아닌, 그저 사체와 같은 고요함.

        

       전투의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으스스하게 보였다.

        

       우리가 주변을 살피고 있는 와중에도 일행은 하나씩 우리에게 합류했다. 뒤쪽에서 들리는 발소리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중 단 한 명도 몸에 화상을 입지는 않았다. 벽을 넘어와서도 다들 무사했다.

        

       적어도 그 벽을 넘는 데 필요한 것이 ‘황가의 피’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졌다.

        

       “……조용하군.”

        

       제니퍼가 입을 열었다. 다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으리라.

        

       오히려 그 침묵이 더 위험하다는 듯, 모두 손에 자기 무기를 들어 꽉 쥐고 있었다.

        

       일반적인 나라였다면 국경을 넘어간다고 바로 거대한 도시가 나타나진 않는다. 물론 교역이 발달한 곳이라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두 도시가 모두 크게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법국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과는 이야기가 다소 달랐다.

        

       법국 자체는 좁은 나라다. 애초에 벨부르의 영토 일부를 받아 세워진 나라였으니까. 제도나 왕도만큼 인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수도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개발 또한 집약적으로 이루어졌다. 산업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많은 도시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대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듯 건물 자체는 말끔하게 잘 관리되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다면 나는 이곳에 방문한 것을 꽤 즐겼을 것이다.

        

       국경— 빛의 벽을 넘자마자 우리가 보게 된 것이 바로 법국의 도시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국경 자체가 폐쇄되지 않았다는 것은 법국과 벨부르가 그만큼 가까운 나라였다는 뜻이기도 할 거다.

        

       하지만, 그렇기에 여기는 위험했다.

        

       저 밀집된 건물 하나하나에 적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소피아.”

        

       그렇기에 내가 제일 먼저 부른 사람은 소피아였다.

        

       내 말에 바로 내 곁으로 다가오는 소피아에게 나는 굳이 돌려 말하지 않고 물었다.

        

       “여기서 법국의 중심으로 가는 법을 알고 계십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안내하실 수 있겠습니까?”

        

       나의 질문에는 ‘법국의 병력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피해서’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피아가 그 정도 속뜻도 못 알아들을 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피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죠.”

        

       그런 소피아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구태여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질문을 해봐야 질문과 답변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

        

       나는 폐가 탐험을 해본 적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비슷한 경험을 해본 것은 수학여행 때의 담력 훈련이 전부였다.

        

       세상에 귀신 같은 것은 없고, 주변에서 튀어나올 만한 것은 분장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도 그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조금 꺼림직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느끼는 감각과 비교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내가 실제로 폐가 같은 곳에 가봤어도 그랬을 것이다.

        

       폐가는 그저 비어있는 집일 뿐이지, 비어있는 도시를 뜻하는 건 아닐 테니까.

        

       마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리되던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말끔하게 정리된 거리. 화사한 햇볕을 자랑스럽게 반사하는 새하얀 건물의 벽.

        

       하지만 그 건물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티를 내지는 않았다.

        

       모든 건물을 조사한 것은 아니다. 괜히 문을 열었다가 벌집이라도 건드린 듯 병사가 쏟아져 나와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만약 이 안에 대규모의 병사가 숨어있다면, 분명히 티가 나야 했다.

        

       해가 진 것도 아닌데, 텅 비어있는 도시는 으스스했다.

        

       “이상해요.”

        

       바짝 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던 소피아가 문득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구수가 아주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조용할 만한 곳도 아닌데…….”

        

       소피아의 말을 듣고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모든 생물’은 안에 각자 마력을 품고 있다. 우리가 마력이 풍부한 짐승을 잡아 마르마로스를 추출할 수 있듯, 이 세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재료로 쓸 수 있다.

        

       기본적으론 ‘효율이 떨어지고’, ‘도덕적인 문제’로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굳이 반항하는 이를 수십 명, 수백 명씩 모아다가 마르마로스를 추출해서 써야 할 만큼 이 세상에는 마력석이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화나 영화, 게임을 통틀어 ‘인간을 재료로 써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라는 설정이 있는 작품이라면, 반드시 ‘그런 짓’을 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자기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우거나, 아니면 기어코 ‘인간만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서.

        

       “…….”

        

       하지만 그런 불길한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나는 눈치 없지 않았다.

        

       소피아는 이곳이 고향이다. 친부모님이 제대로 계시는지, 아니면 스승이나 친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친한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자기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장소에 사람들은 애착을 두곤 한다.

        

       ……그런 사람에게, ‘네가 알고 있던 도시는 어떤 이유로 죽어버린 걸지 몰라’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그저 뒤를 따라가면서 내 상상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

        

       꽤 먼 거리를 빠져나와, 우린 법국의 한가운데 있는 성당에 다다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법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성당의 기사들은 있었다.

        

       대부분이 죽은 채로.

        

       “……아!”

        

       이미 멀리서부터 그 붉은 빛을 알아본 소피아는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누군가의 공격에 당하는 일은 없었다. 이 앞에 누가 올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환영하고자 이렇게 해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투 직후에 수습되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성당 기사의 시신들이 다수 이곳에 있었다.

        

       안 그래도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광장이었기에, 검붉게 말라붙은 핏자국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냄새가 나지 않는군.”

        

       소피아 말고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제니퍼였다.

        

       “냄새라뇨?”

        

       새파랗게 질린 채 멀찍이 떨어진 시체들을 보던 캐롤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상황이 된 지 며칠이나 지났을 테니까.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보면 죽은 지 며칠은 방치된 시신들이야. 슬슬 날씨가 추워지는 중이니 대놓고 썩어들어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영상의 온도에 방치된 시체라면 며칠만 지나도 ‘죽은 냄새’가 올라오는 법이지.”

        

       제니퍼는 그렇게 말하고 소피아의 뒤를 따랐다. 양손에는 총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바닥에 무릎을 풀썩 꿇은 채 한 시신을 바라보는 소피아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신을 확인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음.”

        

       앨리스의 중얼거림에 검성이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상이로군. 아주 날카로운 검에 당했어. 게다가 베어내는 솜씨도 일품이군. 바닥에 흐른 핏자국은 전부 시신에서 튄 거다. 게다가, 이런 칼부림은 이미 이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지.”

        

       “…….”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곧장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검성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어느새 내 앞쪽으로 나와 시신들을 확인하던 검성은, 내 쪽을 돌아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루카스라는 놈팽이가 여기에 와 있는 것 같구나. 이번에는 황제와 손을 잡고.”

        

       앨리스는 작게 숨을 삼켰다.

        

       “경계하고 있거라.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 것을 보면, 분명 안에서 환영 준비를 하고 있을 터이니.”

        

       검성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에 찬 자기 검의 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노벨피아 독자닉네임 기능으로 인사드립니다!

    글을 쓰며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독자님께서 제가 쓴 소설을 칭찬해주실 때 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캐릭터를 좋아해주실 때도 그만큼 기분이 좋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던지라, 독자 여러분께서 제 글을 칭찬해주실때마다 제 꿈이 인정받는 기분이라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제가 여기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 여러분께서 끝까지 읽어주실만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정진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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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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