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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비가 내리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흉터에 후회를 머금은 비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내리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미하일은 나를 보고 있었다.

       

       

       비에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은 움찔거리고 있지만, 미하일은 눈을 질끈 감으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하일은 겁을 먹은 사람처럼 떨고 있었다. 내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떨리는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모르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우수에 젖은 미하일의 눈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미사 씨.”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미사 씨.”

       

       

       자상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네’라는 쉬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어떤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미하일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으니까.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저 붉은 두 눈이.

       뒷모습만 보면 증오했던 어깨가 그라는 사실에 미하일의 심장은 아려왔다.

       

       

       -쏴아아아아.

       

       

       우산을 머리에 씌워주고 비를 맞고 있는 리카르도는 웃어주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나 싫어했던 뜻을 모르는 미소를 자신에게 내비치고 있었다.

         

         

       심장이 아파온다.

       너무… 아파서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나는.”

       무슨 짓을 했던 걸까.

       

         

       “나는….”

       누구를 미워했던 걸까.

       

       

       “나…나는.”

       왜, 그랬던 걸까.

       

       

       감당할 수 없는 후회의 해일이 덮쳐오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후회가 심장을 저릿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내가 무슨 낯짝으로 고개를 드냐고 말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있었다.

         

         

       “괜찮아요?”

         

         

       리카르도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괜찮아요?

       -걱정하는 척하지마 역겨우니까.

       -…그런 말 하는 거 보니까 괜찮아 보이네요.

         

         

       지난날의 과오와 함께 그의 음성이 귓가를 타고 지나갔다.

       

         

       “미사 씨,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입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우산도 없이….”

         

         

       -훈련 벌레입니까? 비가 이렇게 오는데, 무슨 훈련을 이렇게 하십니까?

       -신경 쓰지마. 네가 상관 쓸 일 아니니까.

       -그래도.

       -그 더러운 손으로 우산 씌워주지 말라고…!

         

         

       그때 바닥에 떨어뜨렸던 우산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측은한 표정을 짓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기억 속 그 아이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언제나 자신에게 웃어주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그 아이의 목소리와 리카르도의 미소가 겹쳐 보였다.

       

       

       그토록 찾고 헤맸던 갈림길에서 드디어 길을 찾았는데. 그 아이의 생존만이 아니라, 그가 누구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오는지 알게 되었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미하일은 리카르도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졸업만 하면 출세할 수 있는 아카데미에서 쫓아낸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리카르도에게 모진 말을 뱉었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묻고 싶은 일이 많았다.

         

         

       너처럼 빛나는 사람이 어째서 올리비아의 집사가 되었는지, 짜증만 부리던 고아에게 자비를 베풀던 네가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변했는지.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지만.

         

         

       미하일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어쩌면.

         

         

       “네가 왜….”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일 수도 있었으니까.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

       

       

       쌓여온 감정의 골을 청산하기에는 많은 것들이 늦어버렸다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그는 모를 거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았겠지. 걸림돌이 되기 싫었다던가 빈민가 출신이란 치부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남기 싫어서 말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

       

         

       머릿속에서 그간 리카르도가 보여줬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위전에서 자신에게 일부러 패배한 일.

       -뭐 하는 거야…! 끝까지 싸워.

       -저보다 그쪽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날 모욕하는 거야?

         

         

       아카데미 화재에서 밖에 서 있는 자신을 보고 밝게 웃은 일.

       -왜 웃어.

       -그냥 다행이다 싶어서요.

         

         

       싫어했던 모든 일이 전부 자신을 위해 벌인 일이었단 걸 깨닫는 순간 미하일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느낌을 들었다.

         

         

       ‘좋은 말 단 한 번도 해준 적 없는데.’

       ‘너 따위가 해주는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했었는데.’

         

         

       정작 그는 자신의 비난에도 묵묵히 도와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하일은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빗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추악했으니까.

         

         

       주먹을 쥔 손이 떨려온다.

       손톱이 살결을 파고 들은 것 같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것보다 마음이 더 아팠으니까.

         

         

       “그렇게…”

         

         

       눈앞의 리카르도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하일’이란 남자가 아닌, ‘미사’라는 여자를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 알 수 없다.

         

         

       긍정적인 감정을 가졌는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지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리카르도는 자신을 계속 보고 있었다.

         

         

       내리는 비에 등이 다 젖었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마요.”

         

         

       내가 누군지 알면 싫어할 거니까.

         

         

       “제발 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

         

         

       내가 너한테 했던 짓을 알고 있는데, 모질 게 대하고 내치고 욕하고 모욕했는데. 왜 너는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고 미하일은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죄책감이란 짐에서 매여서 뛰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너는 자격이 없어. 네가 했던 말을 생각해.’라고 발길질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맞아. 알고 있어.’

         

         

       만약에 리카르도의 입으로 말했다면.

       그가 참지 못해서 분노를 터뜨려 냈다면 이런 기회조차 없다고.

         

         

       저 얼굴을 보는 것도.

       저런 미소를 짓는 것도.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기회가 없다고.

         

         

       미하일은 미사라는 탈을 쓴 채 리카르도를 바라봤다. 미하일이란 남자의 모습은 리카르도에게 악몽일 테니까.

         

         

       지금. 이 모습이 진실된 모습이지만, 그와 가장 만나고 싶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이라는 탈을 쓰고 미하일은 리카르도를 대면하고 있었다.

         

         

       자신이 미하일이란 사실을 안다면 리카르도가 어떻게 대할지 모르겠으니까. 솔직히 두려웠다.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왜 갑자기 착해지셨나요?

         

         

       그를 어떻게 봐야 할지도.

       -평소대로 하세요. 꺼져라. 너 따위는 필요 없다 그렇게 하시라고요.

         

         

       차가운 그의 모습에 상처를 받을까 두려웠다. 자신이 한 짓이 더 심한데 말이지.

         

         

       이런 생각이 구차한 핑계라는 것을 알지만 그에게 미움받는 것은 더 두려웠기에 미하일은 거짓이라는 탈을 쓰기로 했다.

         

         

       리카르도는 떨리는 미하일의 눈동자를 보며 무겁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보냐고 물으셨나요?”

         

         

       ‘피식’ 작게 미소를 짓고 우산의 그늘로 미하일의 머리 위를 가리며 리카르도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인이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걸 못해서 말입니다.”

       “…”

         

         

       리카르도는 말하기를 머뭇거리는 미하일을 향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검. 배우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끕”

       “제가 수도에 자주 있지 않아서… 하멜로 내려와 주시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

       “대신 저희 저택에 오시지 마시고 편지를 꼭 남겨주셔야 합니다. ‘언제 어디로 올 건데 시간을 내주세요.’라고 말이죠.”

         

         

       리카르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장난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저택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아서… 걸리면 죽습니다.”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담은 눈물을.

       후회를 가득 담은 감정의 골을 품에 담으며 먹먹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난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미하일이란 이름을 달고 그에게 다가간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탈을 쓰고 그에게 다가가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이 방법이 좋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어쩌면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하일은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제가….”

       “네.”

       “제가 정말 그래도 돼요?”

       “음…”

         

         

       리카르도는 미하일의 손에 우산을 쥐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소정의 성의를 주시면 가능합니다.”

         

         

       우산에 가려져 고개를 숙인 미하일을 보며 리카르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감기 걸립니다.”

       “…”

       “그리고 울지 마세요.”

         

         

       ‘아…’

         

         

       순간 리카르도의 얼굴이 기억 속 소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비 오는 날 머리 위에 쓰고 있던 박스를 자신에게 넘겨줬던 그 날처럼.

         

         

       -못생겼으니까. 울지 마.

       “못생겨지니까. 울지 마세요.”

         

         

       똑같았다.

         

         

       리카르도의 모습이 거리에서 사라지고 난 뒤.

         

         

       -털썩.

         

         

       미하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우산을 거리에 떨어뜨리고 허염 없이.

         

         

       “흐허엉…. 흐아아아아. 나..”

       “이제… 끕…. 끄으읍… 흐아.”

       “아아…. 나… 이제… 어떡해..”

         

         

         

       자신의 가슴을 하염없이 두드리며 눈물을 터뜨렸다.

         

         

       ***

         

         

       오늘도 평화로운 다르바브의 저택.

         

         

       “애비.”

       “…괜찮다. 애비가 전부 케어해 줄 테니.”

       “오라비도 허락한다.”

       “엄마도 허락할게.”

         

         

       바닥에 앉은 올리비아는 가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코를 후비고 있었다.

         

         

       “흠냐.”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안 돼. 또 망해버리면 어떡해.”

       “좌천밖에 더 되지 않나. 애비는 그딴 것보다 지금이 더 소중하다.”

       “사용인들을 모두 퇴근시켰으니까 괜찮아. 결계도 이중 삼중으로 펼쳤고 누가 들어오면 소리 소문도 안 나게 이 세상과 작별하게 해줄 테니 괜찮아.”

       “엄마도 거들게.”

         

         

       나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는 아가씨의 손을 막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먹는 거 아닙니다.”

       “…아니야?”

       “네.”

       “…”

         

         

       아가씨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볼까.”

         

         

       데스문트 가문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아가씨를 바라보면서.

         

         

       “이이이이익!!!!”

         

         

       리틀 올리비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아직 남은 일이 많이 있지만…!
    정말 푹 쉬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아직 일이 많이 남아있어서…! 다음 회차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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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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